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인물화를 통해 돌아보는 한국 근현대미술사 100년

갤러리현대, 전
기사입력 2020.01.04 11:06 조회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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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빛낸 주요 작품들 한자리에 선보여

 

[서울문화인] 인물화는 다양한 인간상을 담아낸 역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작품에 재현된 인물의 얼굴, 의복과 생활양식 등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사회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물화는 미술사뿐만 아니라 역사적 기록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갤러리현대가 2020년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고 있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 한국 근현대인물화>전은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근현대 미술의 성장과 발자취를 인물화라 장르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명 해보는 전시라 하겠다.

 

갤러리현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유홍준(미술평론가, 명지대 석좌교수), 최열(미술평론가, 서울대학교 강사), 목수현(미술사학자, 서울대학교 강사), 조은정(미술사학자,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박명자(현대화랑 회장)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수 개월간 논의를 거쳐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돌아보고, 당대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자신만의 독창성을 화면에 담아낸 화가 54명의 71점을 최종 출품작으로 선정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 인물화의 지평이 생각 이상으로 넓고 다양하여 과연 우리 근현대미술 1백 년의 발자취와 성장을 상징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 유홍준(미술평론가)

 

“20세기 전반기는 인물을 보는 새로운 눈이 마련된 때였다. 화가들은 자화상을 통해 지식인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었다. 그들이 그려낸 인물들을 통해 시대의 희망과 현실의 제약 사이에서 유동하던 그들의 삶을 오늘 다시 본다.” - 목수현(미술사학자)

 

“전시 공간에 소환된 인물화는 냉혹한 미술사의 법칙에 따라 지금은 다소 그 이름이 흐려진 화가가 있을지라도, 당시는 이름마저 별처럼 황홀하게 빛나던 화가의 손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익명성으로 뒤범벅된 인물화를 통해 그 시대의 인물이었던 화가를 기억한다.” - 조은정(미술사학자)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 숨 쉬며 상처 나면 피가 흐르고 눈물짓는 사람, 기쁨에 웃음이 범벅되는 인간상이 미술사의 전면을 장식했다.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첫 사람, 스스로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하는 최초의 인간상이 바로 이 시대 이후에 등장한 것이다.” - 최열 (미술평론가)

 

전시의 1부(갤러리현대 본관, 현대화랑)에서는 1910년부터 195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 근대미술의 명작을 만나며, 2부(갤러리현대 신관)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작한 새로운 유형의 인물화를 선보인다. 1부의 작품들은 한국의 근대미술 도입과 그 전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미술사적으로 귀중한 작품들로 2부 작품들에는 해방 이후 펼쳐진 파란만장한 현대사와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한국미술의 ‘근대’를 연 얼굴들

1부는 한국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특별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에 소장된 근대미술의 걸작 6점, 즉 김관호의 누드화 <해질녘>과 고희동, 김관호, 이종우, 오지호, 김용준(졸업연도 순)의 자화상이 전시를 위해 서울 나들이를 나왔다. 이들이 일본에서 미술 유학생 신분으로 제작한 이 작품을 통해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달라진 인식과 사회적 맥락을 엿볼 수 있다. 김관호의 <해질녘>은 1916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그려졌고, 그해 10월 <제10회 문부성미술전람회>에 특선을 차지하여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평양의 능라도를 배경으로 목욕하는 두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한국인이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 최초의 누드화로, 인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한국에서 네 번째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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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동, 김관호, 이종우, 오지호, 김용준의 자화상도 도쿄예술대학의 졸업 작품으로 제출된 것으로, 근대적인 ‘미술가’로서의 자기인식과 화가의 정체성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1997년 <한국근대미술: 유화_근대를 보는 눈>전 이후 오지호, 김용준, 이종우의 자화상이 한국에서 함께 전시되는 건 22년 만이며, 갤러리에서는 처음이다.

 

그림과 현실 사이 - 국가와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다

이어 1930년대 제작된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명작’ 인물화로 이어진다. 1930년대에는 화가들이 인체를 탐구하는 수단으로서 제작한 누드화 못지않게 ‘조선적’인 특성을 지닌 인물화가 많이 그려졌다. 오지호의 <아내의 상>(1936)과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은 인물의 형태와 의상, 배경 등에서 조선적 ‘향토색’을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독일에 유학한 배운성이 그린 <가족도>(1930-35)는 낯선 타국에서 동양에서 온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사진과 같은 인물화에 담은 작품으로, 당대의 주거와 복식 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인정되어 등록문화재 제534호로 지정되었다. ‘해방 공간’에서 그려진 이쾌대의 <군상 Ⅲ>(1948)은 해방이라는 기쁨과 좌우 이데올로기 갈등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응노의 <거리풍경-양색시>(1946)와 <영차영차>(1954)는 수묵 채색화로 당대의 삶을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전쟁 이후의 삶을 그리다

6·25 전쟁 이후 제작된 인물화에는 생과 사를 오가며 마주한 실존의 문제, 폐허에서도 삶을 꾸려가는 치열한 풍경이 포착된다. 소달구지에 가족을 싣고 구름을 가르며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1954), 전쟁이 지난 자리에서 마주한 아기를 업은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을 그 특유의 기법으로 그린 박수근의 <길가에서>(1954), 삼단 같은 머리에 상반신을 노출한 여인이 해바라기를 손에 든 권옥연의 <폐허에서>(1951)에는 생을 이어가려는 강렬한 의지와 희망이 스며 있다. 또한 전쟁 이후의 인물화에는 당시의 집단적 이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민족의 표상으로서 흰옷을 입고 있거나 도자기나 바구니를 든 인물들이 화가들의 시선과 화폭에 주로 담긴 것. 김환기의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1956), 박항섭의 <가을>(1959), 김인승의 <도기를 다루는 소녀>(1955), 심형구의 <여인>(1959), 김기창의 <보리타작>(1956), 김흥수의 <길동무>(1957), 최영림의 <동심춘심>(1970), 박생광의 <여인과 민속>(1981) 등에서 작품 속 ‘인물’은 전통과 민족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지닌 원시적 생명체이자 이상적 대상으로 등장한다.

 

시대의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작가들은 달라진 현식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형의 인물화를 제작했다. 이 작품들에는 불의와 억압에 저항하는 강한 인물상이 주로 등장한다. 이 시기 인물화를 통해 한국 미술사 속의 ‘인물’ 그리고 ‘사람’은 근엄한 초상, 어여쁜 좌상, 요염한 나체의 모습, 순박한 서민에서 벗어나, 마침내 숨 쉬고 일하며 땀 흘리고, 때로는 고함을 치며 피도 흘리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이만익의 <정읍사>(1976), 오윤의 <애비>(1981)와 <할머니>(1983)와 <비천>(1985), 박생광의 <여인과 민속>(1981), 손상기의 <공작도시-취녀>(1982), 임옥상의 <보리밭>(1983), 김정헌의 <딸-혜림>(1984), 황재형의 <광부>(1980년대), 강연균의 <시장 사람들>(1989), 노원희의 <어머니>(1990), 강요배의 <흙가슴>(1990), 최민화의 <식사>(1992), 김원숙의 <사랑의 춤>(2002), 정종미의 <보자기 부인>(2008), 신학철의 <이랴! 어서가자>(2016)와 <지게꾼>(2012), 이종구의 <아버지와 소>(2012) 등을 통해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화가의 자서전

이번 전시에는 화가의 자화상도 대거 소개되고 있다. 그 자화상에는 화가의 생애와 내밀한 감정이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장욱진의 둥근 나무 아래 그늘에 두 팔을 괴고 누운 <수하>(1954)와 하얀색 반바지 차림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는 <모기장>(1956), 천경자의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이 등장하는 <목화밭에서>(1954)와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옆 모습을 그린 <탱고가 흐르는 황혼>(1978), 마치 거울에 새겨진 것처럼 거울테에 세밀하게 그린 김홍주의 <무제(자화상)>(1979), 이숙자의 거친 보리밭에 앉은 누드의 여성의 그린 <보리밭 누드>(1997), 황영성의 집안에 소와 닭과 함께 있는 자신과 가족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형상화한 <겨울 가족>(1985), 김명희의 폐교에서 발견한 칠판에 김치를 담그는 여성을 그린 <김치 담그는 날>(2000) 등은 작가의 자화상이자 시대의 초상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에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애환, 따뜻한 내면과 한민족의 정서, 가족과 친구를 향한 사랑과 정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더불어 일제강점기, 6·25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운동 등의 역사적 아픔과 격변한 시대의 풍경이 포개져 있다. 그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은 “갤러리현대의 개관 5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이번 전시가 한국 구상회화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한국 근현대미술의 중요성과 독창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1일까지 진행되며, 매일 오후 3시에는 전시 설명이 진행된다. 아울러 지난 12월 20일(금) 유홍준 교수의 특별 강연에 이어 1월 10일(금) 목수현, 1월 31일(금) 조은정, 2월 14일(금) 최열의 강연이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관람료: 일반 5,000원|학생 3000원)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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