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비만능주의를 비판하는 그래피티 작가 제우스의 국내 첫 개인전, <ROOM 711>展

ZEVS 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기사입력 2023.06.11 00:00 조회수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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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2016,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내 가장 높은 벽높이 8.3미터넓이 16미터의 달하는 거대한 벽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글로벌 상표와 이 로고가 흘러내리는 작품이 설치되었다. 이제는 순수 예술의 한 장르이자 팝아트를 이을 최고의 현대미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래피티가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이후 많은 그래피티 작가들이 한국을 찾아 개인전을 가지면서 국내에서도 제도권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전에서 서울서예박물관 한 벽면을 자신의 상징적인 리퀴데이션Liquidation(흘러내림) 작품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설치)을 선보였던 제우스(ZEVS)7년 만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제우스의 많은 작품에는 수많은 세계적인 브랜드 로고가 등장하여 상업적인 작가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제우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흘러내리는 표현은 산도 물도 세상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고 언제가는 변한다지금의 유명한 로고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란 것을 표현했다.” 그리고 로고는 자신이 프랑스인이라 프랑스 회사의 로고를 사용했다고 밝혔었다. 이처럼 그는 오늘날 세계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부와 사치, 권력의 상징인 로고와 전능한 브랜드를 공격하며 파괴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ZEVS 작가사진 Copyright ZEVS 01.jpg
ZEVS

 

 

제우스ZEVS(Aguirre Schwarz, b.1977)

파리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제우스(b.1977)는 부모님이 작업하셨던 50미터 높이의 커다란 콘크리트 스튜디오 옥상에서 바라본 파리 도시위의 풍경은 그를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1992년 초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기차역과 가까운 곳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하던 제우스는 예기치 못했던 기차 사고로 인하여 목숨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를 뻔했던 찰나의 순간 그는 그 순간의 기억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열차의 이름이었던 ZEVS를 본인의 활동명으로 칭하며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성립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Electric Shadow’부터 시작하여 그는 자신이 고안한 방식인 ‘Liquidation(흘러내림)’기법으로 ‘Visual Kidnapping’, ‘Visual Attack’등 본인만의 작품 활동에 특유한 프로젝트명을 붙이며 그래피티 씬에서 벗어나 현재는 Banksy(뱅크시), Space Invader(스페이스 인배이더), Shepard Fairey(셰퍼드 페어리) 등의 인물을 포함하는 포스트 그래피티 씬의 그룹에 속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제우스는 그래피티 씬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념적이고 현대적인 예술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프랑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인 에펠탑과 파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한 현존하는 유일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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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에 영감을 받은 작품

 

 

 

ZEVS, ROOM 711

수수께끼 같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711호실은 언뜻 호텔 객실 번호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것은 비밀 코드이다. 전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코드이자, 서양 미술사의 두 가지 주요 걸작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이 전시되어 매년 수백만 명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적인 공간인 살레 데 에타 전시실에 부여된,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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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도둑–루브르박물관의마법 Voleur d’Image -Magie du Louvre, 2022 /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박물관 중 하나이며 항상 예술가를 매료시킨 곳 중 하나인 이곳에서 2022년 7월 12일, 그의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이 예술가와 함께 파리 박물관의 가장 아름다운 방에 VIP 방문객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유명한 ‘711호실에 들어가면 익숙한 명화들이 자신이 고안한 방식대로 기업 로고와 함께 그 위로 황금색 물감은 작품 표면을 지나 액자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흘러내린 물감은 화면을 어느 정도 가리는 장막을 형성한다. 이는 사물을 가두는 감옥의 창살, 그어진 줄무늬, 숨거나 분리된 커튼 등 해석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뒤를 들여다보는 행위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관음증이 존재한다.

 

이런 주제는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예술기관과 돈이라는 주체의 관계가 항상 존재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제우스는 예술이 권력의 대상으로 도구화되고 명품 산업과 점점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을 비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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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파괴한 제우스의 작품은 오리지널 작품들과 판본들이 함께 제우스의 흘러내림을 통해 소비만능주의, 그리고 거장과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우리의 열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들어낸다. 밑에는 오리지널 작품들이, 위에는 표면을 흘러내리는 제우스의 흘러내리는 물감 방울들이 의미에 새로운 층을 더하고, 다른 작품들과 해석으로 연결시킨다.

 

고전 회화의 재사용과 재맥락화는 제우스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관행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미지 도둑이자 도상 파괴자라고 표현한다.

 

이 외에도 대기 오염, 오염된 물, 녹아버린 빙하 등 세상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volution 시리즈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1967년작 “The Bigger Splash 더 큰 풍덩과 클로드 모네의 수련연작에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작가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소비주의 사회를 고발할 뿐 아니라 지구의 자원을 남용한 데 있어 이류의 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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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Liquidation(흘러내림)’기법을 통해 탄생한 작품과 함께 2018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축제인 백야의 밤을 기념하여 그 해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에펠탑을 빛냈던 순간의 영상물, 그리고 2022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작품까지 제우스의 발자취를 느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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