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개최하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신안해저선에서 발굴된 문화재들을 전시해 왔지만, 주로 품목별로 대표성이 있는 것들만을 골라서 공개한 것이 전부였다. 공개된 것은 전체의 5% 정도인 1천여 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신안해저선에서 발굴된 2만4천여 점과 함께 발굴된 동전 28톤 중 1톤을 포함된 전시 가능한 모든 문화재를 공개하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에서 관련된 유물 62점도 대여하여 전시되었다.

신안해저선에 대한 발굴은 1975년 8월 전남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 6점에서 비롯되었다. 어부는 초등학교 교사인 동생에게 도자기들을 보여주었고, 동생은 이듬해인 1976년 이중 제일 먼저‘청자꽃병’한 점을 신안군청에 신고하였다. 그 도자기는 놀랍게도 중국의 원元나라(1271-1368) 때에 존재했던 용천요(龍泉窯)라는 가마에서 만든 청자였다. 이어서 나머지 5점도 신고가 되었다. 650여 년이 지났지만 잘 보존된 원대 도자기의 존재가 알려지며 국내외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신안 앞바다에서는 몰래 도자기를 건져 올리는 불법적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관리국(지금의 문화재청)은 1976년 10월 27일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한다. 그 결과, 신안해저선의 존재를 확인하였으며, 1984년까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배와 함께 실려 있었던 2만 4천여 점이라는 엄청난 양의 문화재들을 건져 올렸다. 이것들이 바로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는‘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신안해저선은 1323년 6월경 중국 경원에서 출항하여 일본으로 향하던 도중 태풍을 만나 난파당했다. 이 배에는 중국도자기 2만여 점과 동전 28톤, 금속기, 칠기, 향목 등 다양한 화물을 싣고 있었던 무역선으로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목간 364점 중 '도후쿠 사'라고 적힌 목간이 41점이 되는 까닭에 일본 학계에서는 신안선이 사찰의 건축이나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마쿠라 막부’의 허가를 받아 파견되었으며 일본의 ‘큐슈 하카타’로 향하던 무역선이라 보고 있다.

한편, 신안선은 7개의 격벽, 8개의 선실을 갖춘 최대 길이가 약 34m, 최대 폭이 약 11m로 중량은 200톤급 이상으로 14세기의 최대 무역선으로 100여 명까지 태울 수 있는 규모지만, 승선 인원은 360여 개의 화물 꼬리표로 파악하면 6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난파 후, 탑승자의 생사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최초의 도자기

전시로 들어가면 이번 특별전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신안해저선의 문화기호 읽기’에서는 복고풍의 그릇들과 차茶, 향, 꽃꽂이 등과 관련된 완상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신안선에서 출토된 도자기와 금속기 중에는 중국 상(商 기원전 1600-1046), 주(周 기원전 1046-221)의 청동기 형태를 모방한 사례가 많다. 이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중국에서 관련 유물을 대여하여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중국적 취향과 그에 따른 일본 상류층이 선호했던 문화생활을 살펴보고, 나아가 고려에 있었던 비슷한 문화적 취향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제2부‘14세기 최대의 무역선’에서는 신안해저선이 닻을 올렸던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닝보(寧波)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역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신안해저선의 선원이나 동승했던 사람들의 선상 생활도 살펴보고 있다.

제3부‘보물창고가 열리다’에서는 신안해저선에 실었던 화물들을 도자기, 동전, 자단목, 금속품 및 향신료 등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일부는 당시의 발굴 상황 등을 재현하여 전시되었다. 무엇보다 이 전시에서는 그 동안 전무후무한 전시 환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방대한 유물에 관객들은 시선을 압도당하는 경험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주제에 맞게 선택된 전시가 아니라 타임캡슐처럼 650여 년 만에 나타난 신안해저선의 보물의 전체와 그들의 당시의 환경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14세기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상교역의 양상과 문화 교류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이 든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9월 4일까지 계속되며, 이후 광주국립박물관에서도 10월 25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전시된다. 입장권은 성인기준 5천 원이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