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국립민속박물관은 1970년대부터 전국의 굿판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며 30여 년 간 그 현장을 기록한 고 김수남 작가(1949~2006)의 유족이 2015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170,630점 중 대표작 100점을 선보이는 '김수남을 말하다' 특별전을 열었다.
김수남 작가가 전국의 굿판을 돌아다니며 각 지역의 굿의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출판한 사진집 <한국의 굿> 시리즈는‘2005년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소개되었을 정도로 국내외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평소 사진 작업을 하면서 민속학에서 라포(rapport)라고 부르는 피사체와의 친밀감 형성을 매우 중시하여 굿을 청하는 사람들과 주관하는 심정을 헤아리며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에야 셔터를 눌렀다. 그러기에 타인에게 배타적인 굿판에서 방울과 부채 대신 카메라를 든 사진박수로 불리며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굿판의 현장의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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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포 수망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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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신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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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내림굿 |
이번 전시는 그동안 큰 주목을 받았던 <한국의 굿> 사진들을 중심으로, 그가 보여주고자 하였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문화적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의 무속 사진들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와 함께 굿판을 돌아다니며 영상으로 기록한 김인회 작가의 영상을 통해 살아있는 굿판의 현장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삶의 시작’, ‘삶을 위한 기원’, ‘삶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 등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죽음-슬픔-위로-작별-치유’의 과정들을 거치며 산자와 망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출산, 풍농풍어, 무사안녕, 무병장수 등 각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풍성한 제물이 차려지는 한바탕 기원의 장을 3부에서는 굿을 청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슬퍼하면서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는 무당들의 인간적인 표정과 신명난 행위들을 마주할 수 있다.
아울러 전시와 관련하여 전시기간 중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국립민속박물관 영상채널 스튜디오에서는 김수남 작가의 활동 내용과 사진 철학 등을 볼 수 있는 다큐영화를 비롯하여 5월 6일(금)에는 그와 함께 활동한 지인들로부터 깊이 있는 회고담을 들을 수 있는 강연회가 마련되었다.
또한, 4월 11일(월)부터는 네이버와 연계하여 온라인 전시도 진행된다. 온라인 전시에는 공간적인 제약으로 전시도록에만 수록한 100점의 사진을 추가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온라인 전시는‘네이버 미술작품-온라인 전시회 웹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종교적인 신념과 영역을 떠나 무심코 지나치는 삶과 죽음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는 물론 사진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과 사라진 굿판과 그 현장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6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 I에서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