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군을 물리치고 공을 세우는 남장의 소녀 ‘랑’의 효심과 사랑을 그린 작품
[서울문화인] 국립발레단(예술감독:강수진)이 창단 이래 신작 발표 최초로 서울이 아닌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초연 무대를 가진바 있는 창작발레 <호이 랑>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지난 5월, 국립발레단 창단 이래 신작 발표 최초로 서울이 아닌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초연 무대를 가진바 있다.
<호이 랑>은 한국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신작으로 작품의 소재 또한, 대한제국 시대,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을 더한 서사극 발레로 태어났다. 기본적 스토리는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고 있으나 등장하는 인물들과 배경 등은 극에 맞춰 재구성되었다. 《일사유사》 속 부랑은 ‘랑’으로, 정순신은 ‘정’, 이괄은 ‘반’이라는 인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발레판 <뮬란>을 연상하는 <호이 랑>은 사냥꾼인 오빠와 함께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나라에 전쟁이 나자 오빠가 군에 징집되어 전사하고 더는 아들이 없는 랑의 아버지가 징집을 받게 되자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게 된다.
입대한 랑은 남자들의 훈련을 따라가기가 벅차기만 하고 상사 반에게 모진 멸시와 무시를 당하지만, 사령관 정의 따뜻한 보살핌과 자신의 의지로 점점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군대 내에서 랑의 입지가 커질수록 불만이 쌓여가던 반은 적과의 전투에서 사령관 정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보고도 그를 외면한다. 결국, 사령관 정이 상처를 입으면서 부대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랑은 정을 대신해 침착하게 부하들을 통솔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모두에게 인정받는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지극한 효심을 가진 한 소녀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역동적인 움직임, 화려한 무대
일반적으로 ‘발레’하면 떠오르는 아름답고 가냘픈 여성 발레리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다보니 발레 공연에서 주역 여성무용수의 역할이 극의 성공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호이 랑>은 군대와 전쟁터 등이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인 만큼 스테미너 넘치는 남성 군무진들의 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 ‘랑’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작품에서 여성 주역무용수의 역할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오히려 두드러진다. 남성 군무와 동일한 춤을 추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장면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점은 발레 팬들에게 아쉬움보다 그동안 각인된 발레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겐 오히려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인 장면과 의상은 더 신선하게 다가가는 작품이라 하겠다.
또한, 서사극이지만 무엇보다 대사가 없는 신체극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스토리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는 흔하고 평범할 수 있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발레라는 장르에서 불가결한 태생적인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동화적 상상력과 사랑 이야기로 아름다운 안무를 표현해 내면서 차별화했다.
국립발레단이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 작품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왕자 호동(안무:문병남 2009)>과 2017년 조선중기 활약한 시인 ‘허난설헌’의 일생을 그린 <허난설헌-수월경화(안무:강효형)>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신작 <호이 랑>안무는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이자 안무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효형이 <허난설헌>에 이어 다시 맡았다. 2015년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MOVEMENT SERIES 1>에서 자신의 첫 안무작인 <요동치다>를 선보여 호평을 받은 강효형은 이 작품으로 다음해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NEXT generation” 공연에 초청되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2016년 발표한 <빛을 가르다>, 2017년 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까지 발표하며 안무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2017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며 승승장구하였다. 2018년 칠레 산티아고 안무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Shape of Panthers>를 올렸다.
또한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호흡을 선보여 왔던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이 스토리와 구성을 맡았으며,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승호 디자이너가 무대연출을 의상·소품에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조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등 세계의 무용수와 안무가들과 협업을 이뤄 온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참여했다. 또한 다수의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에서 활동하는 조명 디자이너 고희선, 영상제작에는 김장연이 참여하였다.
이번 <호이 랑>에서 ‘랑’ 역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박슬기, 신승원, 박예은 무용수가 맡았으며, 이들과 함께 호흡할 ‘정’ 역에는 수석무용수 이재우와 김기완, 솔리스트 정영재이 ‘반’ 역에는 솔리스트 변성완, 허서명, 드미솔리스트 하지석이 맡았다.
한국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 <호이 랑>은 오는 11월 10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공연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