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여성성과 신체를 다룬 구상 조각으로 주목을 받아 온 키키 스미스 개인전

서소문본관, 키키 스미스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기사입력 2023.01.04 15:54 조회수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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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낙하, 1994

 

 

초기 여성주의 서사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감성을 설화, 신화, 역사, 서사와 함께 엮어낸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2022년 신작을 포함한 작품 140여 점 선보여

 

 

[서울문화인] 1980년대 미국의 시대상은 에이즈나 임신중절 등을 둘러싼 문제를 필두로 인권, 평등, 정체성, 젠더 담론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물결 속 당시미술 현장에서는 남성 우월적 표현의 상징이던 미니멀리즘이나 추상미술에 맞서 신체를 예술의 소재이자 재료로 사용하는 움직임이 대두되었다. 특히 에바 헤세 (Eva Hesse),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와 같은 여성주의 작가들은 여성 신체를 심미적 대상으로 간주하던 기존관념을 전복시키고 이를 주체적 표현의 장으로 옮겨 왔다.

 

이 시기 신체에 대한 해체적 표현으로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키키 스미스(1954년생, 미국 뉴욕)는 아버지의 죽음, 에이즈에 의한 여동생의 죽음을 차례로 겪으면서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당시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와 맞물리면서 스미스는 신체 탐구에 더욱 집요하게 파고드는 계기가 된다.

 

그러다 199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프로젝트 24 : 키키 스미스(Projects 24: Kiki Smith)>를 통해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 현재까지도 안주하지 않고 다매체 실험을 이어 오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 실제와 이상, 물질과 비물질,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경계선 사이에서 뚜렷한 해답보다는 비선형적 서사를 택해 왔다. 느리고 긴 호흡으로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생명에 귀 기울이며 상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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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2001, 청동

 

 

서울시립미술관,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이번 전시는 키키 스미스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국내 첫 전시로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총 14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 제목 자유낙하는 키키 스미스가 1994년 판화이자 아티스트북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의 제목으로 평면 매체에 입체적으로 접근한 스미스의 조각가적 면모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자 작가의 지난 40여 년에 걸친 방대한 매체와 작품 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의 기능을 하고 있다.

 

키키 스미스는 “1994년에 제가 뉴욕에 있는 페이스 갤러리에 소속 작가로 합류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이제 갤러리에 소속된 다른 작가분들을 둘러보니 모든 작가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았고, 제가 아마 가장 어리거나 두 번째로 어린 작가였다. 이들을 보고 제가 했던 생각이 이 작가분들은 20년도 넘게 나보다 자유낙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도 견디고 있었다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자기 작업에 대한 믿음으로 그것이 어디로 자신을 데려가는지 두려움이 없는 상태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시의 세부 구성은 연대순 나열이나 여성’, ‘신체와 같이 작가를 수식해 온 기존의 규정적 접근에 기반하기보다는 키키 스미스 작품세계에서 핵심적으로 발견되는 서사구조’, ‘반복적 요소’, ‘에너지같은 몇몇 구조적 특성에 기초하여 소개하고 있다.

 

먼저 이야기의 조건: 너머의 내러티브에서는 설화, 동화, 신화, 종교, 역사, 민화 등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한 작품의 모티프가 같은 화면에서 만나 새로운 서사구조를 이루고, 직조와 해체를 통해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 특유의 조형 문법과 구성 방식을 살펴본다면 이어진 배회하는 자아에서는 작품세계 확장에 큰 계기가 된 판화와 사진 매체가 지니는 반복적인 특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그간 강조해 온 배회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자신을 본격적으로 작품 안에 등장시키기도 하고, 주변의 크고 작은 생명에 귀 기울여 온 작가의 특징적 행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자유낙하: 생동하는 에너지에서는 신체에 기반한 1980~1990년대 작품에서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지난 수십 년간 다뤄 온 방대한 매체와 복잡다단한 장르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서 생동하는 에너지에 주목하여 구성하였다.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전경  ⓒ김윤재.jpg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전경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김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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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소녀, 1998, 실리콘 청동, 인물_ 91.4 × 49.5 × 55.9cm, 불가사리 146개. 작가 및 페이스갤러리

 

 

 

또한, 독일의 영상 제작자 클라우디아 뮐러(Claudia Müller)가 키키 스미스의 일상과 작업 현장을 담은 약 52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비롯해 여성 주인공 중심의 판화 14점으로 구성된 블루 프린트 시리즈 그리고 작가의 2022년 신작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키키 스미스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진행하면서 가진 화상통화에서 뉴욕 대학교에서 25년 넘게 강단에 서 있으면서 한국 학생들을 상당히 많이 만났다. 그래서 그때 제자들도 이 전시회 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무척 독특하고 자유로운 학생들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한국이라는 곳이 저의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실용적이면서도 영적인 것이 같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미국 사람들은 잘 드러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 직접 오지 못해서 무척 아쉽지만 저의 작업을 보여주게 되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은 저에게 정말로 큰 영향을 미쳤다. 제가 어릴 적에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옥에서 바닥에 종이인 한지를 깔고 밑에서 따뜻한 열이 나오는 구조가 있다고 들었다. 이것을 알게 되어서 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종이라는 것이 조각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이불과 같이 덮고 겹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알게 된 이후에 제 드로잉과 프린트 작업을 겹치기 시작했고, 종이를 조각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에 직접 방문을 해서 이런 한지와 온도를 보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312()까지 진행되며,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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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스미스(Kiki Smith) ⓒ Chris Sanders

 

키키 스미스(1954년생, 미국)는 조각, 설치, 판화, 드로잉,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구상미술의 영역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독일 출생의 미국 작가이다. 1970년대 후반에는 제니 홀저, 톰 오터니스, 카라 펄만 등과 함께 뉴욕의 행동주의 미술가 그룹인 콜랩(Colab, Collaborative Projects, Inc.)에 참여했으며, 1980년대에는 인체 내 장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작품은 가정폭력, 임신중절, 에이즈 등 신체를 둘러싼 80년대 미국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뤘다. 1990년대에 이르러 스미스는 인물의 전신상을 제작하기 시작하는데, 배설, 생리 등 파격적인 모습의 이들 작품은 인물의 이상화된 표현이 특징적인 기존의 조각 전통과는 거리를 두며 흔히 '애브젝트(abject)' 미학으로 설명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 스미스의 작품은 과격하고 도발적이던 이전 시기의 작품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띄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다양한 배경의 종교, 신화, 문학에서 도상을 취하여 새로운 내러티브를 직조하는가 하면, 인간을 넘어 동물과 자연, 우주 등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소재로 삼으면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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