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대구미술관, 거장에서 현대 팝아트까지 3색의 즐거운 미술관 나들이

기사입력 2019.07.24 02:31 조회수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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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최근 대구미술관(최은주 관장)이 미술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지만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선보인 거장에서부터 미술에서 남녀노소 가장 대중적이라 할 수 있는 국내 팝아트까지 3삼색의 전시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어느 때 보다 즐거운 미술관 나들이를 즐길 수 있어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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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아트 한 자리에 팝/콘展

 

먼저 1층에서 선보이는 국내외 현대미술의 주요 동향을 소개하는 전시로 팝아트의 본질적 측면인 시각적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국내 대표 아티스트 14명의 작가들을 선정하여 평면, 영상, 입체, 설치 등 총 6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팝/콘’은 팝아트의 ‘팝’과 다중적 의미를 함축하는 ‘콘’의 합성어를 의미하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이 전시는 팝아트가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개념인 ‘일상성’과 ‘동시대성’에 주목해 국내 팝아트가 일상과 더불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대중적 이미지의 반복과 차용, 상품·상표·로고·광고 등 소비자본주의 경향의 내용, 전통 소재의 현대화와 같이 팝아트의 기본적인 전략을 간직하면서 작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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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김기라, 김승현, 김영진, 김채연, 남진우, 노상호, 아트놈, 옥승철, 유의정, 이동기, 임지빈, 찰스장, 한상윤, 275c가 참여하였으며, 전시를 기획한 김나현 큐레이터, 유은경 큐레이터는 “순수미술과 상업미술 경계가 모호한 시대, 가볍고 친숙하게 묘사되지만 내재된 개념이 다채로운 팝아트 작품들을 통해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2층에는 대구작가 조명 시리즈 박종규, ~크루젠(~Kreuzen : 순항)과 함께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박생광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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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작가 조명 시리즈 박종규, ~크루젠(~Kreuzen : 순항) 개최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박종규(1966년~, 대구출생)는 국내는 물론 아트 바젤 홍콩(2017), 아모리쇼 뉴욕(2018) 등 많은 국제미술 행사에 참여하며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2009년부터 디지털 이미지의 기본단위인 픽셀에서 추출한 점과 선으로 ‘노이즈’를 구현하여 <Layers and Dimension> 등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다양한 층위의 관점과 차원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왔다. 2015년부터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 통일된 시리즈의 제목을 부여, 2015년 <Encoding(암호화하다)>, 2016년 <Maze of onlookers(미궁)>, 2017-2018년 <Embodiment(구현)>라는 하나로 연결되는 맥락의 시리즈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 <~Kreuzen(크루젠)>은, ‘순항하다’라는 뜻의 독일어로 이전 시리즈가 모색과 실현의 시기였다면 2019년 시리즈 <~Kreuzen>은 작가의 예술세계의 순항을 기원하며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보이는 자리이다.

 

‘노이즈’는 전자공학이나 기계제어 분야에서는 주로 기계의 동작을 방해하는 전기신호를 가리키고, 현대음악에서는 ‘배제된 것’ 또는 ‘제외된 것’으로, 때론 소음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작가에게 ‘노이즈’란 주류 사회나 예술에서 배제 또는 제외된 것들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를 구성요소로 화면에 나타내 옳고 그름, 흑과 백 등 이항 대립적인 틀의 해체를 시도하며, 본인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회화(20점), 설치(6점), 영상(3점) 등 총 29점의 신작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4전시실의 영상, 설치작업은 그간 선보여온 회화 이미지를 3차원의 형태로 구현하여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입구 전면을 가득매운 구멍과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움직이는 불빛들은 인식과 판단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체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강렬한 디지털 이미지 같기도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빛 같기도 하다. 잡을 수 없는 빛이 쏟아져 내리는 상황은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동시에 미지에 대한 불가사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회화의 공간적 구현은 시각 뿐 아니라 오감을 활용하여 몸으로 느껴지는 ‘노이즈’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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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한 이동민 학예연구사는 “회화와 미디어 영상작업을 넘나드는 박종규 작가의 작업은 우리를 감각적 혼란으로 이끌며 삶을 성찰하게 한다.”며 “이를 통해 의심하지 않았던 진실에 대해 한번쯤 더 반문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종규 작가는 ‘암호(Encoding)’, ‘미궁(Maze of onlookers)’, ‘구현(Embodiment)’ 등 2015년부터 전시 제목을 시리즈화 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 제목은 독일어로 ‘항해하다’는 뜻을 가진 ‘~크루젠(Kreuzen:순항)’으로 이전 시리즈가 모색과 실현의 시기였다면 2019년은 작가의 예술세계에 순항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전시 제목에 담았다고 한다. (전시는 9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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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주체성을 회화로 표현한”거장(巨匠) 박생광”

 

마지막으로 눈여겨 볼 전시 박생광 회고전은 대구미술관이 매년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을 재조명하는 전시로 2018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김환기 전시에 이어 진행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생광(1904-1985)의 1950년대 작업부터 작고하기 전의 작업까지를 총 162점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주목을 받는 것은 1985년 박생광 작가가 타계 후, 가지는 최대 규모의 전시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작가의 작품을 대규모로 만나볼 수 없었다는 점에 있다.

 

박생광은 진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진주농업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의 그림 실력을 눈여겨 본 일본인 선생님의 권유로 17세에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교토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여 동양화와 서양화 수업을 받았다. 당시 1930~1940년대에는 일본 화단의 전위적인 미술경향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해방을 앞둔 42세에 귀국하였으며, 해방 이후 한국 화단은 본능적으로 일본화풍을 거부하는 척색주의(斥色主義)의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1967년에 서울에 상경하기 전까지 진주 거주 시기동안 박생광은 다양한 모색을 시도한 흔적이 드문드문 나타나고 있으나, 일관성과 적극적인 모색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를 그의 방황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시기 그의 작업에서는 일본화풍의 작업, 추상적이며 실험적인 작업, 수묵위주의 작업 등 여러 화법이 혼재된 경향이 나타났고, 박생광은 서울로 상경한 후부터 한국 민속적 소재를 이용하며 화면의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박생광의 실험적 시도가 두드러지는 작업은 이번 전시의 확인할 수 있는 <이브2>나 <풍경>을 통해 알 수 있다. 작품들을 보면 금박을 사용하고 형상이 추상적으로 처리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기법적으로나 구도적으로 실험성을 추구한 대표적인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나비와 창>, <창> 과 같은 작품에는 한국 전통적 소재가 드러나며 다소 평면적이며 추상적으로 화면이 처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생광의 그림은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 자신의 화풍을 정립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다양한 기법이 혼재하던 그의 작업이 어느 정도 정리되게 된다. 1980년을 전후로 해서 민화,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전통적 이미지를 오방색을 사용한 강렬한 색채와 수묵, 채색을 혼합한 독창적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내며, 본격적으로 한국적 이미지가 그의 작품 소재의 전반을 이루게 된다. 이때부터 박생광은 본격적으로 한국 민족성에 관심을 가지며 그것을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박생광은 한국 민족성의 뿌리를 단군에서 찾았고 1980년대 작업에는 작품 제작연도를 단기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내고(乃古)’로 쓰던 호를 ‘그대로’로 바꿔 사용한 것도 박생광이 얼마나 민족성, 전통성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그는 토함산 해돋이, 탈, 단군, 십장생, 창, 불상, 목어, 부처, 단청, 부적, 무당, 무녀 등을 소재로 토속적, 불교적, 무속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그림을 그렸다.

 

1985년 박생광은 프랑스 ‘르 살롱전’의 특별전에 초대되어 피카소에 비견되며 국제적으로 큰 조명을 받았다. 당시 굿, 무당, 부적 등의 민족적 미감의 요소를 화면에 담은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한국 채색화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후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대표 작업인 무속 시리즈 중 13점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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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노년의 박생광은 우리 민족의 고통과 저항의식을 드러내고 민족의식을 심화하기 위하여 역사적 사건에 집중, 역사화 시리즈 작업에 돌입하였지만 안타깝게도 10점으로 계획되었던 역사화 시리즈는 <명성황후>, <전봉준>, <역사의 줄기> 3점에 그치며 1985년 7월, 후두암 병세가 악화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박생광이 1985년 후두암으로 타계하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노적도>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만나볼 수 있으며, 또한 평소 잘 공개되지 않았던 드로잉과 함께 생전 에피소드, 작품세계 등을 담은 미술계 인터뷰 영상도 상영을 통해 박생광의 작업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혜진 학예연구사는 “박생광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있어 의미 있게 재해석 되어야만 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과 모더니즘이라는 건널 수 없는 간극에 다리를 놓은 불세출의 작가였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박생광이 살아간 시간 속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

 

한편, 최근 대구미술관의 관장에 최은주 전 경기도미술관의 관장이 새롭게 부임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실장에 이어 경기도미술관장을 하면서 넓힌 안목을 어떻게 지방미술관에 녹여낼지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대구미술관의 전시 관람료는 성인은 1,000원, 어린이 청소년은 7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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