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한국의 장례문화와 발효문화에 영감을 받아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관찰

아트선재센터, 댄 리(Dan Lie)의 첫 번째 아시아 개인전
기사입력 2024.02.20 00:00 조회수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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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jpg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서울문화인] 노란색으로 염색한 직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직물 사이로 들어서면 익숙한 옹기와 옹기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새끼줄, 천장에는 국화가 달려있고 내부의 바닥에는 짚들과 그리고 그 사이사이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전시장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에 새롭게 설치된 이 작품은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댄 리(Dan Lie, b. 1988 / 과거 작가명: 다니엘 리 (Daniel Lie))<상실의 서른 여섯 달>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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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댄 리(Dan Lie, b. 1988)

 

 

댄 리는 박테리아, 곰팡이, 식물, 동물, 광물, 영혼 및 선조와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장소와 시간 특정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로 그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물성의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이것이 인간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런 경험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을 한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관람객에게 어떻게 느꼈는지를 여쭤본다고 한다.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방문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리서치를 하였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여 만난 짚풀공예 장인,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정관 스님, 전 국립민속박물관 이관호 과장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면서 그는 그 가운데 특히 삼년상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한국의 삼년상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침 작가의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째(1,000) 되는 날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이 더해지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01.jpg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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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댄 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은 부패와 발효, 즉 삶과 죽음의 사이클 안에 놓이는 것이다. 댄 리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살아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삼베, 면포, 국화와 같은 한국 전통 장례문화에서 온 모티브들을 비롯하여 댄 리가 조성한 생태시스템에는 벌써 파릇하게 자라난 새싹 이외에도 버섯종자가 뿌려져 있다. 그리고 쌀과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옹기들로 구성된 설치 작품은 전시가 계속되는 동안 계속해서 형태가 바뀌며 삶과 죽음의 사이클 안에 놓이게 된다. 또한 부패와 발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은 이 순환과정을 촉진시키는 협업자로 활약을 하게 된다.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_중정 한옥.jpg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_중정 한옥

 

 

중정에 위치한 한옥 안에서도 댄 리의 또 다른 생태시스템이 펼쳐지고 있다. 부정을 막기 위하여 걸어 놓는 금줄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새끼줄, 국화 그리고 옹기를 사용하여 대들보에서 내려오는 설치작업이다. 이 작품 또한 점점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작품은 열린 해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나는 5월 도시의 건축물 안이라는 환경에 어떤 생명이 태어나고 또 어떻게 소멸하는지 그 모습이 어떨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댄 리의 변화하는 작품들은 512일까지 진행되며, 37일까지는 무료로 만나볼 수 있고 이후는 유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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