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자격루 보존처리 중, 제작기법 및 제작자 추가로 밝혀내

덕수궁 광명문에 있던 창경궁 자격루(국보 제229호) 보존처리 끝내
기사입력 2020.04.22 22:55 조회수 149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덕수궁에 설치되어있던 시절의 창경궁 자격루(보존처리 전) 01.jpg
덕수궁에 설치되어있던 시절의 창경궁 자격루(보존처리 전)

 

 

 

[서울문화인] 20181919년 고종의 승하 이후 제 모습을 잃어버린 덕수궁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자 덕수궁 복원사업이 추진되었다. 그 첫 사업으로 그해 6덕수궁 광명문 제자리 찾기을 시작하였다. 당시 광명문 내에는 창경궁의 자격루(국보 제229)가 위치하고 있었다.

 

자격루는 물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첨단 물시계로, 조선 시대의 국가 표준시계였다. 1434(세종 16)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들었지만 당시 만들었던 자격루는 지금 전하지 않고, 1536(종종 31)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물을 보내는 청동 항아리로, 크기에 따라 대, , 소로 나뉨) 3, 수수호(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 2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자리가 옮겨진 덕수궁 광명문 내로 옮겨 전시되고 있었다.

 

이후, 흙먼지 제거와 기름(oil) 도포 등 경미한 보존처리를 받은 바 있었지만 야외에 노출된 상태로 전시되어 청동재질로 된 자격루의 부식과 손상을 더 이상 막기 어려웠다. 이에 2018덕수궁 광명문 제자리 찾기를 시작하면서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받게 되었고,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직무대리 박종서)17개월 만에 보존처리를 마쳤다.

 

창경궁 자격루는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되지만 덕수궁 관람객의 많은 사람은 이것이 진품이 아닌 복제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동안 거의 방치수준으로 관리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오랫동안 과학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의문이 드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복원 자격루, 국립고궁박물관 01.jpg
복원 자격루, 국립고궁박물관

 

 

 

하지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이번에 자격루의 보존처리를 진행하면서 제작 참여자와 제작기법 등 사라진 기록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겠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먼저 3차원(3D) 입체 실측을 활용해 유물의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했다. 비파괴 성분 분석으로 보존 상태를 파악한 결과 표면에는 청동 부식물이 형성되었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오염물은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초음파 진동의 미세흐름을 이용해 표면 이물질을 제거함) 등을 이용해 제거하였고 재질 강화처리도 하였다.

 

 

보전처리 된 자격루 01.jpg

 


보존처리를 마치자 그간 정확한 관찰이 어려웠던 수수호(왼쪽) 상단의 명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 당시 주조 돋을새김(양각)한 명문에는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명문의 몇몇 글자는 마모되어 12명 중 4명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새로 확인되는 성과가 있었다.

 

보존처리 전_수수호(좌측) 명문 01.jpg
보존처리 전_수수호(좌측) 명문

 

 

보존처리 후_수수호(좌측) 명문 01.jpg
보존처리 후_수수호(좌측) 명문

 

 

 

새롭게 확인된 인물은 이공장(李公檣, ?~?), 안현(安玹, 1501~1560), 김수성(金遂性, ?~1546), 채무적(蔡無敵, 1500~1554)으로,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에는 자격루 제작 시기에 이들이 명문의 직책을 맡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이들 사료에는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 천문 전문가로 자격루 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우측 수수호 명문_새로 확인된 글자 파란색 표기 01.jpg
우측 수수호 명문_새로 확인된 글자 파란색 표기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수수호의 표면에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문양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3차원 입체(3D) 스캔과 실리콘 복제방법으로 수수호 표면을 평면 형태로 펼친 결과, 수수호 왼쪽과 오른쪽 용 형태가 대부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얼굴,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와 더불어 용 문양에 겹쳐진 구름 문양이 관찰되었는데, 먼저 수수호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후 구름 문양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수수호는 정교한 형태로 조각한 문양을 순서대로 붙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밀랍주조기법으로 주조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측 수수호 문양면 실리콘 복제 평면과 일러스트 도면.jpg
우측 수수호 문양면 실리콘 복제 평면과 일러스트 도면

 

 

좌측 수수호 문양면 실리콘 복제 평면과 일러스트 도면.jpg
좌측 수수호 문양면 실리콘 복제 평면과 일러스트 도면

 

대파수호 은입사 표출 전 후 사진 01.jpg
대파수호 은입사 표출 전 후 사진

 

 

또한, 대파수호의 표면에 세로로 새겨져 있는 가정병신육월 일조(嘉靖丙申六月 日造)’는 자격루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것으로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검은색 명문에서 은() 성분이 다량 검출되었다. 은입사된 명문은 부식으로 검게 보였으나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은백색의 본래 빛을 찾게 되었다. 자격루 제작 완료 시기에 맞춰 대파수호 표면에 은입사 기법으로 명문을 새겼던 것으로 확인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저작권자ⓒ서울문화인 & sculturei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이름
비밀번호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