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산조 음악의 미학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춤사위로, 국립무용단 ‘산조’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 6월 24일(목)부터 6월 26일(토)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기사입력 2021.06.23 18:24 조회수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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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이 새로운 신작 산조624()부터 626()까지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4년 만에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대형 신작으로 안무는 국립무용단 수석단원을 거쳐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인 최진욱이 맡았으며, 연출과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은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정구호가 맡았다.

 

최진욱은 오랜 시간 체득한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조화를 이루는데 탁월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형식미와 즉흥성이 공존하는 산조 음악의 특징을 무용수의 움직임과 에너지로 그려냈다. 또한,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의 임진호가 협력 안무로 참여했다. 정구호는 ’(2012년 초연), ‘묵향’(2013년 초연), ‘향연’(2015년 초연) 등 국립무용단과 수차례 호흡을 맞추며 여백의 미를 살린 특유의 그림 같은 미장센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무대는 무대 위 지름 6m의 대형 바위를 중심으로 원형 LED 패널이 장단의 변화에 따라 감각적으로 변하며 산조의 미학을 구현했다. 정 연출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영하는 춤의 원형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이번 작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산조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사실 대부분 정확히 어떤 장르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산조(散調)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악독주양식으로 흩어질 산()’, ‘가락 조(調)’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흩어진 가락혹은 허튼 가락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장단과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선율을 만들며, 정통과 즉흥이 교차하는 특징 때문에 서양의 재즈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처럼 산조는 기본적인 장단과 조성을 전제로 연주자 개인의 개성을 담은 즉흥적 표현을 중시하는 음악으로 하나의 틀 안에서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형식미와 즉흥성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닌다. 다양한 장단 변화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고도의 기교와 연주자의 독창적인 표현을 모두 갖춰야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수련으로 경지에 이른 연주자가 펼치는 전통기악의 정수라고 일컬어진다.

 

국립무용단의 산조는 이러한 산조의 미학을 춤으로 확장한 작품으로 산조 음악이 지닌 흩어짐과 모임의 미학을 현대적인 춤과 무대 연출로 시각화했다.

 

작품은 총 39장으로, 1중용’(中庸), 2극단’(極端), 3중도’(中道)를 주제로 춤이 전개된다. 1막은 산조의 시작을 알리는 고수의 북장단으로 시작한다. 장단 구성은 단순하고, 선율은 담백하다. 여성 무용수의 정제된 움직임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추는 군무로 이어지며 평온에 대한 감각이 실타래처럼 풀려 나간다. 2막은 완전히 상반된 에너지를 보여준다. 불균형의 움직임과 음악의 불협화음으로 중용과 정반대인 극단의 형태를 만들게 된다. 무용수들은 모았다 흐트러트렸다 조였다 풀었다 하는 박자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데, 극단을 연결하는 시각적 요소로 가로 40cm부터 2m까지 다양한 길이의 막대가 소품으로 쓰인다. 무용수들은 긴 막대를 몸에서 떼지 않고 춤을 추며, 자신의 신체를 경계 삼아 전통과 현대, 안과 밖, 끝과 끝을 연결한다. 3막에 이르러 춤과 음악은 불협과 화음 속에서 또 다른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균형의 중용을 만들어 나간다. 정적인 움직임과 동적인 움직임이 조화롭게 합쳐져 종장(終章)은 새로운 균형의 미학으로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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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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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1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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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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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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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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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 3막

 

 

 

 

춤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1막은 정통 산조로 시작한다.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을 2회 수상한 황병준 프로듀서가 이선화(거문고), 김동원(장고)과 함께 거문고 산조를 녹음했다. 요요마 실크로드 앙상블 한국 대표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김동원이 연주하는 장고가 국립국악원 단원 이선화의 거문고를 만나 정제된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관객들은 친숙하면서도 생경한 산조의 음악을 듣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산조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 같지만, 황병준이 편집한 소리의 재구성을 통해 마치 여러 대의 거문고가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웅장함도 느껴진다.

 

2막과 3막은 작곡가 김재덕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산조를 일렉트로닉 선율에 담았다. 굿거리로 시작해 휘모리로 몰아치는 2막은 신디사이저와 장고를 주악기로 사용해서 긴박한 속도로 극단의 정서가 최고조에 이른다. 아쟁 산조 명인 김영길의 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3막은 서양의 볼레로가 연상될 정도로 힘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재덕은 굿거리장단의 변주에 허스키하면서도 긁는 듯한 목소리를 직접 얹어 굵은 선과 남성성을 표현했으며, 사운드 편집으로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사이에 고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김재덕은 “3막의 음악은 김영길 명인의 아쟁 산조를 듣고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장단에서 볼레로와 같은 폭발적 에너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본 공연에 앞서 선보인 공연에서 산조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간 장르 구분은 물론 무대도 동서양적 요소를 섞어 놓았지만 전체적으로 그동안 정구호 연출이 연출했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동양적 여백은 여전하다. 그리고 산조의 흩어짐과 모임의 춤사위와 더불어 다채로운 음악의 변주가 어우러져 절로 손장단을 치게 만들 정도로 휘몰아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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