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신진도 고가 벽지에서 19세기 중엽 수군진촌 한시 다수 발견

기사입력 2020.07.23 13:14 조회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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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지난 6월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조선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힌 수군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를 발견되었다. 이후 수거된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와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을 추가로 발견되었다.

 

태안 신진도 고가는 상량문에 적힌 도광(道光) 23’(청나라 도광제(道光帝) 선종의 연호)이라는 명문으로 1843년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고가에 거주했던 후손 최인복 씨의 증언에 의하면 가옥은 대청을 중심으로 자형 건물 배치이며 260평의 대지에 방 5, 6, 부엌 3, 소 외양간 1, () 우리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실측결과, 현재는 자형 구조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6칸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官家)의 건물로 추정된다.

 

 

신진도 고가.jpg
신진도 고가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한시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1843716일 태안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官家)로 사용될 집을 짓고 다음 해 안흥진 첨사(安興鎭 僉使) 조진달(趙鎭達)의 재임 기간인 1844년에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첨사(僉使)는 수군을 관리하고 통솔하던 종3품의 벼슬을 가진 관리이다.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 01.jpg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 (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문을 듣고 사방 현사들이 많이 되돌아왔다.

 

但知生業學不聞 생업에 종사할 뿐 배움은 듣지 못하여

此地年來曾未宴 이곳에 일년이 다가도록 잔치를 열지 못했네

一依海濱樂釣魚 그저 바다에 의지하여 낚시 즐기며 살아갈 제

此時江村無心讀 이때 강촌에서 무심히 책만 읽었네

 

文章多士盛大聞 문장에 능한 많은 선비들도 성대하단 소문이 듣고,

父母爲子賢士效 부모는 자식 위해 현사를 본받는다

千里逢迎雲如集 천리 길 만나 맞이함이 구름같이 모이니

華堂賓客上下列 화당의 빈객이 상하로 벌려있네

 

物物陳陳如此多 잔치에 물건들이 이와 같이 진진하게 많으니

四方士士爭相來 사방에서 선비들이 다투어 서로 오도다

堯舜日月近海島 바닷가 섬이 요순시대 같이 태평성대가 되니

自來遺風此時盛 예부터 내려오는 유풍이 지금까지도 성하구나

 

賢人飮酒頃盡醉 손님들이 술 마시고 문득 모두 취하니

夕陽在山鳴上下 새는 석양의 산 위 아래서 울도다.

滿坐杯盤是浪藉 만좌에 배반(술상)이 낭자하니

自古自來第一宴 예부터 내려온 최고의 잔치로세

 

靑春白髮上下坐 젊은이와 늙은이 상하로 늘어 앉아

或醉歌舞人盡醉 혹은 취하여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모두 다 취하였구나.

此宴難逢聖世華 이런 잔치 성세영화 아니면 만나기 어려워

夕陽歌唱各散歸 석양에 노래하며 흩어져 돌아가도다

 

또 다른 한시의 제목은 黃麥打麥羊 出家家(황맥타양출가가: 집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하여 거두어 가다)인데, 내용에는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밤 보리를 보내어 왔구나’(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라는 문장이 있어 이 가옥이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軍布, 군복무를 직접하지 않는 병역 의무자가 그 대가로 납부하던 삼베나 무명)나 곡식을 거두어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맥타양출가가 01.jpg
황맥타양출가가

 


黃麥打麥羊 出家家 (황맥타양 출가가)

찰보리를 타작하여 집집마다 나서다.

 

農家生業只在玆 농가의 생업은 오직 이와 같으니

前年南畝種黃麥 지난 가을 남쪽 밭에 찰보리를 심었네

天地寂寞蕭瑟際 천지가 적막하고 소슬한 때

山川搖落飄零邊 산천은 쓸쓸히 낙엽이 떨어지네

 

今年惟在兩月秋 금년도 두 달 후엔 곧 가을되니

來去中間同是事 오가는 중간에 이런 일이 매년 같다

布詔行令曾如此 포를 내라는 조칙이 이미 이와 같은데

忽然昨夜麥秋至 홀연 지난밤 보리가 왔구나

 

東君居位通四方 동군(봄의 신)은 계절을 넘나들고

赤帝忽然致人盛 적제(여름의 신)는 홀연히 사람에게 풍성한 먹을 것을 보낸다

昨時負來東家出 어제 보리 짐지고 동가를 출발하여

今日可麥羊 西舍應 오늘 찰보리가 서사에 도착하였구나

 

黃麥打麥羊 出家家 찰보리 찧어 집마다 나서니

山野黃金到處盡 산야엔 황금빛 보리밭이 도처에 다하네

陳平袖中四方金 진평(중국 한나라 책략가)의 수중엔 사방에서 금이 들어오고

遠近上下行處盡 원근과 상하 곡식이 가는 곳마다 다 사라진다

 

안흥진 수군의 중요 임무 중 하나였던 조운선의 안흥량 통과를 위한 호송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의 희생과 이를 비유한 한시도 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699-759)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려 능숙한 초서체(草書體)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 인간계화락 야정춘산공)라고 하여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人間桂花落 01.jpg
人間桂花落

 

 

鳥鳴澗 (조명간)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

 

人間桂花落 사람이 계수나무 꽃이 지듯 떨어지고

夜靜春山空 밤은 깊어 춘산도 조용하다.

(月出驚山鳥 (떠오른 달에 놀란 산새는

時鳴春澗中) 봄 시냇가에서 운다.)

 

왕유의 조명간

인한계화락(人閑桂花落, 사람은 한가하고 계수나무 꽃이 떨어진다),

야정춘산공(夜靜春山空, 밤은 깊은데 봄의 산도 적막하다)

 

 

실제로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중 뒤집혀 침몰하는 것이 10척 중 7~8척에 이르고, 1년에 침몰하는 것이 적어도 20척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바람을 만나 사고가 많으면 40~50척에 이른다’(1667년인 현종 8년 윤 4월조)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사고가 많은 해역의 특성으로 인하여 수군과 조운선을 관리하는 이 고가(古家)에서는 無量壽閣’(무량수각: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건물)’이라는 문구도 발견되었다.

 

 

조선 정조시기 안흥진지도 01.jpg
조선 정조시기 안흥진지도

 

 

신진도 지도 1915년 01.jpg
신진도 지도 1915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태안 신진도 수군진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문집과 문학작품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관련된 주요 문집으로는 김득신(金得臣, 1604-1684)백곡집, 栢谷集, 김규오(金奎五, 1729-1791)최와집, 最窩集,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은송당집, 恩誦堂集등이며, 수군진의 문학과 역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태안 신진도 고가 인근 초등학교 주변으로는 1970~80년대까지만 하여도 조선시대의 건물로 추정되는 전통 기와집이 다수 남아있었다고 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해당 지역이 수군진과 관계되는 관리와 수군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판단되어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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