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전 100편, 낭독으로 말한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기사입력 2014.12.03 17:27 조회수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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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EBS(사장 신용섭)가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 커뮤니케이션북스(대표 박영률)와 함께 한국 문학 100년을 재조명하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번 기획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100명이 한국 근현대문학의 주요한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독하는 프로젝트로 세 기관은 출판과 연극과 라디오의 ‘콜라보’를 통해 100여년에 걸친 한국 근현대문학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함께 읽고 귀로 즐기는 낭독이라는 새로운 독서 문화 확산에 앞장서기 위한 프로젝트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낭독 배우 섭외를, EBS는 콘텐츠 제작을,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작품 확보와 오디오북 유통을 맡았다.


 


낭독 작품은 한국 근현대문학 중단편소설 중에서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그리고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각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하며, 1차로 근대문학의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 중 50편을 선정하였으며, 2차는 한국전쟁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선정할 예정이라 한다.


 


이번 작가와 작품선정은 한국근현대작가 100선집에서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에서 작가들의 대표작품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작품과 낭독배우의 매칭은 배우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 출신지(사투리) 등을 고려해서 선정했다고 한다.


 


참여 배우는 박정자 이사장을 비롯해 우리 시대의 내로라하는 연극배우들을 망라한다. 남자 배우는 원로 이순재부터 신예 이희준까지 고루 참여한다. 스크린과 TV에서 한창 바쁜 황정민, 송일국, 안재욱, 오달수 등도 소설 한 편을 맡아 읽는다. 여자 배우로는 강부자, 손숙, 박해미, 오지혜, 예지원 등이 친숙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낭독은 작품 발표 당시의 문장과 어투를 가능한 그대로 살려 읽음으로써 원작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은 물론 100여 년 동안 우리의 말과 글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다고 한다.


 


낭독 작품은 내년 1월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104.5㎒)에서 방송되며, 이후 오디오북으로 50편은 내년 3월 경, 나머지 2차 50편은 내년 여름정도에 출시 공공 및 초중고 도서관에 유통하는 것은 물론 여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개인에게도 판매한다. 또한 새터민, 다문화 가정, 시각장애인학교 등에는 무료 배포한다고 한다.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 작품을 낭독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박정자 이사장은 "내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극복지재단 이사장이 아니더라도 참여했을 것이다.", "낭독은 눈으로 마음으로 읽고 머리로 파악하고 혀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집에서 연습을 많이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오디오북 낭독은 연극배우에게 새로운 무대, 새로운 기회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신용섭 EBS 사장은 “낭독으로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능력과 드라마 연기능력을 겸비해야 하는데, 이번 낭독 프로젝트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100명의 배우가 참가하니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이번 작업이 “근대를 통과하면서 잃어버린 우리 문학의 낭독성을 회복하는 것과 함께 스마트폰 세대에게 문학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2월 2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는 각 기관 대표와 배우 남명렬, 송일국, 예지원, 김호정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석만 교수가 참석했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작품의 낭독 시연과 함께 가수 마로니에의 축하 공연도 펼쳤다.


 


한편, EBS는 '책 읽는 사회를 만들자'라는 모토로 EBS 책 읽는 라디오를 통해 매일 16시간을 편성하고 있으며, 송파구와 책읽어주는 택시를 운용하고 있다.



 


EBS FM ‘책 읽어주는 라디오’
하루 16시간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감성 프로그램들과 책 낭독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라디오 채널. 강성연의 시콘서트(오전 9시 ~ 11시), 문지애의 책으로 행복한 12시(낮 12시 ~ 오후 2시), 홍대광의 음악이 흐르는 책방(오후 4시 ~ 6시),정동하의 책처럼 음악처럼(밤 9시 ~ 11시), 낭독A(오전 11시 ~ 12시), 낭독B(오후 2시 ~ 3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1차 50편 작품 설명 및 낭독자



※ 1차 50편은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에서 선정.
※ 북한 작가 작품은 발표연도 옆에 ‘(북)’이라고, 낭독자가 확정된 작품은 낭독 배우 이름을 덧붙임.
※ 작품 순서는 발표연도순.



나혜석, 경희, 1918 (낭독 윤석화)
당대 신여성의 대표주자로서 미술, 문학, 언론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던 나혜석의 소설. 작가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주인공 ‘경희’를 내세워 한국 사회 남성 중심의 봉건적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그에 저항하는 여성의 자각을 촉구한다. 가족, 결혼, 여성 문제뿐 아니라 1910년대 조선 사회가 도달한 현대적인 세계상의 핵심적인 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김동인, 배따라기, 1921 (낭독 정동환)
간결하고 현대적인 문장으로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양식 확립에 공헌한 김동인의 소설 중 형식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 오해가 빚어낸 형제간의 비극적 운명을 소재로 운명의 힘을 거역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한계와 그로부터 연유하는 삶의 원초적 비애를 그린다. ‘배따라기’란 ‘배떠나기’란 뜻의 사투리. 1921년 <창조>에 발표됐다.


 


현진건, 빈처, 1921
염상섭과 함께 한국 사실주의 소설의 개척자인 현진건의 초기 대표작 중 한 편. 1921년 <개벽> 1월호에 발표됐다. 작가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삼아 1920년대 지식인의 궁핍한 처지를 형상화한 자전적 소설이다. 이때 궁핍함은 경제적 궁핍, 그리고 자기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당대 지식인의 곤궁과 자기 소외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임노월, 악마의 사랑, 1924 (낭독 정보석)
생몰 연대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 임노월. 오스카 와일드의 탐미주의 예술관에 빠진 그가 1924년 <영대>에 발표한 소설이다. 지고지순한 아내와 팜 파탈 애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나’는 결국 아내까지 죽이게 된다. ‘연애를 연애’하는 낭만의 시대였던 1920년대의 퇴폐적 연애 서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김기진, 젊은 이상주의자의 사, 1925 (낭독 정진영)
박영희와 함께 카프 결성을 주도한 김기진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다. 1925년 6월과 7월 두 달에 걸쳐 <개벽>에 연재했다. 가난한 민중과 자신을 일체화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어 번민하는 스무네 살 지식인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의 과정을 일기 형식을 빌려 서술한다. 작가가 자신의 문학이론을 창작으로 실재화하여 보여준 작품이다.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1925
스물넷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나도향의 대표작. <여명> 1925년 7월호에 발표했다. 오생원댁 머슴 삼룡이는 상전의 학대를 앙갚음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의 몸을 던져 연모하던 주인아씨를 구하고 죽는다. 초기의 감상적 낭만주의를 극복하고, 진실한 애정과 그것이 주는 인간 구원의 의미를 보여준 작품으로 높게 평가받았다.


 


박영희, 사냥개, 1925 (낭독 명계남)
김기진과 함께 카프 결성을 주도한 박영희의 초기 소설. 1925년 <개벽> 4월호에 발표 당시 일제강점기 한국 사회주의 소설의 서막을 여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도둑을 지키기 위해 거금을 투자해 사냥개를 사들인 수전노가 오히려 그 사냥개에게 물려 죽고 만다는 우화적인 설정을 통해 자본의 횡포에 대해 ‘양심의 징벌’이라는 윤리적 단죄를 내리고 있다.


 


방인근, 자동차 운전수, 1925 (낭독 이한위)
<조선문단>을 창간해 카프에 맞섰던 작가의 초기 단편소설. 1925년 <조선문단> 9호에 발표했다. 자동차 운전수로서 첫 월급을 받은 주인공은 술을 마시고 양복을 사고 호기를 부리다가 결국 현실을 깨닫고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온다. ‘돈(자본)’과 ‘신분(계급)’에 휘둘리던 1920년대 식민지 경성의 한 단면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염상섭, 전화, 1925 (낭독 양희경)
한국 근대문학사의 대표적 리얼리즘 작가인 염상섭의 작품으로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됐다.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틀간의 작은 사건들을 통해 일제강점기 유한계급 가정의 속물성과 허위의식을 냉소적으로 묘사한다. 문체는 다소 신파적이면서도 풍자적이고 날렵하다. 잘 짜인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익상, 흙의 세례, 1925
카프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작가의 신경향파 소설. <개벽> 1925년 2월호에 발표했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낙향한 인텔리 부부가 처음으로 흙일을 하고 나누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1920년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자기반성과 올바른 처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전영택, 화수분, 1925
한국 최초의 순문학 잡지인 <창조> 창간 멤버로 참여했던 작가의 제2기 대표작. 그는 자연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품을 통해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는데, 1925년 <조선문단> 1월호에 발표한 이 작품도 그렇다. 행랑살이하며 가난하게 살다가 죽음에 이르는 ‘화수분’ 가족의 비극을 기독교적 낙관주의에 입각해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


 


김명순, 나는 사랑한다, 1926 (낭독 박정자)
1920년대 자유연애론과 여성해방의 아이콘이었던 작가의 페미니즘 소설. 자신의 실제 삶을 재료로 써나간, 소설로 쓴 자유연애론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다른 상대와 결혼한 두 사람이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한다. 작중 인물을 통한 “애정 없는 부부생활은 매음”이라는 작가의 발언은 당대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송영, 석공조합대표, 1927 (북) (낭독 송일국)
카프 서기국 책임자로서 조직 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송영의 초기 대표작. 1927년 <문예시대> 제2호에 발표했다. 노동자로 일한 적이 있는 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노동현실의 저열함과 폭력적인 고용주, 그리고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각오와 의기를 강조한 소설이다. 일제강점기 한국노동소설사 초기의 특징과 한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조명희, 낙동강, 1927
카프 계열 작가 조명희의 대표작으로 <조선지광> 1927년 7월호에 발표했다. 사회운동가 ‘박성운’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비극적인 죽음을 그리면서 일제강점기 계급운동의 전개 양상을 큰 스케일로 재현한다. 이전까지 자연발생적인 수준에 머물던 신경향파 문학을 목적의식적인 프로 문학으로 발전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최서해, 홍염, 1927 (낭독 강신일)
<조선문단> 1927년 1월호에 발표. ‘탈출기’와 더불어 간도 체험을 형상화한 작가의 대표작이자 1920년대 ‘빈궁문학’의 대표작이다. 서간도를 배경으로 중국인 지주에게 착취당하는 조선인 소작농의 울분과 저항을 그린다. 개인적 체험에 함몰되었던 기왕의 소설 작법을 갱신해 사회적 관찰과 분석으로 작품세계를 넓힘으로써 신경향파 소설의 최대치를 보인다.


 


엄흥섭, 흘러간 마을, 1930 (북)
1930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작가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다. 지주의 별장 앞 호수 때문에 홍수 피해를 입은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과 투쟁을 다뤘으되, 저항하는 농민들의 건강하고 낙관적인 집단 정서를 잘 표현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농민소설이 새로운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신애, 꺼래이, 1933 (낭독 손숙)
일제강점기 한국 민족이 겪는 가난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린 여성작가 백신애의 대표작. 1934년 1월 <신여성>에 발표됐다. 조국을 떠나 시베리아를 방황하는 ‘순이’ 일가가 겪는 고초를 통해 “이리에게 잡혀가는 목장 잃은 양떼와도 같이 헤매어 넘어온 국경의 길을 다시금 쫓겨 넘는 가엾은 흰 옷의 꺼래이 떼”를 형상화한다. ‘꺼래이’는 ‘고려인’의 러시아말.


 


이기영, 서화, 1933 (북)
카프 최고의 농민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던 이기영이 1933년 5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농민소설이다. 정월대보름 농촌을 붉게 물들이던 쥐불놀이마저 쇠퇴해버린 가난한 시골 농촌을 무대로 노름과 불륜이라는 일탈 사건을 통해 농촌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서 연원하는가를 보여준다. 제목 ‘서화(鼠火)’는 ‘쥐불놀이’란 뜻이다.


 


이태준, 달밤, 1933 (북)
한국단편소설 미학을 갱신한 대표적 단편작가인 이태준이 1933년 <중앙>에 발표한 작품. 작가의 인간학과 소설미학이 잘 드러난 단편으로 소품이지만 아름답다. 좀 모자라지만 순박한 신문배달원 ‘황수건’을 등장시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몰락해 가는 주변부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답게 포착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1934 (북)
‘구인회’ 2기 멤버로서 과격한 형식 실험을 통해 새로운 모더니즘 소설 형식을 탐구했던 박태원의 대표작.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됐다. 작중 주인공인 소설가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관찰한 여정을 작품화했다. 당대  식민지 경성의 빛과 어둠, 시민들의 피로와 우울을 지적으로 도해해 보여주고 있다.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1934
일제강점기의 불안한 사회를 배경으로 가진 자의 횡포와 지식인의 불우한 삶을 풍자한 소설들을 썼던 채만식의 대표작. 1934년 <신동아>에 발표했다. 실천적 사회주의자가 되려 했으나 현재는 방세를 걱정하는 무직 인텔리인 P의 이야기를 통해 ‘실없는 존재’로 전락한 식민지 지식인의 우울과 지식인의 몸값이 바닥을 친 시대의 우울,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룬다.


 


최인준, 암류, 1934 (북) (낭독 남명렬)
카프의 이념에 동조했던 동반자작가 최인준의 중편소설. 1934년 <신동아> 9월호에서 12월호까지 연재했다. 아들을 서울로 보내 공부시키려다가 재산을 탕진하고 파멸을 맞는 농촌 가족의 몰락 과정을 소재로 절망적인 당시 농촌 현실을 그리고 있다. ‘암류(暗流)’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저변의 흐름’으로 여기서는 ‘가난’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뜻한다.


 


계용묵, 백치 아다다, 1935 (낭독 강부자)
단편소설 속에 부조리한 억압이나 편견 때문에 고통 받으며 비극적 숙명을 감내하는 인물들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계용묵의 대표작. <조선문단> 1935년 9월호에 발표했다. 말을 못하는 ‘아다다’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원하는 소박한 마음과 돈으로 인한 인간의 타락을 둘러싼 인생의 비극을 그려냈다.


 


김유정, 봄봄, 1935 (낭독 이희준)
농촌을 배경으로 갖가지 비유와 풍부한 어휘로 해학과 골계미의 전통을 잇는 김유정의 대표작. 1930년대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데릴사위를 명분으로 새경 없이 일만 시키는 장인과 반발하면서 이용당하는 순박한 머슴 ‘나’의 갈등을 익살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자칫 계급적 갈등으로 흐를 수도 있을 농촌 노동의 문제를 한바탕 웃음 속에서 정감 있게 형상화한다.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1935 (낭독 이지혜)
<조광> 1935년 11월호에 발표된 주요섭의 후기 대표작. 작가의 작품 경향이 초기 빈궁문학의 색채를 벗어버리고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애와 격조 있는 이별과 슬픔을 여섯 살 난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아름다운 문체로 재현하고 있다.


 


강경애, 지하촌, 1936 (낭독 오지혜)
리얼리즘 정신으로 가난과 핍박 속에서 신음하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강경애의 대표작이다. 1936년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1930년대라는 엄혹한 창작 환경 속에서조차 빈민촌 거지 가족의 참담한 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동시대의 암울한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 비판적 리얼리즘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동리, 무녀도, 1936
운명과 실존에 대한 탐구라는 문학적 주제가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비극적 대립과 충돌이라는 외피를 토해 표출된 김동리의 대표작이다. <중앙> 1936년 5월호에 처음 발표했으나 1946년 단행본으로 묶을 때 작가 자신이 개작했다. 낭독은 1946년 판본으로 진행한다. 1936년 초판본보다 좀 더 세련된 비장미를 선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정한, 사하촌, 1936
김정한은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 단편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사하촌(寺下村)’은 절 아래쪽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절의 논을 맡아서 경작하는 소작인들이 살아가는 촌락이다. 사하촌 농민들이 때마침 들이닥친 가뭄과 지주의 경제적 착취 때문에 겪어내야 했던 가난과 고통, 모욕, 그리고 저항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박영준, 목화씨 뿌릴 때, 1936
1936년 <사해공론>에 발표. 작가의 처녀작인 ‘모범경작생’과 마찬가지로 1930년대 조선의 농촌을 배경으로 공동체가 붕괴해버린 농촌의 분열된 인간학을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주택 매매 분쟁을 둘러싼 익살극의 형태로 농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념성과 계몽성을 탈피한 농민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화성, 고향 없는 사람들, 1936
좌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농민, 노동자의 암울한 현실과 반항의식을 그렸던 작가가 1936년 1월 <신동아>에 발표한 작품이다. 홍수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고 식민지 당국의 종용에 따라 타지로 이민을 떠나야 했던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고를 그려 식민치하 농민의 경제적 궁핍과 물리적, 정신적 실향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상, 날개, 1936 (낭독 송승환)
초현실주의의 선구자, 심리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상의 대표작. 1936년 <조광>에 발표했다. 화류계 아내에게 기생하는 ‘나’의 분열된 자아를 통해 1930년대 놀랍게 발전한 식민지 수도 경성이 낳은 병리적 인간학과 그 속에 거주하는 지식인의 무기력함을 형상화한다. ‘날개’에 대한 소망은 새 삶에 대한 꿈과 현실의 비루함을 증언하는 절규이다.


 


이효석, 모밀꽃 필 무렵, 1936 (낭독 김명곤)
1936년 <조광>에 발표. 동반자 작가의 경향성을 탈피한 작가의 후기 대표작. 강원도 봉평에서 대하에 이르는 팔십리 길을 무대로 삼아 허 생원의 과거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의 본연적 사랑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밤길 묘사 부분은 소설이 시의 경지로 비상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허준, 탁류, 1936
1936년 6월 <조광>에 발표한 단편으로 작가의 소설 처녀작이다.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기모멸과 절망에 빠진 한 지식인의 정신세계를 묘사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허무주의는 일제의 파시즘 체제가 노골화되던 시기의 지식인을 엄습한 불안과 절망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탁류’라는 제목은 절친한 친구였던 시인 백석이 붙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항림, 마권, 1937 (북) (낭독 안재욱)
1937년 평양의 모더니스트 그룹 ‘단층’의 동인으로 활동한 작가의 초기 대표작. 방황하는 지식인과 현실에 안주하는 지식인을 등장시켜 1930년대 후반기를 경과하면서 한층 강화되는 일제 군국주의의 물결에 휩쓸린 조선 청년들의 기댈 곳 없는 정신적 방황과 일본발 파시즘의 죽음 충동에 굴복한 당대 지식인 사회의 나약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북명, 답싸리, 1937 (북)
이북명은 공장 노동자 출신 작가로 초기작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공장 노동자 생활을 주로 다뤘다. 이 작품은 1937년 1월 <조선문학> 속간본에 발표한 단편으로 초기 창작 경향에서 벗어나 거대공장 노동자의 시선에 들어온 도시빈민의 삶을 포착하고 있다. 도시빈민 호룡 영감과 백화점 주인의 삶을 대조적으로 묘사해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는 상황을 드러낸다.


 


정비석, 성황당, 1937 (낭독 예지원)
193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작가의 출세작이다. 깊은 산골의 새색시가 행세깨나 하는 두 남자에게 휘둘려 남편을 빼앗기고 마을을 떠날 번한 사건을 통해 전원에서 펼쳐지는 원색적 사랑싸움과 원초적 생명력을 그렸다. 암울한 현실과 지식인의 고뇌를 주로 다뤘던 당시 문단의 흐름과 스스로를 차별화시켜 건강한 원시주의를 내세워 호평을 받았다.


 


유진오, 창랑정기, 1938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단편으로 ‘창랑정’에 얽힌 유년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제재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근대화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상실한 옛것에 대한 향수와 회고는 현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1930년대 말 총동원 체제로  질주하던 파시즘 식민지에서 한때 작가가 취할 수 있었던 포즈의 일단을 보여준다.


 


현덕, 남생이, 1938 (북)
식민지 시기 대표적인 동화작가였던 현덕의 실질적인 등단작으로 1938년 <조선일보> 현상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인천 부둣가를 배경으로 병든 아버지와 들병이장수인 어머니, 소년 ‘노마’로 구성된 도시빈민 가정의 몰락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의 질곡 속에서 절망의 삶을 살아가는 민중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김사량, 빛 속에, 1939
‘光の中に’라는 제목으로 일본 문학지 <문예수도>에 1939년 10월 발표된 작가의 출세작. 1940년도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까지 올랐다. 내선일체 정책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마저 감추어야 했던 재일조선인의 처지를 소재로 급격하게 빛의 반대쪽인 암흑의 세계로 내쫓기던 민족의 비참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식민지 인텔리의 정신적 고민을 그렸다.


 


이광수, 무명, 1939
1939년 1월 <문장> 창간호에 발표. 이광수 자신의 감옥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작중 화자 ‘나’가 병감으로 이감되어 위조범, 방화범, 사기범, 공갈범 등을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담하게 기술한다. 식민화 30년 역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민족의 숙명을 깨달은 계몽 지식인의 쓸쓸하고 무기력한 내면을 불교적 세계에 기대어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무영, 제1과 제1장, 1939
1939년 10월 <인문평론> 창간호에 실린 작가의 자전적 귀농소설이다. 이 작품과 그 후속편 격인 ‘흙의 노예’(1940)는 이무영을 한국 농민문학의 선구자로 격상시켰다. 대학 출신의 인텔리 주인공 ‘수택’이 도회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촌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농촌 생활의 감각과 도덕이 지니는 긍정성을 설파한다.


 


최명익, 심문, 1939 (북) (낭독 박지일)
1939년 <문장>에 발표한 이 작품으로 작가는 이상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심리소설의 대표 작가로 성장했다. 아편중독자가 된 왕년의 사회주의자와 그의 애인으로 카바레 댄서 생활을 하다가 자살하는 왕년의 동경유학생 여성의 삶을 통해 날로 격화되는 일제 파시즘의 광기 아래 지식인 사회의 절망과 허무를 소설화했다. ‘심문(心紋)’은 ‘마음의 무늬’라는 뜻이다.


 


한설야, 이녕, 1939 (북)
카프 진영의 대표적 소설가였던 한설야가 <문장> 1939년 5월호에 발표한 작품. 중일전쟁 이후 군국주의로 치닫던 1930년대 후반, 문단 최대의 이슈였던 사상 전향 문제를 다룬 ‘전향소설’의 하나다. ‘이녕(泥濘)’은 ‘땅이 질어서 질퍽한 진창’이란 뜻으로 당시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현경준, 탁류, 1939
안수길, 강경애와 더불어 재만 조선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작품 세계의 주요 주제로 삼았던 지식인 사회운동가의 내면적 갈등과 저항 의지를 다룬 소설이다. ‘명식’이라는 출옥한 사회운동가의 주변 인물 이야기를 통해 전향기에 처한 지식인 운동가 세계 내부의 인간학을 폭로하는 한편 사회운동 실종의 위기에 직면한 당대 지식인 사회의 타개책을 모색한다.


 


김남천, 경영, 1940
역시 전향소설의 하나. 출소 전향자 ‘오시형’과 그 약혼녀 ‘최무경’, 그 약혼녀의 어머니 등 세 사람의 삶의 경영을 다룬다. 오시형은 대동아공영권의 이론적 바탕인 문화다원론을 받아들여 순순히 전향하는 반면 최무경과 그 어머니는 어려운 환경에도 흔들림 없이 자기 삶을 ‘경영’해나간다. 이론을 앞세워 자신의 변절을 합리화하려는 지식인 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박종화, 아랑의 정조, 1940
역사소설의 대가인 작가가 <문장> 1940년 12월호에 발표한 작품. <삼국유사>의 ‘도미설화’를 각색했다. 아랑의 아름다움을 탐한 개루왕의 계략으로 도미는 눈이 멀고 아랑은 정조를 시험당하나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행복을 되찾는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는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근영, 고향사람들, 1941 (북)
‘당산제(堂山祭)’(1939)와 함께 가난한 농촌 현실을 다루고 있는 이근영의 대표작이다. 1941년 <문장>에 발표. 파행적 근대화로 인한 생활 세계의 붕괴가 날품팔이와 인력거꾼 등 전근대적 직업인들이 몰락하는 세태 속에서 드러난다. 특히 일제 말기 총동원 시대를 맞아 직업 알선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조선인 강제동원의 실상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안회남, 불, 1946 (북)
해방 이듬해인 1946년 8월 조선문학가동맹 기관지 <문학> 창간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징용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징용에서 돌아온 두 사내의 만남을 통해 해방된 조국에서 새로운 삶의 자세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은 일제가 남기고 간 민족의 아픈 상처를 청산하고 해방 이후 새로운 나라 건설에 나선 지식인들의 열정과 계급적 각성을 상징한다.


 


지하련, 도정, 1946 (북)
1946년 8월 <문학> 창간호에 발표. 조선문학가동맹이 제정한 제1회 ‘조선문학상’ 후보작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감옥살이를 끝내고 해방 후 재건된 당의 부름을 받은 주인공 앞에 식민지 시절 기회주의자 기철이 당의 핵심간부로서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1947년 남편 임화와 함께 월북했다.


 


황순원, 목넘이 마을의 개, 1948
1948년 <개벽> 복간호에 실린 작품으로 광복 직후 쓰인 황순원의 대표작. 평안도 어느 목넘이 마을을 배경으로 홀로 마을로 흘러 들어와 동네 사람들의 박해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신둥이’라는 개에 얽힌 이야기다. ‘신둥이’가 보여준 불굴의 삶을 통해 생명에 대한 외경, 더 나아가 한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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