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스니커즈는 과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하위문화(서브컬쳐)로 여겨졌으나 예전과 달리 직장인도 근무복장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소비층이 확대되어 지난 몇 십년간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현재는 그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이자 장르가 됐다고 한다.
세종미술관에서 ‘스니커즈’를 소재로 전시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물론 그것은 개인적 취향 때문이다. 하지만 TV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운동화를 수집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애호가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전시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전시장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SNEAKERS UNBOXED: STUDIO TO STREET)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스니커즈 관련 전시로 런던 디자인 뮤지엄(The Design Museum)의 소장 스니커즈를 소개하는 월드투어 전시로 2021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보쉬, 대만 타이페이에 이어 대한민국 서울을 찾았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패션과 제품은 물론, 그래픽 디자인을 아우르는 디자인의 모든 요소를 탐구하고 있는 뮤지엄으로 1989년 설립 이래 크리스티안 루부탱, 폴 스미스, 자하 하디드, 프랑크 게리, 디터 람스를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100회 이상 개최하였다. 2016년에는 런던 서부 켄싱턴으로 이전, 현대 디자인의 변천사를 소개하는 상설전을 비롯해 참신한 디자인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스니커즈는 밑창이 고무로 된 신발을 일컫는 말로 초기에는 운동선수를 위해 디자인됐으나 현재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신는 신발이다. 이번 런던 디자인 뮤지엄 월드투어 <스니커즈 언박스드>는 스니커즈의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전시로 운동선수를 위해 고안된 신발인 스니커즈가 어떻게 여러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스타일이자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스니커즈의 스타일, 역사 등 스니커즈 문화를 관련 영상과 사진까지 총 700~800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리가야 살라자르(Ligaya Salazar) 큐레이터는 한국을 찾아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은 스니커즈가 어떻게 스타일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하게 됐는지, 또한 앞으로 스니커즈 열풍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등 스니커즈에 관한 모든 것을 선보이는 전시”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스니커즈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1920년대의 상징적인 모델부터 세계적으로 이슈를 일으킨 상징적인 스니커즈부터 1985년 첫 발매 이후 수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며 단순한 신발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나이키 에어 조던’의 컬렉션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스니커즈 붐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모델인 ‘나이키X제프 스테이플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죤’도 만날 수 있다. 그레이 컬러에 비둘기가 그려져 ‘피죤 덩크’로 불리는 이 스니커즈는 2005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인 제프 스테이플과 나이키가 단 150켤레를 제작한 모델이다. 당시 매장에서 30켤레를 한정 판매하면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매장 앞에 진을 치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스니커즈 폭동'을 일으킨 신발로 유명세를 얻었다.
또한, 스트리트 패션에서 시작해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글로벌 패션 아이콘 버질 아블로가 2019년 나이키의 상징적인 스니커즈 10개를 해체주의적 독창성을 발휘해 다시 만들어낸 ‘The Ten’(더 텐) 시리즈,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터 그룹 미스치프가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와 공동제작한 '사탄' 스니커즈를 만나볼 수 있다.
‘사탄’은 나이키의 에어맥스97 모델을 개조해 운동화 밑창에 사람의 혈액 한 방울을 넣어 제작됐는데, 이에 대해 나이키는 미스치프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이와 함께 요르단강에서 끌어온 성수를 넣어 만든 또 다른 한정판 스니커즈 ‘지저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스타일(THE STYLE) ▲퍼포먼스(PERFORMANCE)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서울(SEOUL) 등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스타일> 섹션에서는 1970년대부터 인기 뮤지션과 스포츠 스타 마케팅을 통해 젊은층의 욕망을 자극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스니커즈를 소개하며, <퍼포먼스> 섹션에서는 최고의 기능을 위해 스니커즈에 적용된 과학과 기술적 영역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볼 수 있다. <지속 가능성> 섹션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업사이클링, 리메이크 등 신발의 수명을 연장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다룬다.
<서울> 섹션에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의 협업 작품과 함께 스니커즈 산업의 중심에 있던 한국의 스니커즈 문화를 담아냈다.
또한, 전시장 한쪽을 가득 채운 거대한 규모의 ‘아워월(Our Wall)’은 스니커즈 산업과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컬렉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364개의 스니커즈가 모여 ‘아워월’을 형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