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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공연이 시작되면 화살 맞은 광대가 객석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관객의 물건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또한,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 한바탕 눈싸움을 벌이는 장면, 순식간에 객석을 덮어버리는 커다란 거미줄을 같이 치기도 하고, 공연이 끝나면 광대들이 객석을 향해 초대형 풍선을 날리면 공연장은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이 말 그대로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된다.
지난 네 차례의 LG아트센터 공연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가 9년 만에 다시 한 번 폭풍 감동을 몰고 온다.
1993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스노우쇼>는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 수천만 관객의 마음을 홀린 작품으로, 올리비에 상, 골든마스크 상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권위 있는 연극상들을 모두 휩쓸고,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여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왔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언어도, 뛰어난 테크놀로지도 아닌 아날로그의 따뜻함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공연으로 공연을 보는 내내 벅찬 행복과 슬픔, 위로가 가득한 감동을 건네주는 작품이다.
<스노우쇼>는 이 시대 최고의 광대, 슬라바 폴루닌의 오랜 작업 아이디어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광대예술의 정수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는 막스 밀러, 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루소 등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뒤를 이어 21세기 광대 예술의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런던 타임즈는 슬라바 폴루닌을 가리켜 ‘이 시대 최고의 광대’라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은 ‘눈’이다. 공연장에 입장하자마자 객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객석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눈이다. 공연 중간에는 무대에 눈이 흩날리기도 하며,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엔딩 장면은 이 작품을 이미 보았던 관객이라도 다시금 공연장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명장면이다. 공연이 진행되는 약 3주 간 사용될 눈의 양은 1톤 트럭 한대에 가득 찰 정도의 분량이다.
<스노우쇼>는 짧은 순간이라도, 인생의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하고픈 관객들에게 아직 우리 인생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5월에 내리는 하얀 눈을 만나 보자!
<스노우쇼>는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에 앞서 대구 수성아트피아(4.29-5.2)와 부산 영화의전당(5.5-10)에 이어서 LG아트센터에서 오는 5월 14일(목)부터 30일(토)까지 공연 된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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