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1984년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기사입력 2024.04.02 00:00 조회수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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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1984년 컬러TV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 방송에서 주목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직 현대미술, 미디어아트를 인식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방송에서는 백남준이라는 아티스트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었고 어린 나이에 TV앞에서 그를 지켜봤다. 기억으로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결정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인이 필요하였고 그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백남준이었다.

 

1984년 1월 1일 TV에서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라이브 쇼로 방송되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백남준이 기획한 위성 쇼로, 미국 공영 방송 WNET과 각 도시의 방송국,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과 대중음악 가수들의 협력으로 1984년 새해에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 연결하는 위성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미국, 프랑스는 물론 한국, 독일 등 많은 국가에 라이브로 방송되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미디어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의 해가 되었을 때, 백남준이 고인이 된 오웰과 소설에 대한 응답으로 위성 방송을 통해 내놓은 것이었다. 오웰이 우려한 통제의 기술을 백남준은 전 세계 2천5백만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즐거운 소통의 기술로 전환했다.

 

1980년대 위성은 냉전의 산물이자 거대한 국가적 자본을 투입한 하이테크놀로지의 결정체로, 이러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몇몇 방송국과 나사(NASA) 정도였다. 그러나 백남준은 위성 방송 시스템을 대륙 간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구상했고, 여러 협업자들과 예술로 소통하며 이를 실현했다.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을 기념하여 2개의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와 《빅브라더 블록체인》을 지난 3월 21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은 암울한 감시 사회를 예견했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대해 ‘조지 오웰, 당신은 반만 맞았다’는 백남준의 응답이 담겨 있다. 특히 당시 제한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인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4년, 조지 오웰의 시선과 백남준의 답변이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감시와 통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가 무엇인지 두 특별전을 통해 사유하고자 진행하는 전시이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뉴욕 라이브 방송과 이를 구성하는 22개의 시퀀스 중 주요 장면 제시

먼저 《일어나 2024년이야!》은 미국 밴드 오잉고 보잉고가 1984년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하며 발표한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2024년으로 재설정한 것이다.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의 장면들을 통해 현재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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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 미스터 오웰

 

 

주요 전시작으로 백남준이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를 찾아 제작한 〈과달카날 레퀴엠〉(1977/1979)을 시작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 뉴욕 라이브 방송, 마지막 위성 작품 〈세계와 손잡고〉(1988)를 통해 백남준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조명한다. 백남준의 작품과 더불어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와 미술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기술에 대한 백남준의 집요한 관심과 협업, 쌍방향 예술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조각·설치 작품 〈로봇 K-456〉, 〈TV 첼로〉, 〈TV 부처〉, 〈칭기즈 칸의 복권〉 등 1960년대 텔레비전과 컴퓨터 실험, 로봇 제작, 70년대 말 위성 실험을 거쳐 1980년대 위성 프로젝트에 당도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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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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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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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기즈 칸의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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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K-456, TV 첼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인의 시선

두 번째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제2전시실)은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하여 대안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동시대 미디어 작가 아홉 명의 커미션 작품 6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며 사회를 감시하는 가상의 독재자를 의미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 저장하여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서로 상충하는 두 단어가 맞서고 있는 전시 제목이 의미하듯, 전시는 중앙집권적인 정보 기술에 대항하여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해 보고 있다.

 

홍민키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뉴욕과 파리를 연결했던 사회자에 주목하여 1984년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작가는 빅브라더를 상징하는 유투버 BB를 등장시켜 디지털 세계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감시와 착취를 드러낸다. 장서영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로리 앤더슨이 공연하는 비행기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의 〈터뷸런스〉는 AI 자동추천 알고리듬으로 초개인화되는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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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민키,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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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서영, 터뷸런스, 2024

 

 

 

HWI(휘)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부터 40년 떨어진 미래인 2024년에 서서,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반추한다. 신작 〈너의 전생〉을 통해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물에 잠긴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계를 재건하는 가상의 미래를, 권희수는 프로젝터 앞에 셔터스피드 조절장치를 설치하여 분해된 빛이 전시실 풍경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변형하는 〈나선필름〉을 상영한다. 이 작품은 즉석에서 촬영한 영상과 여러 비디오 소스들을 편집하고 합성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반세기를 뛰어넘어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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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WI(휘), 너의 전생,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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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수, 나선필름, 2024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2015)은 모션캡쳐 스튜디오에 고용된 이들의 육체적인 노동이 가상 세계로 전환되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우리의 현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상 세계, 즉 오늘날 데이터 기반 사회를 드러낸다.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2022)은 인간의 감정과 행위를 기계에 위임하는 행위를 읽을 수 있는 모티프를 전시실 곳곳에 설치하여 기술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는 신념과 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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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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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손 영,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2022

 

 

 

조승호는 기술의 통제를 거부하고 숨으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신작 〈은신처〉를 제작하여 동시대의 기술 환경에 대한 저항을 드러낸다. 이양희는 신작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에서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춤으로 함께 몰입하는 과정을 촬영하고 후편집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퍼포머와 관객이 이원화된 공연예술의 전형에서 벗어나, 누구나 어디서나 퍼포머이자 관객이 되는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 공연예술의 미래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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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호, 은신처,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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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양희,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2024

 

 

마지막 상희는 〈원룸바벨〉(2022-2023)에서 한국 청년들의 특수한 주거공간이자 거주자들의 사적인 삶이 기록된 원룸을 표면화하는 한편, 원룸을 심해에 쌓아 올린 몽환적인 공간으로 그려냄으로써 VR의 매체성을 경유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역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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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희, 원룸바벨, 2022-2023

 

 

 

<일어나 2024년이야!>는 2025년 2월 23일까지 진행되며, <빅브라더 블록체인>는 2024818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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