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이정진 : 에코 - 바람으로부터》전

한국 현대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혀 온 이정진의 개인전
기사입력 2018.03.15 22:26 조회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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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 수공 기법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11점 등 대표작 70여점 소개


-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 등 유럽 3개 미술관 전시에 이은 확장 전시


- 38()부터 71()까지 과천관에서 개최


 


 


[서울문화인]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한국 현대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이정진 : 에코 - 바람으로부터전을 과천관 제1전시실에서 오는 71()까지 선보인다.


 


이정진(1961- )은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였으나, 사진에 더욱 매력을 느껴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졸업 후 <뿌리깊은 나무>의 사진기자로 약 2년 반 동안 근무하였다. 작가는 예술적 매체로서의 사진에 대한 열정을 품고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이정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사진이라는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작업 방식 및 인화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 이 과정에서 한지를 발견하였다. 그는 전통 한지에 붓으로 직접 감광 유제를 바르고 그 위에 인화하는 수공적인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을 통해 매체와 이미지의 실험 및 물성과 질감을 탐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재현성과 기록성, 복제성과 같은 사진의 일반화된 특성에서 벗어나,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기금(FNAC)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에 소장되었으며, 2013년 동강사진상 수상을 비롯하여 2017년 국제 사진 아트페어인 파리 포토(Paris Photo)프리즘(Prismes)’섹션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2011년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프레데릭 브레너(Frédéric Brenner)가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 제프 월(Jeff Wall)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 12명을 초청하여 진행한 이스라엘 프로젝트에 유일한 동양인으로 참여하였으며 이를 통해 국제 사진계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스라엘 프로젝트 ‘This Place’2011'유태인의 삶'을 기록해 온 프랑스의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프레데릭 브레너가 기획한 국제 사진 프로젝트이다. 브레너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12명을 초청하여 이스라엘의 땅과 현실을 생생하게 담을 기회를 제공하였고, 각 작가들은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분쟁지역에서 발견되는 균열과 모순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기록했다.


 


프로젝트에는 컬러 사진의 거장인 미국의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 1947- ), 도시와 가족 초상화로 독일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토마스 슈트루스(Thomas Struth, 1954- ), 매그넘 소속이며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세프 쿠델카(Josef Koudelka, 1938- ), 일상에서 유머와 사회적인 시각을 포착해내는 슬로바키아의 마틴 콜러(Martin Kollar, 1971- ), 라이트 박스를 이용해 새로운 사진세계를 열어온 캐나다의 제프 월(Jeff Wall, 1946- ), 매그넘 작가로 냉전과 민족 간의 대립을 날카로운 눈으로 담아온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작가 질 페레스(Gilles Peress, 1946- ), 40여 년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쉼 없이 작업하는 미국 사진계의 노장 로잘린드 솔로몬(Rosalind Solomon, 1930- ) 등이 함께 하였으며, 이 프로젝트는 2014년 체코의 DOX 현대미술센터, 2015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미술관, 2016년 미국의 브루클린 미술관 등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대규모의 전시로 발표되었다


 


이번 전시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사진 전문 기관인 빈터투어 사진미술관(Fotomuseum Winterthur)과 공동으로 추진된 2016년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 2017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립미술관(Städtische Galerie Wolfsburg)과 스위스 르 로클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Le Locle)을 순회한 후,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더욱 확장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전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미국의 사막 III>(1993~94), <무제>(1997~99), <바람>(2004~07)시리즈의 일부 작품들과 작가가 한지에 인화하는 암실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도 함께 공개되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의 사막>(American Desert, 1990~95), <무제>(Untitled, 1997~99), <파고다>(Pagodas, 1998), <사물>(Thing, 2003~07), <길 위에서>(On Road, 2000~01), <바람>(Wind, 2004~07) 등 작가가 1990년과 2007년 사이 2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을 재조명하고 있다.


 


각 연작들은 사막의 소외된 풍경, 일렁이는 바다와 땅의 그림자, 석탑, 일상의 사물 등 작가의 감정이 투영된 대상과 이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다. 전시는 각각의 피사체가 지닌 원초적인 생명력과 추상성을 드러내며 화면 속 시적 울림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별도의 액자 없이 한지 프린트 원본 그대로를 볼 수 있게 설치되어, 아날로그 프린트 작품의 독특한 질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미국의 사막>(American Desert, 1990~95)은 이정진은 1990년대 초, 광활한 미대륙을 여행하며 마주한 원초적인 자연 풍경을 주제한 총 4개의 연작으로 사막, 바위, 덤불, 선인장 등 자연이 만들어낸 기이한 현상들과 비현실적인 공간에 감응하는 내면의 울림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장엄하고 숭고한 자연 풍경을 그대로 포착하기보다는 사막이라는 장소에서 발견되는 물리적인 특징과 형상들을 극적으로 확대하거나 제거해버리기도 하면서 사막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인상을 표현하였다. 작가의 이 같은 이미지에 대해 이정진의 스승이기도 한 거장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미국의 사막> 연작에 부치는 짧은 노트자연에 대한 두려움에서 인간이라는 야수가 배제된 풍경이라고 표현하며, “작가는 냉철한 눈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고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본다.”라고 묘사한 바 있다.


 



미국의 사막(American Desert, 1990~95)


 


<파고다>(Pagodas, 1998)8년간의 뉴욕 생활을 뒤로하고 1996년 서울로 돌아와 새로운 작업의 작품으로 <파고다>시리즈는 6개월에 걸쳐 한국에서 촬영한 다양한 석탑 사진 25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같은 이미지 두 장을 다른 각도에서 투영된 거울상처럼 위아래로 붙이고 탑 주변의 요소들을 남김없이 지운다. 역사적 오브제는 텅 빈 배경으로 인해 본래 속했던 맥락에서 독립되어 조형적 오브제로 변화하고, 작품이 자아내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고요한 분위기는 깨달음에 관련된 파고다의 종교적 상징성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파고다(Pagodas, 1998)시리즈


 


<바다>(Ocean, 1999)시리즈는 현실 재현과 기록으로서의 사진의 기능을 부정하고, 사진속의 대상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나아가 초현실적인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작업으로 작가는 한 눈에 들어오는 바닷가 풍경이 아닌 바다 그 자체가 갖는 물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사진에 담아냈다.


 


바다(Ocean, 1999)


 


<무제>연작은 작가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작업한 작품들로, 해변에 놓여 있는 나무 기둥, 바다와 부두, 물 한 가운데 떠 있는 섬 등 자연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모든 이미지를 세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한 화면 안에 담아냄으로써 이미지를 추상화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사물> 연작은 오래된 토기항아리, 녹슨 숟가락, 의자 등받이와 같이 일상적인 사물들을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 크고 흰 한지 위에 부유하는 듯 보이는 흑백의 이미지들은 익숙하게 여겼던 사물들을 낯설고 새롭게 보여준다.


 


무제(Untitled, 1997~99)


사물(Thing, 2003~07)


 


<바람>(Wind, 2004~07)시리즈는 작가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미국의 뉴멕시코 사막과 한국의 각지를 여행하며 포착한 풍경을 담고 있다. 작가는 숲이나 들판, 혹은 사람의 흔적이 남은 마을에서 그의 감정과 상상력을 흔들어 놓는 장면을 만나게 될 때 셔터를 누른다고 말한다.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지형학적이거나 사실적인 속성이 아닌, 풍경 속에 투영된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는 사색과 내면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바람(Wind, 2004~07)시리즈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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