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재)국립발레단(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이 오는 4월 12일, 신작 <돈키호테>를 무대에 올린다.
2023년 첫 무대를 장식하는 국립발레단의 신작 <돈키호테>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869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오리지널 초연(러시아 볼쇼이극장) 이후 시대를 초월하여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 발레이다.
발레 <돈키호테>가 국내 초연인 것은 아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같은 버전으로 2017, 2021년 무대에 올린 바가 있다. 발레 작품은 소설과 달리, ‘돈키호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통통 튀는 매력의 아름다운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재치 있는 젊은 이발사 ‘바질’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원작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이들의 사랑을 이뤄주는 조력자로 나온다.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은 지중해의 낭만과 정열이 녹아 있는 무대와 의상, 유머 넘치는 판토마임과 빠른 전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었다. 특히 작곡가 밍쿠스가 프티파를 위해서 만든 스페인 풍의 경쾌한 음악은 극의 흥겨움을 더해주었다.
국립발레단이 새롭게 선보일 이번 작품은 <KNB Movement Series>를 통해 그 실력을 입증받고, 2020년 <해적>으로 전막 발레 안무가로 데뷔하며 떠오르는 신예 안무가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송정빈’의 재안무 버전을 이번 무대에 올린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서는 젊은 남녀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원작에 비해 기사 ‘돈키호테’의 사랑과 모험에 초점을 가져온 것이 하나의 큰 특징이라 밝혔다.
원작 속의 ‘돈키호테’는 꿈을 쫒는 늙은 기사로, 무대 위에서 춤을 거의 추지 않고 대부분 마임으로만 작품에 등장하지만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속에서는 1명의 무용수가 퀵 체인지(빠른 분장 전환)를 통해 ‘늙은 돈키호테’와 ‘젊은 돈키호테’를 함께 연기하며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등 기존의 ‘돈키호테’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캐릭터로 그려질 예정이다.
송정빈 안무가는 “작품의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왜 ‘키트리’와 ‘바질’이 주인공이지? 하는 생각을 항상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처럼 ‘돈키호테’쪽으로 포커스를 조금 더 맞춰보려고 하였다.” 면서 “1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에게 중점을 두었다면 2막의 드림scene에서는 부츠를 벗고 슈즈를 신고 수염을 뗀 ‘젊은 돈키호테’가 자신의 이상향인 ‘둘시네아’와 파드되(2인무)를 추는 장면을 새롭게 안무하는 등 기존 마임만 하던 ‘돈키호테’를 벗어나 테크닉을 요구하는 동작들을 많이 넣고 돈키호테의 비중을 높였다.”라고 설명하였다.
더불어 ‘무엇이든 빠르게 돌아가는 현시대에 맞춰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무엇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작품 제작을 시작한 송정빈 안무가는 2막 드림씬(Scene)을 대폭 수정, 보완하여 원작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원작의 드림씬은 ‘돈키호테’가 현실 속 아름다운 여인 ‘키트리’를 자신의 환상 속 여인인 ‘둘시네아’와 착각하는 꿈속 장면으로, 보통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한 무용수가 맡아 1인 2역으로 공연되는데 안무가는 이 장면이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이번 작품에서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완전하게 분리하였다.
그리하여 송정빈의 <돈키호테> 드림씬에서는 ‘1인 2역의 둘시네아’가 아닌 오롯이 ‘돈키호테의 이상향인 둘시네아’만을 출연시키고, 동시에 원작에는 없는 ‘둘시네아’와 ‘젊은 돈키호테’의 파드되를 추가하였다. 안무가는 “사람이 꿈을 꾸는 이유는 꿈 속에서는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꿈 속 돈키호테를 ‘젊은 돈키호테’로 만들고, 이상향과의 파드되를 넣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담아보고자 하였다.”라고 설명하였다.
드림씬의 변화에 더불어 <돈키호테> 하면 떠오르는 집시촌 장면에도 변화를 주었다. 집시들이 연극을 한다는 기존 설정에서 집시들을 ‘유랑극단’으로 바꿔 극의 개연성을 높이고자 하였으며, 유랑극단이 진행하는 연극 이야기를 하나의 또다른 장면으로 추가하며 극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안무가 송정빈은 “클래식 안무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새로움을 더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고전을 고전대로 인정하지만 시대적인 변화 등을 반영하여 나만의 방식대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그런 작업들이 바로 우리만의, 국립발레단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극장으로 많이 찾아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작품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인 <돈키호테>를 재안무하는 결정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레단 재임기간동안 늘 대한민국만의 발레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해적>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발레가 우리만의 레퍼토리 확장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라고 확신하고 느껴왔다. 이번 <돈키호테>가 안무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나 한국발레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돈키호테> 공연에는 4명의 ‘키트리’와 5명의 ‘바질’, 그리고 2명의 ‘돈키호테’가 무대에 오른다. ‘키트리’ 역에는 박슬기, 심현희, 박예은, 조연재가 ‘바질’ 역에는 이재우, 허서명, 하지석, 박종석, 김기완이 ‘돈키호테’ 역에는 국립발레단의 대표 수석무용수인 이재우와 드미솔리스트 구현모가 번갈아 소화하며 변화된 돈키호테의 묘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각각의 무용수가 어떠한 매력으로 자신의 역할을 표현할지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으며, 그 인기를 증명하듯 티켓 오픈(3/7) 이후 일부 주말 회차는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4월 12일(수)부터 16일(일)[평일 19:30, 토 15:00 & 19:30, 일 15:00]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려지는 이번 <돈키호테 >의 티켓은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5만원, B석 2만원, C석 5천원이며, 인터파크 또는 예술의전당 (sac.or.kr / 02-580-1300)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권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