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 이기적이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벌이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결코 혼자 힘으로는 행복지기 어려운 이른바 3포, 5포, 7포 세대들에게 버거운 세상살이에 대해 우회적으로 풍자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냥 코믹한 영화라 상상하면 위험하다. 청소년불가 등급이 매겨진 것은 선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잔혹한 장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격증 14개를 따면서 이른바 스펙달인이 되어 좋은 회사에 입사했지만 컴퓨터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다. 결국 조그만 중소기업으로 취직하게 되는 수남(이정현)은 거기서 자신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편 규정(이해영)을 만나 같이 살게 된다. 사고로 남편의 손가락이 잘리면서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억척같이 일을 해가며, 대출을 보태 남편이 그렇게 원하던 집을 산다. 하지만 다 잡았다 싶은 행복은 어느새 다시 멀어지기만 한다. 수남은 병원에 입원한 남편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 점점 이기적으로만 변해가면서 영화는 끝을 향해 내닫는다.
영화에서는 재개발지역 선정에 대한 찬반대결이 보여지면서 수남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병원비를 빨리 납부하면 남편이 빨리 낫는다는 착각 속에서 수남은 집이 우선 재개발 되도록 하게 하기 위해 구청계장(이대연)의 서명부에 서명을 받으러 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전체개발을 주장하는 퇴역군인 도철(명계남)과 부딪치며 극단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시작부에 등장하는 심리상담사(서영화) 뿐만 아니라 세탁소 주인(이준혁)을 포함해 수남 거주지역 우선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극단적으로 부딪히게 되고 이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 수남의 심리에 불을 지른다.
수남은 자신이 바라보던 세상에서 자신이 뜻한 바대로 할 수 없게 되자 돈을 벌기 위해 잠까지 포기하면서 억척스럽게 노력한다. 남는 것은 빚밖에 없지만 그 조차도 넘어서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한다.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결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는지도 모르면서 넘어서게 된다.
영화는 내내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간다. 또한 카메라는 대상에서 조금 떨어져 관찰자처럼 대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떤 때는 힘든 세상살이를 직접 말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 것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수남의 감정선을 잘 지키면서 표현해준 이정현 배우가 너무 아름답다. 또한 명계남, 서영화, 이대연, 이준혁 배우의 연기도 주변에서 낯설지 않은 소시민들을 잘 표현해 주어서 인간극장의 한편을 보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이 영화는 3포, 5포 아니 7포 세대라 불리는,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은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대변해 준다고 볼 수 있겠다. 4월 말에 열렸던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8월 13일 개봉, 러닝타임은 90분이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