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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대한제국기 외교를 위한 영빈관 덕수궁 돈덕전이 2017년 재건을 시작한지 5년만인 지난 해 11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22일 오전 11시, 돈덕전 현판 제막식이 진행되었다.
돈덕전은 1902년(광무 6년) 10월에 있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 때문에 지어졌다. 고종은 이 예식을 통해 근대 국가 대한제국의 위용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각국의 외교관들을 초청해 대규모 행사를 계획했다. 바로 그 행사의 연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돈덕전을 지은 것이다.
이후 대한제국기 외교를 위한 영빈관 및 알현관 등으로 사용되었고, 1907년에는 순종이 즉위한 역사적인 장소였으나 1920년대 들어서 일제에 의해 훼철, 1930년대에는 건물터가 아동유원지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1945년 이후에는 덕수궁관리소 등의 용도로 가건물이 지어졌다가 발굴조사와 복원 작업을 위해 철거하는 등 다양한 이력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 돈덕전은 1902년(광무 6년) 10월에 있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 때문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사의 진척 속도가 많이 더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옥헌이 불타자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02년(광무 6년) 5월경에야 다시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후 언제 완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황성신문》 1903년(광무 7년) 4월 6일 자 기사에 칭경예식 장소와 관련하여 돈덕전 언급이 있는 것을 보아 적어도 그 이전에 완공했고 이름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담으로, 1902년(광무 6년) 10월에 치루었어야 할 칭경예식 행사를 1903년(광무 7년) 4월까지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원래 계획한 날에 열지 못했다.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미뤘다가 결국 영원히 개최하지 못했다.
1904년(광무 8년) 4월에 일어난 경운궁 대화재 때 다른 주요 건물들은 불 타 사라졌지만 돈덕전은 무사했다. 이후 돈덕전은 황실과 정부에서 수옥헌과 함께 주로 사용하는 건물이 되었고 황제와 황태자가 각국의 공사와 사절들을 만나고 연회도 열었으며, 신하들을 접견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한 예로, 1906년(광무 10년)에는 황태자 이척(순종)과 황태자비 윤씨(순정효황후)의 가례 때 연회장으로 사용했다.
더불어 외국의 국빈급 귀빈들이 묵는 일종의 영빈관으로도 활용되었다. 궁궐에 외국인 숙소가 있는 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애당초 외국인과 교류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생각하면 크게 의아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1905년(광무 9년) 방한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와 일본 황족 후시미노미야 히로야스 왕 등이 여기서 머물렀다.1905년(광무 9년) 11월 을사조약 이후에는 일본 경관들이 머물며 경운궁을 감시하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덕수궁은 근대에 지은 황궁이니만큼 서양식 건물, 양관(洋館)이 여러 채 있었다. 돈덕전도 그 중 하나이다. 우크라이나 건축가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이번에 공개된 현판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구한말 원본 현판을 실측한 뒤 전통 안료를 사용해 만든 복제본으로 ‘돈덕(惇德)’ 뜻은 “덕(德) 있는 이를 도탑게(惇) 하여 어진 이를 믿는다”라는 《서경(書經)》의 〈순전(舜典)〉에서 유래했다. 당시 현판 글씨는 당나라 명필 구양순(歐陽詢)의 글자를 모아서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글이 현판의 왼쪽(구양순, 구양순인)에 적혀져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부터 일제에 의해 훼철되고 변형된 건축물을 재건·복원하여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덕수궁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돈덕전은 2017년에 발굴조사, 2018년에 설계를 마친 뒤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1월 준공했다. 발굴 당시 출토된 타일이나 벽돌 등의 유구와 고증 사진·문헌·기사자료 등을 면밀히 분석해 건물 원위치와 외형 등을 재건했다.
문화재청은 9월 정식 개관 전인 7월부터 돈덕전을 비추는 경관조명을 야간에 상시 점등하고, 그간 공사 가림막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주변 영역도 일부 공개하여 돈덕전 재건의 의미를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보다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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