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현재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농경사회의 이미지가 많은 퇴색이 되었지만 아직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농경사회의 경험과 이미지는 남아있다. 농경사회의 겨울은 다른 어떤 계절보다 노동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시기이다 보니 한국의 겨울은 ‘춥지만 따뜻한 감성’이 다른 계절보다 강하게 남아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온돌방, 솜옷, 할머니의 옛이야기와 같은 정서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근대 한국인의 겨울 서정과 겨울나기 지혜를 만나볼 수 있는 《겨울나기》특별전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은 눈 쌓인 겨울을 상징하듯 백색 공간에 소복하게 흰 눈이 쌓인 거리와 골목, 집 그리고 얼음 빙판을 배경으로, 겨울을 주제로 총 3부로 겨울나기 용품과 회화, 사진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1부 ‘겨울을 맞다’는 긴 겨울을 만나고, 나기 위한 ‘저장과 준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설경雪景을 묘사한 김화경金華慶, 1922~1979 작 ‘심촌취설도深村吹雪圖’, 유덕장柳德章, 1675~1756 작 ‘설죽도雪竹圖’가 겨울의 한 복판에 들어선 느낌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겨울의 추위를 막고 대비하는 ‘솜이불’, ‘화로’, ‘방장’ 등과 겨우내 먹을 감자를 보관하는 ‘감자독’, 겨울철 반양식인 김치를 담는 ‘질독’과 1960~80년대 김장 모습 영상을 비롯하여 생업용품 등을 만들며 이듬해 농사 준비를 하는 과정도 볼 수 있다.
2부는 ‘겨울을 쉬어가다’는 테마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온돌방 아랫목에서 즐기는 ‘쉼’의 시간을 담고 있다. 농사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던, 겨울밤 온돌방을 연출하여 관람객이 온돌의 따스함을 직접 체험하고, 인터렉티브영상 ‘그림자놀이’를 해볼 수도 있다. 방 안에서는 정선謙齋 鄭敾, 1676~1759 작 ‘정문입설도程門立雪圖를 볼 수 있다. 또한, ‘갖저고리’, ‘털토시’, ‘털모자와 털장갑’ 등 전통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겨울옷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3부는 ‘겨울을 즐기다’로 긴 겨울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즐기는 겨울철 놀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얼음낚시꾼을 그린 오승윤吳承潤, 1939~2006 작 ‘대한大寒’의 그림아래 견지낚시를 재현한 장면과 함께 지금은 접하기 어려운 과거 다양한 얼음낚시 도구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눈 쌓인 산에서 짐승의 발자국을 따라 오르는 겨울사냥 도구인 ‘외발창’, ‘설피’, ‘둥구니신’ 등을 전시한다. 아울러, 대표적인 겨울놀이 도구인 ‘연과 얼레’, ‘팽이’, ‘썰매’, ‘스케이트’ 등과 함께, 1950년대의 한강 모습을 찍은 한영수의 사진 ‘한강’과 ‘메밀묵~ 찹쌀떡~’ 소리를 들으며 눈 발자국을 남기는 체험은 관객의 감성을 추억으로 소환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한때 연말의 상징적인 ‘크리스마스 씰과 카드’, ‘연하장’, ‘달력’ 등을 통해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번 겨울나기 전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기념하여, 마련된 전시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겨울 풍속과 풍경을 널리 알리는 자리이자, 내국인에게는 겨울의 따스함을 추억하는 시간으로 ‘춥지만 지혜롭게 겨울을 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새봄을 기다리는 시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2017년 12월 13일(수)부터 2018년 3월 5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