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부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 최욱경 작가의 흑백 드로잉 작품 소개

국제갤러리 부산, 최욱경 개인전 《낯설은 얼굴들처럼》, 10월 22일(일)까지
기사입력 2023.09.07 14:40 조회수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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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최욱경 개인전

 

 

 

 

[서울문화인]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여성작가로 알려진 최욱경(1940-1985)의 개인전 낯설은 얼굴들처럼(A Stranger to Strangers)을 지난 825()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욱경 개인전은 이번이 국제갤러리와는 네 번째 전시이지만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최욱경은 대담한 필치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한국 추상회화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부산에서 선보이고 있는 전시에서는 미국 유학시절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며 개인 및 작가로서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흑백 드로잉 및 판화 29점과 크로키(인체 드로잉) 9점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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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최욱경 개인전

 

전시의 제목 낯설은 얼굴들처럼은 최욱경이 1972년 첫 번째 미국 체류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던 시기에 출간한 국문 시집의 제목을 차용하였다. 이 시집에는 유학 시절에 쓴 45편의 시와 함께 16점의 삽화로 구성되었다. 최욱경은 앞서 1965년에는 작은 돌들(Small Stones)이라는 영문 시집을 출간, 문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국문 시집 낯설은 얼굴들처럼(1972)은 작가가 뿌리를 흔드는 경험이라 표현했을 만큼 모든 것이 새로웠던 당시의 생경한 환경과 자극을 마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다져가던 과정을 가장 직접적인 텍스트와 이미지로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미술 교육자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그의 이 시집에서 차용된 만큼 전시에는 이 시집에 삽화로 소개되는 16점의 작품 중 습작 (習作), 실험 (實驗), I loved you once, Study I, Study II, experiment A6점이 이번 전시에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흑백의 종이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콜라주 작품들은 작가의 일상을 채우던 생각의 파편들이 담겨있어 마치 일기장 속 미완의 이야기들을 엿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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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최욱경 개인전 03.jpg

  

 

특히 최욱경의 콜라주 작품들은 현실과 이슈들을 즉각적으로 반영했다면, 드로잉 작품에는 종종 의식의 흐름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단어 또는 생각 등이 담긴 텍스트가 등장한다. Untitled(c. 1960s)에서는 최욱경 자신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인물 옆에 영문으로 “I DON’T KNOW WHAT YOUR DOING, BUT. I CAN’T HELP YOU BECAUSE I DON’T LIKE IT.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렇지만. 내 맘에 안 들기에 난 도와줄 수 없겠다.)”라 쓰인 문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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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경_Untitled (I dont know what your doing), 1960s [이미지제공=국제갤러리]

 

 

작품 속 텍스트는 작가가 직접 들은 말이든 생각의 단상을 적은 글이든 이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1969322일이라는 날짜가 명시된 Untitled작품 속 컴컴한 어둠에서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과 함께 “When the time comes will the sun rise / / will the time ever come to me? (때가 되면 해가 뜰까 / / 과연 내게 때가 오긴 할까라는 글귀는 암담한 당장의 현실 속에서 기대해보는 희망의 미래를 역시 꽤나 솔직한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Untitled (AM I AMERICAN)(c. 1960s)에서는 작가가 머나먼 땅에서 혼자 작업하고 생활하며 나는 미국인인가와 같은 생각의 파편이 담긴 작품 속에서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에 담긴 시 그래도 내일은(p.36)을 보면 작가는 그래도 내일은, 다시 솟는 해로 밝을 것입니다. 꽃피울 햇살로 빛날 것입니다.”라며, 무수히 괴롭고 외로운 나날들 속에서도 내일은 희망찰 것이라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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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경(1940-1985) 작가

 

 

최욱경은 1963년 서울대학교 회화과 졸업 이후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작가로서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1963년 미국 유학을 결심한다. 이후 크랜브룩 미술학교 서양화과, 브루클린 미술관 미술학교에서 수학하였고,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의 미술과 조교수로 일하였다.

 

유학 중 작가는 잉크, 연필, 차콜, 콩테,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탐구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 숱한 실험과 수행을 거쳐 자신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 대학원 과정에 진학한 후에는 그간 단순히 연습 과정이라 여겼던 드로잉 작업의 중요성을 인지해 다시 기본기에 충실하고자 방대한 양의 소묘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때 정말 많이 그렸다회고하던 작가는 “2년을 그렇게 그리고 나니까 졸업할 무렵엔 , 이것이 그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는 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마음을 굳힐 수가 있었다라 말한다. 끝없는 연습과 함께 회화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의 열의를 놓지 않았던 작가의 의지는 어쩌면 자신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매체로 찾아낸 시와 드로잉의 언어를 통해 가감 없이 발현시켰다.

 

1978년 귀국한 작가는 영남대학교 회화과 부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후학 양성 및 창작활동에 전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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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21년 최욱경의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되었었다. 당시 전시는 미국 유학 후 1970년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작품 창작과 강의를 병행했던 작가의 전방위적인 활동 이력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으로 진행되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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