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서울미술관의 개관 5주년을 알리는 정유년 첫 번째 특별전으로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조선시대 여류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삶을 재조명하는 《사임당, 그녀의 화원: Saimdang, Her Garden》展을 선보이고 있다.
지와 덕을 겸비한 총명한 여인 신사임당은 기존 남성 중심의 사회의 구미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순수 예술가로서가 아닌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의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신사임당은 시(詩)·서(書)·화(畵) 등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으며 당시 시대적 제약을 받으면서도 자기 계발에 매진하여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의 생애를 개척한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친근하게 알고 있는 ‘현모양처’,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기존 표상의 신사임당이 아닌, 당대의 수준 높은 예술가로 평가를 받았던 화가로서의 신사임당을 소개하는 전시로 신사임당의 뛰어난 미의식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펴볼 수 있는 14점의 <초충도 草蟲圖>와 <묵란도 墨蘭圖>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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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_초충도_연도미상_종이에 채색 _27x24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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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_초충도_연도미상_종이에 채색_36x25cm |
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으로, 화려하거나 소담한 꽃과 과일, 열매 등이 있고 그 주위로 몰려든 곤충과 동물 따위를 그린 ‘초충도(草蟲圖)’는 보통 꽃과 나비는 남녀나 부부 간의 다정한 사랑을 뜻해 여인들의 방을 치장하는데 주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기원하는 그림에서 벗어나, 다산, 자손 번창, 장수, 출세 등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어 행복하고 영화롭게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사임당의 ‘초충도’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사계절 내내 집안에서 즐겨 볼 수 있어 장식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길상의 의미를 담아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실용성도 높게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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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_묵란도_연도미상_비단에 수묵 |
능숙한 기교와 더불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필선이 돋보이는 <묵란도>는 서울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으로 2005년 KBS 1TV에서 방영하는 ‘TV쇼 진품명품’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수묵화이다. 선비의 충성심과 절개를 상징하는 난초는 섬세한 필선과 농묵(濃墨)과 담묵(淡墨)의 사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화면 중간에 위치한다. 이는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하는 그녀의 예술정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묵란도>에는 신사임당의 난 그림과 함께, 신사임당 사후에 율곡 이이의 제자였던 17세기 대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송자대전 宋子大全』에서 발췌된 글이 있어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 발문에 따르면 당시 사대부 사이에서 그녀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데, 그간 한국미술사에서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채색 초충, 화조화로 널리 알려진 사임당은 묵매, 묵포도에도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미술관 설립자 안병광 회장은 이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1년 6개월간의 노고 끝에 소장자를 만나 TV 프로그램에서 제안했던 작품 평가액의 두 배 이상의 지급을 하고 이 작품을 품에 넣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제한적으로 평가되었던 과거의 신사임당을 순수 예술가로 재조명하고, 그녀의 작품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전통미와 신사임당만의 특유한 조형언어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멋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이자 치열하고 무한한 경쟁 사회에서 삶을 살아가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예술이 주는 진정한 휴식과 따뜻한 위로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이다.
한편, 서울미술관에서는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展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서울미술관 소장품展《A Collection》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1일(일)까지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료는 성인 9,000원이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