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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70년 전,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박물관의 또 다른 전쟁을 조명
[박물관] 70년 전,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박물관의 또 다른 전쟁을 조명
[서울문화인] 임진왜란 당시, 정읍의 선비인 안의(安義, 1529~1596)와 손홍록(孫弘祿, 1537~1600)이 가솔들을 이끌고 62궤짝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과 어진을 경기전에서 내장산 용굴까지 옮기지 않았다면 현재 완전한 조선왕조실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과 가야산 일대의 무장공비 토벌 작전을 위해 해인사 폭격을 지시받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 부단장이자 제10전투비행전 대장이었던 고 김영환 장군의 결단이 없었다면 국보인 고려대장경은 역사의 기록에만 존재할 뻔 했다. 가까운 시기에는 2001년,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Taliban)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던 바미안(Bamiyan)의 동서대불(大佛)을 폭파하는 장면을 전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처럼 전쟁은 인명은 물론, 경제적 기반의 파괴와 더불어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야할 문화재 또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우리의 문화재는 어떻게 지켜지고 보호되었을까.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70년 전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빠진 문화재를 지키고 문화의 맥을 잇고자 했던 국립박물관을 조명하는 테마전 <6‧25 전쟁과 국립박물관 – 지키고 이어가다>(2020.6.25.~9.13.)를 열었다.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수난을 당했던 문화재와 국립박물관이 피란지에서도 한국 문화를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벌였던 노력을 1, 2부로 나눠 조명하고 있다. 1부 ‘위기에 빠진 우리 문화재’에서는 오대산 월정사에 보관되다 1951년 1월 월정사가 소실되면서 불에 녹은 선림원지 동종, 북한군의 군홧발 자국이 남은 <요계관방지도>, 5점 중 1점만 남은 고려시대 유리구슬 등 6‧25 전쟁으로 인해 수난을 당했던 문화재들을 소개하고, 서울 점령 이후 9‧28 수복 때까지 국립박물관이 겪은 위기와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또한, 1954년 국립박물관이 영문으로 간행한 소책자 War Damage to Korean Historical Monument('전쟁 중에 파괴된 한국의 문화재')에 실린 파괴된 문화재 사진들이 그 날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2부 ‘문화를 지키고 세계에 알리다’에서는 1950년 12월 부산으로 옮긴 국립박물관이 피란지에서도 한국 문화를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벌였던 노력을 조명한다. 국립박물관의 이전을 승인한 당시 문교부장관의 허가서, 부산 박물관 임시청사의 내부 평면도, 1953년 국립박물관이 발굴했던 경주 금척리 고분 ‧ 노서리 138호분 출토 토기들과 함께 국립박물관이 주최했던 1953년 제1회 현대미술작가초대전(現代美術作家招待展), 이조회화전(李朝繪畵展) 관련 자료들도 선을 보인다. 현대미술작가초대전에 김환기(金煥基, 1914-1974)가 출품했던 작품 <돌>과 그때의 설명카드가 함께 전시되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융합‧통섭을 이미 70여 년 전 국립박물관이 시도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957년, 최초의 한국 문화재 해외 순회전 “Masterpieces of Korean art”가 개최된다. 이는 한국이 전쟁의 피해를 딛고 부흥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전시에 선정되어 미국에 갔었던 서봉총 금관(보물 제339호)과 전시 도록이 에필로그로 소개되고 있다. 이번 테마전은 상설전시실의 전시품 중에서도 북한산 신라 진흥왕순수비(국보 제3호), 청자 사자 모양 향로(국보 제60호)처럼 한국전쟁 당시 피해를 입었거나 국립박물관이 소개(疏開)시켰던 것을 선정하여 관람객들이 팜플렛을 들고 찾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휴관으로, 박물관누리집과 유튜브를 통해 현재 온라인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일제강점기 훼손된 국가 최고 제례공간 ‘사직단’, 내달 복원에 들어가
일제강점기 훼손된 국가 최고 제례공간 ‘사직단’, 내달 복원에 들어가
[서울문화인]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국가 최고의 제례공간 중 하나인 사직단의 전사청(典祀廳, 전사관이 머물며 제례 준비를 총괄하는 공간) 권역에 대한 복원공사를 내달 본격적으로 착공한다. 사직단은 토지의 신(사신 社神)과 곡식의 신(직신 稷神)에게 제사를 지내던 조선왕조 최고의 제례시설로서, 『주례』의 고공기에 실려 있는 ‘좌조우사(左祖右社)의 원칙에 따라 궁궐의 오른쪽인 사직단이, 왼쪽에는 종묘가 건립되었다. 현재의 사직단은 1395년(태조 4년) 건립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11년 공식적으로 사직제례가 폐지되고 1920년대부터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사직단 대부분의 옛 건물과 담장 등이 철훼되고 현재는 해방이후 들어선 원래의 용도와 다른 건물들과 1987년부터 추진한 사직단 복원정비사업의 결과로 복원된 국사단, 국직단과 동·서·남·북·문 등만이 남아있다. 이번에 복원되는 전사청 권역은 사직단의 서쪽에 위치한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으로서, 전사관이 머무르며 제례를 총괄하는 공간인 전사청을 비롯하여 제기고, 잡물고, 재생정, 저구가, 수복방 등의 건물과 제정(우물), 찬만대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 전사관(典祀官): 제사의 물건을 관장하는 궁내부의 임시관직 중 하나, 제기고(祭器庫): 제기를 보관하는 곳, 저구가(杵臼家): 절구를 두고 곡물을 찧는 장소, 잡물고(雜物庫): 제례에 사용되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재생정(宰牲亭): 제례용 제물을 준비하는 공간, 찬만대(饌幔臺): 제레 시 제사에 올릴 음식을 두는 곳(찬막), 수복방(守僕房): 사직단을 관리하는 관원이 거주하는 곳 사직단 전사청권역 복원정비사업에 2021년까지 총 32억 원을 투입하여 전사청 등 건물 8개동과 시설물이 복원된다. 복원 후에는 재현전시를 통해 제례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널리 알리고, 그 역사성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장기 계획으로 오는 2027년까지 160억 원(추정)을 들여 총 13동 복원, 국가 제례공간으로서 사직단의 위상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사직단 복원을 위해 2021년 8월까지 사직단 내에 위치한 사직동주민센터, 사직파출소, 어린이놀이터 등 일반시설물은 철거·이전된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신라 자장율사가 건립한 정선 정암사의 모전석탑 ‘수마노탑’, 국보로 지정
[문화재] 신라 자장율사가 건립한 정선 정암사의 모전석탑 ‘수마노탑’, 국보로 지정
[서울문화인] 삼국유사에 신라 자장율사(慈藏律師)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로부터 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를 받아 귀국한 후,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정선 정암사의 ‘수마노탑(水瑪瑙塔)’이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수마노탑이라는 명칭은 불교에서 금·은과 함께 7보석 중의 하나인 마노(瑪瑙)와 관련이 있으며,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할 때 서해 용왕이 자장의 도력에 감화하여 준 마노석으로 탑을 쌓았고, 물길을 따라 가져왔다 해서 물 ‘水(수)’ 자를 앞에 붙여 ‘수마노탑(水瑪瑙塔)’이라 불렀다는 설화가 전한다. 수마노탑은 기단에서 상륜부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모전석탑으로 전체 높이가 9m에 달하며, 화강암 기단 위에 세워진 1층 탑신에 감실(龕室)을 상징하는 문비가 있고, 그 위로 정교하게 다듬은 모전(模塼)석재를 포개어 쌓았으며, 옥개석의 낙수면과 층급받침 단 수를 층별로 일정하게 쌓았다. 석회암 지대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고회암(苦灰巖)으로 제작되었고, 쇠퇴한 산천의 기운을 북돋운다는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과 사리신앙을 배경으로 높은 암벽 위에 조성된 특수한 석탑이다. 특히 1972년 수마노탑 해체 당시에 함께 나온 탑지석(탑의 건립 이유, 수리 기록 등을 적은 돌로 탑 안에 넣어 둠)은 조성역사, 조탑기술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국보 제21호), 다보탑(국보 제20호)을 포함해 탑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희소한 탑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수마노탑은 탑지석을 비롯한 자료에서 수리기록과 연혁을 알 수 있고, 모전석탑으로 조성된 진신사리 봉안탑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안동 봉황사 대웅전(安東 鳳凰寺 大雄殿)’, 보물 제2068호로 지정 더불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41호 ‘안동 봉황사 대웅전(安東 鳳凰寺 大雄殿)’는 보물 제2068호로 지정되었다. ‘안동 봉황사 대웅전(이하 대웅전)’은 건립 시기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대웅전의 내력을 추론해 볼 수 있는 사찰 내 각종 편액(扁額)과 불상 대좌의 묵서, 그 밖에 근래 발견된 사적비와 중수기 등을 종합해 보면 17세기 후반 무렵 중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전은 삼존불을 봉안한 정면 5칸의 대형 불전이며,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 조선후기의 3칸 불전에 맞배집이 유행하던 것에 비하여 돋보이는 형식이다. 또한, 전면의 배흘림이 강한 기둥은 조선 후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양식이다. 대웅전의 외부 단청은 근래에 채색되었지만, 내부 단청은 17~18세기 재건 당시의 상태를 온전하게 잘 보존하고 있다. 특히, 내부 우물반자에 그려진 용, 금박으로 정교하고 도드라지게 그려진 연화당초문 등이 17~18세기 단청의 전형을 보이며 전면의 빗반자에 그려진 봉황은 연꽃을 입에 물고 구름 사이를 노니는 모습으로, 봉황사라는 사찰의 유래와도 관련된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봉황사 대웅전은 17세기 말에 건립된 이후 여러 차례의 수리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정면 5칸의 당당한 격식을 간직한 조선 후기의 불전이다. 공포부를 비롯한 세부는 19세기 말에 이루어진 수리 흔적을 담고 있으며, 전면과 옆면, 뒷면 공포가 서로 달리하고 있는 것은 조선 말기 어려웠던 안동지역 불교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장의 우물반자에 그려진 오래된 단청과 빗반자의 봉황 그림 등 뛰어난 실내장엄 등이 높게 평가했다. ‘의성 고운사 연수전’(義城 孤雲寺 延壽殿), 보물로 지정 예고 ‘의성 고운사 연수전’(義城 孤雲寺 延壽殿)은 경북 의성군에 있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70호이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 유서 깊은 사찰로 연수전은 사찰중심공간에 인접하여 자리하고 있다. 연수전은 1902년 고종의 기로소 입소를 기념하여, 1904년에 세운 기로소 원당이다. 고운사 내에 있던 영조의 기로소 봉안각의 전례를 따라 세워진 대한제국기의 황실 기념 건축물이다. 기로소(耆老所)는 70세 이상의 정2품 이상의 문관을 우대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국왕의 경우 60세를 넘으면 기로소에 입소하는데 조선시대에 걸쳐 기로소에 입소한 왕은 태조, 숙종, 영조, 고종 등 4명에 그친다. 연수전은 정면3칸 옆면3칸의 단층 팔작집으로 기둥머리 이상의 부분에 화려한 금단청을 하였고, 천장에는 다른 곳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용과 봉, 해와 달, 학과 일각수(一角獸, 유니콘과 비슷한 상상 속 동물), 소나무와 영지, 연과 구름 등 다양한 주제의 채색 벽화가 가득하다. 규모가 작지만 황실 건축의 격에 어울리는 격식과 기법, 장식을 가지고 있는 수준 높은 건축물이며, 그 기능과 건축 형식의 면에서 다른 예를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문화재적 가치가 논란이 있었던 명승 제35호 ‘성락원’ 결국 지정 해제
[문화재] 문화재적 가치가 논란이 있었던 명승 제35호 ‘성락원’ 결국 지정 해제
[서울문화인] 지난해 ‘성락원’의 문화재적 가치가 논란이 있었다. 이후 문화재청은 지정 과정상의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고, 역사성 등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6~7월 한 달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관련 문헌․자료들을 전면 발굴하여 조사하였고, 그 결과에 대해 관계전문가 자문회의(3회/2019.6.27., 7.10., 10.2.), 공개토론회(2019.8.23.), 법률자문(2회/정부법무공단)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확인하였다. 조사 결과, 당초 지정사유였던 조성자로 알려진 ‘조선 철종 대 이조판서 심상응’은 존재하지 않은 인물로 확인되었으며, 황윤명의 『춘파유고(春坡遺稿)』, 오횡묵의 『총쇄록(叢瑣錄)』등의 문헌기록에 따를 때, 조선 고종 당시 내관이자 문인인 황윤명(黃允明, 1844-1916)이 조성자임이 새로이 밝혀졌다. 또한, 갑신정변(1884) 당시 명성황후가 황윤명의 별서를 피난처로 사용했다는 기록(일편단충(一片丹忠)의 김규복 발문,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라, 이 별서가 1884년 이전에 조성된 것도 확인되었다. * 춘파유고(春坡遺稿): 황윤명의 차손 안호영이 황윤명의 시문을 모아 발간한 유고문집. 이에 수록된 인수위소지(引水爲小池) 시문이 성락원내 영벽지 각자와 일치 * 총쇄록(叢瑣錄): 오횡묵이 자신이 관리로 있던 곳의 현황 등을 일기ㆍ시문의 형식으로 기록한 것으로, 황윤명이 조성한 별서정원을 1887년 방문하였다고 기록 * 일편단충(一片丹忠)의 김규복 발문 : 명성황후가 갑신정변 이후 김규복ㆍ황윤명 등에게 직접 써서 나눠준 것으로, 김규복이 여기에 발문을 붙임. 갑신정변 당시, ‘혜화문으로 나가 성북동 황윤명 집으로 향했다’, ‘태후, 왕비, 세자께서 이미 어가에 머무르고 있었다’ 고 기록 이러한 역사성에 대한 검토와 더불어, 관계전문가 7명의 현지조사(2020.5.4)를 통해 경관성․학술성 등 명승으로서의 가치도 재조사하였다. 그 결과, 성락원은 자연 계류와 지형, 그리고 암석 등이 잘 어우러져 공간 구성․경관 연출 등의 측면에서 한국전통 정원으로서의 미학이 살아있는 곳으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다만, 명승 지정 이후 진행된 성락원 복원화사업(2008~2009)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원형복원이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성락원」이라는 명칭을 『춘파유고』에 기술된 기록(雙流洞), 입구 바위에 새겨진 각자(쌍류동천, 雙流洞川) 등을 고려하여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문화재청이 24일 문화재위원회(천연기념물분과)를 개최해 명승 제35호 ‘성락원’을 지정 해제하고, ‘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결과 ▲ 명승 제35호 ‘성락원’은 지정명칭과 지정사유 등에서 오류가 일부 인정되는 바, 사회적 논란을 불식하고 새로이 밝혀진 문화재적 가치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명승에 대한 지정 해제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조선 고종대 내관 황윤명이 별서로 조성하기 이전에도 경승지(경치가 좋은 곳)로 널리 이용되었고 갑신정변 당시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등의 역사적 가치와 다양한 전통정원요소들이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되어 있어 경관적 가치 또한 뛰어난 것으로 판단과 함께 현재 얼마 남지 않은 조선 시대 민가정원으로서의 학술적 가치 등도 인정되어 명승(「서울 성북동 별서」)로 재지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성락원’의 지정해제 및 ‘서울 성북동 별서’의 지정에 관한 사항은 30일간 관보에 예고하여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 결과를 최종적으로 심의된다. 1974년 국보된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희소성 부족한 원나라 작품으로 지정 해제 그동안 국보로서 위상과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白磁 銅畵梅菊文 甁)’은 국보 지정이 해제되었다.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작품의 수준 역시 우리나라 도자사에 영향을 끼쳤을 만큼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해제가 최종 결정되었다. 이에 해당 지정번호는 결번 처리되었다. [허중학 기자]
미술로 본 전쟁, 그리고 평화의 비전.. 국립현대미술관 《낯선 전쟁》
미술로 본 전쟁, 그리고 평화의 비전.. 국립현대미술관 《낯선 전쟁》
[서울문화인]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1953년 휴전협정이 이뤄졌지만 휴전선의 포격은 사라졌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은 채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세대와 전후세대간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70년의 시간만큼이나 점점 커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미술을 통해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낯선 전쟁》전을 코로나 시대에 6월 25일(목) 오후 4시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한다. 개막에 앞서 선보인 《낯선 전쟁》전은 한국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는 물론 전쟁 없는 세계를 향해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시공을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까지 총망라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이 ‘낯선 전쟁의 기억’, ‘전쟁과 함께 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주제로 구성되어 선보인다. 먼저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소환하고 있다. 김환기, 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 윤중식의 전쟁 시기 드로잉,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레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레핀 아카데미 교수로 활동했던 변월룡이 그려낸 생생한 전쟁의 모습과 휴전회담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 존 리치(John Rich)와 AP 통신 사진가 맥스 데스퍼(Max Desfor)의 사진,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의 이보르 헬레(Ivor Hele)와 프랭크 노튼(Frank Norton), 캐나다의 에드워드 주버(Edward Zuber)가 전쟁 당시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디지털 이미지로 공개되었다. 특히 미국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전쟁 당시 포로와 고아 등 전쟁 속 민간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관련 자료도 공개되어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2부 ‘전쟁과 함께 살다’에서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술학도에서 군인, 포로, 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 세계적인 무기박람회장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을 담은 노순택의 <좋은, 살인>(2008),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2019),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한 김세진의 신작 <녹색 섬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를 짚어본다.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분쟁 지역 내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삶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Erkan Özgen), 전쟁 이면에 숨은 거래를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Robert Knoth)와 안토아네트 드 용(Antoinette de Jong) 등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특히 아이 웨이웨이는 난민들을 표현한 거대한 고무보트와 그 양쪽 벽면에는 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시대, 그리고 최근의 무기들을 실제 사이즈로 나타낸 <폭탄>과 난민들이 처한 삶의 조건인 전쟁, 폐허, 여행, 바다를 건너기, 난민 캠프, 시위 등 6가지 모티프를 고대 벽화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오디세이>가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4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2017)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2020)를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Documents Inc.)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이며,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단체 피스모모는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 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을 운영한다. 이 외에도 7월에는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전쟁을 다룬 다양한 동시대 영화 상영 프로그램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 마커(Chris Marker)의 <환송대>(1962)와 디앤 보르셰이 림(Deann Borshay Liem)의 <잊혀진 전쟁의 기억>(2013)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 20편이 상영된다. 한편, 이번 전시가 코로나19로 국립문화기관이 휴관중인 관계로 6월 25일(목) 오후 4시,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학예연구사의 생생한 설명과 함께 약 40분 간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코로나19 시기에 새로운 방법과 형태로 발견하는 ‘여행’을 주제로 전시
코로나19 시기에 새로운 방법과 형태로 발견하는 ‘여행’을 주제로 전시
[서울문화인] ‘역’이란 곳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어디론가 떠나는 곳이자 한편으론 종착점이다. 그러면서도 여행이라는 설래임의 시작점이다. 코로나19로 과거보다 여행이라는 설래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려는 평범한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과거 여행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었던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의 새발견》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미처 떠나지 못했던 ‘여행’을 미디어아트, 회화, 설치, VR 체험 등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과 철도 및 여행 관련 아카이브 통해 여행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먼저 사람들이 분비던 중앙홀에는 여행의 출발지로 강, 숲, 구름, 꽃 등 자연과 관련된 작품과 공연을 통해 잊고 있었던 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미디어파사드를 시작으로 예술가들이 일상을 여행하며 수집한 창작의 재료들로 여행을 기록한 가상현실과 설치, 드로잉 작품을 매개로 여행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KTX매거진과 협업으로 진행한 24곳의 간이역 사진과 이야기들, 그리고 근현대 문학 작품에서 발췌한 여행의 문장들은 우리가 떠났던 여행의 순간들을 환기시킨다. 전시를 주관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 김태훈 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동안 마치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듯한 시간을 보내며 가장 많이 떠올려본 단어들 중 하나는 ‘여행’이 아닐까한다”며 “《여행의 새발견》이 지난 시간 자유롭게 누렸던 여행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지금 당장은 떠날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여행을 새로운 방법과 형태 안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휴관 중 비대면으로 공개되었다. 전시 외에 진행될 공연, 토크, 낭독회 등의 전시연계 프로그램도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추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 284 누리집 (www.seoul284.org)과 공식 SNS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 무형유산 공연으로 치유하자.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 무형유산 공연으로 치유하자.
[서울문화인]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김연수) 공연장에서는 7월 중 매주 토요일(4, 11, 18일) 오후 4시 해설과 함께하는 <전통예능의 갈래>를 개최한다. 그동안 <전통 예능의 갈래>는 무형유산 예능 종목을 전문해설과 함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감상형 공연’으로 진행해 왔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특별히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삶에 대한 희망을 북돋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7월 4일 진행되는 여성의 목소리 ‘치유의 노래’는 여성의 대표적 표상인 어머니를 통해 모두가 힘겨운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길 응원한다. 어머니는 지혜롭고 자애로우나, 한편 강인함과 억척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특히 힘겨운 노동과 시집살이 속에서도 삶의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여성의 목소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런 의미에서 ‘치유의 노래’에서는 여성의 삶을 투영한 다양한 지역의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임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하게 사무치는 경기·서도소리, 토속성과 강인한 남도 여성을 닮은 남도농요와 민요, 거센 바다를 정복한 억척여성의 노래 제주민요까지 팔도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 있다. 7월 11일에는 힘들고 지친 심신에 활력을 되살려 줄 남성의 북소리 ‘심장의 울림’ 무대가 꾸며진다. 열정과 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남성의 힘찬 북소리와 역동적인 춤사위가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에 활력을 되살릴 생생한 울림으로 다가선다. 이날 공연에서는 승무, 문둥북춤, 진도북놀이, 통북놀이, 소고춤, 설장구 등 전통춤과 연희에 활용되는 심장을 울리는 북의 웅장한 소리와 박진감 넘치는 춤사위를 따라 신명의 기운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공연인 7월 18일에는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정화와 휴식을 심어 줄 명주의 줄소리 ‘영혼의 씻김’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영혼의 씻김’에서는 현악기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으로 연주하는 산조와 굿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개성 있는 연주자들의 손길에 공명하는 명주실의 부드럽고 은은한 음색이, 듣는 이의 정신과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삶의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힘들고 외로웠던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과 심신의 위로와 함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내일만을 기다리고 있는 간절함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공연은 사전예약으로 운영되며, 공연 10일 전부터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www.nihc.go.kr)과 전화(063-280-1500, 1501)로 예약할 수 있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더 자세한 사항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고궁박물관, 개인 소유의 종이 문화재 ‘훈증소독’ 진행과 어린이 대상 온라인 교육
국립고궁박물관, 개인 소유의 종이 문화재 ‘훈증소독’ 진행과 어린이 대상 온라인 교육
[서울문화인] 국공립박물관이나 도서관들이 소장한 종이류·목재류·복식류 등은 생물에 의한 피해를 방지기 위해 소독약품으로 살충·살균 소독하는 ‘훈증소독’을 통해 벌레나 곰팡이 등에 의한 손상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해서 일반인들이 직접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은 일반 국민이 소장하고 있는 종이류 문화재를 대상으로 벌레나 곰팡이 등에 의한 손상을 방지하는 훈증소독 서비스는 물론 문화재 보관 방법이나 관리 방안에 대한 교육을 6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서비스는 사전 신청한 개인 소장 종이류 문화재 중 100여 점을 선정하여 박물관 훈증고에서 살충살균제로 소독 처리하는 것으로, 훈증소독 처리 후에는 소장자들에게 방충방제에 필요한 약품도 지원하고, 문화재 보관에 필요한 기초 물품도 제공한다. 또한, 소장자들에게 실제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항에 대한 현장 위주의 교육도 실시해 개인 소장 문화재를 보다 안전하게 보존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신청은 6월 22일부터 7월 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 서류를 내려받아 우편접수와 전자우편(wisdomlake@korea.kr)으로 신청하면 된다. 훈증소독을 마친 문화재는 8월 말 소장자들에게 반환된다. 소독 대상 선정자에겐 개별 통보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훈증소독 서비스로 개인 소장 문화재에 대한 생물적 피해를 방지하고 문화재의 안전한 관리 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밝혔다. 더불어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시대와 대한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영상 ‘가족과 함께하는 전시해설(어린이편)’을 지난 18일부터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영상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박물관 교육이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배울 수 있게 하고자 공개하는 것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전시해설(어린이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조선과 대한제국의 대표유물을 중심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함께 다양한 입체영상, 자막, 퀴즈 등을 추가하여 이해와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온라인 교육 영상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교육→온라인영상강의)과 공식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gogungmuseum)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으며, 활동지는 누리집(www.gogung.go.kr→교육→교육자료)에서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난 6월 17일부터 ‘근대기 서구 문물의 도입’을 주제로 근대기 새롭게 도입된 생활, 가구, 문물 등 다양한 문화 변화에 대해 살펴 볼 수 있는 온라인 ‘왕실문화 심층탐구’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강좌는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교육을 신청한 성인을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하여 질의응답 등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이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전시]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 권세진, 진희란 ‘감각기억’
[전시]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 권세진, 진희란 ‘감각기억’
[서울문화인] 지난 2010년부터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젊은 한국화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해온 (재)한원미술관이 올해 11회를 맞아 권세진은 사진을 통해서 기억 속의 감정과 시간성을 표현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권세진 작가와 전통채색화 기법에 기반하여, 주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鳥瞰圖)의 시선으로 산을 오르내린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를 회화로 기록하고 있는 진희란 작가를 소개하는 《감각기억 Sensory Memory》전을 진행하고 있다. 권세진, 진희란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적 감정과 경험, 기억 등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그들이 재현해낸 풍경은 기억의 잔상 속에서 의미와 상징성을 탐색하는데 몰두하며, 작가 자신은 혹은 자신과 연결된 다양한 상황들을 스크랩하듯 그들이 지나온 풍경에 대한 기억의 회상 또는 조합을 통해 경험된 시간이 내재하고 있는 가치들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권세진 작가에게 사진은 그의 작업에서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도구이자 작업을 이루는 중추적인 매체로서 작용한다. 개인적 관심사와 경험의 관찰에서 재발견된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이를 디지털 편집 과정을 거쳐 정사각형 크기의 조각으로 해체한 뒤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재조합한 ‘조각그림’을 그려낸다. 특히 일상의 틈에서 마주한 사소한 풍경과 기억을 수집하고 전통적 화법을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특유의 시각적 접근법으로 도식화된 풍경을 그린다. 사진을 중심으로 시작된 그의 일련의 작업들을 시기별로 정리해보면, 〈흐려진 풍경〉(2014) 시리즈는 작가의 유년기 시절 졸업앨범을 통해 기억으로만 존재했던 환영을 수집한다. 선명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각색되고 탈색이 되듯, 종이에 아크릴 물감을 묽게 만들어 여러 겹 칠하는 작업과정을 거쳐 붓질의 흔적들을 통해 흐릿해진 기억과 마주한다. 전통채색화 기법을 응용한 〈겹-풍경〉(2016) 시리즈는 하천 주변에 조성된 길을 따라 발견한 돌의 풍경을 소재로 하여 종이에 먹을 칠하고 부분적으로 겹겹이 쌓인 먹을 지워나가며, 다시 그 안에 색을 채우는 방식으로 종이에 안료가 흡수되는 강도와 번짐의 정도에 따라 밀도 있는 화면을 선보인다.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조각그림〉(2017) 시리즈는 작가가 매일 작업실을 지나가면서 보는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여 내면의 감성을 투영한 작업이다. 그는 수십 장에 달하는 작업량을 제약된 시간 내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종이의 크기를 10×10cm의 규격으로 고안하였다. 디지털 편집으로 그리드(Grid) 된 사진은 다시 종이에 옮기는 과정에서 먹으로 채워진다. 이때, 우연히 발생한 먹의 흔적은 정적인 순간이 동적으로 변해가는 시각적 변화를 일으키며 번짐과 겹침의 과정을 거쳐, 한국화 특유의 깊고 묵직한 농담을 구현한다. 이렇게 그려진 여러 장의 조각그림은 한 장 마다 시간의 단층을 드러내며 순간이 아닌 회화가 가지는 지속성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island drawing 2020〉은 〈겹-풍경〉(2016)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그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관조적 태도로 평범한 서울 도심의 하천 풍경을 예리하게 주시하며, 마치 작은 산수처럼 보이는 형상들로 탈바꿈시킨다. 그렇게 그가 도림천(道林川) 주변의 수풀 사이에서 발견한 풍경들은 시적인 은유나 사색이 담긴 새로운 형상의 내러티브로 전개된다. 진희란은 전통채색화 기법에 기반하여, 주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鳥瞰圖)의 시선으로 산을 오르내린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를 회화로 기록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일상과 어떤 시공간적 거리감을 가졌는지 그 간극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는 극명하다. 자연을 관망하거나 그 기운을 누리고자 하는 것. 진희란은 전통산수화의 명맥을 잇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산천을 진경(眞景)으로 그려내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산수화는 실재의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지만 동시에 상상된 자연을 구현한다. 진희란은 산수화를 해석하는 태도와 형식, 그리고 작업에 대한 의미와 방향성을 고민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산을 경험하며 내가 직접 보았던 것, 책이나 지나가는 사람이 전해준 그 지리에 관한 전설, 현장을 보고 떠오르는 추상, 산에 어우러진 산장과 법당 등의 사람들이 오간 흔적 등을 그려 산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나의 이야기를 한다.”(작가노트 발췌, 2020). 그의 작업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마치 산속 일대를 거닐고 있는 듯하다. 작업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생동감은 아마도 답사를 통한 곳곳의 절경들을 채집해 옮긴 덕분일 것이다. 진희란은 북한산을 비롯한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우리나라의 명산을 오르내리며 그때의 시간과 함께 부유했던 다양한 감각과 감정들을 수집한다. 그는 당시의 현장성을 감각하고 기억하되, 스케치해온 풍경과 그곳에서 받은 여러 감흥을 회상하며 정리된 기억을 재구성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리산을 답사한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 실재와 기억 속의 풍경이 공존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지리산 뱀사골의 높게 솟은 산봉우리와 거친 암벽, 그리고 수직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거친 협곡의 풍경들을 그린 〈뱀사골길〉(2020)은 산자락 아래 드리운 운무를 사이에 두고 기암괴석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등산객들이 계곡을 끼고 길게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는 모습, 비탈진 바위계곡 아래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들은 당시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듯하다. 이처럼 진희란의 산수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정신적 소통의 매개체로서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하는 주관적인 풍경으로 치환된다. 전시는 7월 31일(금)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일·월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허중학 기자]
주명덕, 한국전쟁의 이후 태어난 ‘혼혈고아’의 존재를 처음 사진으로 기록하다.
주명덕, 한국전쟁의 이후 태어난 ‘혼혈고아’의 존재를 처음 사진으로 기록하다.
[서울문화인] 1960년대 서울은 한국전쟁의 잔재와 신문물의 유입이 공존했다. 이를 마주한 주명덕은 ‘기록’과 ‘사실성’에 치중하여 전쟁 후 남겨진 혼혈고아 문제를 다룬 《포토에세이 홀트씨 고아원PHOTO ESSAY Harry Holt Memorial Orphanage》 사진전으로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66년 서울 중앙공보관화랑에는 홀트씨 고아원 아이들의 초상 95점이 소개되었는데, 이는 한국 사진사 진 최초로 주제의식을 가지고 ‘연작’ 형태로 진행된 기념비적인 전시였다.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드러내는 ‘혼혈고아’의 존재를 처음 기록한 사진전 《포토에세이 홀트씨 고아원》은 당시 기사로 비중 있게 보도되면서 더 많은 이들이 혼혈고아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전시를 정리한 사진집 『섞여진 이름들』로 1969년 출간하였고, 책에 수록된 51점 전작은 한미사진미술관이 소장하였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올해 소장품전으로 바로 1960년대 한국의 모습을 포착한 《주명덕 섞여진 이름들》을 지난 13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전시에는 《섞여진 이름들》(1963~1965) 전작 51점 그리고 미군 주둔 지역에 잔재한 혼혈고아 문제를 다룬 《용주골》(1968)과 《운천》(1971) 10점의 소장품을 제 1전시장에서 선보인다. 더불어 주명덕의 감성으로 포착한 1960년대 도시 풍경 《서울》(1962~1965) 30점을 제 2전시장에 전시한다. 《섞여진 이름들》과 《서울》 모두 전쟁 이후 한국의 시대상을 생생히 담았으며, 대상과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녹아 있다. 또한 《포토에세이 홀트씨 고아원》(1966) 전시 개최 55주년을 기념하여 사진전 그리고 『섞여진 이름들』(1969) 사진집에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도 제 3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와 출판기념회에 다녀간 관람객의 방명록, 전시를 소개하는 기사와 출판기념회 당시 사진예술에 실린 작가의 소감 에세이 그리고 55년이 지난 지금, 《섞여진 이름들》을 마주한 주명덕의 인터뷰 영상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별도의 개막 행사 없이 진행되며,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