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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고대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후에도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과 연결되어 있다. 무덤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는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몸통이 비어있고 술과 같은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장송의례 때 사용한 제의용 그릇으로 보고 있다. 이때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안내하고 먼 길을 떠나 다음 세상으로 가는 길에 선물과 같은 동행이 되어주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상형토기는 어떤 형상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으로 주로 동물이나 사물의 모습이며 때때로 인물도 함께 표현되었다. 특이하게 상형토기는 대부분 영남 지역에서 출토되고 있어 신라·가야의 특색 있는 토기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의 세계를 조명하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특별전은 무덤 속 토우 장식의 인물과 동물들을 21세기에 OLED와 미디어로 다시 심폐 소생시켰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청자’나 ‘자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는 않지만 두 토기에는 당시 인물들과 생활의 모습은 물론 이들과 동물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고대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이 선보이는 전시에는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이었던 두 토기의 다채로운 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로 최근 발굴되어 2022년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의 상형토기 일괄품을 비롯하여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97점은 일제강점기 경주 황남동에서 수습된 것으로 토기 뚜껑 위에 하나의 장면으로 복원하여 최초 공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장식장 안에 단순히 유물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OLED와 미디어의 유기적 결합으로 토우에 장식된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연출로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이처럼 미디어와 잘 결합된 이번 전시는 고대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를 통해 한국 고대의 장송의례는 물론 신라와 가야 사람들이 어떤 복장과 도구로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또 동물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관찰하면서 그들의 세계관을 생각해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그간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는 독특한 외형 때문에 조형적 측면에서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로 형태를 넘어 제작 배경과 기능 등 그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보는 전시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내 1층 특별전시실에서 10월 9일(월)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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