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양반문화를 조롱하는 하회별신(河回別神)굿탈놀이

경북 종가 명품 관광 이야기_4
기사입력 2009.07.23 11:46 조회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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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하회별신(河回別神)굿탈놀이’ 이수자인 류필기 선생에게서 하회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탈춤 따라 배우기를 신나게 한 다음 점심을 하기 위해 안동 구시장으로 이동했다. 안동을 대표하는 요리 가운데 하나인 안동찜닭 집으로 갔다. 골목 입구에서부터 온갖 닭요리 전문집이 즐비했다.


 


안동찜닭은 대구찜닭과 함께 경상도를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안동찜닭은 조선시대 안동의 부촌인 안(內)동네에서 특별한 날 해먹던 닭찜을 바깥동네 사람들이 보고 안동네찜닭이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1980년대 안동 구시장 닭 골목에서 단골손님들의 요구대로 요리에 이런저런 재료들을 넣다 보니 찜닭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한 서양식 통닭의 확장에 위기를 느낀 안동 구시장 닭 골목의 상인들이 그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맛을 찾던 중 안동찜닭이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특히 안동찜닭은 고온에서 조리해 기름기가 적고 단백하며, 갖가지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양식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해 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성업 중이다. 닭의 단백질과 비타민, 다양한 채소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소가 어우러져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좋은 음식이다.


 


양도 무척 많고 맛있게 조리된 안동찜닭을 맥주와 함께 배불리 먹었다.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양파, 생강이 주는 강한 맛이 입안에서 놀았다. 표고버섯과 당근, 감자 등이 풍부했다. 내가 좋아하는 당면도 듬뿍 들어있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쉬웠던 점은 시금치나 오이 같은 야채가 좀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찜닭을 맛있게 먹은 일행은 잠시 구시장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나는 자판기 커피를 한잔 하면서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안동의 발전을 위해 교외에 넓은 주차장을 갖춘 안동 농,특산물을 전부 취급하는 대형시장이 만들어져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안동의 특산물을 전부 보고 느끼면서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시장을 둘러보고는 하회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낙동강 강가에 위치한 부용대(芙蓉臺)라는 바위언덕으로 이동했다. 부용대는 하회마을의 서북쪽 강 건너 광덕리 소나무 숲 옆에 있는 해발 64m의 절벽으로 정상에서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부용대라는 이름은 중국 고사에서 따온 것으로 부용은 연꽃을 뜻한다. 처음에는 북애(北厓)라 했는데 이는 하회의 ‘북쪽에 있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옥연정사와 겸암정사, 화천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하회마을의 양반들은 매년 음력 7월 초 중순에 부용대에서 강 건너 만송정 솔숲을 잇는 줄을 걸고 줄에 단 불꽃을 내리면서 노는 ‘선유줄불놀이’를 하면서 시회(詩會)을 열기도 하고 배를 타고 즐기면서 놀았다. 반면 서민들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하면서 양반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면서 마을의 안녕을 빌며 하루를 즐겼다.


 


부용대에 서니 하회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여름날이라 그런지 무척 더웠지만, 시야가 매우 좋았다. 산 아래 맨 좌측에 마을의 진산인 화산이 보이고, 마을 중간으로 시선을 돌리면 삼신당 고목, 북촌댁, 양진당, 영모각, 남촌댁 등이 보인다. 더 멀리 마을 외곽에 교회도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유교를 숭상하는 양반마을에 교회가 50여 년 전에 들어왔다고 하니 하회도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닌가 보다.


 


사실 원래의 계획은 부용대를 둘러보고서 옥연정사 방향으로 내려와 나룻배를 타고서 마을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장마철이라 물이 불어 배를 탈 수 없다고 하여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하회마을로 향했다.



 


5월부터 10월까지 마을 입구에 위치한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관’에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3시에 탈놀이 공연이 열린다고 하여 급히 이동한 것이다. 하회마을은 최근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해둔 상태라 일반 관광객의 경우에는 마을 입구의 관리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도는 셔틀버스를 타고 안내소 입구까지 이동하여 마을을 관광해야 한다.


 


통상 도보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를 돌아 나오거나, 나룻배를 타는 경우 반나절이면 마을 관광을 전부할 수 있다. 거기에 토, 일요일의 경우 탈놀이 공연을 보자면 1시간 정도가 더 추가 된다.


 


일요일 3시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자리를 잡았다. 크지 않은 공연장이었지만, 대략 500명 정도는 되어 보이는 관광객들이 입장을 했다. 공연비는 따로 받지는 않았지만, 주차비를 내고, 입장권을 사고, 셔틀버스 차비를 내고나니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갔다.


 


500명 정도 되어 보이는 관람객 가운데 외국인은 50명 정도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해 보인다. 내 옆에는 일행으로 동행했던 일본인 마츠모토씨가 앉았다.


 


1시간 가량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1928년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40여 년 동안 맥이 끊어졌던 하회별신굿탈놀이는 1970년 초반 안동 지역 문화인들의 노력으로 재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별히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 그런지 탈놀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공연자의 대부분은 50~70대의 중장년들이고, 그나마 젊은이들도 30대가 어린 축에 속하는 편이라 전수가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먼저 사물놀이 패들이 나와 신나게 풍악을 연주한 다음, 등장인물이 전부 나와 무대를 크게 한 바퀴 신명나게 돌고 퇴장한다. 이후 백정이 나와 인사말을 하고 나니 소가 한 마리 등장하여 무대를 감싼다. 이내 백정은 소와 짧은 대화를 주고받고는 도끼로 무자비하게 소를 잡아 소의 염통과 불알을 망태기에 담아 사람들에 판다.


 


인자한 웃음이 있는 얼굴과 소를 무자비하게 잡는 잔인한 모습이 같이 있는 백정의 얼굴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탈이다. 이중성이 있는 인간의 양면성을 백정으로부터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내 바람난 기생인 부네가 등장하여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길 가에 가랑이를 벌리고 오줌을 준다. 이를 지나가던 중이 한참을 보고 있다가 부네에게 추파를 던지고, 이내 중과 눈이 맞은 부네는 한바탕 춤과 정을 나눈다. 이를 발견한 하급관원 초랭이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라며 파계승과 부네의 연정을 비판한다.


 


초랭이의 말에 놀란 양반과 선비가 등장하여 서로의 가문과 학식, 재산 자랑을 늘어놓지만, 이내 등장한 백정의 소불알 사라는 말에 체면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자신의 양기를 보충하는 데만 혈안이 된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늘 점잖은 척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의 실속만 차리려고 하는 양반과 선비들의 모습을 비웃는 듯하다.


 


이에 초랭이는 바보 친구인 이매를 불러 세상을 조롱하면서 한바탕 춤을 추고, 온갖 말장난을 한다. 바보인 이매가 던지는 세상에 대한 조롱은 차라리 서글프기만 하다. 또한 16살에 결혼한 지 3일 만에 과부간 된 할미가 등장하여 세상의 고통과 한(恨)을 자신만의 넋두리로 풀면서 사람 사는 세상의 의미와 인생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이채롭다.


 


중간에 바보 이매가 관객들을 불러내 말을 시키기도 한다. 농담을 하면서 춤도 같이 춰 보자고 하니, 불려나간 외국인 3명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재미있어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하회마을 사람들은 몇 년에 한번 씩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하면서 양반문화를 조롱하면서도 자신의 어려움을 달래는 마음을 가졌을 것 같다.


 


내가 중간에 각시탈을 쓴 처녀에게 돈 1만원을 건네자 옆에 앉아 있던 일본인 마츠모토 씨가 “김상! 왜 돈을 건네는 거죠?” 라고 물었다. 나는 “하회마을의 진산인 화산의 신기를 받은 사람에게 돈을 건네는 것은 무당이나 부처님에게 공양을 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죠.”라며 웃으며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정말 이보다 재미있고 아름다운 공연은 이제까지 본적이 없다.’고 평하기도 하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공연이었다.’라고 말하는 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나도 너무 재미있게 공연을 보았다. 극이 끝나고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어서 한참을 서 있다가 공연자들이 퇴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공연은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보는 것으로 하고, 이제부터는 하회마을을 순례하는 것으로 하자.


 


[오마이뉴스_김수종]
[김수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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