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 ‘내방가사’을 소재로 한 최초의 전시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
기사입력 2022.01.19 17:03 조회수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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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한글이 대중화 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지식층의 사대부나 선비가 아니라 조선시대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여성이다. 조선시대의 학문과 문자교육은 한문·한자 일변도여서 사대주의 사상에 젖어 있던 대부분의 학자·문인들은 한글을 천대시 되었던 문자였지만 상대적으로 남존여비의 봉건사회에서 당시의 정통적인 문자교육이던 한문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던 여성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한글이다.

 

이처럼 당시 학자와 문인은 훈민정음(한글)을 천대했지만 사대부 집안의 부녀자들에게 두루 보급되면서 우리글의 발전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사대부들의 노래 중에 우리말 위주로 창작되는 가사 문학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되었고 여성의 섬세한 감성과 풍부한 예술성을 살린 시가(詩歌)가 속속 창작되었다. 이것이 바로 내방가사이다.

 

한글을 익히 부녀자들은 남존여비의 봉건사회에서 맺혔던 정한을 절절히 노래하게 되다보니 사대부의 가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바로 관념이 아니라 봉건적 인습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의 고민과 정서를 호소하는 실제의 생활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내방가사는 현대 우리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내방가사는 영·정조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져서 일제 강점기 시절과 해방 직후까지 약 6,000여 편의 내방가사가 창작되었다고 한다. 내방가사가 영남 지방에서 크게 발전하였는데 이는 영남 지방에 한글을 깨우치고 교양을 갖춘 부녀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내방가사의 주요 내용을 분류해 보면 부녀자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노래한 작품, 시집간 딸이 지켜야 할 내용을 노래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사친가, 자신의 환경을 탄식하는 여탄가, 여자탄식가등 봉건적 인습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의 고민과 정서를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내방가사라고 해서 현실이나 환경을 한탄하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전가향원행락가와 같이 때로는 여성들이 지닌 취미라든가 놀이도 노래로 지어 불렸고 당시의 문물이나 풍속도 소재로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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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꽃피운 여성의 문화 내방가사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창작계승되고 있는 여성 가사문학인 내방가사를 대상으로 한 기획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를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한글박물관이 그간 조선시대 여성의 문화를 다루는 전시에서 내방가사가 간헐적으로 선보였지만, 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사의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방가사는 가사문학 중에서 가장 늦게 학계의 주목을 받은 장르이다. 이번 전시에는 12편의 신자료를 대거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로는 내방가사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남성을 화자로 한 계녀가 <계녀통론>과 함께, 변형된 계녀가(시집가는 딸을 가르치는 노래)<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가 있으며 먼저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잊지 못할 내 딸이라> 등 문학성이 풍부한 가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현전하는 가장 긴 14m 길이의 내방가사 <헌수가>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뎬동어미화전가>는 화전놀이에서 뎬동어미를 비롯한 여성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연대감을 묘사한 내방가사의 백미로, 전시실에서 화사한 벽면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 편의 내방가사와 더불어,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총 172260점의 자료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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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벽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자손의 앞날을 축복함

 


3부로 구성된 전시장은 1내방 안에서’, 2세상 밖으로’, 3소망을 담아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어머니의 아들자랑,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시누이-올케의 갈등 등 다양한 내방가사를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에 직면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다. 남녀평등과 학교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 <위모사>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여성들의 역사교육 교과서였던 수종의 <한양가>를 볼 수 있다.

 

3부는 가족이 잘되길 기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내방가사 창작과 향유를 이어가는 내방가사 작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가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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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의 전승은 낭독과 필사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 여성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물로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한글을 활용하여 자신의 삶과 애환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런 내방가사의 기록유산적 가치에 주목하여 2019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협력 중에 있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410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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