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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그림책은 인간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접하는 최초의 책이자 친숙한 매체이다. 각 시대의 모습에 작가의 상상과 해석을 더한 작품은 성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이후에는 세대를 관통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내맘쏙 : 모두의 그림책 전’은 유아, 어린이 등 그림책의 1차 소비자부터 어릴 적 접해왔던 중장년층에게는 그림책이 단순히 어릴 적 동화의 이해를 돕는 한 컷의 그림이라는 인식을 넘어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인식, 문화의 한 콘텐츠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위상이 높아진 한국 그림책의 현 위치도 확인해 볼 수 있다.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유아 그림책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지은의 「이파라파냐무냐무」와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의 ‘특별 언급’ 및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에 선정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수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책과 「위를 봐요!」로 2015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정진호의 2016년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 「벽」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볼로냐 라가치상(Bologna Ragazzi Award)은 세계 최대 규모인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한 해 동안 전 세계 출간된 어린이 도서 중 각 부문별로 최고의 아동 도서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으로,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고 독창적인 그림 세계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안녕달’,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서현의 일상 속 유쾌한 상상을 바탕으로 모험을 펼치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나미 콩쿠르 그린아일랜드상과 사계절 그림책상 대상을 수상한 김지영이 그린 어린아이의 감정단어를 발랄한 시선으로 탐색한 작품과 인스타툰(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웹툰)에서 위암 투병일기를 연재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윤지회 작가의 ‘사기병’ 등 한국 창작그림책 작가 7명의 그림책 18권, 원화와 디지털 원작 200여 점 소개된다.
이와 함께 에브리웨어(everyware), 스튜디오 1750(studio 1750), 최성임 등 미디어·설치작가와 협업하여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를 통해 관람객의 참여도 가능하다.
전시는 ▲상상 랜드, ▲나의 세계, ▲놀이 극장, ▲이야기 숲 등 총 4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상상랜드’는 상상을 주제로 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하는 작품 「우주로 간 김땅콩」, 「간질간질」, 「호라이」, 「호라이호라이」, 「수박 수영장」 등을 선보인다. 또한, 스튜디오 1750의 설치 작품과 수박 볼풀장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간 경험을 제공한다.
제2부 ‘나의 세계’는 「엄마 아빠 결혼이야기」, 「당근 유치원」, 「안녕」, 「눈아이」, 「사기병」 등의 작품 속에서 나와 가족·친구 등 주변 세계를 탐험한다. 특히 안녕달의 「안녕」과 「눈아이」는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제3부 ‘놀이 극장’에서는 그림책 속에 담긴 ‘놀이’라는 주제를 오브제(objet)를 활용한 놀이 공간으로 풀어내었다. 「내 마음 ㅅㅅㅎ」, 「선」, 「벽」, 「그림자놀이」 등에서 나온 스케이트장과 그림자 극장 등 그림책 속 공간을 재현하여,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는 것을 넘어 실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미디어그룹 에브리웨어(everyware)의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 작품인 ‘더 월’(The Wall)은 정진호 작가의 「벽」과 어우러져 선보이며, 아이들이 털주머니를 설치 작품에 던지면서 체험할 수 있다.
제4부 ‘이야기 숲’은 「이파라파냐무냐무」,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 「별과 나」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품는다. 설치작가 최성임의 ‘끝없는 나무’로 시작되며 이지은의 세 가지 그림책을 하나로 엮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또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정진호의 「별과 나」는 공간 가득 무수한 별이 쏟아지는 영상으로 연출되었다. 이외에도 작품 스케치, 피규어, 영상 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한편, 전시 연계 교육도 진행된다. 전시 관람과 함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미술 실기수업으로 구성된 ㈜아이헤리티지의 ‘생각하는 박물관’과 ‘내맘쏙 키즈아틀리에’ 교육은 유아반과 유아·초등 통합반 등 두 개로 나누어 진행된다. 교육비는 45,000원이며 네이버 예약으로 온라인 예약할 수 있다.
3월 27일(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 입장료는 성인 15,000원, 유아·어린이·청소년 10,000원이지만 예술의전당 공연 <호두까기 인형>, <라이온킹> 입장권 소지자는 각각 5,000원과 3,000원 할인되며, ‘너랑나랑’ 패키지를 구매하면 15,000원에 조부모(만 65세 이상) 1명, 유아·어린이·청소년 중 1명이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이 밖에 입장권 관련 자세한 내용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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