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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한 김채하 큐레이터 |
[서울문화인] ‘덕후’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일본의 하위문화를 상징하는 ‘오타쿠’라는 단어에서 출발 이를 누리꾼 사이에서 이와 유사한 발음인 ‘오덕후’로 바꾸어 부르며 생겨난 줄임말로, 과거에는 특이한 사람 그리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TV매체를 통해서도 그들이 소개되는 등 ‘학위 없는 전문가’, ‘능력자’ 등 열정적인 그들의 전문성을 높이 사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면서 최근에는 긍정적인 인식을 내포한 문화적 코드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 북서울미술관에선 이처럼 덕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몰입하며 가지게 되는 기질이나 자세, 행동 양식의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덕후’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동시대 사회문화적 현상을 살펴보고자 기획한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 전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창작의 모티브가 되거나 대중문화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수집(김성재, 박미나) 및 예술적 태도와 긴밀히 연결되는 취미 활동(김이박, 진기종), 영화・만화의 장면이나 연출 방식 등 관심 있는 특정 장르의 소재나 어휘를 차용한 작업(신창용, 이권, 이현진, 장지우), 덕후에 반영된 고정 관념(조문기), SNS의 생산 소비 구조 속 유행의 유동적 속성에 대해 고찰(송민정), 독립잡지 『The Kooh』의 편집장 고성배가 선보이는 <더쿠 메이커>는 덕후의 습성 10가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참여형 전시 등 특정한 것에 몰두한 11명의 덕후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흔히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분야나 행위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수행해 나가는 덕후들의 작업과정과 작업물을 통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긍적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는 물론 그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미술관은 이들을 대중적인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분명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덕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만큼 이제 그 고민의 문제는 더 강력한 덕후의 기질을 가진 그들을 미술관이 찾아서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전은 오는 7월 9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