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적나라에게 투영.. 하지만 결론을 알 수 없는 끝없는 긴장감이 지배하는 영화.
거기에 이병헌, 조승우 그리고 백윤식의 빛나는 명품연기.
[서울문화인] <내부자들>은 <미생>과 <이끼>로 잘 알려져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다. 2010년 한겨레에 연재하기 시작했던 웹툰은 2012년 73회로 갑작스럽게 제작이 중단되어 완결되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는데 2014년 우민호 감독이 영화화 하게 되면서 영화로는 그 끝을 맺게 되었다. 웹툰의 제작중단은 우민호감독에게 스토리의 결말을 새롭게 창작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고 그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또 하나의 명품대작이 탄생했다.
원작이 상당히 사실적이고 무거운 정치적 스캔들을 다룬 반면에, 영화는 새로운 인물을 더 설정하고 다듬어서 스피디하고 화려한 범죄영화로 만들어졌다. 사회의 뿌리 깊은 현실을 적절히 깔고 여기에 낭만적인 감성도 적절히 양념으로 곁들이면서, 복잡한 인물구도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고 빠른 전개로 관객의 눈을 장악하고 있다. 또 영화가 너무 단순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반전을 섞는 등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 돋보인다.
한편, 올 한해 <배테랑>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범죄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어 또 다시 잘 만들어진 범죄영화가 등장하는 씁쓸함은 어찌 보면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그대로 드러나는 그리 아름답지 못한 장면이지만 그럼에도 잘 만들어진 영화로 우리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호사가 기다린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화는 권력의 개로 살다가 토사구팽 당한 조폭의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썩은 커넥션을 이루는, 소위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에 대한 암시가 등장하지만 바로 과거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신정당 유력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 재벌 기업 미래자동차 오회장(김홍파)과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조국일보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이 삼각 커넥션의 한 축인 이강희를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가 우연히 오회장의 비자금장부를 가지고 거래하려다 커넥션의 버림을 받으면서 폐인이 된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세가 막히는 것이 싫어 검사가 된 우장훈(조승우)검사는 사냥개처럼 조직에 충성하지만 빽 없고 족보도 없는 지방대 출신이라 늘 승진에 실패한다. 우장훈은 정의를 위해 안상구에게 손을 내밀고 안상구는 복수를 위해 그 손을 잡게 되지만, 서로 다른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면서 영화는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빠르게 전개된다.
<내부자들>은 제목에서처럼 커넥션의 중심을 이루는 내부자들만이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다는 관점으로 전개된다. 비리의 냄새를 맡고 수사하던 우장훈 검사가 권력의 벽에 부딪쳐 세상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지만 스스로가 그들과 함께 하는 내부자가 되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영화는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되는데, 영화는 내부자들이라는 독특한 시각으로 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소위 헬조선 권력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고 있다.
사람의 팔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잘라내는 수위 높은 장면뿐만 아니라 성인이라 할지라도 두 세대가 함께 보기에는 거북할 정도로 성적인 묘사가 파격적인 장면들도 있어 불쾌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너무 현실적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이번 영화에서 이병헌의 연기력은 더욱 강력해진 듯하다. 촬영 중 노출된 사생활로 이병헌은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연기했다는 후문과 함께 정치깡패 안상구로의 변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백윤식은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고서도 섬뜩함을 충분히 느끼게 만드는 언론권력을 완벽하게 연기하였으며, 조승우의 능청스런 연기는 캐릭터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빽도 줄도 없는 개족보 검사역을 잘 표현해 주었다. 또한 이경영, 김홍파, 김대명, 배성우, 정만식, 이엘까지 말 그대로 역대급 초호화 캐스팅답게 명품연기를 선 보였다.
스토리, 빠른 전개, 연기, 메시지, 연출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가 복수극이라는 큰 줄기를 잘 따라가면서 얽힌 실타래 같이 얽힌 권력구조의 치부를 잘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복수극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날 선 풍자와 비판은 갑자기 사라지고 안상구와 우장훈의 복수극으로 치달으면서 영화적 재미와 몰입도는 높아졌지만 영화관을 나올 때에는 과연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웠다. 영화는 11월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이며, 러닝타임은 130분이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