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PKM 갤러리, 동시대 사진예술의 거장 토마스 루프의 최신작 <d.o.pe.>

융단 위에 프랙털(fractal) 패턴으로 만들어낸 사이키델릭한 이미지
기사입력 2024.02.26 00:00 조회수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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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누가 보았을 때 이 사진은 이 작가의 사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2000년 이전까지는 아날로그식 사진을 찍었다. 이후 깨닫게 된 것은 사진도 기술적인 매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b. 1958)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면 변화무쌍하다. 그는 사진의 기술과 개념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이에 도전하며, 국제무대에서 그만의 독보적인 시각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라 할 수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이행하고, 사진이 현실을 포착할 뿐 아니라 비가시적인 세계를 보이게 하는 매체로 전환되는 시대를 가로지르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잠재력과 한계를 가진 채 어떻게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키는지 탐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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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토마스 루프(b. 1958)

 


이미지를 포착하는 사진에서 배포하는 사진으로

루프가 1970년대 후반부터 발표한 사진 시리즈는 고전적인 초상사진이다. 당시 사진에 대해 작가는 당시는 찍으려고 하는 것을 조명, 의상 등 내가 모든 것을 통제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는 다큐스타일을 진행했다. 그러다 더 많은 사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 과학, 야간투시 등의 사진이었다.”고 한다.

 

이후 작가는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를 수집·편집한 이미지, 인공위성 또는 매스 미디어에서 전송받은 형상,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디지털 작업에 이르기까지 소재와 장르를 불문하고 25종류가 넘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40여 년 그의 작품세계는 20-21세기 현대 사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PKM 갤러리가 한국에서 20년 만에 선보이는 토마스 루프의 사진전 <d.o.pe.>는 작가가 카펫을 사진의 지지체로 처음 사용한 작업으로, 다채로운 프랙털(fractal) 패턴을 거대한(최장 290cm) 융단 위에서 황홀경처럼 펼쳐내었다. ‘프랙털은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Benoît Mandelbrot, 1924-2010)1975년에 제시한 용어로 기본적인 형태요소가 커지거나 줄어들면서 반복적으로 증식되는 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자연 및 인공의 세계 모두에서 발견되고 있다. 프랙털이미지는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5. Thomas Ruff, d.o.pe.08, 2022.jpg
Thomas Ruff, d.o.pe.08, 2022 [사진제공=PKM 갤러리]

 

1. Thomas Ruff, d.o.pe.10, 2022.jpg
Thomas Ruff, d.o.pe.10, 2022 [사진제공=PKM 갤러리]

 

 

루프는 2000년대 초반 프랙털 구조의 다차원적인 아름다움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했으나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고, 20년이 지난 시점인 2022년에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더불어 비로소 실현할 수 있었다. 사진예술이 테크놀로지와 불가분리한 관계임을 인정하는 그는 <d.o.pe.>에서 신기술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추출하고 이를 부드러운 직물 위에 심도 깊게 투사해냈다.

 

루프는 ‘d.o.pe.’라는 제목은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1894-1963)지각의문(The Doors of Perception, 1954)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인간이 화학적인 촉매제를 통해 의식의 지평을 넓히고 자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고 본 헉슬리의 자전 에세이로, 루프는 이번 작업에서 컴퓨테이션(computation)으로 산출한 이미지를 통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함으로써 이에 화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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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은 사진과 회화의 중간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선보이는 화면에는 잎사귀, 깃털, 조개껍질 등 주변의 익숙한 자연 형상으로 읽히는 동시에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세한 세포, 광활한 우주의 예측 불가능한 현상을 연상하게 하며, ‘프랙털의 사이키델릭한 가상공간으로 관람자를 빠져들게 한다.

 

이것이 사진인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그가 밝힌 망델브로의 수학과 헉슬리의 문학 사이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만들어진 실제의 모호한 경계에서 사진의 경지를 다시금 개척한 루프의 이번 신작은 인식의 문 너머, 시각적인 초월의 세계를 마주하는 것 같다. [허중학 기자]

 

     

토마스 루프는 독일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베른트 베허(Bernd Becher, 1931-2007)에게 사진을 사사한 후, 1980년대부터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1955-),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1944-) 등과 함께 뒤셀도르프 사진학파의 주요멤버로서 세계 사진계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뉴욕현대미술관, 런던 국립초상화박물관, 뒤셀도르프 K20,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타이중 국립대만미술관 등의 저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런던 테이트 모던,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바젤현대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개최하였고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의 대표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사진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워싱턴 D.C. 허쉬혼미술관, 파리 조르주 퐁피두센터 등을 포함한 전 세계 유수 미술기관에서 루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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