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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픽사의 멤버에서 제작자로 나선 ‘톤코하우스’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특별전
[전시] 픽사의 멤버에서 제작자로 나선 ‘톤코하우스’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특별전
[서울문화인] 픽사의 대표작 <토이스토리 3>, <월-E>, <몬스터 대학교>, <카2>, <라따뚜이> 등의 작품에서 활약하다 2014년 톤코하우스를 설립한 로버트 콘드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가 청담동 톤코하우스 특별 전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을 찾았다. 톤코하우스는 2D, 3D 영화를 비롯하여 TV 시리즈, 도서, 게임, 교육 자료 및 전시회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복합 미디어 회사를 지향하는 회사로 전시장에서 만난 로버트 콘도는 “‘돈코하우스’를 차린 것은 픽사를 떠나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로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 설립하게 되었다.”며 한국 방문과 한국에서의 전시에 대해 “우리(톤코하우스)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한국에서 공유하고자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톤코하우스로는 일본(후쿠오카, 도쿄)에서 전시에 이어 네 번째 전시다. 굉장히 멋진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예술 교육의 무한한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시장이 갤러리뿐 아니라 아트 교육과 프로젝트 룸이 마련돼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곳에서 탐구할 수 있게 꾸며졌다. 이번 전시가 톤코하우스와 한국의 교류와 더불어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다이스는 “18세 때,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중국이나 한국 친구들과 가까이 하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 개인적 배경으로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이어 “픽사가 미국적 스토리의 작품을 만든다면 톤코하우스에는 인원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들이 모인 곳이라 작품 또한, 다양한 국적의 스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는 톤코하우스가 그동안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스케치, 원화, 캐릭터, 영상물 등 140여 점을 비롯하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톤코하우스 스튜디오 모습이 전시장 내 재현되고 다양한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함께 현재 작업중인 캐릭터들과 미공개 작품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였다. 또한, 스크리닝 룸에서는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던 톤코하우스의 첫 작품 <댐키퍼 (The Dam Keeper)>와 2016년 작품 <뭄 (Moom)>, 그리고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작품 <댐키퍼: 피그 이야기 (Pig: The Dam Keeper Poems)>가 상영된다. ‘댐키퍼’의 제작한 이유에 대해 다이스는 “알려지지 않는 영웅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댐키퍼의 주인공 피그는 지역공동체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피그가 하는 일은 어둠으로부터 자기 자신과 지역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라 매우 중요하다.” 이어 콘도는 “우리의 작품은 톤코하우스 직원들과 함께 ‘톤코하우스 테라피’라는 모임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 취약한 점 등을 서로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댐키퍼’는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들게 되었다. 돼지를 선택한 것은 사실 돼지는 깨끗한 동물인데 이미지는 더러운 점에서 착안했다. 여우도 꾀를 부리는 이미지의 동물이라서 오해를 받는 내용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댐키퍼는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TV부문에서 최고상(크리스탈상)을 받는 등 모두 20여개의 상을 수상했다. 전시 기간에 감독을 맡았던 에릭 오도 한국을 방문, 강연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담을 나눌 예정이다. 또한, 만 4-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과 교육을 접목시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고자 기획된 톤코하우스 워크북의 제작자 마이크 더튼이 5월 넷째 주 내한하여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등의 쌍방향 워크숍을 진행한다. 톤코하우스 아트디렉터이자 전 구글 비주얼 디자이너, 두들러로 활동한 마이크 더튼은 세계 여러 나라의 명절, 이벤트, 인물, 문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구글 로고 두들을 기발하고 다양하게 표현해 주목 받은 인물이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은 오는 8월 31일까지 진행되며, 5월 5일 어린이 날은 초등학생 이하 무료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연주되는 콘트라베이스 선율에 맞춰 로버트 콘도의 라이브 드로잉이 펼쳐지고 에릭 오 감독과 함께 동화책 읽기와 싸인회 등의 특별 이벤트도 이날 열린다. [허중학 기자]
예술가들이 기억하는 정태춘, 박은옥의 트리뷰트 전시 선보여
예술가들이 기억하는 정태춘, 박은옥의 트리뷰트 전시 선보여
[서울문화인]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수 정태춘은 음유시인으로, 표현의 자유와 평화예술의 상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 아티스트다. 이러한 정태춘, 그리고 박은옥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콘서트와 함께, 두 사람의 40주년을 기념하는 시각예술가 50인의 단체전 <다시, 건너간다>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선보였다. 전시는 정태춘, 박은옥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사랑하며 지키는 많은 문화예술인들 중에서 특별히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는 50인이 두 사람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기념하기 위한 오마주 전시이다. 뿐만 아니라 정태춘이 그동안 대한민국 내에서 사회와 삶을 바라보면서 느낀 생각을 노래가 아닌 화폭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펼쳐낸 <붓글>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정태춘의 <붓글>은 음유시인 정태춘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직접 붓글로 쓴 작품들을 비롯해서, 자신이 지은 한시와 명상적인 문구들을 담은 글이 사진, 시, 그림이 자유자재로 섞이며 만들어졌다. 또한, 전시장 로비에 마련된 아카이브 세션은 정태춘이 오랫동안 꼼꼼하게 챙겨둔 활동자료들을 비롯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영상 자료들, 대중음악사에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자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50여명의 예술가들이 트리뷰트의 의미를 살려 정태춘, 박은옥의 예술세계를 재해석하는 작품들 중, 박영균은 정태춘이 조직하고 투쟁한 경기도 평택 대추리 평화예술마을 운동의 면면을 보여주는 2007년에 발표한 다큐멘터리 영상, <대추리 평화예술마을 아카이브 영상 : 들사람들>와 정태춘을 ‘심장이 뜨거운 사람’으로 표현한 회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보기에 정태춘은 늘 예술가로서의 욕망을 분출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대추리 영상을 찍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지막 커트는 정태춘에게로 갔다고 한다. 정태춘은 그에게 늘 우상이었고, 그의 변화과정, 투쟁의 현장을 보면서, 가수나 연예인이 노래 한곡 하는 것은 쉽지만 투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심장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강렬한 인상을 가졌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임채욱은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 울림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큰 1m 짜리 LP를 만들어서 영상과 설치작업으로 <92 종로 장마에서>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이윤엽은 정태춘, 박은옥을 들판 같은 사람으로 해석, 빈 들녘 넓은 들판 중앙에 정태춘, 박은옥이 서 있는 목판화 작품을, 강영민은 <촛불>에 대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10대가요상 받았던 것이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인생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그 일을 촛불혁명으로 연결하였다. 정태춘의 신인가수상 수상 후 <촛불>을 부르고, 이은하, 심수봉, 양희은 등의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빈티지 영상을 이용한 신작이다. 류연복은 10년 전인 2009년에 열렸던, <정태춘 박은옥 30주년 트리뷰트전>에 출품했던 <다시, 건너간다>를 다시 선보이고 있으며, 최평곤은 세종문화회관 야외 공간에 꽃을 든 손 형상의 대나무 조형물을 설치, 40주년을 축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정태춘과 함께 대추리 현장 작업을 했던 노순택은 현장에서 담은 정태춘의 모습을 선보인다. 김기라는 정태춘의 섬세한 내면세계를 포착하는 동영상 작업을 출품하며, 안창홍은 1980년대에 정태춘 박은옥의 앨범 자켓으로 쓰인 그림을 선보인다. 또한 기타 연주자이자 편곡자인 싱어송라이터 유지연은 정태춘의 노래 <촛불>의 타브 악보를 손수 그려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진행하는 ‘정태춘 박은옥 40 Project’로 진행되었다. [허중학 기자]
음유시인에서 문화운동가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다원예술 프로젝트
음유시인에서 문화운동가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다원예술 프로젝트
[서울문화인] 1978년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가수 정태춘은 이후, 지구레코드사에 출판된 정태춘.박은옥 4집 <떠나가는 배 / 사랑하는 이에게>, 정태춘.박은옥 5집 <북한강에서> 이 두 장의 앨범은 서정성 짙은 시적 표현의 노래들로 100만장 이상 판매하며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대중 가수’로 자리매김 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노랫말은 그를 음유시인이라고 불리어졌다. 당시 모든 노랫말은 거의 대부분 그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그의 노래는 전통사회의 해체와 산업화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하는 ‘국악적인 노래 운동’ 시도 하는 등 90년대 그의 노래의 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그의 노래는 더 이상 서정적이거나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가 아닌 한국 사회의 모순과 저항을 온몸으로 담아낸 실천적 예술가로 변모를 했다. 그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현장, 소외받는 자들의 목소리가 있는 곳에는 ‘아침이슬’처럼 어김없이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현장에는 그가 그들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었다. 또한, 정태춘은 우리나라 최초로 음반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위한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출시해 비합법 투쟁을 전개, 결국 위헌 판결에 따른 폐지를 이끌어내며 대중음악의 표현을 자유를 지켜내는 등 우리나라 대중문화사에 기념비적인 성과를 남겼다. 2019년은 ‘정태춘, 박은옥’이 데뷔한 지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60대에 들어선 정태춘과 박은옥이 그들이 걸어온 40년의 길을 되돌아보고, 자신들의 삶과 예술에 현재의 고민과 메시지를 담은 <정태춘 박은옥 40 Project>를 통해 이 시대의 대중과 다시 만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Project’는 1980~90년대 변혁과 진보의 시대를 관통한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을 조명 및 감상하고, 노래를 중심으로 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예술 활동을 자료, 비평, 학술 영역에서 살펴보고자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 의해서 진행되는 한국 대중음악사상 초유의 획기적인 장르 융복합의 다원예술 프로젝트이다. 가장 먼저 전국투어로 진행되는 콘서트는 4월 13일 제주 공연에 이어 4월 30일(5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 공연을 시작, 이어 부산, 전주, 창원, 강릉, 양산, 대전 등 상반기 공연을 이어간다. 이후 11월까지 하반기 공연을 이어간다. 서울에서는 전시와 더불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지난 12일부터 ‘정태춘 박은옥 40 트리뷰트전 ; 다시, 건너간다’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정태춘 박은옥의 예술 세계에 공감하는 50여명의 미술가들의 오마주 작품과 정태춘의 <붓글>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은 물론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 세계와 문화운동가로서의 그의 삶의 보여주는 아카이브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정태춘 박은옥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 이은 정태춘 가족의 기념 앨범 ‘사람들 2019’ 발매와 정태춘 정신에 공감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음악과 글, 사진 등으로 이루어진 튜리뷰트 단행복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가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로 헌정 출판되었다. [허중학 기자]
[전시] 오백여 년 잠들어있던 영월 창령사 나한상, 세상과 마주하다.
[전시] 오백여 년 잠들어있던 영월 창령사 나한상, 세상과 마주하다.
[서울문화인]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인물상들이 관람객을 마주한다. 그 투박한 인물상의 돌덩어리 어느 하나 ‘당신 누구냐’라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이 없다. 모두들 눈과 코, 입에서 배어 나오는 미소로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 한 터에서 지역주민에 의해 화강암의 투박한 석상이 발견되었다. 강원문화재연구소가 2001~2002년에 정식으로 발굴조사하면서 완형 64점을 포함하여 317점의 나한상과 불보살상을 발견하면서 드디어 오백여 년 잠들어있던 나한상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당시는 이곳이 어떠한 터인지를 몰랐지만 중국 송나라의 동전 숭녕중보崇寧重寶와 고려청자 등이 함께 출토되어 그 터가 고려 12세기 무렵에 세워졌던 사찰임을 확인하였고, “蒼嶺寺” 글자가 새겨진 기와를 통해 절의 이름이 밝혀졌지만 당시 절에 대한 기록이 없었으나 역축적을 통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481년, 1530년)과 <동여비고東輿備考>(1682년경) 등의 기록을 창령사가 고려 중기부터 조선 중기까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춘천박물관의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전(2018. 8. 28 ~ 2019. 3. 31)을 관람객의 사랑과 전문가의 추천을 받은 2018년의 전시로 선정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워진 연출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이 전시가 왜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는지는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전시장에 들어서 ‘나한’을 마주하면 잠시 세상 번뇌를 잊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투박한 화강암에 새겨진 나한들의 미소가 세월의 풍파에 얼마나 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것은 어르신의 미소가 또 다른 나한에서는 애기 같은 미소가 어느 순간 내 마음 속 번뇌를 훔쳐 가버린다. 과연 정교한 대리석의 미소에서 이런 느낌은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배기동 관장도 전시 개막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는 현대인에게 주는 ‘힐링’이다. ‘나한’은 깨달음, 번뇌를 끊고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말한다. 고민이 많은 현대인들이 이곳 나한의 미소를 보면서 덜었으면 좋겠다. 삶에 대해 계속해서 괴로워하지 말고 나한과 같이 현실을 뛰어넘는 삶을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1부는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국립춘천박물관의 전시의 개관(槪觀)을 유지했고, 2부 전시는 “일상 속 성찰의 나한”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설치작가 김승영이 새롭게 연출하여 총 88점의 나한상을 선보인다. 1부 전시 공간은 전시실 바닥을 옛 벽돌로 채우고 그 위로 여러 개의 독립적인 좌대를 세워서 창령사 나한상 32구를 배치하여 다양한 나한의 미소의 보고 있노라면 세속의 번뇌와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눈 녹듯 사리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부 전시 공간은 오래된 스피커 700여 개를 석굴암의 토굴처럼 쌓아올려 그 사이에 나한상 29구를 함께 구성하여 도시 빌딩숲 속에서 성찰하는 나한을 형상화하였다. 귀를 기울이면 스피커에서는 도시의 소음이 녹음된 소리 사이사이 물과 종소리가 합쳐진 음악이 섞여서 흘러나온다. 김승영 작가는 “스피커의 형상은 도시이고 각 스피커는 우리 개개인이기도 하다. 물방울 소리는 부처님의 말씀이 물방울과 같다는 생각에서 작업하게 되었다. 각박한 도시 속에서도 존재하는 부처님의 깨우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작품의 중앙에는 먹물이 담긴 수로가 놓여 있다. 수로에 대해 김승영 작가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깨우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의 1부 주제 ‘자연 속의 나한’과 2부 주제 ‘도시 속의 나한’, 그 주제가 대조적이지만 ‘자아 성찰’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도시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아성찰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불·보살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지닌 존재로 내면의 고독과 정진으로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 인간으로서는 가장 높은 경지에 올랐다. 나한은 대부분이 석가모니불의 제자들이어서 나한상에는 위대한 성자의 모습과 함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면모도 표현된다. 특히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에는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나한의 성격 중 ‘세속화’된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나한상들은 때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며, 따뜻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순박한 표정이 장인의 손길로 투박하게 표현되었다. 특히 독특한 표정의 얼굴과 함께 머리 위까지 가사를 뒤집어쓰거나 두건을 쓴 나한상이 많이 보인다. 박물관 측은 이는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어 구도(求道)의 길을 치열하게 걸었던 나한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판단했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참여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오백나한 관련 강연과 소규모 설명회인 아트토크(Art Talk)를 비롯하여 설치작가 및 큐레이터와 토크형식의 강의가 4차에 걸쳐 진행되며,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원책을 만드는 "My Hero, 나한!"과, 야간에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박물관 힐링 요가”도 진행된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오는 6월 13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3천원이다. [허중학 기자]
[전시]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하이메 아욘의 국내 최초 첫 디자인 전.
[전시]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하이메 아욘의 국내 최초 첫 디자인 전.
[서울문화인] 대림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반열에 오르며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 1974년 마드리드 출생)의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를 오는 4월 27일부터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가구, 조명, 생활용품, 장난감, 인테리어, 패션 등 디자인 영역에서 전 방위로 활동하는 하이메 아욘은 엘르 데코(Elle Deco), 아키텍쳐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 등 공신력 있는 국제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하며, 월페이퍼(Wallpaper)에 “최근 10년간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2007), 타임(Time Magazine)이 선정한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 (2014)으로 선정되는 등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들은 마치 오브제의 연금술사처럼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물 자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사람들의 감정과 상상을 자극하며 일상에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Jaime Hayon: Serious Fun)≫은 그의 작품에는 늘 이야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부터 특별 제작된 대형 설치 작업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들에는 작가의 숨겨진 작품의 스토리가 들어있다고 한다. 하여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보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시선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의 시작은 엉뚱하고 기발한 하이메 아욘의 세계를 대변하는 <Green Chicken>의 안내에서부터 출발, 7가지 공간의 오브제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준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열대과일을 모티브로 한 크리스털 작품 <Crystal Candy Set>가 보석들이 열대지방으로 간 사연을 들려준다. 언뜻 보석처럼 보이는 이 작품들에는 파인애플, 석류, 골프 공 같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의 패턴이 담겨 있다. 크리스털에 세라믹과 같은 이질적인 소재를 더해 열대 과일의 영롱함을 표현한 이 작업들은 평범한 소재와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가 만나 화려한 크리스털 오브제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하이메 아욘의 과감한 실험 정신을 담아낸다. 두 번째 공간, <Modern Circus & Tribes(아프리칸도 가족의 사연)>은 아프리칸도 가족의 사연이 담긴 작품들로 꾸며졌다. 아프리카의 장식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풀하고 섬세한 유리로 제작된 <Afrikando>시리즈와 서커스를 모티브로 각기 다른 모양의 다리를 결합시킨 테이블과 도금된 세라믹 작품들로 구성된 <Mon Cirque>는 민속 문화와 오래된 전통이 세심한 수공예 기법과 만나 세련된 오브제로 재탄생 하게 된 이야기를 전하며 다양한 지역과 문화 그리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하이메 아욘만의 특별한 안목과 감각을 보여준다. 흑백의 체스보드와 비현실적인 스케일의 체스 말들로 채워진 세 번째 공간은 <Checkmate(트라팔가르의 체스 경기)>로 트라팔가르 해전의 사연이 담긴 <The Tournament>로 역사적 사실을 체스 게임이라는 주제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이탈리아의 유명 세라믹 브랜드 보사(Bosa)의 장인들과 2m 높이의 체스 말 32점을 만들고, 각각의 말에는 직접 그림을 그려 넣었다. 각 체스 말에 그려진 그림은 런던을 대표하는 역사적 건물, 돔, 타워, 첨탑 등을 담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런던의 도시 요소와 역사를 하이메 아욘의 스타일로 소화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네 번째 공간은 <Dream Catcher(상상이 현실이 되는 꿈)>으로 작가의 꿈 속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작품으로 런던 데이비드 길 갤러리에서 최초로 선보인 개인전 <Mediterranean Digital Baroque>의 벽화를 리메이크한 5점의 페인팅 시리즈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판타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다섯 번째 공간은 16세기 유럽의 전시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작품을 선보이는 <Cabinet of Wonders(수상한 캐비닛)>이다. 이곳의 70여 점의 오브제 작품들은 각각의 사연을 품고 있다고 한다. 이어 여섯 번째 <Furniture Galaxy(가구가 반짝이는 푸른 밤)>공간은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덴마크의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가구), 스페인의 BD 바르셀로나 디자인(BD Bar�celona Design, 디자인), 이탈리아의 마지스(Magis, 가구) 등 수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하이메 아욘의 가구들은 ‘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작업 철학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4층에는 작가의 스케치북 안에 살고 있던 상상 속 캐릭터가 실제로 살아나게 된 사연을 담고 있는 그림자 극장 <Hayon Shadow Theater>가 관객들을 반긴다. 대형 오브제를 관통하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마치 생명을 얻은 것 같은 아욘의 캐릭터들은 관객들이 한 편의 그림자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가진 간담회에서 작가는 “나의 작품의 모티브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사물들을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어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작품 안에는 스토리가 들어있다.” 이어 “나의 디자인에 있어서 스토리나 미학이나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첫 번째는 기능이고, 두 번째는 스토리텔링이고 세 번째는 재료(물성)이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11월 17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 3대의 한글 유산, 한자리에서 만나다.
[전시] 조선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 3대의 한글 유산, 한자리에서 만나다.
[서울문화인]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 집안 3대가 한글로 마음을 전한 한글 자료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2019년 첫 번째 기획특별전으로 덕온공주 집안 3대의 한글유물을 공개하는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을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는 조선 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셋째 딸로 윤의선과 결혼하였으나 일찍 세상을 떠나고(23세), 윤용구(尹用求, 1853-1939)를 양자로 들였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윤용구의 딸 윤백영(尹伯榮, 1888-1986)이 집안대대로 전하는 왕실유물로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16년 기획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덕온공주 한글 자료>에 이어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 집안의 미공개 한글 유산을 소개하는 두 번째 전시로 전시를 준비 중, 지난 2019년 1월 덕온공주가 한글로 쓴 ‘ᄌᆞ경뎐긔(자경전기, 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을 비롯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가 지난해 11월 미국에 거주하는 덕온공주가 윤씨 가족으로부터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것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으로부터 이관 받아 이번에 함께 첫 일반인에게 공개하였다. 당시 국립한글박물관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발견·수집하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제공하였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소장자와 접촉과 매입 협상을 통해 유물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하였다, 당시 들여온 유물은 한글 책과 편지, 서예작품 등 총 68점이다. 세부적으로 덕온공주 친필유물(6점), 왕실여성유물(22점), 윤용구번역역사서(9점), 윤용구서예작품(11점), 윤백영 한글서예작품(8점), 기타유물이 11점이다. 이 외에도 국립한글박물관이 2016년부터 2019년 1월까지 수집한 400여 점의 유물 중 덕온공주와 아들, 손녀 3대의 한글 자료와 유품 200여 점을 처음으로 망라하여 공개하였다. 특히 덕온공주의 언니 복온공주의 글씨첩,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한글로 쓴 중국 여성 전기 ‘동사기람’ 등 중요 유일본 자료들이 최초로 선보인다. 더불어 덕온공주의 부모님 순조와 순원왕후, 오빠 효명세자와 언니 복온공주의 자료도 함께 소개되었다.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덕온공주 가족과 후손들의 왕실 한글 유산은 현제 궁서체의 근원이 되는 아름다운 한글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덕온공주 가족들의 한글 자료를 통해 조선 왕실에서는 어떻게 한글로 소통하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었을지 짐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전시물로 ‘복온공주글씨첩’(개인 소장)은 복온공주(福溫公主, 1818-1832)가 12살 때 한글로 쓴 시문을 모은 첩으로, 순조(純祖, 1790-1834)가 점수를 매기고 종이와 붓 등을 상으로 내린 기록이 함께 적혀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복온공주의 유일한 글씨인 동시에 조선의 왕이 자신의 딸에게 직접 글쓰기를 가르쳤음을 보여주는 중요 자료이다. 오빠 효명세자(孝明世子, 1809-1830)의 ‘학석집’(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은 왕세자가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누이들을 위해 자신의 한시를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조선 시대 남성 문집 중 유일한 한글본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자료 중에는 한글을 통해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것들이 많다. 덕온공주가 순원왕후(純元王后, 1789-1857)의 명으로, 아버지 순조의 글을 한글로 풀어 쓴 ‘ᄌᆞ경뎐긔’와 어머니가 주신 ‘고문진보언해’(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를 베껴 쓴 ‘양양가’, ‘비파행’ 등에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는 딸 윤백영이 12세 되던 해에 모범이 될 만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뽑아 '여사초략'을 써주었고, 그 마음을 이어받은 윤백영도 아버지의 한글 역사서 ‘동사기람’ 등을 베껴 쓰며 평생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였다. 올 1월 국내로 들어와 박물관으로 이관된 ‘ᄌᆞ경뎐긔’는 5미터 넘는 길이의 종이에 한글로 정성스레 풀어쓴 것으로 조선 왕실 3대에 걸친 효성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자 동시에 공주의 글씨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명품이다. 덕온공주의 할아버지 정조正祖(1752-1800)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1735-1815)를 위해 창경궁 안에 자경전慈慶殿을 지었고, 혜경궁의 뒤를 이어 자경전에서 지냈던 정조 비 효의왕후孝懿王后(1753-1821)는 순조에게 자경전에 대한 내력을 글로 지으라고 명하였다. 혜경궁을 잘 섬겼던 정조와 효의왕후의 마음이 순조에게 이어지고, 다시 덕온공주에게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서 아버지 순조의 '자경전기'와 함께 만날 수 있다. 한편, 윤용구의 딸 윤백영은 할머니와 아버지의 한글 글쓰기를 이어 받아 평생 한글을 쓰고 가꾸었다. 윤백영은 42세였던 1929년 한글 궁체로는 처음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고, 이후 많은 한글 서예 작품을 남겨 왕실 한글 궁체의 품격을 오늘날 우리 일상이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였다. 또한 궁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궁할머니로 불린 윤백영은 왕실 문화와 한글 자료에 대한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 이 집안에 전해오는 다수의 한글 자료 필사자와 관련 내력을 알 수 있는 것도 윤백영의 기록 덕분이다. 덕온공주의 혼수 물품 목록, 철인왕후 친필 한글 편지 등 전시장 곳곳에서 윤백영이 쓴 부기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2016년 기획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덕온공주 한글 자료>에서 아들과 딸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막내딸 덕온공주의 혼례를 홀로 준비하는 순원왕후의 애틋한 모정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덕온공주 가족과 그 후손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한글을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가족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순원왕후, 명성황후 등의 편지에서 지금은 사라진 궁중어와 옛 한글 편지의 높임 방식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2019년 4월 25일(목)부터 8월 18일(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연꽃으로 전하는 가르침, 높이 11m ‘공주 마곡사 괘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
연꽃으로 전하는 가르침, 높이 11m ‘공주 마곡사 괘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
[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 다다르면 관객을 압도하는 유물이 한 점 눈에 들어온다. 마로 크기가 10미터를 훌쩍 넘기는 괘불이 전시실 2, 3층으로 이어지는 높이로 자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2006년 5월부터 매년 한차례 한국의 ‘괘불’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 열네 번째로 보물 제1260호 공주 마곡사 괘불을 선보인다. 괘불(掛佛)은 사찰에서 특별한 법회나 의식을 할 때 괘도처럼 만들어 걸어두는 대형 불화로 평소 함에 넣어 법당 안에 보관되기 때문에 사찰의 큰 행사 때에만 볼 수 있지만 보존의 문제로 조선시대 괘불을 사찰에서 만나기도 쉽지만은 않다. 참고로, 현재 1945년 이전에 제작된 ‘괘불’은120여 점이 남아있다. 이번에 공개한 ‘괘불’을 소장하고 있는 마곡사(충청남도 공주시)는 신라시대 승려 자장(慈藏, 590~658)이 선덕여왕의 후원을 받아 643년에 창건했다고 전하며, 2018년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5층석탑(보물 제799호)을 비롯해 영산전(보물 제800호),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등 마곡사의 주요 전각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마곡사는 봄날의 경치와 유서 깊은 역사로 유명하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특히 봄 경치가 수려해서 ‘춘(春)마곡’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예로부터 산수를 겸비한 승지(勝地)로 꼽히는 곳이다. 마곡사의 <마곡사석가모니불괘불탱>(보물 제1260호)은 1687년 5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피폐해진 마곡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중창 불사가 이어지는 중에 1670년 마곡사 대웅보전 단청공사에 참여했던 능학, 계호, 유순, 처묵, 인행, 정인 총 여섯 화승(畫僧)에 의해 그려졌으며, 마곡사 승려와 신도 60여 명은 바탕천, 금, 아교, 먹 등 괘불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물목을 시주했다. 6명의 화승이 모여 그린 전체 높이 11m, 너비 7m, 무게 174kg의 괘불은 300년 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광배를 장식한 꽃, 보관에서 자유롭게 나는 봉황, 영롱하게 반짝이는 구슬과 다채로운 문양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괘불 화면 상단에는 13개의 붉은 원을 그리고 안에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자(梵字)를 적었다. 주변은 용과 꽃으로 장식했다. 상 안에 복장물(腹藏物)을 납입하는 불복장 의식이나 불보살의 눈을 그려 상을 완성하는 점안(點眼) 의식처럼, 부처의 심오한 가르침이 담긴 범자나 진언(眞言)을 그려서 11미터 화면에 생명력을 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곡사 괘불>의 주인공은 보관과 장식으로 장엄한 석가모니불로 거대한 화면에는 연꽃을 든 석가모니불과,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인 청중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마곡사 괘불>은 본존 두광(頭光) 안에 구획된 붉은 방제(旁題) 안에 ‘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千百億化身釋迦牟尼佛)’이란 존명이 적혀 있어 본존이 석가모니불임을 명확히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인물 옆에도 괘불에 그려진 35명의 방제가 있어, 유사한 도상을 해석하는데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마곡사 주지 원경 스님은 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3년 전 보수 수리할 때 양산에 가서 확인하고 근자에 와서 처음 본다. 위에서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히며, “마곡사는 화승들의 요람이었다. 올해 부처님이 마곡사에 커다란 선물을 준 것 같다. 화승들을 양성하고 화승들이 작업할 수 있는 ‘금오원’ 설계비 4억6000만원을 얻었다. 1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할 수 있는 요람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사말로 “거대한 작품이어서 거대한 공간이 필요해 전시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1년에 한 번 4월 초파일에 전시하게 된다. ‘괘불탱화’ 같은 건 한국이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중세 근세의 인류가 만든 대작 미술품이다. 그 시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서 우리 가는 길, 이상향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그런 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20일(일)까지 이어지며, 더불어 <마곡사 괘불>을 소개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5월 15일(수)과 8월 7일(수), 9월 25일(수), 10월 2일(수) 총 4회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명주사 고판화박물, 고려불화 오백나한도 목판화 최초 발견
[전시] 명주사 고판화박물, 고려불화 오백나한도 목판화 최초 발견
[서울문화인] 지난 4월 3일 개막한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송하스님)이 나한신앙과 불교공예를 주제로 테마전 ‘나들이 나온 나한’(회화, 조각)과 ‘불심의 향연’에 이어 오는 4월 29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에서 폐사된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에서 2011년 발굴된 오백나한을 소개하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조각) 전이 개막을 앞둔 가운데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에서는 ‘판화로 보는 동 아시아 나한의 세계’ 특별전을 오는 28일부터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판화박물관이 그동안 모은 수집품 6,000여점 중에 나한과 관련된, 한국, 중국, 일본, 티벳의 불화판화를 비롯하여, 나한 삽화가 들어있는 고서와 삽화를 찍었던 판목을 중심으로 70여점을 선별하여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의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개최된다. 한선학 관장은 전시에 앞서 22일 인사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19C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오백나한도 대형 목판화를 사전 공개하였다. 최초로 공개된 오백나한도 목판화는 일본에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오백나한도 목판화로 고려불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오백나한도로 알려진 일본 교토지은원의 오백나한도 불화(고려 14C, 188.0×121.4㎝)를 모본으로 에도시대에 다시 그리고 판각한 목판화(일본 에도 19C, 186.5 ×120.5cm)로 그 크기도 원본과 불과 1㎝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오백나한도 목판화의 구도와 배치도 고려불화를 충실히 따라 표현했을 뿐 아니라 고려불화의 퇴색된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초판 인출본으로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작가가 회화를 창의적으로 재창조하여 그린 점도 나타난다. 한선학 관장은 이 오백나한도 목판화에 대해 “3년 전에 옥션을 통해 수집하였으나, 3폭으로 인출된 대형 판화라, 그동안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다가 나한전을 위해 표구 장정을 하였다.”며, 이 과정에서 “판화다 보니 여러 작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서적과 한국과 일본의 관련 학자들에게 행방을 조사, 과거 국립원주박물관에서 공개되었던 일본 교토 지은원 소장의 고려불화 오백나한도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조한 결과 고려불화 오백나한도을 모본으로 에도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임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희귀판화임이 확인 하였다.”고 밝혔다. 한국의 불교미술 관련 전문가인 정우택교수, 최응천교수, 김정희교수, 박도화박사 등도 보지 못한 희귀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의 불교미술전문가인 나라국립박물관 타니구치 코세이 학예연구관(회화부 주임)은 “한국의 고판화박물관 한선학관장이 집념을 가지고 30여 년 동안 한국 고판화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티벳 등 동아시아 고판화를 열정적으로 수집하다 보니, 아직까지 보지 못한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보물급 오백나한도 목판화를 찾아낼 수 있었다.”며, 고려불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뿐 아니라, 동 아시아 판화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한 관장은 자신의 생각을 기자간담회에서 피력하였다. 특히 한선학 관장은 “각국의 소유권 문제로 인해 국가 간의 전시 교류 문제가 점 점 복잡해지면서 아름다운 고려 불화를 보고 싶어도 점점 깊숙이 수장고 속으로 숨어버리는 이 때 고려불화 원본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목판화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려 때 제작되어 탈락된 부분도 고려불화의 밑그림 초가 있다면 보정해 낼 수 있듯이, 목판화의 아름다운 선묘가 불화 초를 대신해 줄 수 있어 고려불화연구자들이나 불화가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나아가서는 고려불화의 소장처와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보완재로서 교류의 물고를 터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고판화박물관의 다른 판화 전시보다 대형 판화가 눈에 띈다. 중국 당대 관휴의 16나한도를 건륭황제 때 항주 성인사에 제작된 석각비에서 탁본한 작품 전부와, 티벳 덕격인경원이 자랑하는 16나한고사도 목판화, 불화판화가 많이 제작되었고, 에도시대의 불화판화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일본의 정교하고 다양한 오백나한도 판화를 비롯하여 채색으로 만들어진 16나한도 판화도 선보인다. 한편, 고판화박물관은 나한특별전 기간 동안 유물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1박 2일 과정의 문화형 템플스테이 ‘전문가와 가족을 위한 숲속판화여행, 시민을 위한 숲속판화여행’을 특별전과 더불어 전시연계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전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문의 033-761-7885)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