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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공식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칸 현지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제작 : 모호필름 • 용필름 | 제공/배급 : CJ엔터테인먼트 | 감독 : 박찬욱]
<아가씨>는 14일(토) 오후 10시(현지시각) 칸 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회'와 같은 날 오전 8시 30분 진행된 기자 시사회 이후 두 번째 상영이자 일반인들에겐 처음 영화가 공개되는 자리를 가졌다.
공식 상영회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는 <아가씨>의 주역인 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이 참석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김민희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취재진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고, 김태리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청초한 매력을 뽐냈다. 박찬욱 감독과 하정우, 조진웅 역시 깔끔한 턱시도 차림으로 전 세계 미디어들의 뜨거운 관심에 미소로 화답했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3,0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 등 네 명의 주인공이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영화 상영 중간중간 때로는 탄성이, 때로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경쟁 부문 진출작 다운 팽팽한 긴장감이 145분 내내 극장 안을 지배했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서는 전원 기립박수가 시작되었고 이는 감독과 배우가 퇴장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주연 배우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벅차 오르는 감동을 나눴고 네 명의 주인공들 역시 관객들의 환호에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어서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베니스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앨레나 폴라끼(Elena Pollacchi)는 "이번 칸 영화제 초청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언론들도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은 꼭 베니스로 초청하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한 토론토 영화제 집행위원장 카메론 베일리(Cameron Bailey)는 "너무나도 인상적인 영화였다. 아직도 내 마음 속 울림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며 벅차 오르는 감정을 드러냈다.
전 세계에서 온 해외 바이어들 역시 호평 릴레이에 동참했다. 폴란드 구텍필름(Gutek Film) 관계자는 “<아가씨>는 환상적인 걸작이다. 모든 장면에서 만족을 느꼈고, 숨겨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서재로 상징된 문화는 여성의 감옥이고 남성이 만들어낸 지옥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독일 배급사 코흐미디어(Koch Media) 관계자는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순수한 영화적인 즐거움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영화에서 보이는 미장센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홍콩 배급사 EDKO 관계자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높고, 제작 과정의 세밀함도 엿보인다. 특히 김태리의 연기는 획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가씨>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놀랍기 때문에 외국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영화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박쥐>로 제6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각각 수상했다. 공식 상영회 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낸 <아가씨>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지 전 세계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가씨>는 6월 1일 국내 개봉한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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