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역과 다시마 채취선인 ‘떼배와 이소부네’를 비롯해, ‘청새치 작살 어구’ 등의 국가 및 지방 지정문화재 12점을 포함한 450여 점의 한일 자료와 영상, 사진 등 소개
[서울문화인] 일본에 대해 우리는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말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로 인접한 나라이지만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식(食)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관장 구루시마 히로시久留島浩, 이하 역박)과 함께 2005년부터 양국의 민속 문화에 대한 연구조사를 3기에 걸쳐 진행했다. 마지막 3기 조사는 2015년부터는 한일 어촌 문화에 대한 연구를 3년 간 진행하였다. 그리고 진행한 교류 결과를 2년 간 기획하여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미역과 콘부(다시마)- 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을 기획전시실I에서 진행하고 있다.
미역과 다시마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일 문화
전시의 소재가 된 미역과 콘부(한국명 다시마)는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오래 전부터 일상의 음식으로 친숙한 해초로 한국에서는 미역이, 일본에서는 다시마가 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다 밑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 길고 검푸른 자태를 흔드는 미역과 다시마는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르고 다르지만 어딘가 많이 닮아 있다. 이 전시는 바로 미역과 다시마처럼 서로 닮았지만, 다른 한일 일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일본에서는 가다랑어와 다시마로 만든 ‘다시’가 없으면 된장국 한 그릇 마실 수 없고, 한국에서는 새우나 멸치로 만든 젓갈이 없으면 김치를 담글 수 없다. 이처럼 해산물은 한식과 일식의 감칠맛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는 일식을 지탱하는 ‘다시’ 문화와 한식을 지탱하는 ‘젖갈’ 문화의 그 역사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해산물의 이용, 어로 기술, 어민의 신앙 등 어촌 문화를 비교하여 다루고 있다.
전시의 시작은 바다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동네 생선가게에서 출발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무슨 해산물을 어떻게 먹고 있는 것일까? 매일 지나치면서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동네 생선가게를 통해 꾸밈없는 한일 양국의 일상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서대문 시장의 한 생선가게 주인과 일본 치바의 한 생선가게 사장님과 한.일간 해산물의 주종과 소비 형태 등에 대한 대화하는 형식의 영상을 통해 양국의 식문화를 간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어 1부 ‘바다를 맛보다’에서는 한일 모두의 일상이 해산물 없이 유지될 수 없음을 다양한 역사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한일 양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해산물 종류나 요리 방식이 상이함에도, 해산물은 맛의 기본이 되고, 중요한 의례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필수품이라는 점을 '일본 산해 명물 도회日本山海名物図会', 헤르만 산더 『풍속화첩風俗畫帖』, <일본 후쿠오카시 히가시구 히로의 설날 장식> 등을 통해 보여준다.
가까운 이웃인 한일 양국 어민의 어업 기술은 얼마나 비슷하며 다를까? 2부 ‘바다에서 살아가다’에서는 우리에게 해산물을 가져다주는 한일 어민의 기술과 신앙을 소개하고 있다. 막연히 상상해 왔던 한일 어민의 세계를 한일 갯바위 어구 비교, 한국의 갯벌 어업과 일본의 태평양 참치 어업 비교, 한국 어민의 ‘장군 신앙’과 일본 어민의 ‘에비스 신앙’ 비교 등을 통해 깊숙이 들여다본다. 또한, 관람객이 다양한 한일 갯바위 어로 도구를 비교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3부 ‘바다를 건너다’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사람과 함께 기술과 문화는 언제나 바다를 건너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온 과정을 조명, 기술과 문화의 전파뿐 아니라, 양국민이 이를 자신의 일상 속에 주체적으로 수용해 나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 해녀가 일본에 온 한국 해녀에게 배워 만든 해녀복 <조센>은 한일 어민의 역동성이 남긴 ‘교류의 증거’라는 것을 양국의 해녀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오키나와부터 한반도까지의 해녀 도구>, 한일 어민 간에 맺어진 <향리동 증명서>와 <한국해 출어 에마>, 일본 대어기(大漁旗)로부터 영향을 받은 한국 풍어기(豐漁旗), 한일 어로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 바다가 잇다’에서는 한국의 명란이 일본으로 건너가 ‘멘타이코’가 되었다가 일본에서 다시 한국에 영향을 주는 긴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문화의 ‘변용’과 ‘수용’을 전시의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다시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개막에 앞서 전시장을 찾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구루시마 히로시 관장은 “최근 한일관계 때문에 전시를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5년간 두 기관의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한 민속현상들을 보면서 신뢰감에서 이뤄낸 이 공동의 성과를 통해 교류를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이번 전시는 양국 박물관의 상호 신뢰와 협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며, 이러한 방식이 다시 양국 문화적 교류의 원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일(일)까지 진행 이후, 3월부터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