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그리스도교 도상를 만나다. <한국근대 성모성화展>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의 특별기획전
기사입력 2014.08.05 23:28 조회수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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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한국근대 성모성화展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그리고 ‘아시아 청년대회(Asia Youth Day 2014.8.13-17)’와 ‘시복식(2014.8.16 124위 시복식)’을 위해 방한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한 특별 기념전이다.


 




이번 전시는 장우성, 배운성, 김기창, 장발의 ‘성모성화’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말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근대화단을 대표하며 한국천주교회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당시 왜색(倭色)의 탈피와 한국적 정체성의 추구라는 시대적 요구에 ‘성모성화’라는 서구 그리스도교 도상(圖像)을 우리의 익숙한 문화로 번안하여 새로운 예술세계를 모색한 작품들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첫 세례자가 나온지 올해로 230년이 되었다. 이번에 전시는 ‘한국근대 성모성화’는 근대미술사에서 한국천주교회 성미술의 시작을 알리며, 종교 안에서 이루어진 동ㆍ서양 두 문화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테마이자 근대 성화가들이 시작한 토착화의 노력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안에서 계속 이어져 문화를 통한 복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한국의 성모자 (聖母子/ Korean Madonna and Child)
장우성,1949, 종이에 채색, 한벽원 미술관


 


장우성의 바티칸의 《국제성미술전》 출품을 제안 받고 그 작품을 제작하기 전 개인의 의뢰로 1949년 초여름에 첫 성모자화 <한국의 성모자화>를 제작하였다. 상지의 좌에 앉은 성모가 아기예수를 왕처럼 당당하게 안고 있는 ‘니코포이아(Nikopoia)’형식이다.
경복궁 내전에서 왕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성모를 축으로 근경과 원경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성모자를 기준으로 앞쪽은 그리스도의 영역이고, 뒤쪽은 속세의 영역이다. 그 사이에 휘장이 있는데 이는 분리의 의미와 함께 하늘로 들어가기 위한 문을 상징한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든 은총과 자비의 중재자로 제시되는 그리스도교 백성들의 어머니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와 속세의 영역사이에 성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늘의 문 상징인 휘장이 놓여있다.
장우성은 복식에 함축적 의미를 담아 종교적 도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성모를 옥색당의와 푸른색치마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예수를 향한 성모의 충실과 성실함, 옥색당의 위의 붉은색 옷고름은 아기예수의 죽음을 암시하는 비애를 상징하고 있다. 특히 성모는 천주의 모친으로서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조선 왕후의 복장을 하고 당당한 정면관을 하고 있다. 장우성은 이와 같은 대상설정과 여백 공간구성을 통해 한국적 미감을 드러내는 성모자화를 서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여인과 두 아이(Woman with Two children)
배운성, 1930년대, 판넬에 유채, 개인소장(전창곤)


 


<여인과 두 아이>는 한국의 전통가옥과 수목을 배경으로 흰색 한복을 입은 성모와 조바위를 쓰고 색동 한복을 입은 아기예수 그리고 옅은 하늘색 저고리와 흰 한복바지를 입은 세례자 요한이 등장한 작품이다. 흰 한복을 입은 성모마리아는 삼각형의 안정된 자세로 앉아 색동옷 입은 예수를 자애로운 눈길로 바라보며 살며시 안고 있다. 예수는 한 손에 고통의 상징인 장미가시관을 들고서 요한을 바라보고 있고, 성모 곁에 무릎을 끓고 있는 요한은 장차 예수가 짊어질 작은 십자가 나무를 예수에게 건네려는 듯한 자세로 있다. 그리고 성모 가까이에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희생될 예수와 요한을 상징하는 어린 양들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라파엘로의 성모자화를 연상케하는 작품이다.




아기예수의 탄생(聖誕/ The Birth of Jesus)
김기창, 1952-53, 비단에 채색, 서울미술관


 


<아기예수의 탄생>)은 그가 미리 그린 몇 장의 스케치를 보면 유럽성화에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목동이 몰려와 경배 드리는 것으로 그리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목동을 대신하여 한국의 전통 풍속에 맞추어 여인들이 분주하게 잔치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의 호방한 성격이 드러나는 힘 있는 필선과 화려한 채색, 그의 성실한 탐구력이 돋보이는 생생한 인물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구세주가 나신 경축의 밤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외양간에는 소, 나귀, 닭들의 가축들이 등장하는데, 동물화에 조예가 깊은 화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종교적 도상으로 소는 유대민족의 상징이고, 나귀는 이교인들의 상징으로 설명된다. 검정색 당나귀와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요한13,38)라고 베드로가 부인할 것을 예고하는 장면의 성서구절을 상기시키듯 세 마리 닭을 좌측으로 배치하고, 화면 우측에는 사회적으로 가장 가난한 자를 상징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대치시킨 김기창의 의도가 놀랍다. 화면의 중앙부를 중심으로 양쪽의 나무기둥을 배치하여 전체화면에 입체감을 주고, 이와 동시에 화면의 3분할 효과로 세 폭 제단화를 상기시키고 있다. 예수와 마리아에게 표현된 후광과 천정 중앙에 그려진 황금색 사각별은 어린 시절 운보가 많이 보았다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연상하게 하며 동방박사들이 따라온 별을 상징한다.


언뜻 보면 그냥 풍속화의 한 장면 같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풀어낸 아기예수 탄생은 김기창의 상상력과 탁월한 해석능력으로 조선 땅에 빛이 되어 오신 아기예수를 맞이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성탄카드 같다.




칠락(七樂)의 묵주기도 성모(The Seven Joys of the Virgin)
장발, 1963, 판넬에 유채, 작은 형제회
 
칠락의 묵주기도는 프란치스칸 고유의 묵주기도로 성모 마리아의 일곱 가지 기쁨을 되새기며 바치는 기도이다. 하늘에 올라 천상모후의 면류관을 쓴 성모 마리아를 가운데에 두고 <예수 잉태>, <엘리사벳 방문>, <출산>, <동방박사들의 방문>, <예수를 성전에서 찾으심>, <부활하신 예수를 만남> 등의 모습을 좌우 양측에서 시나리오 식으로 배열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아의 일대기를 한 화면에 압축하여 묵주기도를 통한 예수의 생애를 묵상하도록 이끄는 성화이다.
중앙에 배치된 성모는 부동의 자세와 절제된 표정, 특히 엄격한 정면관과 정확한 좌우대칭 비례 등 치밀한 계획 아래 ‘보이론 예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대관식을 마친 성모는 왕권을 상징하는 옥색 당의에 폭이 좁아진 푸른색 치마를 입고 화관 대신 보관을 쓰고 있다. 특히 보관과 당의 속의 후광을 두른 비둘기 그리고 푸른색 치마 위에 쓰여진 복(福)자는 천상적 왕후의 품위와 장식적 효과를 함께 주고 있다.
유럽의 <성모대관> 작품들 가운데는 주로 미카엘과 가브리엘 천사를 좌우에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에서는 비천상이 성모의 만돌라를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으로 있다.




부통신부의 아포성모자상


수녀가 그린 무궁화꽃 성모자화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의 특별기획전>


전시명: 교황 방한 및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근대 성모성화>
주요작가: 장우성, 배운성, 장발, 김기창 (총 20점과 보조자료 10점)
전시일시: 2014년 7월 22일 - 2014년 8월 22일 (관람시간: 오전 10:00 - 오후 5:00)
장소: 바오로 교육관 (명동대성당 성모동산 옆)
      서울시 중구 명동길 74-2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주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기획: 샬트르성 바오로수녀회 역사박물관(학예실장 이명희 안젤라수녀)
후원: 서울특별시
관람예약 및 문의: 02-3706-3255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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