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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보티첼리에서 반 고흐까지 거장의 화폭으로 본 서양의 세계관
[박물관] 보티첼리에서 반 고흐까지 거장의 화폭으로 본 서양의 세계관
[서울문화인] 지난 6월 2일(금)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와 함께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선보이고 있다. 15세기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유럽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문학은 물론 미술에도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후 종교개혁(16세기),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18세기)을 거치면서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전시는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명화를 통해 15세기 유럽, 미술의 관심이 ‘종교와 신’에 집중되던 시대에서 ‘사람과 일상’에 대한 주제로 확장되어가는 과정과 함께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근대 인상주의 회화까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 회화의 흐름을 서양 미술 거장 50명의 화폭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라는 점에서 색다른 기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전시의 구성도 시대별로 5부로 나눠 서양의 미술사를 조망할 수 있게 꾸며졌다. 먼저 1부(르네상스)는 서양 예술사에 가장 큰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다시 태어났다’는 뜻처럼 르네상스 시대, 오랫동안 중요시 했던 기독교 종교관에서 벗어나 문학, 예술계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인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종교적 세계관과 이별을 고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중세 장식적이고 평면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현실세계를 그려내었다. 또한, 그동안 금기시하던 누드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서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인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부(분열된 교회)는 1517년 독일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은 서양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이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프로테스탄트)에게는 신과 성인의 모습을 표현한 미술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17세에 이르면, 카톨릭과 개신교의 입장은 미술에서도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가톨릭은 신앙을 북돋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술의 역할에 여전히 주목하였지만 북유럽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는 종교 미술 대신 사람과 그 주변 일상으로 관심이 옮겨가 풍경화, 일상생활 그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서는 벨라스케스, 푸생, 카라바조, 사소페라토, 렘브란트 등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3부(새로운 시대)는 18세기 계몽주의의 확산과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점차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예술도 사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장,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18-19세기 작품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 시기 종교와 사상을 담는 작품을 넘어,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들이 활발히 주문되었다. 마지막 4부(인상주의, 빛나는 순간)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등장한 인상주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화가들의 관심은 산업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되었다. 비로소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되며, (그림 11, 12) 화가들은 점차 독창적인 색채나 구성을 바탕으로 화가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현대미술의 근간이 되기 시작했다. (그림 13, 14) 전시장을 돌아보면 르네상스를 시발로 서양의 미술은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유럽의 굴직한 역사와 마주하면서 이는 서서히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림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 간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 전시는 보티첼리, 라파엘로, 카라바조 등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 시대(15~16세기) 화가는 물론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터너,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서양 미술사의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이 그 명성을 이어갈 만한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전시로 그 역할을 다한 전시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최근 들어 전시의 경향은 고전 회화나 유물중심의 전시보다는 근현대 작품이나 혹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미지 위주의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은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서양의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개막 당시 전시장을 찾았을 때 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전 전시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과 비교하여 반응은 양분되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과거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 비판이 있었던 회화 중심의 전시라는 점을 꼽았다. 사실 전시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박물관의 속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은 미술관과 달리 근현대 이전의 다양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함을 넘어 우리나라 최고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양의 미술사와 더불어 동시대 우리의 미술사를 비교하여 보여주었다면 이는 어떠한 미술관도 어떠한 전시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업체도 할 수 없는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이면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서양미술 전공자가 없다는 것이 이런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허중학 기자]
[기획기사] 21세기 국민을 대상으로 봉이 김선달의 바람잡이 역할을 자초하는 ‘소마미술관’
[기획기사] 21세기 국민을 대상으로 봉이 김선달의 바람잡이 역할을 자초하는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 무엇이 문제일까? [서울문화인] 대동강 물이 자기 거라고 주장하면서 바람잡이인 물장수들에게 돈을 주고, 물을 퍼 갈 때마다 돈을 돌려받으면서 상인들에게 보여준 뒤 상인들에게 대금 수천 냥을 받고 팔아넘긴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를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관에서 이중섭(1916-56)의 탄생 100년, 작고 60년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역사상 최초로 이중섭의 개인전이라는 내세우며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해, 총 60개의 소장처로부터 대여한 이중섭의 작품 200여점, 자료 100여점을 선보인 전시를 가졌었다. 당시 이 전시는 외형만을 보면 대중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획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언론사(조선일보)와 공동주최로 진행되었고, 입장료는 기존 입장료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또한, 기존 전시에 투입되는 인력보다 과도한 인력 투입(조선일보가 특정한 외부업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시의 도록 수익도 조선일보로 들어갔다. 이에 당시 본지의 기사 ‘국립미술관은 무엇을 위해 공동주최를 하는가?’(2016년)로 인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고 본 언론사에도 향후 특정 언론사와 공동주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했다. 바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기관인 소마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시 보다 : 한국근현대미술전”이 그러하다. 이 전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선일보사, 디커뮤니케이션, 소마미술관이 주최/주관하는 전시로 명시되어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작품의 소장처와 입장료가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의 자산으로 과연 외부 업체가 수익을 취할 수 있는가’이다. 이번 전시에는 20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가운데 10곳의 국공립기관이 작품을 대여했다는 점이다. 과연 국공립의 소장품으로 타 기관, 혹은 민간 기관이 상업전시에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만일 이를 알고도 진행, 혹은 대여를 했다면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 기관의 작품이 대여되는 전시는 대부분 무료 관람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 작품 소장처(대여 작품 수) 국공립 : 소마미술관(1), 국립현대미술관(12), 서울시립미술관(4), 대전 이응노미술관(2),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2),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16),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6),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8),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재단법인 : 금성문화재단(6), 유영국미술문화재단(3) 비영리기관 : 김종영미술관(9) 사립미술관 : 리움미술관(3), 모란미술관(1), 서울미술관(1), 한솔문화재단(2), 가나문화재단(3), 기타 : 대전 프랑스 문화원(3), 웅갤러리(4), 주영갤러리(10), 갤러리포커스(4), 개인 소장(48), 작가 소장(6)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측에 이번 전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니 두 기관 모두 “소마미술관으로부터 작품 대여를 문서로 요청받았다. 하지만 상업 전시로 활용되는지는 몰랐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 외부 대관의 기준을 좀 더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입장료의 문제이다. 대부분 국공립미술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소장 작품 역시 국민의 세금 또는 기증에 의해서 충당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대부분 4천 원 이내로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입장료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입장료와 맞먹는 15.000원에 책정되어 있다. 이것은 상업전시라는 반증이다. 사실 국공립미술관에서 해외 소장품을 들여와서 진행하는 기획전도 늘 입장료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는 민간 전시에 비해 전시장 대관료가 세이브 됨에도 비슷한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시를 들여다보면 한 결 같이 민간 업체가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려져 있기 때문에 그 수익을 보존해주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높은 입장료의 피해자는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국공립의 입장수익은 전시를 주관하는 국공립 단체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 귀속이 된다. 그 수익금이 다시 다음해 예산으로 국민에게 환원된다. 하지만 중간에 민간 업체가 협업으로 참여함으로써 그 수익이 중간에 그들에게 흘러간다. 그럼 피해자는 누구일까. 이는 자명하다 전시를 보던, 안 보던 피해자는 국민이다. 그럼 민간 업체에게는 왜 자꾸 공공기관과 협업하려고 하는가? 먼저 대관료가 세이브 된 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공건물을 대관료 없이 활용할 수 있어 일단 손실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다. 더불어 작품 대여도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쉽게 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여러 명목으로 수익을 챙겨간다. 결국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소마미술관 측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였지만 어떠한 정보도 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며,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참고로 이런 문제는 비단 소마미술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엄청난 관람객이 들었음에도 정작 박물관은 수익을 가져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한국경제가 왜 주최사로 함께 했는지 모르겠다. 또한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 중에 있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는 ‘문화산업전문회사 호퍼’가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관람료는17,000원이다. 왜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일반 상업 전시업체가 진행하는 전시와 같은 금액을 주고 관람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국가예산이 지급되는 인력과 전시 시설에 대한 사용료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점에 대해 언론사는 침묵하고 있을까... 몰라서? 아니다. 다른 전시를 통해 그들도 이런 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재산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 국가의 재산을 이용하여 특정 단체가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답해준다. ‘이후 김선달의 바람잡이를 했던 상인들은 대동강 물세를 거두려다가 물을 퍼 가던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았다고 전해진다.’ [허중학 기자] [위 기사는 이어서 진행됩니다]
국경없는 언어의 하모니로 함께하는 지구촌 대합창,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
국경없는 언어의 하모니로 함께하는 지구촌 대합창,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
[서울문화인]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을 취지로 국가와 종교, 세대를 뛰어넘어 참여하는 세계합창대회(World Choir Games)가 지난 7월 3일 오후 7시 30분 강릉아레나에서 개막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건희 여사,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권성동 국회의원, 김홍규 강릉시장 등 주요 내빈과 대회 참여 팀을 비롯하여 사전예매를 통해 입장한 관객들이 함께 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개막식은 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 귄터 티치 위원장과 강릉 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 허용수 위원장, 김건희 여사가 축사에 이어 대회기, 개최국 국기 입장에 이어 참가국 국기 입장, 2023 공식 주제가 제창 등 국제대회 개막식의 분위기를 이어 갔다. 특히 참가국을 소개하는 시간에 전쟁의 포화 속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팀이 호명될 때에는 많은 환호가 이어졌다. 2부는 주최국 고유의 주제공연으로, 강릉의 자연과 세계인의 목소리로 이루어내는 ‘평화의 하모니’로 관객들에게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 우효원 작곡가가 작·편곡한 음악이 전체 라이브 연주로 진행되었다.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의 소리꾼 고영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카운터테너이자 JTBC 팬텀싱어 4 준우승팀 ‘포르테나’의 멤버 이동규, 차세대 소프라노 박혜상, 가수 규현, 거미 등의 아티스트들이 특별출연했다. 또한, 이날 강릉시립교향악단, 강릉시립합창단, 원주시립합창단, 춘천시립합창단이 연합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대규모 합창을 선보였다. 세계합창대회는 2년 주기로 대륙을 넘나들며 개최되며, 2000년 오스트리아 린츠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이번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는 2018 동계올림픽 레거시인 경기장 시설을 활용하고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시민의 저력을 인정받아 2020년 4월, 36개국의 유치 경쟁 끝에 개최가 확정되었다. 당초 2022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년 연기되었다. 강원도와 강릉시, 독일 인터쿨투르(Interkultur)가 주최하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가 주관으로 7월 3일부터 7월 13일까지 11일간 진행되는 이번 세계합창대회는 34개국, 321개팀(해외 91팀, 국내 230팀), 약 8,000여명의 합창단과 합창관계자가 강릉에 모여 합창 경연, 개폐막식, 거리퍼레이드, 세계합창총회 및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강릉아레나, 강릉아트센터는 물론 강릉지역명소에서 펼친다. 우리나라는 2002년 2회 대회가 부산에서 개최된 것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가 엔데믹 이후 처음 개최되는 대회이지만 펜데믹 이전에 비해 해외 참가국과 참가팀은 회복하지 못했다. 2022년 진행이 예정되어 있었을 당시 527개 팀이 참석 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코로나로 연기되면서 참여팀이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귄터 티치 세계합창대회 위원장은 “국제팀이 줄어든 것은 참가팀이 코로나로 연습을 많이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더블어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 팀이 참석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팀의 참가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귄터 티치은 “세계 경제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팀이 많이 참석하여 감사함을 표했다. 더불어 “각국의 정부는 세계랭킹이 높은 팀을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는데 어린이 참가 팀에게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귄터 티치 위원장은 개막식 이후 “개막식을 보고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한국문화를 잘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합창대회는 국경과 인종, 음악적 배경이나 장르를 넘어서 누구나 참여가능하다. 경연은 경쟁과 비경쟁으로 나누어지고, 경쟁부문은 다시 오픈경연과 챔피언 경연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챔피언 부문은 국제 경연 경험이 있거나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합창단을 대상으로, 오픈 경연은 모든 아마추어 합창단을 대상으로 참여한다. 경연은 28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어린이, 청소년, 대학, 시니어, 여성, 남성, 혼성, 종교음악, 현대음악, 팝, 민속음악, 쇼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복수로 참여할 수 있고 각 부문별 그랑프리를 발표한다. 하지만 대회는 참여단체들의 우열을 가리기보다 “참여만으로도 명예롭다”, “세계 공통 언어인 음악으로 문화와 국가를 연결한다”는 취지로 전 세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즐기는 것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귄터 티치 위원장은 “대도시는 다른 행사에 묻힐 수 있어 대 도시는 가급적 제외하려고 한다. 차기 주최 도시는 대도시 보다는 오롯이 이 대회만을 집중할 수 있는 중.소도시를 선택하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강릉 같은 도시가 최적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11일간 개최되는 강릉 세계합창대회는 본 행사인 합창경연은 물론 거리 퍼레이드, 세계합창총회 및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강릉아레나, 강릉아트센터는 물론 강릉 지역명소에서 펼쳐진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폐막식은 7월 13일 오후 7시 30분 강릉 아레나에서 열린다. 폐막식은 11일간의 여정을 함께한 참가국들의 행진을 시작으로, 인종과 국가를 초월하여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평화를 염원한다. 차기 개최국 발표와 함께, 지구촌 대합창의 장관이 펼쳐지는 자리다. 또한 대회기간 총 5회에 걸쳐서 열리는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축하콘서트’가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다. 콘서트에는 국립합창단, 강원도립무용단, 강릉시립합창단과 합창대회 참가팀 중 8팀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한편, 개막식은 입장료 2만원의 유료 티켓으로 진행 되었지만 입장 시 강원상품권으로 100% 티켓금액 전액 환급해주었다. 또한, 폐막식과 축하콘서트는 무료 관람이지만 사전에 티켓 예매가 필수이며 1인 2매까지 예매 가능하다. 이 밖에 경연, 시상식, 우정콘서트는 선착순 무료 관람이며 합창단 공연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입장과 퇴장이 자유로운 자율 관람이 가능하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대한제국의 서양식 영빈관 덕수궁 ‘돈덕전’, 당시 수교 외교관 초청 미리보기 행사 진행
[문화재] 대한제국의 서양식 영빈관 덕수궁 ‘돈덕전’, 당시 수교 외교관 초청 미리보기 행사 진행
1876년~1902년 대한제국과 수교한 나라의 외교관 등 30명 초청해 ‘미리보기’ 당시 수교 12개국의 한국 거주 인플루언서 12명도 한복입고 참여 [서울문화인] 일반인들에게 돈덕전은 익숙한 명칭이 아니다. 돈덕전은 대한제국이 고종 즉위 40주년 칭경예식에 맞추어 서양열강과 대등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와 주권 수호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1902년~1903년에 걸쳐 황궁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이었다. 건축 목적은 ‘돈덕전’이라는 현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돈덕惇德’은 중국의 고대 문헌인 『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 제16장 중에 “멀리 있는 자를 회유하고 가까이 있는 자를 길들이며, 덕이 있는 자를 후대하고 어진 자를 믿으며 간사한 자를 막으면, 사방의 오랑캐들이 복종할 것이다(柔遠能邇 惇德允元 而難任人 蠻夷率服)”에서 찾을 수 있다. ‘덕이 있는 자’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할 세계의 여러 국가를 가리키며 이들을 후대하는 장소가 바로 돈덕전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한 화려한 건축양식으로 세워진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황제가 외교사절을 접견하고, 연회를 베풀고,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로 사용되었으나, 1921년~1926년 일제강점기에 훼철되고 그 자리에 1933년 어린이 유원지가 만들어지면서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명칭이다. 그러다 문화재청이 덕수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조사연구에 들어가 오는 9월, 약 100년 만에 돈덕전을 새롭게 재건하여 전시와 행사장 및 도서-아카이브관의 용도로 개방, 과거 역사 공간의 복원과 미래 문화교류의 공공외교 플랫폼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9월 정식 개방에 앞서 26일(월) 1876년~1902년 대한제국과 수교한 총 12개국 가운데 8개국(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벨기에, 텐마크)의 주한 외교관(3개국 대사 등) 및 문화원 관계자 23명(2개국 원장 등), 12개국의 한국 거주 인플루언서 12명, 국제교류재단 교류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0년의 역사, 100년의 우정-문화유산 공공외교의 장, 돈덕전’ 행사 주제로 ‘미리보기(프리뷰)’ 행사를 개최를 개최하였다. * 수교 12개국 : 일본,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헝가리, 중국, 벨기에, 덴마크 이날 아쉽게도 대한제국 주변 3개국(중국, 일본, 러시아) 외교관은 참석하지 않아 100여 년 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마냥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였지만, 이들 국가의 인플루언서는 외교관을 대신하여 덕수궁에서 함께 한 인플루언서들과 우리 고궁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행사는 돈덕전 투어에 앞서 석조전에서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의 지휘로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영원하기를 노래했던 조선초기 세종대 ‘여민락’을 현대 음악으로 재작곡(작,편곡 박영란, 대본 탁계석) 한 음악과 함께 상주아리랑, 아리랑 변주곡을 선보여 행사를 찾은 외교관을 비롯한 내빈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아날 공연은 전통의 가치를 유지한 토대 위에 서구의 문화를 접목하려 했던 대한제국의 근대화 방향을 서양의 오래된 악기인 파이프오르겔과 한국 전통의 음악과 협주로 이뤄졌다. 이어 8개국 대사와 함께 진행된 돈덕전 투어에는 수교 12개국 인플루언서들이 한복으로 환복하고 투어에 참여하여 이목을 끌었다. 현재 내부 인테리어가 한창인 돈덕전은 당시 내부 돈면이 존재하지 않아 복원이 아닌 재건으로 진행되어 향후, 전시와 행사장 등 다양한 용도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전설적인 스니커즈를 한 자리에서 보다. 展
전설적인 스니커즈를 한 자리에서 보다. 展
[서울문화인] 스니커즈는 과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하위문화(서브컬쳐)로 여겨졌으나 예전과 달리 직장인도 근무복장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소비층이 확대되어 지난 몇 십년간 대중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현재는 그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이자 장르가 됐다고 한다. 세종미술관에서 ‘스니커즈’를 소재로 전시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물론 그것은 개인적 취향 때문이다. 하지만 TV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운동화를 수집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애호가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전시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전시장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SNEAKERS UNBOXED: STUDIO TO STREET)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스니커즈 관련 전시로 런던 디자인 뮤지엄(The Design Museum)의 소장 스니커즈를 소개하는 월드투어 전시로 2021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보쉬, 대만 타이페이에 이어 대한민국 서울을 찾았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패션과 제품은 물론, 그래픽 디자인을 아우르는 디자인의 모든 요소를 탐구하고 있는 뮤지엄으로 1989년 설립 이래 크리스티안 루부탱, 폴 스미스, 자하 하디드, 프랑크 게리, 디터 람스를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100회 이상 개최하였다. 2016년에는 런던 서부 켄싱턴으로 이전, 현대 디자인의 변천사를 소개하는 상설전을 비롯해 참신한 디자인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스니커즈는 밑창이 고무로 된 신발을 일컫는 말로 초기에는 운동선수를 위해 디자인됐으나 현재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신는 신발이다. 이번 런던 디자인 뮤지엄 월드투어 <스니커즈 언박스드>는 스니커즈의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전시로 운동선수를 위해 고안된 신발인 스니커즈가 어떻게 여러 세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스타일이자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스니커즈의 스타일, 역사 등 스니커즈 문화를 관련 영상과 사진까지 총 700~800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리가야 살라자르(Ligaya Salazar) 큐레이터는 한국을 찾아 “‘스니커즈 언박스드 서울’은 스니커즈가 어떻게 스타일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하게 됐는지, 또한 앞으로 스니커즈 열풍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등 스니커즈에 관한 모든 것을 선보이는 전시”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스니커즈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1920년대의 상징적인 모델부터 세계적으로 이슈를 일으킨 상징적인 스니커즈부터 1985년 첫 발매 이후 수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며 단순한 신발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나이키 에어 조던’의 컬렉션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스니커즈 붐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모델인 ‘나이키X제프 스테이플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죤’도 만날 수 있다. 그레이 컬러에 비둘기가 그려져 ‘피죤 덩크’로 불리는 이 스니커즈는 2005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인 제프 스테이플과 나이키가 단 150켤레를 제작한 모델이다. 당시 매장에서 30켤레를 한정 판매하면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매장 앞에 진을 치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스니커즈 폭동'을 일으킨 신발로 유명세를 얻었다. 또한, 스트리트 패션에서 시작해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글로벌 패션 아이콘 버질 아블로가 2019년 나이키의 상징적인 스니커즈 10개를 해체주의적 독창성을 발휘해 다시 만들어낸 ‘The Ten’(더 텐) 시리즈,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터 그룹 미스치프가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와 공동제작한 '사탄' 스니커즈를 만나볼 수 있다. ‘사탄’은 나이키의 에어맥스97 모델을 개조해 운동화 밑창에 사람의 혈액 한 방울을 넣어 제작됐는데, 이에 대해 나이키는 미스치프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이와 함께 요르단강에서 끌어온 성수를 넣어 만든 또 다른 한정판 스니커즈 ‘지저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스타일(THE STYLE) ▲퍼포먼스(PERFORMANCE)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서울(SEOUL) 등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스타일> 섹션에서는 1970년대부터 인기 뮤지션과 스포츠 스타 마케팅을 통해 젊은층의 욕망을 자극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스니커즈를 소개하며, <퍼포먼스> 섹션에서는 최고의 기능을 위해 스니커즈에 적용된 과학과 기술적 영역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볼 수 있다. <지속 가능성> 섹션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업사이클링, 리메이크 등 신발의 수명을 연장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다룬다. <서울> 섹션에서는 한국의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아티스트의 협업 작품과 함께 스니커즈 산업의 중심에 있던 한국의 스니커즈 문화를 담아냈다. 또한, 전시장 한쪽을 가득 채운 거대한 규모의 ‘아워월(Our Wall)’은 스니커즈 산업과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컬렉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364개의 스니커즈가 모여 ‘아워월’을 형성했다. 전시는 오는 9월 10일까지 진행되며, 입장료는 2만원(성인기준)이다. [허중학 기자]
[전시] 사물의 연금술사 요시다 유니의 해외 첫 전시 ‘YOSHIDA YUNI; Alchemy’
[전시] 사물의 연금술사 요시다 유니의 해외 첫 전시 ‘YOSHIDA YUNI; Alchemy’
[서울문화인] 미술관을 찾았을 때 우리는 거장들의 작품 앞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타이틀 때문일 수도 있다. 꼭 거장이나 명화가 아니더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그녀의 작품은 하나하나 관객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지난 5월 24일(수)부터 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일본의 아트 디렉터 요시다 유니의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은 어느 하나 스쳐갈 수 없을 정도로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요시다 유니는 광고,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젊은 세대에게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요시다 유니(Yoshida Yuni, b. 1980)는 일본의 5대 미술대학중 하나인 여자미술대학(Joshibi University of Art and Design)을 졸업한 후, 대형 광고회사 오누키 디자인(ONUKI DESIGN)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 노다 나기(Noda Nagi)의 우주 컨트리(Uchu Country)를 거쳐 2007년에 독립하여 광고와 영상, 앨범, 책 디자인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시다 유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첨단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CG(컴퓨터 그래픽) 대신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아날로그 수작업’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각각의 사물의 속성을 깊게 관찰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섬세하게 재조합한 작품을 통해 인간적인 감성과 따뜻함을 작품에 담아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상과 사물들을 하나의 화면에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된 작품은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아날로그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작가는 “기본적으로 모든 작업은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그렇다고 컴퓨터 그래픽은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수작업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작품에는 완성되었을 때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제가 세세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때로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매우 재밌다.”고 말한다. 요시다 유니의 해외 첫 전시로 선보이는 《YOSHIDA YUNI; Alchemy(연금술)》展은 전 세계를 무대로 패션브랜드, 잡지, 광고, 아티스트의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요시다 유니의 여정을 소개하는 전시로 작가의 15여 년에 걸친 전작 23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은 순수 개인 작업을 포함하여 광고, 뮤직비디오, 앨범, LP, 책 디자인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총 3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시의 3부에서는 2023년 신작 <Playing Cards> 50여 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으로 이 작품은 전 세계인에게 익숙한 소재인 트럼프 카드를 요시다 유니 만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 것으로, 인물, 사물, 과일, 꽃, 음식 등 15여 년에 걸쳐 요시다 유니가 천착해온 다양한 소재들이 총체적으로 구현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서울미술관과 함께 1년간 전시 기획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공을 들였고, 그 과정 중 트럼프 카드를 재현한 신작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작 <Playing Cards>에 대해 “5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서도, 여럿이도 즐길 수 있는 트럼프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언젠가 직접 오리지널 트럼프카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전 세계의 모두가 알고 있는 모티브이기에, 해외에서의 첫 전시인 이번 전시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서 만들었다.”며 “실제로 작업을 시작하고 제작하는 데에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트럼프의 패턴을 살리면서 모든 것을 실사로 표현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제 작품에서의 경험들을 최대한 녹인 작품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로 모티브를 구성했는데, 주변의 사물들을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 보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재미를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저작권이 작가 자신에게 귀속되어 있는 회화와 달리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클라이언트에게 동의를 얻어서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전시의 제목인 ‘Alchemy(연금술)’처럼, 작가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빛과 어둠, 유형과 무형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세밀하게 조작하여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변환’시키고 원물의 형태를 재조합하여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변형’한다. 꽃과 과일 같은 생물의 시간적 유한성을 멈추어 놓고 화면에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온기를 더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제작 방식 덕분에 관람자는 시간을 들여 관찰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과일을 모자이크처럼 표현한 <Layered> 작품에 대해 “자연에는 완전히 같은 색, 같은 모양이 있을 수 없고, 같은 빨간색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빨간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따라서 자연의 그라데이션을 사용해 모자이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작품을 제작할 때는 먼저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스케치 한 다음, 믿을 수 있는 팀원들과 회의를 거쳐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분께서 큐브 모양으로 과일을 잘라주시면, 그것을 제가 직접 모자이크처럼 배열했으며, 생과일은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제가 직접 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불어 작품의 아이디어와 영감은 “보통 의식적으로 떠올리려고 하지는 않고,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 조용한 공간보다는 약간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오히려 차분해지고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카페에 자주 가는 편이며, 집중은 밤에 제일 잘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요시다 유니의 다양한 작품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그린 러프 스케치와 촬영 시 사용했던 메이킹 소품을 함께 전시되어 작업의 결과물로 만났던 한 장의 사진 속에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깃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지 작가의 손길로 완성된 소품을 통해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작품 옆에 설치된 캡션 ‘유니의 시선’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 제작 과정에 얽힌 비화와 아이디어 구상의 순간들을 작가가 직접 작성하였다. 더불어 첫 해외 전시의 개관과 내한을 축하하며 일본 최정상의 스타들과 국내의 그래픽 아티스트, 현 한국 디자인계를 이끄는 스튜디오 대표들의 축전도 소개되고 있다. 한편, 서울미술관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7월과 8월 각 1회 씩, 총 2회에 걸쳐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작품의 제작 과정과 제작 동기, 15여년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 준비과정 등 생생한 현장과 뒷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밝혔다. 일정 및 참여 방식은 추후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또는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소비만능주의를 비판하는 그래피티 작가 제우스의 국내 첫 개인전, 展
[전시] 소비만능주의를 비판하는 그래피티 작가 제우스의 국내 첫 개인전, 展
[서울문화인] 2016년,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내 가장 높은 벽, 높이 8.3미터, 넓이 16미터의 달하는 거대한 벽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글로벌 상표와 이 로고가 흘러내리는 작품이 설치되었다. 이제는 순수 예술의 한 장르이자 팝아트를 이을 최고의 현대미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래피티가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이후 많은 그래피티 작가들이 한국을 찾아 개인전을 가지면서 국내에서도 제도권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전에서 서울서예박물관 한 벽면을 자신의 상징적인 리퀴데이션Liquidation(흘러내림) 작품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설치)을 선보였던 제우스(ZEVS)가 7년 만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제우스의 많은 작품에는 수많은 세계적인 브랜드 로고가 등장하여 상업적인 작가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제우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흘러내리는 표현은 산도 물도 세상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고 언제가는 변한다. 지금의 유명한 로고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란 것을 표현했다.” 그리고 “로고는 자신이 프랑스인이라 프랑스 회사의 로고를 사용했다”고 밝혔었다. 이처럼 그는 오늘날 세계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부와 사치, 권력의 상징인 로고와 전능한 브랜드를 공격하며 파괴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우스ZEVS(Aguirre Schwarz, b.1977) 파리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제우스(b.1977)는 부모님이 작업하셨던 50미터 높이의 커다란 콘크리트 스튜디오 옥상에서 바라본 파리 도시위의 풍경은 그를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1992년 초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기차역과 가까운 곳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하던 제우스는 예기치 못했던 기차 사고로 인하여 목숨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죽음에 이를 뻔했던 찰나의 순간 그는 그 순간의 기억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 열차의 이름이었던 ZEVS를 본인의 활동명으로 칭하며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성립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Electric Shadow’부터 시작하여 그는 자신이 고안한 방식인 ‘Liquidation(흘러내림)’기법으로 ‘Visual Kidnapping’, ‘Visual Attack’등 본인만의 작품 활동에 특유한 프로젝트명을 붙이며 그래피티 씬에서 벗어나 현재는 Banksy(뱅크시), Space Invader(스페이스 인배이더), Shepard Fairey(셰퍼드 페어리) 등의 인물을 포함하는 포스트 그래피티 씬의 그룹에 속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제우스는 그래피티 씬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념적이고 현대적인 예술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프랑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인 에펠탑과 파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한 현존하는 유일한 작가이다. ZEVS, ROOM 711 수수께끼 같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711호실’은 언뜻 호텔 객실 번호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것은 비밀 코드이다. 전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코드이자, 서양 미술사의 두 가지 주요 걸작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이 전시되어 매년 수백만 명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적인 공간인 살레 데 에타 전시실에 부여된,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이 예술가와 함께 파리 박물관의 가장 아름다운 방에 VIP 방문객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유명한 ‘711호실’에 들어가면 익숙한 명화들이 자신이 고안한 방식대로 기업 로고와 함께 그 위로 황금색 물감은 작품 표면을 지나 액자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흘러내린 물감은 화면을 어느 정도 가리는 장막을 형성한다. 이는 사물을 가두는 감옥의 창살, 그어진 줄무늬, 숨거나 분리된 커튼 등 해석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뒤를 들여다보는 행위 속에는 부정할 수 없는 관음증이 존재한다. 이런 주제는 루브르 박물관과 같은 예술기관과 돈이라는 주체의 관계가 항상 존재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제우스는 예술이 권력의 대상으로 도구화되고 명품 산업과 점점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을 비판이라 할 수 있다. 금기를 파괴한 제우스의 작품은 오리지널 작품들과 판본들이 함께 제우스의 “흘러내림”을 통해 소비만능주의, 그리고 거장과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우리의 열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들어낸다. 밑에는 오리지널 작품들이, 위에는 표면을 흘러내리는 제우스의 흘러내리는 물감 방울들이 의미에 새로운 층을 더하고, 다른 작품들과 해석으로 연결시킨다. 고전 회화의 재사용과 재맥락화는 제우스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관행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미지 도둑’이자 ‘도상 파괴자’라고 표현한다. 이 외에도 대기 오염, 오염된 물, 녹아버린 빙하 등 세상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volution 시리즈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1967년작 “The Bigger Splash 더 큰 풍덩”과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에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작가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소비주의 사회를 고발할 뿐 아니라 지구의 자원을 남용한 데 있어 이류의 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Liquidation(흘러내림)’기법을 통해 탄생한 작품과 함께 2018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축제인 백야의 밤을 기념하여 그 해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에펠탑을 빛냈던 순간의 영상물, 그리고 2022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작품까지 제우스의 발자취를 느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허중학 기자]
[영화제] 제27회 BIFAN, 51개국 262편 가운데 83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으로
[영화제] 제27회 BIFAN, 51개국 262편 가운데 83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으로
[서울문화인] 51개국 262편의 장·단편 영화로 무장을 마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워장 신철)가 오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11일간의 장도에 오른다. 먼저 관심을 모은 올해 BIFAN의 시작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감독 아리 애스터)로 시작하여 <모두의 노래>(감독 시미즈 타카시)로 여정을 마무리 한다. 개막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유전>과 <미드소마>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은 호러 마스터 아리 에스터 감독이 제작사 A24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최신작이며, 폐막작 <모두의 노래>는 <주온> 시리즈로 알려진 J-호러의 대가 시미즈 타카시 감독의 최신작이다. 두 작품 모두 BIFAN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선보이는 262편의 장·단편 가운데 83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이상해도 괜찮은’ 아시아 최대 장르영화제 BIFAN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국제경쟁 섹션인 ‘부천 초이스: 장편’에서는 도전적이고 신선한 에너지로 가득한 전 세계의 장르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호랑이 소녀>, 배우 가진동의 감독 데뷔작 <흑교육>을 비롯해 <A.I 소녀> <디스오더> <레스토레이션 포인트> <더 씨딩> <주술> <수퍼포지션> <고래의 뼈> <네버 파인드 미> 등 10편이 소개된다. ‘매드 맥스’ 섹션에는 캉뗑 두피우 감독의 <흡연하면 기침한다>,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넷은 너무 많아> 등 장르영화 거장들의 신작이,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에는 <이블 데드 라이즈> <인피니티 풀> <테리파이어 2> 등 장르영화 매니아 관객들을 만족시킬 화제의 정통 호러‧하드고어‧액션 장르의 영화들이 포진했다. 특별전 ‘포크 호러: 잔혹한 땅, 테러’에서는 최근 전 세계 호러영화 트렌드를 이끄는 ‘포크 호러’ 11편을 만날 수 있다. ‘최민식을 보았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올해 BIFAN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얼굴 최민식 배우다. <올드보이> <쉬리> <악마를 보았다> 등 배우가 직접 선정한 10편의 대표작부터 디지털 복원된 초기 단편 2편도 상영된다. 이 외에도 기념책자 발간, 전시회, 메가토크 등 부대행사도 다채롭게 차려진다. ‘스트레인지 오마주’ 섹션에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 두기봉 감독의 <동방삼협>을 비롯해 8편의 복원작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의 화제작 <킬링 로맨스>를 특별하게 다시 만나는 ‘살아있는 덕후들의 밤’과 ‘B 마이 게스트’ 등 이상한 게스트들과 함께하는 BIFAN만의 즐거운 상영 이벤트도 예정되어 있다. 부천시 50주년 기념하는 축제로의 확장 BIFAN은 부천시 50주년을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는 동시에, 도시와 축제가 조화롭게 상생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먼저 지난해 큰 호응을 얻은 ‘7월의 카니발’을 시민들의 참여와 함께 더욱 확장된 규모로 개최하며, 지역 내 호텔 등 상권과 연계한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부천시 50주년 기념하여 ‘부천시 50주년 기념전’도 진행된다. 기념전에는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은, <청춘 낙서> <용쟁호투> <앤디 워홀의 프랑켄슈타인> <위커맨: 파이널 컷> 등 1973년 작품 중 엄선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이 함께 부천시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진다. 이와 더불어 ‘부천 괴담 공모전’을 진행해, 부천을 무대로 한 118편 괴담을 접수, 그 중 11편을 최종 선정작으로 엄선해, 영화제 개최에 맞춰 『부천 괴담집』으로 출간‧배포되며, 지난해 괴담 단편 제작 지원작 7편이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Beyond Reality 기술적인 한계와 제약을 창의적으로 극복해 세련된 연출 방법과 표현 양식들을 선보이고 있는 31편의 국내외 초청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웹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브레인스트림>)으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중 접속 연극(<파인드 윌리>)과 음악 공연(<장 미쉘 자르의 옥시모어>, <신무림>)으로, 센서를 활용한 작곡 퍼포먼스(<더 콤포지션>)로, 또는 혼합현실 게임(<에그스케이프>)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비욘드 리얼리티의 관객들은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디자인하고 있는 말년의 가우디(<가우디의 신성한 아뜰리에>)를 만나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복판(<당신의 파괴, 우리의 창조>, <생생한 기억: 전쟁의 표정>)으로 들어갔다가, 오래된 만화잡지 속 이야기(<재일버드>)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게 되었다. 신기술을 활용하여 메타버스 연극을 만든 사례나 각 대륙의 대표적인 이머시브 페스티벌의 비전, 과학기술와 예술의 적극적인 융합 사례는 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들어볼 수 있다. 또한 올해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후원으로 유니티 코리아와 IVEX 스튜디오와 공동 주최로 '콘텐츠잼'을 선보인다. 마치 게임 해커톤을 하듯이 짧은 기간 동안 아이디어 하나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콘텐츠 창작에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창작자들이 더 큰 자유와 기회를 획득하는 과정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술적인 진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상의 세계를 극대화시켰던 영화의 역사가 더욱 풍부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영화의 미래를 묻는 BIFAN의 새로운 키워드 올해 BIFAN는 영화 외에도 K-시리즈, K-Pop, K-웹툰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결합하고 융합하는 산업 환경에서, BIFAN은 다양한 문화형식과 영화의 만남을 적극 탐색하고 제시하고자 키워드를 ‘영화+’로 설정했다. 이는 한국영화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전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코리안 판타스틱: 영화 + K-Pop’ 섹션을 통해서는 ‘뉴진스’의 프로듀서로 화제를 모은 DJ 겸 프로듀서 250(이오공)의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 상영과 토크를 BTS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편도 상영되어 K-Pop과 영화가 만나고 콘텐츠로 확장되는 흐름을 소개한다. 또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협력해 K-웹툰과 영화의 만남을 모색한다. 웹툰‧영화‧시리즈 등 콘텐츠 저작권을 둘러싼 이슈를 다루는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영화제 기간에는 영화와 웹툰 창작자가 함께 네트워킹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아시아 최대 장르영화 플랫폼 B.I.G 올해 산업프로그램 (BIFAN Industry Gathering, B.I.G)은 더욱 강화된 글로벌 인더스트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NAFF 프로젝트 마켓은 18개국에서 엄선된 29편의 프로젝트를 돌아온 해외 파트너들과 새로운 파트너들의 스폰서쉽과 함께 맞이한다. 일본영상산업진흥기구(VIPO)과 함께 타카하시 히로시, 쿠마키리 카즈요시 등 저명한 감독들의 새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섯 편의 일본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환상영화학교는 할리우드 영화 베테랑이자 미국영화연구소(AFI) 교수 배리 사바스를 올해의 학장으로 선정해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한다. 6월 30일~7월 2일, 대규모 시민참여행사 ‘7월의 카니발’ 부천시 50주년을 기념해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7월의 카니발’이 개최된다. ‘바리공주’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새로운 세상 ‘바리월드’의 세계관을 콘셉트로 더욱 많은 관객·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부천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바리퍼레이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댄스파티 ‘승천나이트’,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물총싸움 ‘세기의 혈전’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지나온 관람객들에게 신나는 일탈의 공간과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7월의 카니발’은 시청 잔디광장·안중근공원·미관광장·길주로·소향로 등 부천시 일대에서 진행된다. 한편, 올해 BIFAN의 공식 기자회견이 7일 부천시청 내 판타스틱 큐브(오전 10시)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오후 2시)에서 정지영 조직위원장, 신철 집행위원장, 김영덕·남종석·모은영·박진형·김종민 프로그래머, ‘7월의 카니발’ 조영신 총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BIFAN은 부천시 5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관객‧시민들과 함께 이를 축하하고 조화롭게 상생하는 축제로 올해 영화제를 준비한다”며 많은 관보도심과 기대를 당부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급변하는 영화 환경 속에서 올해 BIFAN은 ‘영화+’를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고자 한다”며 “BIFAN에서 모두가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영화의 미래를 목격하고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시청 잔디광장·어울마당·판타스틱큐브·한국만화박물관·CGV소풍·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에서 상영되며, OTT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찾아가는 동네 영화관’(소향관·솔안아트홀·부천스타필드시티 스타가든)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20세기 장식 미술의 거장 ‘라울 뒤피’의 국내 첫 개인전 _‘색채의 선율’展
[전시] 20세기 장식 미술의 거장 ‘라울 뒤피’의 국내 첫 개인전 _‘색채의 선율’展
[서울문화인] 2023년 봄,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라울 뒤피’의 국내 첫 개인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과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라울 뒤피(1877-1953, 프랑스 르 아브르 출생)는 20세기 장식 미술의 거장으로도 손꼽히는 인물로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직물 디자인, 실내장식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뒤피는 1905년경 마티스의 영향으로 포비즘에 전환, 이후 밝은 색채와 경쾌한 리듬에 의한 독자의 화풍을 확립. 1912년 세잔의 영향으로 엄한 구성을 지키고, 그 후도 특유한 음악적 리듬을 고수했다. 뒤피는 초기에는 인상파의 대표 화가 클로드 모네의 영향을 받아 일상생활의 장면을 많이 그렸지만, 1905년에 열린 앙데팡당전에서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사치, 평온, 쾌락》(1904)을 보고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새롭게 발견한 야수파(20세기 최초의 현대미술 운동으로 색체와 터치가 마치 야수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양식에서 큰 영향을 받은 그는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검은 윤곽선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를 제작, 야수파 전시에도 참여하면서 독자의 화풍을 확립하였다. 1908년경, 세잔의 작품을 탐색하면서 20세기 초 미술의 혁명을 시도했던 입체파(1908년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창시한 현대미술) 미술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는 세잔의 작품을 탐색하면서 공간의 새로운 구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듬해에는 뮌헨을 방문하여 독일 표현주의와 뮌헨의 장식미술을 보고 활동 분야를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1910년 패션 디자이너 폴 푸아레(Paul Poiret)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직물디자인 작업을 했다. 뒤피는 회화 작업과 함께 아폴리네르의 『동물지』 삽화를 비롯하여 수채화, 판화, 섬유, 도예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제작하였다. 특히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전기관을 위하여 대벽화 <전기의 요정>(1937)을 남겼다. <전기의 요정>에는 벤자민 프랭클린, 토마스 에디슨과 같은 전기의 발전에 발자취를 남긴 위인들이 등장하는 대형 벽화이다. 이 외에 타피스리, 스테인드 글라스 등 장식예술 활동도 많았다. 195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전에서 국제 대상 수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한국에서 선보이는 뒤피의 첫 개인전임에도 평일에도 관람객이 많이 찾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의 차이점이라면 먼저 작품의 소장처와 전시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전시는 가까운 곳을 찾아도 무방하고 좀 더 깊이 있게 보시려면 양쪽 전시를 찾아서 관람하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예술의전당,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展 지난 5월 2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이 전시는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대표이사 김대성)와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은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니스 시립미술관과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의 소장한 뒤피의 유화와 과슈, 수채화, 드로잉 및 판화 등 원작 160여 점과 뒤피가 제작한 패턴을 활용해 현대에 제작된 드레스 17벌을 포함해 약 180여 점의 작품과 함께 세계 최고의 라울 뒤피 작품의 개인 소장가로 손꼽히는 에드몽 헨라드 컬렉션(Edmond Henrard Collection)의 뒤피의 대표작인 ‘전기의 요정’을 석판화 기법으로 제작한 연작도 만나볼 수 있어 뒤피의 삶과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1860년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시작한 니스시(市)의 미술품 공공 컬렉션은 러시아 공주 엘리자베타의 궁전을 매입해 1928년 니스 시립미술관(Musée des Beaux-Arts-Ville de Nice, Jules Chéret)으로 개관하며 완성되었다. 니스 시립미술관은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과 더불어 라울 뒤피의 컬렉션으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로 작가의 기량이 절정에 달한 1930년대에 제작된 대표작 <에밀리엔 뒤피의 초상>, 니스 부둣가 산책로의 카지노 앞을 지나는 두 대의 마차>을 비롯하여 뒤피 아내, 에밀리엔 뒤피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 등 인상파와 야수파의 영역을 넘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음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인 르 아브르에 1961년 설립된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은 프랑스에서 라울 뒤피의 작품과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라울 뒤피의 부인이 1962년 사후에 뒤피의 작품 약 70여 점을 기증한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은 프랑스에서 작가의 유산을 가장 광범위하게 소장한 미술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뒤피가 말년에 그린 명작인 <자화상>을 비롯해 작가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붉은 조각상이 있는 라울 뒤피의 아틀리에> 등의 명작들이 이번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에드몽 헨라드의 컬렉션에는 이번 전시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전기의 요정’ 오리지널 석판화 연작 10점과 함께 오트쿠튀르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디자이너 폴 푸아레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다양한 원단을 비롯하여 패턴 디자인, 패턴을 위한 스케치, 다양한 뒤피의 패턴을 사용한 의상들을 통해 현대 패션 산업과 장식 미술에 미친 그의 영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전기의 요정’은 두 곳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뒤피의 대표작으로 가로 60m, 높이 10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 중 하나로 현재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에 영구적으로 보존 설치되어 있지만 뒤피는 1951년 당시 해체되어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전기의 요정’을 대중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석판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 때, 그는 단순히 <전기의 요정>을 판화로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단순화하고 재구성해 새롭게 해석, 뒤피 말년의 철학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음악 감독 정예경이 선곡한 클래식 음악과 ‘전기의 요정’을 모티브로 제작한 미디어아트, 재불 영화감독 장유록이 전시를 위해 뒤피의 일대기를 촬영한 영상 등도 선보이며,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도슨트를 맡아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박보검 배우가 들려주는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네이버 바이브를 통해 서비스되며, 바이브 앱을 통해 무료로 전시 이미지, 해설 텍스트와 함께 오디오 가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 총괄 큐레이터인 에릭 블랑슈고르쥬(Eric Blanchegorge), 트루아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Troyes) 관장 겸 프랑스 공공미술관 큐레이터 협회 회장은 “이번 전시회에는 라울 뒤피의 전 생애를 통틀어 대표작으로 손에 꼽히는 걸작이 선보여진다.”며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뒤피의 다양한 수채화, 패턴 작업이 담긴 과슈 작품, 뒤피의 원단을 사용한 의상까지 선보임으로써 회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총체적으로 뒤피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보여주도록 기획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전시는 오는 9월 10일까지 진행되며, 입장권은 성인기준 (만 19세 이상) 18,000원이다. [허중학 기자]
[박물관] 우리 밥상 위의 절대 강자와 슬픈 우리 바다이야기.
[박물관] 우리 밥상 위의 절대 강자와 슬픈 우리 바다이야기.
[서울문화인]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수산물의 소비가 큰 나라로 수산물 수입에서도 세계 1위의 국가이다. 그럼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수산물 수입 1위의 국가가 되었고 한국인의 밥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해산물을 먹는 한국인.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기, 명태, 멸치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이 기획전시실1에서 선보이고 있는 ‘조명치 해양문화특별전’은 우리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해양물고기라 할 수 있는 조기·명태·멸치를 통해 이들 물고기가 지닌 문화적 의미와 함께 현재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하는 전시이다. 물고기가 운다고?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조기 우는 소리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조기를 좋아했다. 서유구徐有榘,1764~1845는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상인의 무리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로 사방에 실어 나른다. 소금에 절여 건어를 만들고, 소금에 담가 젓갈을 만든다. 나라 안에 흘러넘치는데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귀한 생선으로 여기니, 대개 물고기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맛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석수어(조기)’를 첫머리에 둔 것은 조선에서 조기를 중시했다는 방증이다. 『자산어보』에는 “조기 떼를 만날 적이면 산더미처럼 잡을 수 있으나 전부를 배에 실을 수 없다.”라고 했다. 특히 조기와 민어는 운다고 한다. 이는 개구리 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듣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바다 환경이 변해 조기가 서해로 북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맛과 모양새가 비슷한 물고기를 찾아서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가서 수입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어획량을 자랑했기에 사람들은 조기를 가리켜 ‘전라도 명태’라고 불렀다. 이번 전시장에서 조기 울음소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명태의 나라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새끼는 노가리, 갓 잡으면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 황태...’ 어획시기, 어획방법, 크기, 건조 정도 등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60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이름 많은 명태를 동해에서 본 지 오래전 일이며, 오늘날 우리의 수입 수산물 중 늘 1위를 차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한때 명태는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잡힌 물고기였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서 조선을 명태의 나라라고 할 정도였다. 이규경李圭景,1788~1856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명태는 추석부터 많이 잡혀서 그물질 한 번에 배가 가득 차 산더미처럼 쌓인다.”라고 했고, 서유구는 「난호어목지」에서 “원산은 사방으로 장사꾼이 모여드는 곳이다. 명태 운송은 동해 물길을 따르고, 말로 실어 나르는 길은 철령을 넘는데 밤낮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져 나라에 넘쳐난다.”라고 했다. 1917년에 명태 어획량은 우리나라 총어획량의 28.8%로 엄청나게 잡혔다. 일본인 식탁에 명란이 오르는 계기 또한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어류 가공 회사가 함경도에서 가공한 명란을 수입해 가면서 시작이 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가와하라 도시오川原俊夫, 1913~1980는 한국인들이 즐겨 먹던 명란젓을 자연스럽게 좋아했다. 일본이 패망하자 후쿠오카로 건너가서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된 명란젓을 팔아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보급됐다. 명란의 인기에 힘입어 명태라는 한국식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일본어 발음 ‘멘타이’에 ‘새끼’를 뜻하는 일본어 코(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가 멘타이코(明太子)다. 중국 ‘밍타이위’, 러시아 ‘민타이’ 역시 명태를 자국어로 발음한 표기다. 한국어 ‘명태’가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퍼져나가 국제화된 이름이 됐다. 세계에서 멸치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 대한민국. 『자산어보』에 “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脯도 만든다. 때로는 말려서 고기잡이의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거도에서 잡히는 멸치는 몸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겨울에도 잡힌다. 그러나 관동에서 잡히는 멸치보다 못하다. 살펴보니 요즘 멸치는 젓갈용으로도 쓰고, 말려서 각종 양념으로도 사용하는데 선물용으로는 천한 물고기다.”라고 기록돼 있다. 멸치는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되었으며, 바닷물고기 가운데에서도 우리네 밥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물고기는 멸치라 한다. 멸치는 돔, 장어, 갈치, 고등어처럼 식탁 위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멸치의 힘은 젓갈, 액젓, 분말, 육수 형태로 다른 음식에 스며들어 맛을 내는 데에 있다. 더불어 K-푸드의 근간에는 멸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치를 먹어도 멸치를 섭취하고, 국을 먹어도 멸치를 먹는다. 멸치가 들어가지 않은 밥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처럼 멸치는 예나 지금이나 밥상 위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우리네 밥상을 좌지우지하는 숨은 주인공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맛의 지휘자였던 셈이다. 흔해서 귀하게 쓰인 물고기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여항의 평민은 명태로 포를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고, 가난한 가계의 유생 또한 제물로 올릴 수 있으니, 흔한 것이면서 귀하게 쓰인다‘라고 했다. 명태와 조기는 흔해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제사상에 오르는 제물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이규경은 멸치에 대해 말하기를 “그물을 한 번 치면 배에 가득 차는데 곧바로 말리지 않으면 썩어서 퇴비로 쓰고, 산 것은 탕을 끓이는데 기름기가 많아서 먹기 어렵다. 마른 것은 날마다 반찬으로 삼는데, 명태처럼 온 나라에 두루 넘친다”라고 했다. 온 나라에 두루 넘쳐서 날마다 반찬으로 삼을 수 있는 물고기가 멸치였다. 결국 조기, 명태, 멸치는 흔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물고기였다. ‘조명치’의 나라...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과거의 기록이 아니더라도 서해로 북상하는 조기 떼를 따라 수천 척 어선이 뒤따르고, 어선의 뒤를 또 수백 척의 상선이 줄짓던 이른바 ‘파시波市’, 즉 ‘파도 위의 시장’의 풍경은 중년 세대에게는 과거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명태는 동해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돌아올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동해에서 명태 어획량은 ‘0’이므로 100% 외국에서 들여온다. 2022년 수산물 총수입 121만 7,969톤 중에서 냉동 명태 수입이 33만 6,287톤이다. 동해에서 단 한 마리의 명태도 잡히지 않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전히 우리는 조기, 명태, 멸치의 나라이다. 이들이 가득 차 있던 바다를 그리워하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밥상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왁자지껄 이야기판 전시 이 전시는 조기, 명태, 멸치가 들어가 있는 우리의 밥상에서 시작해, 선원, 황태 덕장 사람들, 어시장 상인, 위판장 경매사와 중도매인, 시장 상인, 조리사 등 이들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정숙하고 우아한 전시가 아닌 생업현장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비린내 가득한 전시이다. 특히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국내에서 최초 공개되는 1940년대 촬영한 명태 관련 영상과 바다에서 들리는 조기의 울음소리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시로 꾸며, 삼면이 바다인 해양민족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전시는 8월 15일(화)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