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조선선비가 되어 서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경북 종가 명품 관광 이야기_2
기사입력 2009.07.23 11:45 조회수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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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묵계종택과 묵계서원, 만휴정을 둘러본 일행은 안동시 수상동에 위치한 민속주 ‘안동소주(http://www.andongsoju.com)박물관’과 ‘전통음식박물관’으로 길을 잡았다. 점심에 헛제사밥을 맛있게 먹었지만, 음복주가 빠져 허전하던 차에 술 만드는 과정도 구경하면서 한잔 시음할 수 있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갔다.


 


민속주 중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은 45도 순곡주인 안동소주는 원나라가 한반도 진출한 13세기에, 원의 일본 원정을 위한 병참기지가 안동에 설치된 시기부터 기원한다. 고려시대 권문세가들 사이에 안동소주가 유행하기 시작하였으며 민간요법으로 배앓이, 독충에 물린데 소주를 발라 치료하는 등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안동인들이 안동소주를 즐겨 마신 기록은 안동 출신의 대학자인 농암 이현보 선생이 중앙관직에 있을 때 동료들로 부터 '겉모습은 질그릇 병처럼 투박하지만 내면은 소주처럼 맑고 엄격하다는 뜻'의 소주도병(燒酒陶甁, 소주 담은 질그릇)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역사를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1962년 주세법이 개정되어 순곡주 생산이 금지되면서 오랜 동안 그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다가 지난 1983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전통주 복원 사업과 맞물려 안동지역의 여성운동가인 조옥화 여사의 노력으로 안동소주가 재현되어 1987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인정받는다.



 


특히, 조옥화 여사는 친정에서 배운 가양법과 시집에서 배운 제조법 가운데 장점만을 골라 전통적인 안동소주 양조비법으로 제조, 전승, 보존하고 있으며 많은 애주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안동소주박물관은 지난 1995년 설립되어 전통음식박물관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안동소주는 지난 1999년 안동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칠순 잔치 상에도 함께 올라 더욱 유명해진 술이기도 하다.


 


보통 술을 뜻하는 술 주(酒)자는 닭 유(酉)앞에 물 수(水)가 붙어 술을 물처럼 많이 마실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안동소주에 붙는 소주(燒酎)의 경우 닭 유(酉)뒤에 주(月+寸)가 붙어 닭 모이처럼 조금씩 맛과 향을 음미해가며 마시는 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공짜 시음 주를 연거푸 두 잔 마시고는 향에 취해버렸다.



 


박물관 내부는 안동소주를 만드는 과정인 생밀에 물을 넣어 혼합한 후, 누룩 틀에 넣어 형성하는 누룩 만들기, 쌀을 잘 씻어 물에 불린 후 시루에 찌는 고두밥찌기, 누룩과 고두밥, 물을 혼합 시킨 후 15일 정도 숙성시키는 전술 만들기, 발효된 전술을 솥에 넣고 증류하는 소주 내리기 등의 제조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모형을 만들어 전시되어 있었다. 술을 만드는 과정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아쉬웠지만, 모형과 함께 5분 내외로 제작된 홍보비디오를 통하여 영상으로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이해하기 편했다.



 


또한 안동소주박물관은 전통음식박물관과 함께하고 있어 안동지역의 전통음식 가운데 평생의례를 중심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엘리자베스 2세의 생일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무형문화재 전통식품 명인인 조옥화 여사가 직접 차린 생일상은 과히 일품이었다. 특히 떡으로 만든 나무 장식과 말린 오징어 장식은 절묘했다.


 


아울러 안동소주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과 소주 시음장은 안동소주를 만들며 맛보며 조선 양반문화의 풍취를 느낄 수 있어 행복감이 밀려왔다.


 


안동소주를 시음하고 필요한 사람들은 1~2병씩 구매하고서, 우리들은 남후면 광음리에 있는 고산서원(高山書院)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고가예술제’를 감상하고, 숙박을 한 이후, 아침 식사와 지역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과 함께 가훈쓰기 체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고산서원은 1789년(정조 13)에 목은 이색 선생의 15대손인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안동지역의 사림들이 건립했다. 서원은 선생이 학문과 후진 양성을 위하여 1768년(영조 44)에 창건한 고산정사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이상정(1710년~1781년)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퇴계 선생의 학맥을 이었다. 고향인 안동에서 후학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인록에 오른 제자가 273명에 이른다. 동생인 소산(小山) 이광정 선생도 학자로서 명망이 높았다.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고 그 이후에는 향사만 지내왔다. 1985년부터 유림의 공의로 아우인 이광정(李光靖)선생도 배향하고 있다. 암산유원지 뒤편에 있으며, 전체적으로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추었다.


 


1985년 경상북도기념물 제56호로 지정을 받았지만,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최근 안동지역의 문화단체인 ‘사단법인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http://www.moongasa.org)의 노력으로 각종 문화행사와 한옥숙박 체험 장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은 고산서원을 둘러보았다. 서원 앞의 소나무가 무척 좋았고, 앞의 시냇물도 너무 맑고 투명했다. 음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시내라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최상의 빙질을 유지하는 관계로 겨울이면 안동지역 최고의 야외 스케이트장이 되는 곳이라고 한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숙박을 하기에 방과 마루의 크기는 충분했지만, 화장실과 샤워장이 남녀 각각 한개 씩 뿐이라는 사실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대로 풍광도 좋고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관계라 숙박을 하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마당에 풀도 적당하게 정리되어 있어 잔디밭 위에 3~4채의 한옥이 올라선 것 같은 분위기다.


 


거기에 안동지역 최고의 요리연구가가 출장을 와서 저녁과 아침식사를 준비해준 덕분에 최상의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개다리소반에 1인식이 마련되는 안동전통한식을 맛보았다. 간고등어와 안동문어, 된장국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하며 고산서원에서 공부하던 옛 선비들의 품격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후식으로 나온 오미자차와 안동식혜도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원 마당에서 ‘고가예술제’가 열렸다. 한 시간 정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여름밤의 더위를 잊고 안동의 양반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대금, 해금, 고쟁, 시낭송, 전통춤, 지역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노래 공연으로 이어진 예술제는 낮선 곳에서 맛보는 꿀맛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술을 한잔씩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안동소주와 지역 특산주, 맥주 등이 준비되어 지역의 명품 안주와 함께 심신의 피로를 날리고 고향집에 돌아온 느낌으로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아, 마당에서의 공연은 좋았다. 공연을 마치고 모두들 샤워를 하고는 술을 한잔 더 하는 사람들과 취침을 하는 사람들로 나눠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나를 향해 공격해오는 모기들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모기장이나 선풍기 등이 배치되어 모기를 막고, 바람에 모기를 날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여름의 고가 체험은 더위와 모기가 나를 너무 반기기에 다시 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고산서원은 이제 고옥숙박체험을 시작하는 단계라 화장실, 세면장, 냉난방시설, 방충시설 등이 미흡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하지만 나는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깨어 모기로 고생한 생각은 전부 날려버리고,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서원 주변을 산책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했다.


 


[오마이뉴스_김수종]


 

[김수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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