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팔려간 조선시대 <곽분양행락도> 병풍, 다시 새 생명을 얻다.

국외소재문화유산,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 보존처리
기사입력 2024.03.11 00:00 조회수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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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그라시민족학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jpg
본존처리를 마친 독일 라이프치히그라시민족학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

 

 

 

[서울문화인] 2015년 미국 스펜서 미술관의 크리스 얼컴스 큐레이터가 미술관을 확장 수리하면서 수년간 닫혀 있던 수장고에서 한 낡고 부서진 병풍이 발견하였다. 언 듯 중국풍 그림이라 중국의 그림이라 오해할 수 있으나 이 병풍은 중국 당나라 무장이었던 곽자의의 생일잔치 장면을 그린 8폭의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로 조선 후기 궁중은 물론 민간에서 크게 유행하며, 많이 제작되었다.

 

이듬해 이 병풍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에 의해 보존처리 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후 2022년에는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80년 만에 보전처리를 위해 미술관 수장고를 나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원으로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가 10개월간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공개되었다.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박지선 교수.jpg
2022년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를 주도한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박지선 교수
  

 

 

 

 

그리고 311일 또 한 점의 해외소재 <곽분양행락도>가 보존처리를 마치고 공개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곽분양행락도>는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관장 레온틴 마이어 반 멘쉬, Léontine Meijer-van Mensch, 이하. 라이프치히박물관) 소장 유물로 202211월부터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보존처리가 진행되었다.

 

곽분양행락도는 중국 당나라 시대에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린 노년의 분양왕 곽자의(郭子儀, 697-781)가 호화로운 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팔순 연회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조선 후기 회화이다. 그는 무장으로서 성공했고, 무병장수를 누렸다. 또한 슬하의 88녀의 자손들도 번창하여 세속에서의 복을 마음껏 누린 인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조선 후기 사대부층과 왕실에서 부귀와 다복, 다산을 소망하며 소장하였다. 8폭 중, 4폭은 여성의 생활상이 2폭에는 남성과 상류사회의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는데 먼저 1-3폭에는 집안 풍경과 여인들,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4-6폭에는 잔치 장면, 7-8폭에는 연못과 누각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곽분양행락도는 이 외에도 4, 10, 12폭으로 제작된 병풍도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jpg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8폭 곽분양행락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10폭 병풍 01.jpg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10폭 병풍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12폭 병풍 01.jpg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12폭 병풍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곽분양행락도는 중국에서는 명대부터 유행하였다. 이는 최치원의 기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로 전해져 조선 후기에 이에 대한 기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처음에는 궁중에서 사용하다가 나중에 민간에서 길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는 그림으로 크게 유행하게 되었으며, 중국과 달리 곽분양(곽자의)가 충신 모습보다는 길상과 복락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많이 그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jpg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앞서 미국 스펜서 미술관 크리스 얼컴스 큐레이터에 따르면 곽분양행락도발견 당시 위에 집안의 어른을 위한 연회, 천 명의 후손이 함께함, 한국 화가가 제작함, 이런 작품은 주로 혼인 축하용으로 제작하여 선물하는 것이 관습이었음이라 적혀 있는 손글씨 메모를 확인하였다고 밝혔는데 이를 통해 혼례나 잔치 때 장식용으로 사용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병풍 상단 한국 유물이라는 Korea와 독일 미술상 쟁어(H. Sänger) 표식.jpg
병풍 상단 한국 유물이라는 Korea와 독일 미술상 쟁어(H. Sänger) 표식

 

 

라이프치히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1902년 독일의 미술상 쟁어(H. Sänger)로부터 소장기관이 구입하여 소장되었으며, 쟁어는 일본의 소장가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폭으로 제작되어 현존하는 병풍들과 대체로 구성과 배치가 유사하다. 하지만 박물관 측이 입수했을 당시에는 8폭 병풍의 형태였으나 나무틀이 뒤틀려 그림만 낱장으로 따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1면과 8면의 화면 일부가 잘려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라이프치히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는 지난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만큼이나 화면의 전체적인 구도, 제재를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 채색의 색감, 인물 묘법, 각종 장식적인 요소들의 표현 등을 보면 이 작품은 왕실에서 사용되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격식과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이는 왕실에서 사용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와 민간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의 격식이나 표현 방식이 확연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24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박지선 교수.jpg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

 

 

 

이번 보전처리를 주도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지난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의 보존 처리를 경험으로 새롭게 장황된 본래의 8폭 병풍의 모습을 찾게 되었다이날 박 교수에 따르면 비단 그림의 배접에는 닥나무 펄프를 사용한 한지 이외에도 대나무 펄프로 만들어진 배접지가 발견되었다고 전하는데 이는 중국에서 수입된 종이라고 한다.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 후(後) 사진 01.jpg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 보존처리 후 사진

 

 

증산현갑자식남정안甑山縣甲子式男正案, 1864, 고종1년.jpg
증산현갑자식남정안甑山縣甲子式男正案, 1864, 고종1년

 

시카고미술관 소장 <곽분양행락도>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비단의 그림 뒤에 덧댄 배접지에서 19세기 후반에 작성된 다양한 조선시대 행정문서들이 확인되었다. 그중 증산현갑자식남정안(甑山縣甲子式男正案)’(1864), ‘정묘사월군색소식(丁卯四月軍色消息)’(1867) 등 문서 일부가 확인되었다. ‘증산현갑자식남정안1864년 평안남도 증산현에 거주하는 남정들의 군역을 조사한 호구 단자로 품관, 성명, 나이, 출생년 등이 수록된 지방 공식문서에 해당하는 문서로 이를 통해 <곽분양행락도>의 제작시기가 1867년 이후라는 사실이 함께 확인되었다.

 

라이프치히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는 독일 현지 일반 공개 일정으로 인해 국내 일반 공개는 진행하지 않고 귀국길에 오른다.

 

한편, 현재 파악된 국내외 곽분양행락도는 총 47점으로 그중 국외소재 작품은 총 11점으로, 미국(8), 독일(2) 프랑스(1)에 각각 흩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 박물관.미술관 수장고에서 생명력을 잃어버린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지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241월 기준으로 세계 29개국에 246304점의 한국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은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의 온·오프라인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유통 동향을 파악하고, 환수가 필요한 중요 문화유산을 찾아내고 있다. 더불어 재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현재까지 13개국 147개처 99,508(2020년 기준)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국외소재한국문화재 국가별 현황.jpg

 

 

외국박물관 한국실.jpg

 

20227, 문화재청 통계 발표 기준으로 공공과 민간의 노력으로 12개국에서 총 10,855점이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왔다. 공공과 민간 영역의 환수 비율은 각각 92%8%로 주로 공공 영역에서 문화유산 환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환수도 중요하지만 해외 우리의 문화재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는 타 문화권은 물론 가까운 중국, 일본의 것에 비해 수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박물관 내에서 동아시아 지역으로 함께 묶이곤 하는 중국과 일본은 해외에서 자국 문화를 알리는 데 문화재 분야를 꾸준히 지원해 왔기에 문화재 수량과 관련 분야 연구 인력이 탄탄한 반면, 한국문화재는 수량 면에서도 전담 큐레이터, 한국문화재 보존가 등 관련 인력 면에서도 상당히 부족하여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문화재는 보존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런 이유로 깊은 수장고에서 보관된 채 선보일 날만을 기다리는 문화재들이 많다는 현실이다특히 유물 가운데서도 종이나 직물로 이루어진 문화재의 경우, 시간에 따른 변형이나 훼손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 내에 적합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본래 모습을 영원히 잃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해외기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앞서 중국, 일본의 것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이유로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외국에 소장된 유물을 반드시 환수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만은 아니다. 보존처리 사업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지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11일 라이프치히박물관의 <곽분양행락도> 보존 처리 공개현장에서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밝힌 것처럼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의 보존처리는 단순히 유물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단순 처리 지원을 넘어 연구자에게는 더 많은 연계 연구와 활용을 가능케 하고 국내외서 전시와 심포지엄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공유케 하여 우리의 문화재를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과 함께 2007년부터 해외 박물관, 미술관에 직접적인 보존처리(활용 및 홍보 포함) 지원하고 있으며, 또한, 국외소재문화재단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직접 복원처리를 진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첫 시행된 이 사업은 해마다 해외 한국문화재 보존·복원 지원을 공모·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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