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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지난 16일 ‘백자 달항아리’(白磁壺) 1점이 국외에 전시하기 위해 영구 반출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기는 역시 ‘고려청자’이다. 하지만 18세기 조선의 독특한 유산인 ‘달항아리’ 또한 동아시아에서 우리만의 특별한 조형미로 조선시대의 달항아리 중에서 7점의 달항아리가 국보(3점)와 보물(4점)로 지정되어 있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달항아리가 나라를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이라고 하기에는 소박한 느낌이 많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태토(胎土)로 흰빛의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흙의 순도도 높아야 하고, 굽는 온도 또한 굉장히 높아야 했다. 백자의 흰색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것이었기 때문에, 백자는 굉장히 귀한 물건으로 인정받았다.
더우기 큰 크기의 백자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모양으로 빚어도 흙의 무게 때문에 가마에만 들어가면 그 형태가 주저앉았기 때문에 도공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도자기의 상하 부분을 따로 만든 후, 두 부분을 이어 붙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 붙인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한 부분이 일그러지는데다가, 이어붙인 자국이 남아 완벽한 원형의 달항아리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달항아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는 보물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백자 달항아리를 사가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라는 찬사를 남겼고, 일본에서는 도둑이 달항아리를 훔쳐가려다 깨뜨리자 무려 4년에 걸쳐서 달항아리를 복원했던 일도 있었다. 세계적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 또한 달항아리 1점을 사가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미술 작가들에게도 달항아리는 작품의 소재로 많은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달항아리가 사랑받는 이유는 비록 한 쪽이 일그러졌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함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푸근함까지 품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난 16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영구 반출을 허가받은 ‘백자 달항아리’는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이 미술관 내 상설전시실에 전시하기 위해 국내에서 구매한 작품이다. 빅토리아국립미술관은 1861년에 설립되어 호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미술관으로, 현재 7만 여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미술관측은 ‘한국실’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 우리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책가도(冊架圖)’(19세기 말~20세기 초 제작)와 ‘연화도(蓮花圖)’(20세기 초 제작)를 구입해 문화재청 허가 후 영구반출을 한 바 있어 이번 반출이 두 번째다.
이번에 반출된 ‘백자 달항아리’(白磁壺)는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로 35cm, 높이 34cm의 크기로 기존에 국가지정문화재나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같은 유형의 문화재에 비해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으로 무늬가 없는 하얀 색에 둥그런 형태가 마치 달을 연상시킨다 하여 ‘달항아리’로 불린다.
이번에 반출이 허가 된 것은 18세기 조선 시대에 제작되었던 터라 국내에서는 아직도 상당수가 전해지고 있어 문화재청은 이번 ‘백자 달항아리’가 국외에 전시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활용될 때 그 가치가 더 커진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9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영구국외 반출을 이례적으로 허가하였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국외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목적으로 우리 문화재를 구매하거나 기증받기를 희망할 경우, 한국의 전통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따라 신중히 검토하여 영구 반출을 허가할 계획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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