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한국 1세대 화랑 동산방화랑 설립자 동산 박주환의 기증 한국화로 전시 꾸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동녘에서 거닐다》
기사입력 2023.05.23 00:00 조회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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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박주환 컬렉션, 장운상(1926-1982), 한일(閑日)(1972)을 소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윤소림 학예연구사.jpg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장운상(1926-1982), 한일(閑日)(1972)을 소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윤소림 학예연구사

 

    

 

 

 

[서울문화인] 2021년 대한민국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건희 회장 소장 예술작품 11,023건 약 2만3천여 점을 국공립박물관.미술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큰 이목을 끌었었다. 이 중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한 작품은 1,488점(1,226건)에 이른다.

 

당시 ‘이건희 컬렉션’으로 주목을 끌지 못하였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또 다른 소중한 기증이 이뤄졌었다. 바로 2021년~2022년, 2회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동산방화랑 설립자 고(故) 동산 박주환(1929-2020) 대표가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現 동산방화랑 대표)에 의해 한국화 209점이 기증되었다.

 

이로 인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동산 박주환 컬렉션’ 209점이 더해져 한국화 소장품 수는 1,388점에서 1,542점으로 증대되어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당시 기증 작품은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이다.

 

‘동산방화랑’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1961년 표구사로 시작, 1965년 전시장을 별도로 운영하다가 1974년에 이르러서야 화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면서 표구사에서 화랑의 기능을 하게 되었다. 동산방화랑은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서 신진 작가 발굴과 실험적인 전시 기획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는 조선시대, 근대 작품은 활발하게 거래되었으나, 서양화의 거래는 극히 미미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은 이를 기념하여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지난 5월 18일(목)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동녘’의 의미는 기증자의 호인 ‘동산(東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해가 떠오르는 이상향의 자연을 상징하며, 근대 이래 한국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의 세계와 비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작품 209점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이는 전시로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구성, 사진사이자 사군자 화가로서 한국 근대미술의 미적 가치를 탐구한 김규진(1868~1933)부터 현대인의 삶을 수묵으로 표출하는 유근택(1965~)에 이르기까지 작가 57인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한국미술의 시대적 변천과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한국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크게 네 개의 주제와 ‘생활과 그림’이라는 한 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었다.

 

1부 ‘신구화도(新舊畵道): 옛 그림을 연구하여 새 그림을 그리다’에서는 근대화단의 탄생과 전개의 일면과 서화(書畵)의 대중화를 표방했던 당시 화단의 시대적 흐름을 짚어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전시에는 근대적 미술 교육기관인 서화연구회를 발족하고(1915) 사군자화 그리기의 대중화에 힘썼던 해강(海岡) 김규진 <풍죽>, 1922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의 매화 고목을 담묵으로 묘사한 10폭 연폭 병풍 <월매>, 변관식(1899-1976), 1923년 작품으로 가을날의 암산과 물가의 쓸쓸한 풍경을 묘사한 산수화 <추경산수>,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1926) 출품작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적막한 초겨울 농가의 풍경을 표현한 청전(靑田) 이상범 <초동> 등을 비롯하여 김진우, 김은호, 이상범, 박승무, 이용우, 최우석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이상범(1897-1972), 초동(初冬)(1926)을 소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윤소림 학예연구사.jpg
동산 박주환 컬렉션, 이상범(1897-1972), 초동(初冬)(1926)을 소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윤소림 학예연구사

 

 

허백련(1891-1977), 월매(月梅).jpg
허백련(1891-1977), 월매(月梅).

 

 

 

2부 ‘한국 그림의 실경(實景)’에서는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이래 한국전쟁(1950~1953)을 거치는 시대적 격동 속에서 전통 화단의 계보를 잇고 한국 회화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노력했던 작가들을 조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앞선 세대의 화가들이 이루어 놓은 예술적 기반을 토대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룩한 손재형의 <석죽(石竹)>을 비롯하여 이번에 공개된 <송하인물(松下人物)>는 이상범, 김기창, 정종여 세 작가가 함께 그려낸 작품으로 소나무 아래에서 바위에 기대어 달을 감상하는 인물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종여(1914~1984)가 월북하기 1년 전인 1949년, 김기창(1914~2001), 이상범(1897~1972)과 합작(合作)하여 그린 작품으로 정종여는 소나무, 김기창은 인물, 이상범은 마지막에 그림과 부합하는 화제를 써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합작은 근대기에 이르러 서화가들의 창작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2 이상범(1897~1972), 김기창(1914~2001), 정종여(1914~1984), 송하인물(松下人物), 1949, 종이에 먹, 색, 46×156.5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jpg
이상범(1897~1972), 김기창(1914~2001), 정종여(1914~1984), 송하인물(松下人物), 1949, 종이에 먹, 색, 46×156.5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이 외에도 이응노, 허건, 배렴, 장우성, 김옥진 등의 산수화와 화훼화,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잇고 발전시킨 정은영, 유지원, 김흥종의 영모도, 화접도를 함께 조명하고 있다.

 

3부 ‘전통적 소재와 새로운 표현’에서는 전통 소재의 현대적 해석과 표현을 시도했던 장운상, 박노수, 서세옥, 송영방, 이규선과 현장 사생(寫生)을 토대로 실경산수화의 현대적 면모를 실험했던 오용길, 이열모, 이인실, 이영찬, 김동수, 송영방, 이종상, 임송희와 더불어 수묵의 가능성을 종이 위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송수남, 이철량, 하태진, 이종상 등 국내 미술대학에서 수학하고 1960년대 이후 전통회화기법에 과감한 조형실험을 시도하여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4 송수남(1938-2013), 자연과 도시, 1980년대 중후반, 종이에 먹, 색, 63.5×94.5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jpg
송수남(1938-2013), 자연과 도시, 1980년대 중후반, 종이에 먹, 색, 63.5×94.5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4부 ‘중도의 세계: 오늘의 표정’에서는 전통 수묵화 매체의 근간인 ‘지·필·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 세계를 펼친 작가들과, 한국화의 화법적 질서 또는 동양적 미감을 적용한 서양화와 판화 작품을 조명하고 있다. 4부에서는 강경구, 석철주, 김호득, 유근택의 작품에서 포착할 수 있는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이왈종, 임효, 류민자, 김영주, 신명범, 김근중의 작품에서 보이는 전통적 상징성과 조형성 그리고 장상의, 송수련, 박석호, 이항성, 석란희의 화면에서 구현된 자연에 대한 관조적 심상 등을 볼 수 있다.

 

 

2 이왈종(1945- ), 생활속에서 - 중도의 세계, 1990, 종이에 먹, 색, 114.5x150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jpg
이왈종(1945- ), 생활속에서 - 중도의 세계, 1990, 종이에 먹, 색, 114.5x150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마지막 ‘에필로그: 생활과 그림’에서는 그림을 통해 화가들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며 삶의 세계를 투영하는 모습을 조명, 어떤 공간이라도 산수화가 걸리면 그곳엔 하나의 자연이 펼쳐지고, 축수화(祝壽畵)나 길상도가 걸려 있으면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축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아울러 전시실 밖 회랑 공간에서는 동산방 표구(1961~)와 동산방화랑(1974~)이 걸어온 발자취를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조명k며, 아카이브에서 표구 디자인 개발 등으로 한국화가들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한 동산방 표구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개막에 앞서 간담회를 찾은 고(故) 동산 박주환의 아들이자 현 동산방화랑 대표 박우홍(72)은 “제 선친이신 동산 박주환은 미술계에 들어와 생계를 꾸리고 자식들을 교육시켰는데, 세상을 떠나며 한국 미술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다. 장남으로 늘 곁에서 지켜봤던 저는 그 바람을 새겨서 두 동생과 상의한 후 작품 기증을 결정했다.” 이어 “동산방화랑에서 심부름부터 군생활을 제외하고도 47년이나 함께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렇게 기념해서 전시를 가지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일제가 1922년부터 해마다 개최한 미술 공모전인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를 개최하면서 1부 동양화, 2부 서양화 및 조각 3부 서(書)로 구분하며 ‘서양화’와 대칭되는 개념으로 ‘동양화’라는 용어가 쓰였다. 하지만 1950년부터 ‘동양화’를 대신해 중국화와 일본화에 대응하기 위한 명칭으로 ‘한국화’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한국화’라는 용어는 1982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관의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월)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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