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영화 <그놈이다>는 주원과 유해진을 전면에 내세워 만든 추적 스릴러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용팔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배우 주원이지만 TV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아직 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보여준 작품이 없어, 충무로 신스틸러 유해진과 함께 스크린 흥행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이번 작품에서 과연 스크린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둣가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정우(주원)는 부모님이 십여 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여동생 은지(류혜영)를 번듯하게 잘 키우기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집에서는 행주세탁공장을 하면서, 얼음공장에서도 일하고, 인형 뽑기 기계를 관리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럭저럭 살아오다가 은지가 고3이 되었을 때 동네에 재개발 열풍이 불어오게 되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지키려 했던 정우는 동생을 위해 재개발에 찬성하며 서울로 이사 가려고 결심을 굳힌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동생의 진로문제로 심한 말다툼을 하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동생이 누군가에게 끔찍하게 살해된다. 정우는 피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으며 범인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그놈이다>는 영화의 전개에 있어 신들린 소녀와 동생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낸 천도재의 넋건지기굿(물속에서 방황하는 익사자의 넋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그 넋을 건져 저승으로 보내 영생하도록 한다는 의미를 가진 의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들린 소녀 시은(이유영)은 자신과 접촉이 생긴 사람의 죽음을 예지하는 능력을 지녔으며 은지의 죽음도 미리 본 중요한 목격자(?)이다. 또 넋건지기굿에서 바다에 띄워진 그릇이 흘러 간 곳에 우연히 서 있는 한 남자가 장우를 피해 달아나는 장면이 전개되면서 천도재도 영화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복선임을 보여준다. 사실 증거나 단서가 아닌 천도재에서 도망친 남자가 죽은 동생이 범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믿고 추적하는 것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영화는 샤머니즘 의식과 죽음을 보는 신들린 소녀를 합해 토속적 공포를 덧입히면서, 범인을 추적하는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긴장감과 범인이라 여겨지는 그 놈(유해진)과 정우의 잡힐 듯 말 듯 하는 끈질긴 추격과 고집스런 추적을 절묘하게 엮어가며 엄청난 반전을 만들어 내는 나름대로 재미를 유발하고 있는 강점이 있는 반면에, 초자연적인 현상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범인을 잡는 열쇠가 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또 영화의 후반부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럭저럭 긴장감 있게 끌고 온 영화가 사건이 해결되는 시점에서 중요 인물들의 개연성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배우 주원은 배역을 위해 8kg이나 살을 찌웠는가 하면, 감정신에서는 폭풍오열을 하는 등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며 촬영을 했다는 후문이다. 또 배우 유해진은 천연덕스럽게 선한 얼굴을 하다가 후반부의 반전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감탄을 하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이유영도 마을에서 초대받지 못한 외톨이 신들린 소녀 시은 역할을 적절하게 잘 연기하였다. 여기에 포구를 배경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포구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모여 있는 이질적인 공간구성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린 장소가 한 몫을 했는데 장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윤준형 감독의 열정이 엿보였다. 영화는 10월 28일 개봉했고,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9분이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