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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산조 음악의 미학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춤사위로, 국립무용단 ‘산조’
[공연] 산조 음악의 미학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춤사위로, 국립무용단 ‘산조’
[서울문화인]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이 새로운 신작 ‘산조’를 6월 24일(목)부터 6월 26일(토)까지 3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4년 만에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대형 신작으로 안무는 국립무용단 수석단원을 거쳐 경기도무용단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인 최진욱이 맡았으며, 연출과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은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정구호가 맡았다. 최진욱은 오랜 시간 체득한 전통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조화를 이루는데 탁월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형식미와 즉흥성이 공존하는 산조 음악의 특징을 무용수의 움직임과 에너지로 그려냈다. 또한,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의 임진호가 협력 안무로 참여했다. 정구호는 ‘단’(2012년 초연), ‘묵향’(2013년 초연), ‘향연’(2015년 초연) 등 국립무용단과 수차례 호흡을 맞추며 여백의 미를 살린 특유의 그림 같은 미장센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무대는 무대 위 지름 6m의 대형 바위를 중심으로 원형 LED 패널이 장단의 변화에 따라 감각적으로 변하며 산조의 미학을 구현했다. 정 연출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영하는 춤의 원형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이번 작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산조’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사실 대부분 정확히 어떤 장르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산조(散調)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악독주양식으로 ‘흩어질 산(散)’, ‘가락 조(調)’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흩어진 가락’ 혹은 ‘허튼 가락’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장단과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선율을 만들며, 정통과 즉흥이 교차하는 특징 때문에 서양의 재즈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처럼 산조는 기본적인 장단과 조성을 전제로 연주자 개인의 개성을 담은 즉흥적 표현을 중시하는 음악으로 하나의 틀 안에서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형식미와 즉흥성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닌다. 다양한 장단 변화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고도의 기교와 연주자의 독창적인 표현을 모두 갖춰야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수련으로 경지에 이른 연주자가 펼치는 전통기악의 정수라고 일컬어진다. 국립무용단의 ‘산조’는 이러한 산조의 미학을 춤으로 확장한 작품으로 산조 음악이 지닌 흩어짐과 모임의 미학을 현대적인 춤과 무대 연출로 시각화했다. 작품은 총 3막 9장으로, 1막 ‘중용’(中庸), 2막 ‘극단’(極端), 3막 ‘중도’(中道)를 주제로 춤이 전개된다. 1막은 산조의 시작을 알리는 고수의 북장단으로 시작한다. 장단 구성은 단순하고, 선율은 담백하다. 여성 무용수의 정제된 움직임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추는 군무로 이어지며 평온에 대한 감각이 실타래처럼 풀려 나간다. 2막은 완전히 상반된 에너지를 보여준다. 불균형의 움직임과 음악의 불협화음으로 중용과 정반대인 극단의 형태를 만들게 된다. 무용수들은 모았다 흐트러트렸다 조였다 풀었다 하는 박자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데, 극단을 연결하는 시각적 요소로 가로 40cm부터 2m까지 다양한 길이의 막대가 소품으로 쓰인다. 무용수들은 긴 막대를 몸에서 떼지 않고 춤을 추며, 자신의 신체를 경계 삼아 전통과 현대, 안과 밖, 끝과 끝을 연결한다. 3막에 이르러 춤과 음악은 불협과 화음 속에서 또 다른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균형의 중용을 만들어 나간다. 정적인 움직임과 동적인 움직임이 조화롭게 합쳐져 종장(終章)은 새로운 균형의 미학으로 완결된다. 춤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1막은 정통 산조로 시작한다.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을 2회 수상한 황병준 프로듀서가 이선화(거문고), 김동원(장고)과 함께 거문고 산조를 녹음했다. 요요마 실크로드 앙상블 한국 대표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김동원이 연주하는 장고가 국립국악원 단원 이선화의 거문고를 만나 정제된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관객들은 친숙하면서도 생경한 산조의 음악을 듣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산조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 같지만, 황병준이 편집한 소리의 재구성을 통해 마치 여러 대의 거문고가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웅장함도 느껴진다. 2막과 3막은 작곡가 김재덕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산조를 일렉트로닉 선율에 담았다. 굿거리로 시작해 휘모리로 몰아치는 2막은 신디사이저와 장고를 주악기로 사용해서 긴박한 속도로 극단의 정서가 최고조에 이른다. 아쟁 산조 명인 김영길의 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3막은 서양의 볼레로가 연상될 정도로 힘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재덕은 굿거리장단의 변주에 허스키하면서도 긁는 듯한 목소리를 직접 얹어 굵은 선과 남성성을 표현했으며, 사운드 편집으로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사이에 고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김재덕은 “3막의 음악은 김영길 명인의 아쟁 산조를 듣고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장단에서 볼레로와 같은 폭발적 에너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본 공연에 앞서 선보인 공연에서 ‘산조’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간 장르 구분은 물론 무대도 동서양적 요소를 섞어 놓았지만 전체적으로 그동안 정구호 연출이 연출했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동양적 여백은 여전하다. 그리고 ‘산조’의 흩어짐과 모임의 춤사위와 더불어 다채로운 음악의 변주가 어우러져 절로 손장단을 치게 만들 정도로 휘몰아친다. [허중학 기자]
[영화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7개국 장·단편 258편 온·오프라인 상영
[영화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7개국 장·단편 258편 온·오프라인 상영
- 개막작, 구파도 감독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 7월 8~18일, 47개국 장·단편 258편 온·오프라인 상영 - 나홍진 감독 제작 화제의 영화 <랑종> 등 97편 세계 최초 공개 [서울문화인] 오는 7월 8일 대만의 구파도 감독의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조직위원장 정지영·집행위원장 신철)의 서막을 연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2)로 유명한 구파도 감독의 이번 작품은 판타지 요소가 더해진 로맨틱 코미디영화로 제25회 BIFAN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올해 BIFAN은 극장(CGV 소풍·어울마당 등) 상영은 15일에 종료하지만,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진행하는 온라인 상영은 18일까지 이어가며, 총 47개국 장·단편 258편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랑종> 등 97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그리고 7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85편이 아시아 프리미어, 46편이 코리안 프리미어로 관객과 만난다. 국제 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장편' 상영작은 10편이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태국 북동부의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신내림의 기록 <랑종>을 비롯해 <권총>, <공동주택 66>, <속거나 속이거나>,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 <킹 카>, <님비: 우리 집에 오지 마> 등의 월드 프리미어 작품과 최신 장르 영화들이다. ‘부천 초이스: 단편' 경쟁작은 <늑대인간 신부님> <의료폐기물의 공포> <나무> <그림자와 친구가 되는 법> 등 12편이다.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에서는 SF·호러·스릴러·액션·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투영된 청춘의 고민을 담은 최신작 <거래완료>, <쇼미더고스트>, <신림남녀>, <트랜스>, <평평남녀> 등 8편이 경쟁을 펼친다. 1416편의 한국 단편 출품작 중에서 선정한 47편은 ‘경쟁’(12편)과 ‘걸작선’(35편)을 통해 공개된다. 전 세계 장르 영화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전통적인 장르영화 바깥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끽할 수 있는 ‘월드 판타스틱 레드’, ‘월드 판타스틱 블루’, ‘금지구역’, ‘패밀리존’, ‘스트레인지 오마쥬’ 등 인기 프로그램과 더블어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과 ‘특별전’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단편 걸작선은 22개국 81편으로 엮었다. <오페라>를 통해 올해 아카데미상 단편 부문 후보로 주목받은 에릭 오 감독은 9편으로 구성한 특별전과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으며, 특별전 ‘세로시네마 특별상영: 25’에서는 25를 모티브로 한 세로영화 10편(러닝타임 각 3분)을 소개한다. ‘한국영화의 큰별, 이춘연을 기리며’에서는 BIFAN과 인연이 깊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더 테러 라이브>를 상영하고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를 추억하고 기리는 시간을 갖는다. 한편, 2016년부터 실감형 콘텐츠 XR·VR 작품을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실감형 콘텐츠 섹션으로 BIFAN의 상징하는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에는 ‘바오밥 스튜디오 특별전’과 칸국제영화제·뉴이미지와 함께하는 ‘XR3’를 갖는다. VR 애니메이션의 선두에 있는 바오밥 스튜디오의 <바바 야가>, <나무>, <종이 새>, <크로우>, <캠프 불>, 국제적 명성을 자랑하는 김진아 감독의 <소요산>과 이승무 감독의 <레드 아이즈>, MOR이라고 하는 가상 플랫폼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XR3 초청작 등 80편이 넘는 콘텐츠가 소개된다. ‘비욘드 리얼리티’는 영화제 개막보다 1주일 먼저 시작, 1일부터 18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진행된다. 2008년에 출범한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를 근간으로 성장한 아시아의 장르 영화 산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B.I.G(BIFAN Industry Gathering)에는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9개국 40편의 프로젝트가 온라인으로 선보인다. 온라인 미팅 플랫폼 비닷스퀘어(b.square)와 네트워킹 및 이벤트 플랫폼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더타운(gather.town)을 통해 비즈니스 환경과 네트워킹 강화를 꾀한다. ‘환상영화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35명의 수강생 외에 65명의 청강생들도 참여시킨다. <아메리칸 히스토리 X>(1999), <디태치먼트>(2014) 등으로 유명한 토니 케이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해 8명의 국내외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준비한 강의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관객·시민이 참여하는 자리도 잇따라 마련한다. 부천의 사회적 기업협의회와 BIFAN 후원회가 함께하는 ‘지역인을 위한 판타스틱 위크’, 젊은 예술가를 응원하는 공연 ‘청춘 마이크 인천경기’ 등도 진행되며, 부천의 대표적인 도시 재생공간 부천아트벙커B39의 지하 39m에 마련한 ‘시네마 벙커’에서는 ‘푸티지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확장한 KBS 「모던 코리아 시즌2」 전작 4편을 소개한다. 헤드폰을 쓴 상태로 영화를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체험할 것이다. <내가 죽던 날>, <디바> 등으로 주목받은 여성 감독들의 스페셜 토크, 「한국 괴물 백과」의 곽재식·이강훈 작가가 괴담 토크, 김기조 작가의 타이포그래피 전시, 어린이와 온 가족을 위한 유기농 천연비누·캔들 만들기 등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된다. 6월 15일 오전 10시 30분, 부천시청 내 판타스틱 큐브에서 정지영 조직위원장, 신철 집행위원장, 엄용훈 사무국장, 김영덕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자리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전례 없는 어려운 시기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모두에게 판타스틱한 영화 축제로 자리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슬로건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전하는 위로의 말”이라며 “변화를 위한 고민의 출발점에 서있는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BIFAN에서 길을 찾고 개척해 나가는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허중학 기자]
[전시] 98세 그림자 회화의 거장이 밝혀주는 환상의 세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전시] 98세 그림자 회화의 거장이 밝혀주는 환상의 세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서울문화인] 물질을 생산해 내는 산업은 순간의 판단 실수로 흥망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문화라는 산업은 한순간 그 흥망이 사라지거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다. 이는 현재 한류라는 문화가 전 세계에서 어떻게 퍼져나가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실감하고 살아가는 당사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런 국제적인 문화를 가장 먼저 접하는 장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닐까 싶다. 바로 가장 어린 나이에 접하는 문화가 만화 즉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요즘은 국내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랄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산업이 창의력이라는 기틀아래 많은 인력과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이러한 요소를 충족하려면 경제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국가에서 만이 경쟁력 있는 애니메이션을 생산해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서도 이 두 국가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애니메이션의 최강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과거 이런 일본의 저력을 최근 전시장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일본 카게에(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藤城淸治 b. 1924년~)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이다. 그림자 회화로 일컫는 카게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를 말한다.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밸런스,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완성하는 이 카게에는 라이팅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하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러한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온 독보적 인물로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일본의 디즈니라고 찬사를 받으며, 현재 일본의 성인들의 거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에 동화집에 실린 후지시로 세이지의 삽화를 보면서 꿈을 키우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국내에서는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이 되는 2005년,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강혜숙(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롯데쇼핑 에비뉴엘 개관 기념전으로 선보인 이후 두 번째 전시이며,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서의 순회 전을 100회 이상 진행하였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카케에의 시작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도쿄의 들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해 만들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불에 타버린 일본은 여전히 정전이 잦았고, 그런 속에서 후지시로 세이지는 카게에를 만나 한 줄기 빛을 찾고 아름다움을 찾고, 평화를 찾았다고 한다. 십대의 그는 수채, 유화, 에칭 교육을 받고 2차 세계대전 중임에도 19세의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인형극의 대가 오자와 요시쿠니(1887-1978)에게서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그림자 연극을 접하게 되고 실제로 교회 주말학교에서 그림자극을 상영하게 된다. 이런 당시의 영향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이번 전시의 작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예술적 삶을 관통하는 카케에 160점의 작품을 만나다. 이번 전시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에서는 그런 작가의 혼이 깃든 초기의 흑백작품 서유기 시리즈부터,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비롯해 일본 상업연극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극단 모쿠바자 시절의 오리지널 캐릭터 캐로용 인형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은하철도의 밤>과 <울어버린 빨강 도깨비>는 1959년 초연 이후 각 1000회 이상 상연하며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후지시로 카게에극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또한, 기독교인으로 구약과 예수를 주제로 한 시리즈 작품부터, 1985년 45명의 빅스타들이 아프리카의 유래 없던 대 기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살리기 위한 구제활동을 호소하기 위해 모여 만든 명곡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테마로 한 작품을 통해 그가 한 평생 추구해온 카게에 세계와 인류에게 전할 사랑과 공생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후지시로는 젊은 시절에는 움직이는 카게에 극에 열중 했지만 지금은 멈춰진 한순간의 움직이지 않은 빛과 그림자에 자신의 기원을 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히려 한 컷의 카게에 작품에 다양한 색체와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십 년간 작가의 열정이 만들어낸 카게에가 시대와 주제별로 전시장을 밝히지만 전시장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곳에는 2020년 작품은 물론 가장 최근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100세를 앞둔 고령임에도 여전히 어린 소녀 같은 감성과 젊은 시절의 열정 이상의 디테일은 그가 왜 거장이고 일본인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를 실감케 한다. 작가 후지시로는 이번 한국전시를 준비하면서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 여기며 혼신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잠자는 숲>은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나는 한국을 잘 알고 싶고, 한국을 더 가까이 하고 싶다.”라고 전하며,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고령임에도 하루 7시간 이상 작품 제작에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전시장을 나서면 죄측 벽면에는 철심을 이용해 제작한 ‘후지시로 세이지의 초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철심을 이용하여 ‘스티브 잡스’, ‘김구’, ‘마하트마 간디’ 등의 초상을 제작한 한국 김용진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하였다. 또한,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션은 배우 최무성의 담백한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미술관] 놀이가 되는 예술, 그 속에서 ‘제작’의 의미와 가치를 찾다.
[미술관] 놀이가 되는 예술, 그 속에서 ‘제작’의 의미와 가치를 찾다.
[서울문화인] 현대에 들어와 예술이라는 장르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새로운 장르가 대중에게 자리 잡고 인식되기까지는 수 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부터 어쩌면 살아생전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과거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술관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장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10일(목)부터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과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놀이하는 사물》전은 새로운 시도가 반영된 전시라 하겠다. 《놀이하는 사물》전은 지난해 과천관을 야외조각공원 및 어린이・가족미술관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각 미술관의 특성화 정책의 일원인 만큼 지난해 과천관 어린이미술관 《신나는 빛깔 마당》전과 맥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놀이하는 사물》은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인 ‘놀이’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과정을 즐기는 것에 주목한 전시이자 공예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재료가 가진 고유한 물성과 숙련된 기술을 통합하여 ‘손’의 능력을 활용하여 창조적 ‘놀이’(유희)의 영역으로 작품을 승화시켰다. 이번 전시에는 8팀(서정화, 신혜림, 이광호, 이상민, 이준아, 이헌정, 현광훈, NOL)의 참여작가는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여 각자 자신들의 오브제 작품을 통해 ‘제작’의 의미와 가치를 동시대적 경향으로 재생산 한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광호는 VC, 전선,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의 오브제를 서정화는 알루미늄, 신혜림은 가죽이라는 오브제를 이용 작가별 반복되는 과정과 다양한 재료들로 구성된 구조들로 하나의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이들은 불규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반복적 행위를 통해 새로운 규칙과 질서가 관계하는 사물을 보여준다. 현광훈, 이상민은 톱니라는 기계의 운동성의 매커니즘을 적용, 정확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위해 정교하게 구성, 그 미묘한 반응을 유도하여 최종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가변성을 지닌 사물을 선보인다. 이헌정은 세라믹이라는 오브제로 정형화되고 관념적인 완성품이 아닌 작가의 상상이 어떤 결과물로 도출되는가를 확인하는 작품을, 이준아는 실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개인적인 기억들을 형형색색의 시각적 표현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시각적 표현 및 기술과 결합하여 감각적으로 나타나는 행위의 흔적들을 통해 과정 지향의 작업세계를 펼쳐낸다. 마지막 NOL(남궁교, 오현진, 이광호)은 이번 전시의 공간을 독립적이되 관람객 개인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유기적으로 배치하여 시각적 감상 너머의 유희와 상호작용을 끌어내고자 하였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관람객이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통해 일상 소재의 친근하면서도 낯선 측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작가들은 이처럼 자신들 만의 ‘상상’이라는 정신적 매개로 ‘오브제의 변형과 재조합’이라는 행동적 놀이를 보여주며,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유희적 소통을 유발하는 매개체이자 저마다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와 사용을 위한 낯설지만 즐거운 규칙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의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참여자가 직접 놀이방법을 제안해보는 활동지를 배포하고, 이준아, 신혜림, 현광훈 세 작가가 홀로, 짝꿍과,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방법을 소개하는 온라인 영상을 교육 전용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미술관 누리집과 《놀이하는 사물》온라인 플랫폼(https://padlet.com/mmcalearning/Bookmark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2021년 세종학당 8개국 26개소, 신규 지정
2021년 세종학당 8개국 26개소, 신규 지정
[서울문화인] 지난 6월 9일(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황희 장관은 세종학당재단(이사장 강현화)을 방문한 자리에서 2021년 18개국 26개소에 세종학당이 새롭게 지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07년에 3개국 13개소로 처음 시작한 세종학당은 이제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로 확대되었다. 특히 아프리카 2개국(모로코, 탄자니아), 남미 1개국(볼리비아), 유럽 1개국(슬로베니아), 아시아 1개국(네팔) 등 5개국에는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들어선다. 이번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경쟁률 3.3대 1)했으며, 서류심사와 화상면접 등 약 6개월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운영 역량과 여건이 우수한 기관들을 선정했다. 새롭게 추가된 곳 중에는 ▲ 최근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공식 채택한 베트남과 ▲ 육‧해‧공군 장교를 양성하는 군사학교에서 한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각각 세종학당 5개소를 추가로 운영하게 되었다. 2021년 신규 지정 세종학당 권역 신청 국가 개소 수 아시아 (11개국) 네팔(1), 말레이시아(1), 몽골(1), 베트남(5), 스리랑카(1), 아제르바이잔(1), 우즈베키스탄(5), 인도(1), 인도네시아(1), 캄보디아(1), 필리핀(1) 19 유럽 (3개국) 슬로베니아(1), 영국(1), 헝가리(1) 3 아메리카 (2개국) 미국(1), 볼리비아(1), 2 아프리카 (2개국) 모로코(1), 탄자니아(1) 2 합계 18개국 26개 기관 26 연도별 세종학당 신청 경쟁률 구 분 신청 현황 지정 현황 경쟁률 2018년 총 56개소(31개국 51개 기관) 총 16개소(13개국 16개소) 3.5:1 2019년 총 53개소(31개국 53개 기관) 총 13개소(11개국 13개소) 4:1 2020년 총 101개소(50개국 83개 기관) 총 34개소(30개국 34개소) 3:1 2021년 총 85개소(43개국 85개 기관) 총 26개소(18개국 26개소) 3.3:1 이날 신규 지정 발표 이후에 새롭게 지정된 세종학당 운영기관인 인도 힌두스탄 과학기술대학교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과 이루어진 화상 연결에서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 현지 기관의 소감과 포부를 들었으며, 황 장관은 한국어 교원과 세종학당 출신 외국인 학생들과 소통하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운영 현황 등 한국어 교육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점검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전 세계 확산을 위한 사업 적극 추진된다. 한편,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 ▲ 2022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 ▲ 맞춤형 현지화 교원 파견 확대 및 현지교원 양성과정 운영, ▲ ‘세종학당 문화강좌’를 통한 문화교류 활성화, ▲ 최신 정보기술(인공지능, 음성인식 등)을 활용한 국가별 특화 학습 콘텐츠 개발 등으로 교육 여건 개선 및 학습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해 전 세계인이 체계적이면서도 쉽고 친근하게 한국어를 접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전시] 예술가 ‘피카소’의 명성, 드디어 전시로도 그 명성을 이어받다. ‘피카소展’
[전시] 예술가 ‘피카소’의 명성, 드디어 전시로도 그 명성을 이어받다. ‘피카소展’
[서울문화인]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삶과 예술에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게르니카〉(1937년)는 자신의 조국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2차 대전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고발한 <시체구덩이>(1944-46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1951년)과 함께 피카소 3대 반전 작품이라 일컫는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그려낸 폭이 2m에 달하는 〈한국에서의 학살〉이 70년 만에 한국을 찾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 중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관심이 높아 국내 전시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실패한 작품으로 2021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성사되어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70세의 피카소가 이 작품의 소재로 삼은 배경이나 동기는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학살자로 묘사된 인물들이 미군이라는 점이다. 혹자들은 한국전쟁 동안 발생한 1950년 7월에 있었던 충북 노근리 사건이나 10월로 추정되는 황해도 신천군 사건이 소재가 되었을 것이라 추정하지만 이 두 사건은 이 작품이 제작된(1951년 1월 18일 완성, 그해 5월 파리에서 열린 <5월 살롱>전에서 첫 공개) 후인 1952년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 왜 학살자가 미군이라 판단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이 작품이 완성될 당시 피카소는 프랑스 공산당원(1944년 가입)이었다. 당시 프랑스 공산당은 프랑스가 유엔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파병을 결정한 프랑스정부에 반발하며, 반정부활동과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눈여겨 볼만한 사실은 공산당 기관지 ‘위마테니’는 6.25전쟁은 북한이 자행한 남침이 아니라 미국의 지원을 얻은 남한의 북침이라는 소련의 주장을 담은 “한국에서 워싱턴의 꼭두각시들에 의한 심각한 전쟁도발”(6월 26일자)이라는 제목을 붙여 한국전쟁 발발 첫 소식을 전한다. 이후 미국의 폭격으로 북쪽의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었다. 8월 18일자 논평에서는 “학살자”라는 제목 하에 수많은 아이들과 아낙네들이 미군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희생당하고 있음을 비난하는 기사까지 내보내었다. 이런 쏟아지는 기사를 피카소는 다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며, 프랑스 공산당은 ‘게르니카’나 ‘시체구덩이’처럼 피카소가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어떤 행동을 해주기를 바라고 무언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 예측된다. 그러나 이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공산당에서는 등장하는 군인들이 ‘미군임을 확연하게 표현되지 않음에 대해 실망’했으며, 미국과 우방의 시각에서는 모호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데올로기를 선동하는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더군다나 당시 미국에서는 피카소를 현존하는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하고 있었으며, 그의 걸작 <게르니카>가 뉴욕현대미술관에 보관하고 있던 상황이라 평화주의자로 여겼던 피카소가 공산당의 선전에 뛰어든 것에 대해 충격과 함께 심한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피카소는 “전쟁의 모습을 표현할 때 나는 오로지 ‘잔혹성’만을 생각한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군인들의 군모와 군복 같은 것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1953년 1월 25일, 1952년 발레로스의 예배당에 그린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인터뷰에서)라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얘기했듯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에서도 높이 평가 받는 작품은 아니었다. 아마도 공산주의의 선전적 요소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수 있지만 이 작품의 구도가 피카소가 존경하던 스페인 낭만주의 회화의 대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와 프랑스 인상주의 선구자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작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1814년 제작된 고야의 <1808년 5월 3일 El Tre do Mayo en 1808>(프라도미술관 소장)는 1808년부터 1814년까지 이베리아반도에서 일어난 나폴레옹 군대와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동맹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프랑스 군이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의 프란시페 피오 언덕에서 봉기한 시민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학살행위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권력자의 총칼에 무참히 살해당하는 양민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으로 폭이 3.5m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이다. 이어 에두아르 마네는 고야의 작품을 바탕으로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1868-69, 만하임 쿤스트할레 소장)을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나폴레옹 3세가 임명한 멕시코의 황제 막시밀리안이 멕시코 군에게 처형당하는 장면을 담은 작품으로 양민 학살이라는 고야의 작품과 비극의 주체는 다르지만 고야의 구도를 본떠서 제작했다는 점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세 작품 모두 학살의 주최자를 오른쪽에 희생자를 왼쪽에 배치하는 동일한 구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함께 비교하여 관람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미술의 역사를 바꾼 세기의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회고전 〈한국에서의 학살〉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도입부에 소개를 했지만 이번 전시는 그동안 소개된 ‘피카소’전과는 급이 다르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피카소라는 20세기 최고의 화가의 진면목을 조금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전시이다.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의 걸작 110여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카소 진품 명화전으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꾼 입체주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70년에 걸친 피카소 예술의 흐름을 연대기적 테마를 통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서양미술사의 독보적 예술가 피카소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신화 속으로 여행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파리 소재의 국립피카소미술관(Musée national Picasso-Paris)은 단일작가 미술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독보적인 미술관으로 피카소 사망 후 유족에게 부과된 막대한 상속세를 대신해서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작품들을 모아 1985년에 문을 열었으며, 피카소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 조각, 판화, 데생, 도자기, 자료 등 5천 여 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유화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다양한 재능을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전시로 조각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염소 La Chèvre〉, 다양한 채색의 도자기, 그리고 7년에 걸쳐 완성 〈볼라르 연작 Suite Vollard〉과 함께 그의 창작을 총망라하고 있다. 전시는 먼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청년 피카소의 고독을 그린 청색시대를 시작으로 미술사의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시대에 이르기까지 격정적 시기의 작품들을 통해 피카소가 피카소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1차 세계대전이후 입체주의를 마감하고 신고전주의 풍의 구상회화로 복귀와 초현실주의 경향의 몽환적 작품들이 등장하는 피카소예술의 변화의 시기를 조명한다. 볼라르 연작 Suite Vollard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피카소는 데생 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어진 공간에는 뛰어난 데생 실력과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볼라르 연작’이 관객을 맞이한다. 볼라르 연작은 1930년에서 1937년까지 제작된 100점의 에칭 판화로 작품을 주문한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이름을 따서 <볼라르 연작 Suite Vollard>이라 불린다. 볼라르는 1934년 주문한 판화는 피카소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대신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폴 세잔의 작품을 주었다고 한다. ‘볼라르 연작’은 렘브란트의 환상이 깃들어 있는 조각가의 작업실, 싸우는 미노타우로스, 눈이 먼 미노타우로스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은 볼라르의 초상이 3점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도전, 도자기 작업 New Perspective, Ceramics 최근 고 이건희 기증품 중에 피카소의 도자기 작품이 있음을 확인한 바가 있는데 이어진 공간은 피카소의 도자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1948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피카소는 지중해 연안의 작은 마을이자 전통적으로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발로리스에 정착한다. 이곳에서 피카소는 도자기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회화, 조각의 정통예술을 넘어 창작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이 섹션은 피카소의 예술이 도자분야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피카소와 여인 Picasso and Women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다.”라고 말한 피카소에게 예술은 그가 사랑한 여인들과 분리해서 논할 수가 없다. 특히 〈아비뇽의 처녀들 Les Demoiselles d'Avignon〉(1907)은 여성의 신체를 심하게 왜곡시키고 얼굴을 가면처럼 그려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서양미술 400년의 전통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며 회화 역사의 대혁명을 일으킨 걸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입체파시대를 함께 했던 페르낭드 올리비에로부터 젊은 나이에 병사한 에바 구엘, 첫 부인 올가 코클로바, 청순하고 어린 마리 테레즈 발테르, 게르니카의 산 증인이었던 도라 마르, 피카소의 두 자녀를 낳고 그를 떠난 프랑수와즈 질로,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에 이르기까지, 시대(1930~40년 대)마다 등장하는 여인들로 그의 예술을 조명하고 있다. 이어진 섹션에는 피카소의 조각 작품 중 가장 걸작이라 일컫는 <염소>(1950년)를 비롯한 조각 작품과 70년 만의 역사적인 한국을 찾은 〈한국에서의 학살〉, 철판을 절단하고 구부려 만든 조각 작품 <두 팔을 벌린 여인>(1961년),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1961년)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20세기 미술은 피카소에 의해 시작되었고, 피카소의 세기였으며 피카소를 위한 시대였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수많은 대가 중에서 피카소만큼 찬란한 업적과 명성을 남긴 작가는 흔치 않다. 이번 전시가 왜 많은 관심 속에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또한 피카소가 ‘미술의 역사를 바꾼 세기의 천재 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조금이 나마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8월 29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모네에게 영향을 준 일본 채색판화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모네에게 영향을 준 일본 채색판화 공개
[서울문화인]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는 일본 문화가 유행하였다. 이는 당시 활동하는 화가들의 작품에도 확인할 수 있다. 반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 <귀 붕대를 한 자화상> 등 수많은 자화상 작품에는 일본 채색판화(우키요에, 浮世繪)가 등장할 뿐만 아니라 그는 일본 판화로 영향을 받은 많은 그림을 그렸으며, 4백 여 장에 이르는 일본 판화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고흐만이 아니라 모네, 마네, 드가 등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는 일본 문화가 유행했다. 이를 자포니즘(영어: Japonism) 또는 자포니슴(프랑스어: japonisme)이라고 한다. 자포니즘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1855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일본의 공예품을 포장할 때 완충제 역할을 위해 종이를 넣었는데 거기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우키요에 였다. 포장지로 쓰였지만, 유럽인들에게는 동양에서 온 신기한 물건으로 여겨져서 수집 대상이 되었다고 보수적인 미술계에 강한 반감을 지녔던 인상파 화가들처럼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던 안목의 소유자들이 일본미술에 잠재되어 있는 매력을 찾아내 널리 알린 것이 열풍의 도화선이 되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이 세계문화관 일본실 상설전시를 정기교체를 진행하면서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의 대표적인 우키요에 <도카이도(東海道) 호도가야(程ケ谷)>를 최초로 공개했다. <호도가야>는 호쿠사이가 제작한 대표적인 우키요에 연작 시리즈인 <후가쿠산쥬롯케이(富嶽三十六景)> 중 하나로, 도카이도(에도(도쿄)와 교토를 연결하는 태평양 연안의 도로. 에도 시대 정치·경제·문화의 대동맥이라 불린 길이었음)에 있는 호도가야 역참에서 본 후지산의 모습을 묘사했다. ‘후가쿠(富嶽)’는 후지산의 별칭으로, 호쿠사이는 일본 각지에서 보이는 후지산(富士山)의 모습을 46장의 연작으로 제작했다. 이 <호도가야>는 서양 인상파 화가에게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인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포플러 나무(Poplars)> 연작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호도가야>의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은 ‘사물 사이 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라는 그때까지 서양에서는 그리지 않았던 풍경이었다. 모네는 이처럼 허를 찌르는 구도와 산뜻한 색면 구성, 반복되는 모티브 등 우키요에의 참신한 구도를 자신의 작품에 응용했다. 또한, 에도 시대(江戶時代, 1603-1868)의 놀이 문화를 보여주는 병풍 <저내유락도邸内遊樂圖>도 눈여겨 볼만하다. 17세기 에도 시대 사람들은 쌍륙, 장기, 가루타 등 게임뿐만이 아니라 다도, 서예, 춤, 음악 연주 등 실내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즐거운 놀이를 하며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던 에도 시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지금의 사우나와 같이 뜨거운 증기에 목욕을 하는 에도 시대 공중목욕탕이 볼 만하다. 더불어 에도 시대 때의 번화가이자 현재도 관광 명소인 도쿄 아사쿠사(浅草) 센소지(浅草寺) 일대의 모습과 풍속을 묘사한 <에도명소도권(江戶名所圖卷)> 상권은 박물관이 구입 후 최초 공개한 작품이다. 센소지의 바깥문이자 풍신과 뇌신을 좌우에 안치한 가미나리몬(雷門)에서 붉은 몸의 인왕상을 안치한 호조몬(寶藏門, 인왕문)과 본당인 관음당觀音堂까지 이어지는 길 위의 각종 가게들과 화려한 옷차림의 에도 시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에도 막부의 전속 화가 집단이었던 가노파(狩野派)의 작품으로 고위 무사 저택의 실내를 장식했던 병풍인 <사계화조도四季花鳥圖>와 17세기 일본에서 직접 생산한 대표적인 찻잔인 <구로오리베(黑織部)> 다완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 세계문화관 일본실은 연중 무료 관람이며, 이번 공개는 2021년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허중학 기자]
[미술관] 청년 작가를 통해 동시대 현대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21》
[미술관] 청년 작가를 통해 동시대 현대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21》
[서울문화인] 미술관의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좋은 작가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기능과 더불어 젊은 작가를 발굴하여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선보이는 《젊은 모색》이 그러한 예이다. 지난 5월 28일(금)부터 MMCA 과천에서 선보이는 《젊은 모색 2021》전은 MMCA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출발, 20회 차를 맞이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젊은 모색》전은 말 그대로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이를 계기로 한국 미술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20회 차를 맞이하지만 2020년에는 진행하지 못했으며, 2019년 진행한 19회 차(타이틀, 액체 유리 바다)는 5년 만에 부활하여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약 400여 명의 신진 작가들이 소개되었으며, 대표적으로 1989년 이불, 최정화, 1990년 서도호, 2000년 문경원, 2004년 이형구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현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MMCA 학예연구사들의 연구, 추천 및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선정된 이번 《젊은 모색 2021》전에 참여하는 신진 작가는 강호연, 김산, 김정헌, 남진우, 노기훈, 박아람, 배헤윰, 신정균, 요한한, 우정수, 윤지영, 이윤희, 최윤, 현우민, 현정윤 등 30대 젊은 작가 15인이다. 이는 최근 10여 명 이내로 선보여 온 것에 비해면 소개되는 작가가 크게 늘어났으며, 그만큼 장르도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사진, 영화, 도예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가 선정, 총 140여 점의 신작을 포함하여 총 160여 점을 통해 최신 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젊은 모색 2021》은 1층 1, 2 전시실의 신진 작가 전시와 중앙홀의 《젊은 모색》 4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로 구성되었다. 먼저1 전시실에는 강호연, 김정헌, 우정수, 윤지영, 노기훈, 배헤윰, 남진우, 현우민 8명의 작가의 작품이 2 전시실에서는 이윤희, 박아람, 김산, 신정균, 요한한, 최윤, 현정윤 7명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1 전시실 : 강호연은 과거 레코드숍을 연상케 하는 시티팝과 서울 야경 이미지를 통해 팬데믹 이전 한국 사회의 호황기를 청각적, 시각적으로 회상하게 한다. 김정헌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적 체계로서의 에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토템과 같은 조각 작품으로 드러낸다. 우정수는 대중문화 속의 산사태라는 재난 이미지를 통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을 회화로 재현한다. 윤지영은 팬데믹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극도로 자의식이 과잉되어가는 현대인의 상황을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통해 보여준다. 노기훈은 자신의 고향이자 산업화를 상징하는 도시인 구미의 청년 세대를 통해 산업구조의 변화로 과거와 변해가는 고향 구미이 모습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담하게 담아낸다. 배헤윰은 색면 추상 회화를 통해 회화 매체의 근본을 탐구한다. 남진우는 대형 웹툰을 연상케 하는 입체 회화에는 영웅과 괴물 오징어의 전투를 재현, 선과 악의 이분법적 전형을 전복 한다. 현우민은 재일교포 3세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시작된 지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2 전시실 : 이윤희는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욕망과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치유의 여정을 떠나는 소녀의 서사를 백자와 채색 도자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박아람은 밤거리를 주행하는 듯한 감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 작업을 제시한다. 김산은 고향인 제주의 아픈 역사와 자연적 특수성을 사회적 풍경이라는 주제 하에 담아낸다. 신정균은 재난에 맞설 대비책으로 본능적 몸의 감각이 요구되는 현시대의 상황을 곡예사가 등장하는 영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재현한다. 요한한은 세상과 소통하는 표면으로서의 피부와 연관된 촉각적 감각들을 북을 이용한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등의 다매체 작업으로 재현한다. 최윤은 텅 빈 전시장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영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현정윤은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각들이 펼치는 연극무대와 같은 설치 작업을 통해 제시한다. 1 전시실과 2 전시실 사이 중앙홀에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시는 특별히 올해 40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이는 전시로 《젊은 모색》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향후 이어가야 할 가치와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모색해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로 꾸며져 19회까지의 《젊은 모색》전 도록과 기사 등 자료 및 주요 출품작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AR 프로그램, 그리고 참여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인터뷰 영상은 《젊은 모색》의 역사 및 미래의 방향성, 그리고 젊은 작가들을 위한 메시지 등으로 구성, 각 시기별 인터뷰 참여자는 1980년대 오광수(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용익(1981년 제1회 전시 참가), 서용선(1985년 제5회 전시 참가), 1990년대 최은주(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현 대구미술관장), 김선두(1990년 제6회 전시 참가), 구본창(1992년 제7회 전시 참가), 2000년대 이추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문경원(2000년 제11회 전시 참가), 양아치(2004년 제13회 전시 참가)이다. 아카이브 전시 디자인과 구성은 《젊은 모색 2013》에 참여했던 다운라이트 박재영 작가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젊은 모색》 40주년 기념하여 진행하는 《젊은 모색 2021》전은 9월 22일(수)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공연] 21세기 새로운 ‘조선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고선웅표 창극 ‘귀토’
[공연] 21세기 새로운 ‘조선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고선웅표 창극 ‘귀토’
[서울문화인] 2014년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재해석한 작품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 흥행은 물론 이후 해외로 진출하여 호평을 받은 고선웅은 2017년 판소리 ‘흥보가’를 고쳐 쓴 신작 창극 ‘흥보씨(Mr. Heungbo)’를 통해 오랫동안 판소리 연출을 해온 것인 마냥 다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2021년 4년 만에 국립창극단과 손을 잡고 신작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으로 4일 첫 선을 보였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앞서 선보였던 두 작품에서 선보였던 해학과 위트를 21세기 사고의 옷을 입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듯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녹여내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며, 이제는 21세기 고선웅표 창극을 완성해 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국립창극단은 1962년 창단 이후 대부분 창극의 기반이 되는 판소리 다섯 바탕(수궁가·심청가·적벽가·춘향가·흥보가)을 소재로 작품을 대부분 선보였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소재에 세대의 벽을 넘기에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어쩌면 새로움 보다는 과거 오랜 전통과 스승님의 그림자에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최고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는 기원전 4천 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도 오늘날 현실과 똑 같은 기록이 남아있다. 그만큼 인간은 흔히 말하는 신조어처럼 ‘나때는’라는 사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는 사이 대중은 창극보다는 소재는 물론 소비자 감각에 변화무쌍하게 대응하는 뮤지컬을 찾았다. 하지만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재임기간 : 2012 ~ 2019)이 부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기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벗어나 영화, 해외 작품을 창극의 소재로 삼은 것은 물론 해외 연출가에게 우리 판소리 연출을 의뢰하여 서양적 시선으로 창조한 새로운 창극을 선보였고 그러던 가운데 2014년 고선웅과 협업은 신의 한 수라 할 정도로 큰 반향과 함께 연일 매진을 써 내려갔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국내에서 호평에 이어 2016년 프랑스에 진출하여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앞서 선보였던 두 작품에서 선보였던 해학과 위트를 21세기 사고의 옷을 입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듯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녹여내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며, 이제는 21세기 고선웅표 창극을 완성해 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국립창극단은 1962년 창단 이후 대부분 창극의 기반이 되는 판소리 다섯 바탕(수궁가·심청가·적벽가·춘향가·흥보가)을 소재로 작품을 대부분 선보였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소재에 세대의 벽을 넘기에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어쩌면 새로움 보다는 과거 오랜 전통과 스승님의 그림자에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 최고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는 기원전 4천 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도 오늘날 현실과 똑 같은 기록이 남아있다. 그만큼 인간은 흔히 말하는 신조어처럼 ‘나때는’라는 사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는 사이 대중은 창극보다는 소재는 물론 소비자 감각에 변화무쌍하게 대응하는 뮤지컬을 찾았다. 성공한 기업의 최고 오너는 자신의 기술을 제품에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더 창의력이 높은 기술자를 찾아 그에게 무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 김성녀 예술감독(재임기간 : 2012 ~ 2019)이 부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기존 판소리 다섯 바탕을 벗어나 영화, 해외 작품을 창극의 소재로 삼은 것은 물론 해외 연출가에게 우리 판소리 연출을 의뢰하여 서양적 시선으로 창조한 새로운 창극을 선보였고 그러던 가운데 2014년 고선웅과 협업은 신의 한 수라 할 정도로 큰 반향과 함께 연일 매진을 써 내려갔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국내에서 호평에 이어 2016년 프랑스에 진출하여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도전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어르신들만 찾던 혹은 그들의 문화라고 여겼던 장르에 어느 순간 젊은 관객으로 채워지며 그들에게 창극의 재미를 알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최근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인기가 미치는 영향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조선팝’이라는 새 용어처럼 조만간 ‘조선뮤지컬’이라는 새 신조어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보다 더 큰 성과는 단지 누군가는 지키고 이어가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그 속에 들어가 문화의 계승의 최대의 소비자이자 동시에 그 주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옷이 날개다. 다시 공연으로 들어가면 고선웅 연출이 2017년 선보였던 ‘흥보씨’가 판소리 ‘흥보가’를 기반으로 했다면 ‘귀토’ 또한 판소리 ‘수궁가’를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새롭게 각색하여 선보이는 작품이다. 흥행의 첫 번째는 바로 이것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스토리의 ‘수궁가’라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아무리 연출을 새롭게 한다고 해도 명작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처럼 스토리의 호기심이 사라져 처음 볼 때의 그 만족도를 100% 살릴 수 없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그 명작의 후속편이의 형식을 취한다. 이는 기본 서사의 구조를 뒤집으며 관객에게 새로운 스토리로 인식시켜 결론을 기대케 하는 영리한 방식을 창출해 내었다는 점이다. “2021년 지금 이 시대에 ‘수궁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심한 끝에 대본을 썼다는 고선웅은 창극 ‘귀토’에서 육지에 간을 두고 왔다는 꾀를 내어 살아 돌아온 토끼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극을 이끌어 가는 토끼는 원작의 수궁에서 살아온 토끼가 아니라 그의 아들 토끼가 주체가 되어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 삼재팔란(三災八亂)을 피해 ‘수궁가’ 원작의 초반으로 되돌아가는 듯 2막에서는 다시 용궁에서의 이야기를 펼쳐내었다. 두 번째 재미는 역시 고선웅 특유의 위트와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각본과 연출력이다. 그러면서 19세 조선사회의 민중의 고단한 삶에서도 기득권을 비웃을 수 있는 해학적 요소를 21세기 대중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녹여 내는데 있어 진중함이 아니라 현대적 위트로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늘 꿈꾸는 이상향은 어디에도 없다”라며, “바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갈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유연하게 흔들리며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선웅 육지에서 수궁에서 살아온 아빠 토끼와 엄마 토끼를 잃은 아들 토끼(토자, 兎子)는 파란만이 가득한 산중생활을 피해 토녀(兎女)와 함께 미지의 세계인 수궁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마저 죽을 고비에 어디서나 약자가 겪는 고난과 재앙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처럼 ‘귀토’에서 토끼는 원작에서 영민함을 무기로 꾀를 내어 위기를 돌파해내는 약자의 대변자가 아닌, 사유하는 존재이자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캐릭터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 다시 돌아온 세상은 변함없이 어수선하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성숙해진 토끼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자신의 터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만드는 동시에 오늘날 관객에게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자문하게 만든다. 세 번째 재미는 작품의 핵심 인물인 토자(兎子)와 자라를 연기하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파란 가득한 세상을 떠나 이상향을 꿈꾸는 토자와 함께 수궁으로 들어간 토녀(兎女) 민은경, 이외에도 단장 허종열, 코러스장·자라모 김금미, 용왕 윤석안, 주꾸미 최용석 등 국립창극단 전 단원 포함 총 53명의 출연진의 깊이 있는 소리와 익살스러운 유머가 공연 내내 유쾌한 웃음을 선물한다는 점이다. 마지막 볼거리는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이들의 힘이다. 먼저 안무가 지경민은 1인 창무극의 대가로 꼽혔던 명무 공옥진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각양각색 동물들의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안무로 표현해 작품에 유쾌함을 더했으며, 차이킴의 김영진은 전통한복에 심플하게 캐릭터를 입혀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 여기에 2021년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1,500여 개의 각목을 촘촘히 이어 붙여 해오름극장 전체를 언덕으로 만드는 한편, 무대 바닥에는 가로·세로 8미터의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만들어 내며 새롭게 단장한 해오름극장의 분위기에 잘 녹여내었다. 이들이 만들어 낸 무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 한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그 아쉬움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자체 공연장에서 국립단원으로 공연을 진행하면서 공연기간이 너무도 짧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객석 띄어 앉기로 객석의 절반만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에 비해 효율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아쉬움 속에 창극 ‘귀토’는 9월 공식 재개관을 앞둔 해오름극장에서 6월 6일(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박물관 전시] 호모 사피엔스가 써내려간 일기장의 첫 장을 열다.
[박물관 전시] 호모 사피엔스가 써내려간 일기장의 첫 장을 열다.
[서울문화인] 우리가 인간이라는 부르는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지적인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문명을 이뤄내었다. 그 지적 호기심은 우리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호기심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생인류와 동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 출현 했을까? 이런 호기심에 조금 다가갈 수 있는 전시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에 있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과정과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에 대해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아마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이래 가장 오래된 인류사를 다루는 전시일 것이다. 전시를 만나기 전에 우리의 인류는 언제 어디서 왔을까 잠시 알아보자. 1859년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던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하여》(On the Origin of Species,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가 출판되었을 당시만 해도 종교적인 믿음과 모순된다는 이유로 큰 논쟁이 있었지만 현재는 정설로 받아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발견된 약 20여 종의 사람류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약 7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유인원으로부터 사람과에 해당하는 인류가 분화해 나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람류 화석은 2002년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서 발견된 약 600~700만 년 전에 살았던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이다. 만약 이전에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가장 오래된 원인류의 화석은 1974년에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화석인 ‘루시’라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화석은 당시 탐사 팀이 당시 유행하던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다이아몬드가 수놓인 하늘의 루시)’라는 곡을 즐겨 들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루시’는 약 200만 년 ~400만 년 사이에는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cis)로 1m 남짓되는 키에 직립 보행을 했으며 뇌 용량은 400 cc 정도로 현대인의 1/4 정도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 약 300만 년~240만 년 전에 아프리카)와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약 240만~160만 년 전)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되며, 하빌리스는 현생 인류와 같은 호모(Homo)속에 속하는 최초의 종이다. 그리고 약 150만 년 전에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최초의 인류로,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15만 년에서 25만 년 전쯤 나타나 전 세계로 이주했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설도 학자에 따라 차이는 있고 또한 새로운 인류화석의 발견에 따라 변화될 수 있지만 인류의 기원은 대략적으로 이렇다. 그럼 이번 전시로 가보자 <프롤로그>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발생한 고인류학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런던박물관장이던 아서 우드워드와 그의 친구이자 고생물학자인 찰스 도슨이 원숭이 턱뼈와 사람의 두개골을 조립하여 만든 두개골로 초기 인류의 화석이라고 발표한 사건인 ‘필트다운인 사건’과 함께 3D 모션 캡처 촬영 등 첨단 기법으로 제작한 실감형 콘텐츠 ‘700만 년 동안의 기억’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필트다운인 사건’을 <프롤로그>에서 소개하는 것은 ‘종의 기원’을 통해 던진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물음이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변화된 인식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제1부 진화> 이어진 전시장에는 가장 오래된 인류화석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을 시작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의 지위에 있었던 루시를 비롯하여 그동안 발견된 고인류 화석을 바탕으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까지 700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전시장에 펼쳐 놓았다. <제2부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 이어 프랑스 쇼베와 라스코 등의 동굴벽화의 영상이 펼쳐지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다양한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는 공간이 시작된다. 바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예술’, ‘장례’, ‘도구’, ‘언어와 기호’, ‘탐험’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살펴본다. 이 공간에는 프랑스 쇼베와 라스코 등의 동굴벽화 자료, 사자인간, 비너스 조각, 동물 장식으로 조각된 창던지개, 뼈로 만든 피리 등의 조각품을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카프제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카프제 무덤’(120,000~100,000년 전), 카비용 무덤(프랑스 카비용, 25,000년 전), 아렌 캉디드 무덤(이탈리아, 22,000년 전) 등을 통해 인류가 가깝게는 가족에서 집단 간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아울러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구 영역에서는 세계 구석기의 기술체계와 한반도 구석기의 특징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 공간(높이 1.8m, 길이 12m)이 마련되었으며, ‘언어와 기호’영역에서는 4만 년 전 무렵으로 추정되는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발견된 ‘눈금을 새긴 돌’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장 중앙에는 모든 생물종이 그물처럼 엮여 있는 지구에서 종의 다양성과 공생의 가치를 지향하는 실감형 콘텐츠 ‘함께하는 여정’을 체험할 수 있다. <에필로그 :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가 수만 년 동안 이뤄낸 문명보다 가까운 수천 년 동안 이뤄낸 문명이 월등하다.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는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 등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신의 영역에도 한 발을 들여놓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생태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역시 긴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연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인류가 계속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내가 아닌 우리가 서로 소통하며 협력해 왔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과거 자연적 위기에 의한 생물종 대멸종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인간 스스로의 자연 파괴와 핵폭탄 등에 의해서도 사라질 수 있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이처럼 마지막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위치를 자각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에필로그>에서 던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인류 진화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전곡선사박물관과 협업, 매머드 3D 프린팅, 3D 모션 캡처 영상물 등 새로운 기법을 적용 700여 점의 전시품과 영상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연출을 시도된 전시로 오는 9월 26일 전시를 마치고 12월에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2022년 4월부터는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진화(進化)가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도퇴되느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더불어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의 지적 호기심 그 속에는 진화의 발견 속에 무수한 종의 멸종이 있었음 또한 함께 보아야한다. 이는 현 인류도 미래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또 다른 진화의 한 단계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이 전시의 진정한 목적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허중학 기자]