[전시] 필립 파레노, 미술관을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로 변신시키다.

리움미술관,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 《보이스(VOICES)》
기사입력 2024.03.06 00:00 조회수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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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리움미술관 옥상에 마치 통신탑을 연상하는 낯선 구조물이 눈에 띈다. 리움미술관의 새로운 전시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 보이스(VOICES)를 관람하려는 관람객은 이미 그의 작품과 첫 대면을 한 것이다.

 

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14M 크기의 타워구조물은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로 새롭게 탄생한 목소리인 <A>(2024)와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하는 필립 파레노의 신작 <()>이다. <>은 센서 기능을 갖고 있어서,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미세한 진동까지 지상의 모든 환경 요소를 수집된 데이터는 미술관 로비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을 소개된다. 유입된 이 데이터는 사운드로 변환되기도 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자극하기도 하며 전시를 활성화시킨다. 이 소리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 운율을 활용한 새로운 신호를 해석하여 단어문구로 표현하는 동안에 탑의 양태를 기반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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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膜), 2024, 콘크리트, 금속, 플렉시글라스, LED, 센서, 모터, 마이크, 스피커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이 기계 탑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인지 능력을 지닌 인공두뇌학적 성격을 담고 있다. 탑은 센서를 통해 다양한 환경적, 사회적, 내부의 자극을 흡수, 처리 및 상호작용하면서 주변 환경을 수집한다. 탑 안의 캐릭터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말하는 것보다 듣고 사색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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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로비의 대형 스크린에는 두 영상이 있다. 하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제작된 <대낮의 올빼미>(2020-2023)로 거의 정지된 듯한 물가의 풍경을 보여주며, 다른 한편에서는 야외 데크에 설치된 타워/인공두뇌가 포착하는 모든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을 소개한다. 창밖을 향하고 있는 <일광반사경>(2023)은 햇빛을 반사하고 로비의 벽을 타고 커다란 광원을 그리며 외부와 내부를 연결한다.

 

 

 

전시장 외부에서 이미 경험한 이 작품은 필립 파레노가 이번 전시에서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필립 파레노(1964년생, 프랑스에서 거주 및 활동)는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예술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데이터 연동과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과 전시 경험을 재정의 하는 유기적인 방식을 탐구하는 작가로 여러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영상, 사진,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전시 형식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 둘이 결합되는 영역을 탐구하다 보니 이러한 전시는 국내대중들에게는 익숙하게 다가오는 전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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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e Parreno [사진제공=리움미술관, 김제원]

 

 

필립 파레노의 90년대 초기작부터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하는 대형 신작을 포함한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

이번 전시에 대해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공연과 같이 경험하는 전시이다. 시간에 따라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전시의 작품은 미술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M2 B1 전시장에는 전시장 곳곳을 부유하는 물고기들(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은 마치 전시장이 자신의 집인양 돌아다니고 있어 관람객이 오히려 그들의 영역(어항)에 들어온 것 같다. 또한 동심 가득했던 눈사람(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23))은 더위에 전시장 바닥에서 일그러지고 있다.

 

M2 1층은 여러 협업자들과 제작한 1990년대 - 2000년대 초기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Paris), 네덜란드 패션사진 듀오 이네즈 앤 비누드,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 등과 제작했던 10여 점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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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M2 B1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촬영, 홍철기].jpg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M2 B1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촬영, 홍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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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B1_삶의 의지를 넘어서 생동적 본능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2018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 희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진과 영상 엔딩 크레딧(1999)과 이름도 역할도 없는 일본 망가 캐릭터 안리에 목소리를 부여해준 영상 작품 세상 밖 어디든(2000)은 대상이 여러 형태의 목소리로 가시화 되어 존립의 ()가능성과 예술의 저작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며, 피에르 위그, M/M(Paris)와 다양한 매체의 협업 방식을 소개하는 조명 및 가구 설치 작품 루미나리에(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M/M)(2001)과 그래픽 포스터 안리: 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2000)를 만나볼 수 있다.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M2 1층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촬영, 이현준].jpg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M2 1층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촬영, 이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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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갤러리는 키네틱 공간으로 변신하였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깜박이고 움직이며, 관람객은 섬광을 인식하며 찰나를 경험케 한다. <차양> 연작(2014-2023)은 기능이 부재하는 극장 차양의 모습을 닮아 있다. 이 작품 또한 미술관 외부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디지털 멀티플렉스 기술과 연동되어 사이키델릭한 풍경과 안무를 펼친다. 이와 함께 벽을 따라 깜빡이는 불빛 56(2013)의 공연이 펼쳐지며 공간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움직이는 움직이는 벽(2024)은 마치 건물의 벽면이 떨어져 나와 움직이는 듯하다.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그라운드갤러리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촬영, 이현준].jpg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그라운드갤러리 [사진제공=리움미술관, 촬영, 이현준]

 

 

블랙박스는 영화관으로 변신,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를 환생시킨 영상 마릴린(2012)은 기계 장치를 통해 시선과 음성, 필체를 구현하여 유령처럼 허구의 눈속임으로 관객을 이끌며, <최초의 차양>(2016-2024)은 영화 상영이 끝나면 공간을 환하게 밝히며 막간을 알리는 사이니지 조명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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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잊고 있었다면 전시 제목이 보이스(VOICES)라는 것이다. 필립 파레노는 사물은 관람객과 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이 소통하는 세계를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소리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 전시장에는 작품마다 저마다 소리가 있다. 가까이서는 그 작품이 내는 소리를 또 어떤 곳에서는 여러 작품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겹쳐서 들리기도 한다. 이처럼 다수의 목소리는 작가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요소이자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 내는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다수의 목소리를 하나의 공간으로 집결시키며 주체적 대상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한편, 전시기간 토크, 세미나와 함께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어린이 대상 <그림자 인형극 워크숍>이 열리며, 매주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자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전시는 7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성인 기준 18000원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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