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건축, 디자인, 패션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지향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신용산 본관으로 이전 후, 세 번째 선보이는 전시로 미술관 소장 현대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개관 기념전으로 26년간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과 교감해 온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출신의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대규모 인터렉티브 미디어 전시에 이어 두 번째 전시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병풍을 한 자리에 모은 기획전을 선보였다.
세 번째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아트 등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현대 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는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공간은 아모레퍼시픽 세계 본사 1층 및 미술관 입구 로비 등 총 8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졌으며, 소장품의 다양한 장르와 성격에 맞추어 서로 다른 분위기로 구성했다.
특히 미국 팝아트 거장 로버트 인디애나 작가의 <LOVE>는 뉴욕 맨해튼 55번가에 설치한 작품과 동일한 에디션을 비롯하여 이불 작가의 <Secret Sharer>와 최우람 작가의 <Una Lumino> 등이 국내 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평양>시리즈 중 하나로 북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인 아리랑 공연에서 진행된 매스게임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 작품,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레오 빌라리얼의 160여개의 LED 조명의 빛의 세기, 방향, 속도, 지속 시간 등을 프로그램의 설정에 따라 바꾸어가며 다양한 추상 패턴을 만들어내는 작품 <Cylinder>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 출품되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기념비적인 작품, 백남준의 <마르코 폴로>는 1254년 베니스에서 태어나 상인의 신분으로 동방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를 표현한 작품으로 자동차의 엔진이 있어야 할 곳에는 꽃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꽃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마르코 폴로>를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인도 태생의 라킵 쇼의 <After George Stubbs "Cheetah and Stag with Tow Indians"였다. 고전 명화와 동서양의 종교적 도상들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작가는 이 작품은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흠모해온 조지 스티브스의 "Cheetah and Stag with Tow Indians"(인도인 두 명과 함께 있는 치타와 숫사슴)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작품은 금색 도료로 밑그림을 그린 후 에나멜 안료를 채우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표면을 장식하였다.
이외에도 두 명의 중국 작가의 작품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혁명 직후 세대에 속하는 작가는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 내에서 성역할에 관련한 작업을 지속해오다 1990년대부터 비단실로 주재료로 삼아 냄비나 주전자와 같은 집안의 도구들을 실로 묶고 싸매는 작업을 하고 있는 린 티안미야오의 <More or less thesame>는 인간 뼈 모형과 작업 공구를 결합시킨 뒤 비단실을 감은 것으로, 공구와 결합된 뼈는 일에 얽매인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상징하고 있다. 유용성을 잃어버린 도구들은 필요성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현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로 급격히 변화하며 중국인들이 겪었던 두려움과 매혹의 이중적인 감정을 표현한 <Mask(가면)>연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 쩡 판즈 <Great Man>는 작품들은 마르크스주의 학자와 지도자들인 (우로부터)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의 초상화이다. 옛소련과 중국 공산당의 기원이었던 이들의 사회주의 정신은 문화혁명의 종식과 개혁경제로의 이행, 서구 사상의 유입으로 점차사라지게 된다. 얼굴을 뒤덮고 있는 무질서한 선들과 무채색의 화면은 이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문필 학예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다양한 소장품 중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대형 회화나 사진, 조각,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며, “새로운 시각과 시도를 담은 세계의 현대미술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소장품 특별전에서도 자체 개발한 모바일 전시 가이드 어플리케이션인 ‘APMA 가이드’를 무료로 운영한다. ‘APMA 가이드’는 큐레이터가 직접 녹음한 오디오 해설과 고해상도 이미지, 작품 관련 인터넷 정보 링크 및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19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