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우리 밥상 위의 절대 강자와 슬픈 우리 바다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
기사입력 2023.06.07 11:37 조회수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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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수산물의 소비가 큰 나라로 수산물 수입에서도 세계 1위의 국가이다. 그럼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수산물 수입 1위의 국가가 되었고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산물을 먹는 한국인.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기, 명태, 멸치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이 기획전시실1에서 선보이고 있는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은 우리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해양물고기라 할 수 있는 조기·명태·멸치를 통해 이들 물고기가 지닌 문화적 의미와 함께 현재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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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운다고?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조기 우는 소리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조기를 좋아했다. 서유구徐有榘,1764~1845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상인의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로 사방에 실어 나른다. 소금에 절여 건어를 만들고, 소금에 담가 젓갈을 만든다. 나라 안에 흘러넘치는데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귀한 생선으로 여기니, 대개 물고기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맛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석수어(조기)’를 첫머리에 둔 것은 조선에서 조기를 중시했다는 방증이다. 자산어보에는 조기 떼를 만날 적이면 산더미처럼 잡을 수 있으나 전부를 배에 실을 수 없다.”라고 했다.

 

특히 조기와 민어는 운다고 한다. 이는 개구리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듣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바다 환경이 변해 조기가 서해로 북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맛과 모양새가 비슷한 물고기를 찾아서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가서 수입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어획량을 자랑했기에 사람들은 조기를 가리켜 전라도 명태라고 불렀다. 이번 전시장에서 조기 울음소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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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나라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새끼는 노가리, 갓 잡으면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 황태...’ 어획시기, 어획방법, 크기, 건조 정도 등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60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이름 많은 명태를 동해에서 본 지 오래전 일이며, 오늘날 우리의 수입 수산물 중 늘 1위를 차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한때 명태는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 물고기였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서 조선을 명태의 나라라고 할 정도였다. 이규경李圭景,1788~1856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명태는 추석부터 많이 잡혀서 그물질 한 번에 배가 가득 차 산더미처럼 쌓인다.”라고 했고,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원산은 사방으로 장사꾼이 모여드는 곳이다. 명태 운송은 동해 물길을 따르고, 말로 실어 나르는 길은 철령을 넘는데 밤낮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져 나라에 넘쳐난다.”라고 했다. 1917년에 명태 어획량은 우리나라 총어획량의 28.8%로 엄청나게 잡혔다.

 

일본인 식탁에 명란이 오르는 계기 또한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어류 가공 회사가 함경도에서 가공한 명란을 수입해 가면서 시작이 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가와하라 도시오川原俊夫, 1913~1980는 한국인들이 즐겨 먹던 명란젓을 자연스럽게 좋아했다. 일본이 패망하자 후쿠오카로 건너가서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된 명란젓을 팔아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보급됐다.

 

명란의 인기에 힘입어 명태라는 한국식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일본어 발음 멘타이새끼를 뜻하는 일본어 코()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가 멘타이코(明太子). 중국 밍타이위’, 러시아 민타이역시 명태를 자국어로 발음한 표기다. 한국어 명태가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퍼져나가 국제화된 이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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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멸치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 대한민국.

자산어보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도 만든다. 때로는 말려서 고기잡이의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거도에서 잡히는 멸치는 몸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겨울에도 잡힌다. 그러나 관동에서 잡히는 멸치보다 못하다. 살펴보니 요즘 멸치는 젓갈용으로도 쓰고, 말려서 각종 양념으로도 사용하는데 선물용으로는 천한 물고기다.”라고 기록돼 있다.

 

멸치는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되었으며, 바닷물고기 가운데에서도 우리네 밥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고기는 멸치라 한다. 멸치는 돔, 장어, 갈치, 고등어처럼 식탁 위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멸치의 힘은 젓갈, 액젓, 분말, 육수 형태로 다른 음식에 스며들어 맛을 내는 데에 있다.

 

더불어 K-푸드의 근간에는 멸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치를 먹어도 멸치를 섭취하고, 국을 먹어도 멸치를 먹는다. 멸치가 들어가지 않은 밥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처럼 멸치는 예나 지금이나 밥상 위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우리네 밥상을 좌지우지하는 숨은 주인공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맛의 지휘자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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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서 귀하게 쓰인 물고기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여항의 평민은 명태로 포를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고, 가난한 가계의 유생 또한 제물로 올릴 수 있으니, 흔한 것이면서 귀하게 쓰인다라고 했다. 명태와 조기는 흔해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제사상에 오르는 제물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이규경은 멸치에 대해 말하기를 그물을 한 번 치면 배에 가득 차는데 곧바로 말리지 않으면 썩어서 퇴비로 쓰고, 산 것은 탕을 끓이는데 기름기가 많아서 먹기 어렵다. 마른 것은 날마다 반찬으로 삼는데, 명태처럼 온 나라에 두루 넘친다라고 했다. 온 나라에 두루 넘쳐서 날마다 반찬으로 삼을 수 있는 물고기가 멸치였다. 결국 조기, 명태, 멸치는 흔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물고기였다.

 

조명치의 나라...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과거의 기록이 아니더라도 서해로 북상하는 조기 떼를 따라 수천 척 어선이 뒤따르고, 어선의 뒤를 또 수백 척의 상선이 줄짓던 이른바 파시波市’, 파도 위의 시장의 풍경은 중년 세대에게는 과거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명태는 동해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돌아올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동해에서 명태 어획량은 ‘0’이므로 100% 외국에서 들여온다. 2022년 수산물 총수입 1217,969톤 중에서 냉동 명태 수입이 336,287톤이다. 동해에서 단 한 마리의 명태도 잡히지 않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전히 우리는 조기, 명태, 멸치의 나라이다. 이들이 가득 차 있던 바다를 그리워하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밥상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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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이야기판 전시

이 전시는 조기, 명태, 멸치가 들어가 있는 우리의 밥상에서 시작해, 선원, 황태 덕장 사람들, 어시장 상인, 위판장 경매사와 중도매인, 시장 상인, 조리사 등 이들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정숙하고 우아한 전시가 아닌 생업현장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비린내 가득한 전시이다.

 

특히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국내에서 최초 공개되는 1940년대 촬영한 명태 관련 영상과 바다에서 들리는 조기의 울음소리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시로 꾸며, 삼면이 바다인 해양민족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전시는 815()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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