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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극단 동양레퍼토리가 춘원 이광수 작가의 ‘무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연극 <무명>을 오는 3월 19일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선보인다.
극단 동양레퍼토리의 근래의 작품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은 주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당과 도쿠카와 이에야스의 담판을 그린 “두 영웅”을 비롯하여 실패한 근대사의 역사인 “반민특위”, 한국 최초의 희곡인 故조중환의 ‘병자삼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청문회 전야” 등을 선보여 관객과 극계의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연극 <무명>은 ‘우리 극 찾기’의 두 번째 작품으로 초기 한국문학을 대표한 작품이나 작가의 친일 행각에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여 관객에게 문제를 제기 하려고 기획된 작품이다.
연극 <무명>은 춘원 이광수가 친일의 길을 걷기 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룬 경험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는 안창호, 이광수, 주요한, 주요섭, 김동원 등에 의해 결성된 교육, 계몽, 사회운동 단체였으나 1937년 총 183명이 체포되어 강제 해산되었다. 이때 체포된 이광수는 자신이 겪은 감방의 비참한 생활과 그러한 환경에서도 갈등을 겪는 수감자의 모습을 보며 느낀 당시 조선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사상 갈등이 깊어져가는 요즈음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무명”은 형무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계몽운동을 하다가 독립운동으로 몰려 형무소에 들어온 진사윤은 그곳에서 사기꾼 “윤가”, 마름노릇을 하던 방화범 “민가”, 공갈범 “강가” 등을 만난다. 그곳에서 서로를 헐뜯고 진사윤에게 들어온 사식을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싸우고 이유 없이 서로 다투는 이들을 보면서 진사윤은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민족의 암담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느끼며 이들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연극 “두 영웅”, “청문회 전야” 등 굵직한 연극은 물론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는 김종구 배우가 ‘진사윤’ 역을 맡아 극 전반을 이끌어갈 예정이며, 극단 동양레퍼토리에서 다수의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 온 유정기, 문경민, 이상원, 민경록, 노석채 배우의 깊은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단 동양레퍼토리의 김성노 연출은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명”은 당시의 조선의 암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극한 상황에(감방) 처해진 인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친일 전의 민족을 생각했던 춘원 이광수를 그리기 보다는 뒤에 이야기 한 죽음을 앞에 두고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자 한다.”며 이번 연출의도를 밝혔다.
연극 <무명>은 3월 19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진행된다. (문의: 극단 동양레퍼토리 010.6344.4998) [이선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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