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캐릭터를 캔버스에 담아낸 작가 박민준

갤러리현대, 박민준 작가 개인전 《X》
기사입력 2022.12.23 18:11 조회수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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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준 작가, 신념의 탑(좌), 영원의 탑(우), 소년(아인)상(앞 좌, 우)

 

 

 

 

[서울문화인] 박민준 작가의 작품에는 고전적 아름다움과 초현실 미술이 중첩되어 최근 미술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작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서사를 고스란히 녹여내어 마치 고전 미술을 현대 미술로 재해석한 느낌을 동시에 감상하는 듯하다.

 

박민준 작가는 서구 신화 속 인물을 동양인의 모습으로 옮기고, 미술사의 고전이 된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걸작을 재해석, 전통적인 고전 회화가 전하는 보편적 서사와 재현의 마술적 효과를 동시대 회화 언어로 연구 및 계승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4년 만에 신작으로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X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X를 이해하려면 작가가 2010년대 중반에 집필한 소설 라포르 서커스두 개의 깃발을 이해하여야 한다.

 

첫 장편소설 라포르 서커스는 곡예사 라푸가 쌍둥이 형인 라포를 선망하며 수많은 좌절과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최고의 쇼를 선보이는 감동적인 성장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파란색 원숭이 제프, 복화술 하는 꺽다리 단장, 머리에서 나무가 자란 동물 조련사 엘레나, 단검의 달인인 아이카, 훈련사 바텀 등 매혹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서커스는 소설의 메인 시공간이자 삶이며 각자의 시선에서 축제이자 인생이라는 은유적 장치이며, 곧 캔버스로 가시화되는 회화적 무대로 설정되었다.

 

 

박민준 _ 라포르 서커스 국영문,  두 개의 깃발.jpg
박민준 _ 라포르 서커스 국영문, 두 개의 깃발

 

 

 

두 번째 소설 두 개의 깃발600여 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의 베일에 싸인 최후의 완성작 <신념의 탑><영원의 탑>의 행방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로 미술의 재현의 의미와 예술 창작의 본질을 성찰하는 감동적인 서사를 직조해내었다.

 

작가는 두 소설을 집필한 이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을 드로잉, 회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재현하는 실험을 지속 중이다. 2018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최한 동명의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에서 소설의 서커스 단원을 회화와 조각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게 재현하였다면 이번 X는 두 작품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2층 전시장에는 작가가 발표한 두 소설과 연계된 연작 <라포르 서커스><두 개의 깃발>의 세계가 중첩된다. 라포르 서커스단에서는 탈을 쓴 광대를 주인공으로 한 <곰탈의 귀를 잡고 있는 광대>, <이면공을 들고 있는 광대>, <화났거나 혹은 아니거나>을 통해 인간 삶의 희로애락과 양면성을 초상화 장르로 포착하였다면, <두 개의 깃발>에서 빈 캔버스로만 남아 실체를 확인할 수 없던 <신념의 탑><영원의 탑>은 대형 작품으로 현실화되어 등장한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전시장에 매달린 거대한 두 회화 작품과 그 앞의 계단식 좌대에 놓인 두 조각 작품 <소년(아인)>은 전시장을 성스러운 제단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관람객을 압도한다.

 

 

박민준, X-두 개의 깃발, 2022, 금박, 린넨에 유채, 112.5 x 162.jpg
박민준, X-두 개의 깃발, 2022, 금박, 린넨에 유채, 112.5 x 162.2 cm

 

 

[갤러리현대] 박민준 _ X _ 전시 전경 _ 2층 (1).jpg
박민준_ 신념의 탑(좌), 영원의 탑(우), 소년(아인)상(앞 좌, 우)

 

 

 

1층 전시장에는 2021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완성된 12점의 신작 <X> 시리즈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초현실적 분위기로 가득한 이 연작은 환상적인 픽션을 기반으로 완성된 여타 시리즈와 달리, 구체적인 서사에 제한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 속 떠오른 장면이나 그려보고 싶은 대상을 주제나 작품의 크기, 표현 기법을 규정하지 않고 드로잉처럼 자유롭게 캔버스에 옮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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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전시장 중앙에 놓인 조각 <엘카드몬>은 두 소설에 등장하는 목각인형이자 두 세계를 잇는 캐릭터로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에서 미켈란젤로의 드로잉 <피에타>의 구도에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에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미간을 찌푸린 모습으로 배치된 엘카드몬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실현시켰다.

 

1, 2층과 달리 조명이 어둡게 조성된 지하 전시장에는 <콤메디아 델라르테>라는 타이틀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의 선반에 놓인 리플렛을 손에 쥐고, 펜스가 쳐진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시장 중앙에는 개, 올빼미, 토끼, 고양이, 당나귀, , 원숭이, 다람쥐, 여우 등 9마리 동물(페페나파, 판탈로네, 카피타노, 브리겔라, 풀치넬라, 도토레, 스카라무슈, 콜롬비나, 알레치노)의 털 가면을 쓴 듯한 인물 초상화가 반원을 그리며 공중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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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동물 캐릭터는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8세기까지 전 유럽에 걸쳐 유행한 즉흥 가면극 콤메디아 델라르테의 캐릭터(인물)의 포즈와 복식을 참조, 작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동물로 생경하게 변주, 새로운 연작 콤메디아 델라르테의 캐릭터로 만들어 내었다.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거짓말, 수와 돈, 돈을 향한 욕망, 정의와 살인, 작품과 작가의 영혼, 돈과 우정, 영생과 죽음, 기억과 행복 혹은 불행, 사랑, 감각과 마음의 소리 등 과거뿐 아니라 동시대 삶에서 유의미한 가치와 덕목에 관한 주제를 강조한다.

 

특히 지하 전시장에 마치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고 무대에 첫인사를 올리러 온 배우처럼 작품을 배치해 놓아 마치 가상의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한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것은 전시 타이틀 ‘X’가 그의 작품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이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X는 로마자로 숫자 10을 의미하기도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을 기념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과거 연작과 새로운 연작이 컬래버레이션하듯 연결되어 다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작가의 상징 코드라 할 수 있다.

 

박민준 작가의 회화 및 조각, 드로잉 40여 점을 대거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 X202325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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