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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편지봉투에서 무엇을 꺼내더니 건넨다. 펼쳐보니 한지에 그려진 그림 한 점이다. 박영실 작가는 멀리 진도에서 홀몸으로 휠체어에 앉아 대중교통을 통해 서울로 올라왔다. 이 그림 한 점은 다니면서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보답을 위해 가방에 넣어다는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특별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특별전시의 주인공은 장애예술인 50명이 이들의 삶의 궤적과 영혼이 담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가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이하 장예총)와 함께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로 이번 특별전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50명의 작가의 59점의 작품과 함께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던 김현우 작가의 작품,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춘추관 전시장으로 잠시 옮겨와 총 60점을 선보인다.
선정된 작가는 발달·지체·청각 등의 장애는 있지만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장애예술인들이다. 또한, 서양화·한국화·문인화·서예·공예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최고령, 최연소 작가도 눈에 띈다. 최고령 작가는 올해 75세(1947년생) 방두영 작가이다. 방두영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중이염으로 청력을 상실(청각장애 2급)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그림으로 나타내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방두영 작가의 ‘불안한 도시-우리들은 어디로’ 작품은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모든 생명들의 탄생을 표현하고, 오늘의 거대 도시 속에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불안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정성원 작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최연소 작가(21세, 2001년생) 중 한 명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정성원 작가는 여우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여우작가로 알려지게 되었고 지금의 여우는 작가 자신이자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도 여우가 등장하는 풀사이드파티(Poolside Party)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앞서 한국화 한 점을 건넨 박영실 작가는 제23회, 제4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입선, 제6회 전국 장애인 종합예술제 대상(국회의장상) 등 수많은 공모전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방 작가는 27세 이전까지 누워서 생활 할 정도로 중증 장애인이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눈물나는 치료 덕분에 앉을 수 있었다는 작가는 그림은 30대 들어서 사군자 교본을 스승삼아 그림을 배우기 시작, 이제 그림은 삶의 활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40여년의 화력에도 개인전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한부열 작가의 작품은 작가만의 독특한 화법이 눈에 띈다. 자폐장애인인 그는 30Cm 자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을 좌측 상단에서 시작해서 우측 하단으로 선묘법으로 그려낸다. 그림은 굉장히 직선적이지만 그럼에도 작품에는 작가의 꾸밈없는 천진난만한 시선을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이 외에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고, 화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정은혜 작가도 드라마 속 ‘영희(정은혜 작가 본인)’와 ‘영옥(배우 한지민 씨)’의 친근한 모습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이며, 현재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최지현 작가는 첫돌의 모습의 ‘자화상’을 선보이며, 최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정희 자수작가는 8폭의 자수병풍 두 점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의 첫 번째 행사인 장애예술인 특별전에 참여하게 되어 뜻깊고 기쁘다.”는 소감도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춘추관은 1990년 완공 이후 기자브리핑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었으나, 본래 내방객들을 위한 영화 상영 등 다목적실도 갖춘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술관이나 전시장으로 활용될 경우 기존 내부의 변형에 대한 논란 때문인지 전시장은 춘추관 건물 내외부를 전혀 훼손하지 않고 전시장 내 가벽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춘추관 특별전시’는 오는 9월 19일(월)까지 열리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는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해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장애인 관람객의 전시장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화(070-7688-1690)로 관련 문의를 하거나 전시 관람을 사전 예약하면 된다.
또한, 전시에는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해서 점자 도록과 점자 안내서와 소리 전문 안내기(오디오 도슨트)가 지원되며, 청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해서는 수어 통역이 함께 제공된다. 점자 도록에는 작품에 대한 안내와 함께 그림의 선을 따서 요철로 표현함으로써 촉각을 통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전시 기간에는 전시해설봉사자(도슨트)가 매일 2회(오전 11시, 오후 3시)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해주고 주말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총 6회)도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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