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잠시 후 한양도성을 지나갈 예정입니다. 도로 위 도성이 있던 자리에는 바닥에 흔적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3월1일부터 흥인지문(동대문)과 광희문 주변을 지나는 19개 노선 버스에서 이런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다. 방송을 듣고 밖을 내다보면 아스팔트 도로 가운데에 마치 성벽을 바닥에 눕혀놓은 듯한 돌바닥이 성문과 이어져 있다. 바닥 위에 선명히 새겨진 '한양도성' 네 글자가 이곳이 조선시대 도성터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
광희문 흔적표시 |
|
흥인지문 흔적표시 |
서울시는 조선시대 한양도성이 있었지만 190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도로가 놓이면서 끊어진 흥인지문과 광희문 주변 도로 위에 성곽이 지나간 자리를 표시하는 '바닥 흔적표시 시범사업'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연결구간은 총 105m다.
'바닥 흔적표시 사업'은 도로나 시설 등으로 인해 끊어진 한양도성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기 위한 「한양도성 단절구간 연계성 회복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사업이다. 서울시는 단절된 한양도성의 연계성 회복을 위해 '10년부터 성곽모양의 육교로 연결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인위적 시설이 문화재의 진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등의 의견이 있어 2014년 물리적인 연결 대신 성곽 자리를 흔적으로 표시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에 당장 성곽 복원이 어려운 구간을 물리적으로 연결하기보다 바닥 흔적표시, 방향표지판 등을 설치해 인지성을 높였다. 이번에 연결된 구간은 ▴흥인지문 인접도로 63m 구간 ▴광희문 인접도로 42m 구간 등 2곳, 총 길이 105m로 바닥은 기존 아스팔트 포장과 다른 석재를 사용, 정사각형의 석재를 다양하게 쌓는 숙종 때의 한양도성 성벽모양을 형상화했다. 석재 두께는 차량 통행에도 충분한 내구성을 확보하도록 도로구조기술사 자문 등을 거쳐 35cm로 설계됐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 사업지의 균열, 꺼짐, 훼손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나머지 단절 구간으로의 확대 설치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단절구간을 포함한 한양도성 전 구간 도로, 지주, 전봇대 등에 방향 표지판을 설치 완료해 시민들이 쉽게 한양도성을 순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한양도성 주요 단절구간 중 하나인 낙산구간(혜화문~가톨릭대학교)에는 오는 5월 횡단보도가 설치돼 멀리 돌아가야 했던 불편함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이 구간이 도로로 끊어져 있어서 혜화문로터리 또는 지하철 한성대입구역까지 멀리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