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무더운 여름의 끝이 보이는 요즘, 공연과 함께 9월을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과 연극 작품 4편의 작품들을 추천해 본다.
강렬한 자극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2014’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전세계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는 지난 7월부터 초연되고 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를 배경으로 각각 1923년, 1934년, 1943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코미디-서스펜스-하드보일드라는 각기 다른 장르로 그려낸 3작(作)3색(色)의 작품이다.
형식을 파괴하는 극본과 무대로 연일 화제를 모았던 <카포네 트릴로지>는 사방과 천장을 모두 벽으로 막고 7평 남짓의 공간 양 옆 50㎝ 거리에 단 100개의 객석만이 배치되는 무대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배우들과 함께 실제로 작은 호텔방 안에 갇혀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세가지 사건들을 실제 현장에서 목격하는 듯한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믿고 보는 크리에이티브팀과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돋보이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는 독특한 무대와 극의 특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더라도 순발력과 애드립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풍성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달콤한 휴가를 다녀와도 축축 쳐지기만 하는 마음을 다잡기 힘들다면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를 보며 단숨에 몸도 마음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9월 29일(화)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공연문의 02-541-2929
청춘들이 모이는 그 곳, ‘춘천’에서 마주한 솔직한 사랑이야기... 연극 <춘천거기>
연극 <춘천거기>는 2005년 초연 당시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작품으로,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 출신인 김한길이 작/연출을 맡아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고 과감하게 그려냄으로써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수작으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최근 <춘천거기>는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제작을 맡아 영화화가 확정되면서 연장 공연에 돌입했다.
연극 <춘천거기>는 희곡작가 ‘수진’을 중심으로 그녀의 친구 ‘선영’과 ‘명수’의 위태로운 사랑, 동생 ‘세진’과 그녀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친구 ‘영민’의 답답한 사랑 그리고 소개팅으로 만난 ‘주미’와 ‘응덕’의 풋풋한 사랑을 교차하여 보여주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각 커플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수진’은 자신의 희곡에 등장하는 ‘소녀’처럼 화관을 쓰고 등장해 자신이 쓴 대사를 읊조리듯 이들을 향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때론 일침을 가한다.
여름 같은 열렬한 사랑이 있듯이, 가을처럼 시원한 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마음도 싱숭생숭해져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요즘, 연극 <춘천거기>에 등장하는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0월 4일(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 공연문의 1544-1555
메마르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줄 힐링극...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참신하고 따뜻한 스토리, 풍성하고 서정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끊이지 않는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올해로 사연을 맞이한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기존에 참여했던 배우들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색다르면서도 탄탄한 시너지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무인도를 표현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현실감 있게 무대 위로 펼쳐내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이 “실제 난파된 배와 함께 무인도에 갇힌 듯한” 기분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비참하고 참혹하게만 묘사되어 온 한국전쟁을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힐링 뮤지컬’로 주목을 받아 왔다. 무더위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이라면, 멀리 나가서 힐링을 하기보다 가까운 공연장에서 내 안의 ‘여신님’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10월 11일(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공연문의 1544-1555
잊고 지낸 꿈과 열정을 되찾아 줄 우리들의 이야기... 연극 <뜨거운 여름>
연극 <뜨거운 여름>은 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 ‘재희’가 연기를 하면서 과거 자신이 품었던 꿈과 열정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재희’에게 학창시절부터 꿈을 꾸게 해 준 첫사랑의 흔적과 열정의 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춤, 노래, 무용 등 다양한 요소들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또한 지난해 극단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간다 10주년 퍼레이드’에서 초연을 선보였던 연극 <뜨거운 여름>은 매 작품마다 공간과 형식을 파괴하지만 간결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민준호가 집필하고 연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극 중 ‘재희’는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지만 이를 세상에 제대로 펼쳐내는 방법을 단번에 찾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 첫사랑과 열정을 응원해주는 친구 등을 통해 그 누구보다 치열한 ‘여름’을 보내면서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성장한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야 비로소 가을이 시원한 지 안다’는 극 중 대사처럼 가을을 앞두고 만나는 <뜨거운 여름>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각자 자신이 품고 있었던 ‘뜨거운 여름’을 떠올리게 되고, 그 시간들 안에 있던 자신을 다시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1월 1일(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공연문의 02-744-4331
[김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