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다시 예술의 장으로 변한 일광해수욕장, 2023바다미술제

기사입력 2023.10.16 00:00 조회수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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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바다는 지구의 전체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곳이자 생명이 태생한 원천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 그 중요성과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만큼 문제점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바다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담론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루는 부산 ‘바다미술제’가 올해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 (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를 주제로 14일 일광해수욕장 일원에서 개막을 알렸다.

 

바다미술제는 1987년 88서울올림픽 프레 행사를 계기로 출발, 부산의 자연환경을 잘 반영하는 독특한 전시로 평가받고 있는 비엔날레로 1996년 제8회까지 독립적으로 치러지다가 2000년에는 ‘부산청년비엔날레’와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개최되었고, 이후 ‘부산비엔날레’와 가은 시기에 진행되다가 2011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광안리, 송도 그리고 한동안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진행해오다 2021년부터 일광해수욕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번 바다미술제는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라는 주제로 생존의 필수적 근원이자,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하고 의존하는 거대한 산업으로써의 바다에 대한 관심을 해양 개발과 심해 채굴, 환경오염과 지속가능성, 해양 생물과 생물 다양성 등 키워드로 그리스 출신의 기획자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Irini Papadimitriou)가 전시감독 아래 20개국 31팀(43명)이 참가,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을 비롯하여 인근의 실내 전시장 3곳에서 조각, 설치, 영상, 평면 등 총 42점의 작품을 통해 해안가 지역 사회의 대안적 미래를 위한 공통의 가치와 행동을 상상해 보게 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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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전시감독

 

 

이리나 감독은 “바다는 생존의 필수적 근원이자,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하고 의존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산업으로써의 바다를 마주하는 인간의 시선,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영위했던 산업, 삶의 방식을 버리기보다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하겠다는 또 다른 시도를 담았다.”고 밝혔다.더불어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올해 바다미술제는 이전 바다미술제에서 만났던 백사장 위 인상적인 작품은 적다고 느낄 수 있다.”라며 운을 띄운 후 “올해는 바다와 환경을 압도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작품과 ‘일광’이라는 마을을 고찰하도록 구성했으며 그 과정에서 주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펠릭스 블룸 (Félix Blume, 프랑스)의 〈바다의 풍문〉(Rumors from the sea)은 해변을 찾은 관람객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파도와 해안의 바람이 대나무를 통해 마치 돌고래의 울음처럼 바다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대나무 피리가 달린 백여 개의 대나무 기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대나무 방파제를 홍수 막는 장벽에서 소리를 듣기 위한 입구로 탈바꿈시켰다. 사운드 설치작품인 이 작품은 우리가 열린 공간에 모여 바다와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명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작가는 기둥 끝에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뚫어 파도가 칠 때마다 공기층을 밀어내며 피리를 연주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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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블룸 (Félix Blume, 프랑스)의 〈바다의 풍문〉(Rumors from the sea)

 

 

손몽주는 바다에 떠다녔던 조각, 어망, 어구 등을 소재로 <스윙 파빌리온> 연작을 선보인고 있다. 그는 비일상적 규모로 높고 넓은 공간을 창조하여 극적인 공간감을 선사하며 누구나 공간을 유희하고 만끽할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의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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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몽주 (Mongjoo Son, 한국), <영도스윙>, 2019, 부유물, 어망, 800×200×500cm, 복합문화공간끄티 설치전경, 2019

 

  

양자주 작가의 <바다로부터>는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건축 기술과 특히 해초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였던 구축 방법을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산 영도를 포함한 바닷가 피난처 마을에서 발견된 해초 흙집을 연구, 이제는 자취를 감췄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이었던, 소박한 혁신이었던 흙과 해초로 집 짓는 방법을 되살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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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주 작가의 <바다로부터>, 2023, 해초와 흙을 섞어 구워 만든 벽돌, 유약, 시멘트 벽돌, 유리 벽돌, 해초, 벽돌 크기 각 5.79×9×19 cm.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김덕희 작가의 <메아리, 바다 가득히>의 자연과 생명, 사회와 문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삶'과 '우주' 속 세계의 다양한 층위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작가는 빛과 열, 중력, 언어와 같은 비물질적 매체를 사용하여 물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작품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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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 (Kim Doki, 한국), <메아리, 바다 가득히>, 2023, 스텐 와이어, 아크릴 진주, 비즈, 400x800x800cm.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울타리는 경계선을 겹겹이 쌓아 투과할 수 있는 양감을 만들어 낸 야스아키 오니시의 〈경계의 레이어〉는 우리와 바다 혹은 자연 사이에 자리한 공간은 분리선이나 경계선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빈 공간은 수직선과 수평선, 채워짐과 비워짐의 구조로 형상화되어 우리가 다채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지평을 그려보며 그 형상을 채우게 한다. 작가는 익숙한 울타리를 뒤집어 더 이상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꿰뚫어지고 다양하게 해석되게끔 한다. 그렇게 우리와 바다를 가르는 경계라고 여겨지는 선을 우리의 상상으로 지워보자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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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아키 오니시, 경계의 레이어

 

 

제이알 카펜터와 토모 키하라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시 프로젝트이자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으로 해수욕장을 따라 설치된 실물 사인과 웹을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로 구성된다. QR 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증강현실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기후 환경에 관한 질문을 담은 AR 사인이 관람객 주위에 나타난다.이 작품은 2021년 런던에서 열렸던 실험적 게임 페스티벌인 Now Play This에 처음 출품된 이후,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미술관에서 전시된 Digital Design Weekend와 베를린에서 개최된 Everything Will be Fine 전시 주제에 맞춰 ‘Time rivers under us. 시간은 우리 밑으로 강물처럼 흐른다.’, ‘It’s fine. 괜찮아요.’ 등 새로운 사인이 추가되었다.

 

 

제이알 카펜터 &amp; 토모 키하라,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jpg
제이알 카펜터 & 토모 키하라,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스튜디오 1750의 〈수생 정원〉은 인공적이고 생경한 환경을 조성하여 작품 내부를 거닐 수 있도록 관람객을 초대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부자연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적 또는 유전적으로 변이되고 진화한 기이한 생명체가 되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수행적이고 유쾌한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퍼블릭 프로그램 ‘괴물이 산다’에서 직접 제작한 바다 생명체 형상의 종이 모자를 착용하고 작품을 체험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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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1750, 수생 정원, 2023, 연못 필터 브러쉬, 파이프, LED, 감지 센서, 300×250×1000cm.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조은필 작가의 〈빛과 어둠 사이〉는 푸른색 레이스로 감싸진 배는 어둠 속에서 명확한 존재와 의미를 잠시 내려 두고 또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대상이다. 패턴이 있는 레이스로 배의 전체를 감싸는 것은 물체를 가리는 동시에 드러낸다. 마치 피부처럼 사물에 씌워진 레이스는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하지만, 그 아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을 오히려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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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필, 〈빛과 어둠 사이〉, 2023, 배, 레이스, 20×20m 이내 설치.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게리 젝시 장의 〈오션 브리핑〉은 우주 일기예보이자, 지리·전략적 보고, 낭만적인 소설로 전시 기간 진행되는 일일 방송 시리즈로 해운 운송의 붕괴, 지정학적 무질서함, 기상학적 불안, 음흉한 음모설을 하루마다 이야기하는 자막 방송은 불안정한 세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션 브리핑〉은 소음의 바다에서 시그널을 찾아 일광 바다를 연출하는 자막을 해변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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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젝시 장, 오션 브리핑

 

 

해수욕장 끝자락 데크 산책로에 선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리 바유아지(Ari Bayuaji)의 작품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섬유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가 부산의 해안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용하여 수천 가닥의 플라스틱 천을 엮어 해양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의 경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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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바유아지, 파도의 흔적

 

 

또한, 해안과 이어지는 일광천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시마 누스라트(Seema Nusrat)의 <떠 있는 조각(Floating Fragments)>과 레나타 파도반의 〈맹그로브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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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 누스라트, 떠 있는 조각

 

 

<떠 있는 조각>은 한국의 전통 지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기장군을 가로지르는 일광천과 동해 바다가 만나는 강송교 앞에 자리한 이 작품은 강물에 반쯤 잠긴 기와지붕을 보여준다. 누스라트는 불안한 전경을 연출한 작품을 통해 해수면상승과 같은 기후변화와 문화유산 보존, 도시 개발 간의 부조화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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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타 파도반, 맹그로브 시리즈

 

 

〈맹그로브 시리즈〉는 맹그로브 숲은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발견되는 맹그로브는 어린 해양 생명체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고, 홍수를 막는 장벽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필수적 생태계이다. 그러나 오늘날 맹그로브는 해안개발과 벌목, 새우 양식으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서식지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이 우리가 간과해 온 맹그로브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일, 숲의 중요성과 보존의 시급성을 일깨우기 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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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남, 심해의 명상

 

 

일광천 옆에 자리한 강송정 공원의 윤필남의 <심해의 명상>은 아직 회복될 수 있는 무한한 삶의 터전으로 바다와 해양 생태계, 사람과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대나무로 틀을 만들고 천을 덮어 깊은 바다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색의 통로를 만들었다.

 

바다미술제가 일광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달라진 점은 조각, 설치 작품 이 외에도 지역 공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인다는 점이다. 올해는 일광의 명물, 찐빵 골목에 위치한 (구)일광교회(부산시 기장군 일광읍 일광로 125), 삼성리 마을의 할매 신당과 할배 신당 사이에 위치한 창고가 활용되고, 일광해수욕장 중앙입구에 위치한 하얀 건물들도 실험실로 운영되고 있다.

 

먼저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덴마크 출신 3인조 콜렉티브 슈퍼플렉스의 <모든 것은 물이다>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이 아니라 비인간 의식의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한다. 과학자 아냐 웨그너(Anja Wegner)가 가시 어류의 작은 종 ‘크로미스 크로미스’의 사회적 행동에 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실험을 담아낸 새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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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플렉스, 모든 것은 물이다

 

 

(구)일광교회는 7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1951년 감리교 기도처였고, 6·25 전쟁 당시 부상자 치료소로 기능하였다. 이후 1971년까지 중학교로 이용되었다가 2018년까지는 일광교회로 활용되었고, 최근까지 비어 있던 공간으로 이곳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작가 무한나드 쇼노(Muhannad Shono)가 공간과 장소에 대한 관계를 정의, 매듭 하나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실들을 엮어 메아리를 만들어 낸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사우디아라비아관 작가로 참여하였으며, 사우디 문화부가 주최하는 ‘2022 내셔널 컬처 어워즈’에서 수상하며 차세대 신진 예술가를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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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나드 쇼노_사우디아라비아,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

 

 

실내 전시장 신당 옆 창고에서는 기장 다시마와 라탄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오브제와 살아있는 해조류를 기장 다시마와 연결된 지도와 함께 지역 사회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율리아 로만 & 김가영(Julia Lohmann & Kayoung Kim)의 <해조류 스튜디오>와 함께 샤일레쉬 비알(Shailesh BR), 왕덕경, 칼립소36°21(Calypso36°21)의 작품을 이 창고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샤일레쉬 비알, 사무드라 만탄_바다 휘젓기.jpg
좌)율리아 로만 & 김가영_독일 & 한국, 해초공예과 스튜디오 우)샤일레쉬 비알, 사무드라 만탄_바다 휘젓기

 

  

 

한편, 일광해수욕장 중앙에 자리한 2023바다미술제 실험실은 이번 2023바다미술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것으로 이곳에는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열린 공간으로 매니페스토를 포함한 많은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실험실 C, 초경계자 알고리즘.jpg
실험실 C, 초경계자 알고리즘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2023바다미술제는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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